직영 매장 vs. 독립 소매 매장: 충돌 혹은 공존

51호 (2010년 2월 Issue 2)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소매 사업에 조심스레 뛰어들었다. 미국 애리조나 주에 위치한 한 쇼핑몰에 직영 매장을 열고 최신 개인용컴퓨터(PC)와 MP3 플레이어인 준(Zune), 게임기 엑스박스(X-box)를 진열하고 판매에 나섰다. MS의 이런 움직임은 해외에 총 247개 매장(2008년)이 있는 경쟁 업체인 애플을 따라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와튼스쿨의 마케팅 교수인 데이비드 벨은 제조업체 중 비단 컴퓨터 업체만이 소매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건 아니라고 설명한다. 

 
코치 핸드백이건, 나이키 신발이건, 랄프 로렌 정장이건 제조업체 소유의 직영 매장과 독립 소매 매장 중 어느 곳에서 제품을 구매할지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이 점차 커지고 있다. 소매 매장이 부족하기 때문에 직영 매장을 설립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벨 교수는 대부분의 직영 매장들이 이미 해당 제조업체가 생산하는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독립 소매 매장과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하게 된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자사 상품을 취급하는 독립 소매 매장 옆에 직영 매장을 세우는 제조업체들의 행태를 보고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유명 스포츠 멀티 브랜드 판매점인 풋 로커 매장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으며 나이키 제품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지역에 진출해 근처에서 매장을 운영한다면 나이키의 입장에서도 비효율적인 일이 아닐까? 랄프 로렌이 자사의 옷을 취급하는 독립 소매 매장이 위치해 있는 쇼핑몰에 입점해 직영 매장을 운영한다면 독립 소매 매장들로부터 적대감을 불러일으키게 될 위험이 있는 게 아닐까? 컴퓨터 제조업체 소유의 직영 매장들이 제품 홍보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게 된다면 독립 소매 매장들이 MS나 애플의 제품을 적절하게 홍보할 만한 동기를 잃게 되지 않을까?
 
벨 교수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중국 푸단(復旦 )대의 왕유송 교수, 프랑스 인시아드스쿨의 패디 패드마나반 교수 등 2명과 연구를 진행해 ‘제조업체 소유의 소매 매장(Manufacturer-owned Retail Stores)’이라는 논문을 <마케팅 레터스(Marketing Letters)>에 기고했다. 벨 연구팀은 직영 매장과 독립 소매 매장이 같은 시장 내에서 경쟁할 경우 제조업체들은 직영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을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와 같은 제조업체의 가격 정책으로 인해 독립 소매 매장들은 가격을 대폭 인하하지 않아도 된다. 또 직영 매장이 생겨나면 독립 소매 매장이 해당 제조업체의 브랜드 개선을 위해 더 많은 마케팅 노력을 쏟아붓게 된다. 벨 연구팀은 이에 대해 “직영 매장의 존재는 독립 소매 매장들이 가격을 높게 책정하고 비(非)가격적인 마케팅 활동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되는 동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벨 연구팀은 독립 소매 매장과 직영 매장의 마케팅 및 가격 책정 행동을 활성화시키고 분석하기 위한 일련의 수학적 모형을 사용했다. 모형을 돌려보니, 직영 매장과 독립 소매 매장이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 경쟁하면 같은 제품에 대해 독립 소매 매장이 직영 매장보다 가격을 더 높게 책정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직영 매장이 마케팅을 위한 노력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한다는 사실도 파악할 수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제조업체의 입장에서 이런 결과가 아주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직영 매장을 운영한다는 것이 곧 가격 경쟁력이 없는 매장에 과도한 투자를 하는 것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형들을 통해 벨 연구팀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독립 소매 매장이 독립 소매 매장들끼리만 경쟁을 할 때보다 독립 소매 매장이 직영 매장과 경쟁을 할 때 독립 소매 매장은 특정 제품의 가격을 더 높게 책정한다는 점이다. 또 독립 소매 매장이 직영 매장과 경쟁을 할 때에는 그렇지 않을 때보다 마케팅에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는 사실이다. 직영 매장에서의 ‘노력의 스필오버(spillover) 효과’가 독립 소매 매장에도 나타나는 셈이다. 여기서 노력의 스필오버 효과는 마케팅 노력 및 제품 교육 노력이 다른 제품의 판매 증진에 도움이 되는 현상으로 한쪽에서 마케팅 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면 모든 제품의 판매 증진으로 이어진다.
 
쇼핑몰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
벨 연구팀은 인터넷과 실제 쇼핑몰에서 모형 운용 결과를 더 확인해보기로 했다. 벨 연구팀은 쇼핑몰 두 곳을 직접 걸어 다니면서 직영 매장과 독립 소매 매장 양쪽, 혹은 둘 중 한 곳에서만 판매되는 총 47개의 의류 및 신발 가격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제조업체가 자사 제품을 판매하는 직접 매장을 운영할 경우 해당 브랜드 제품의 가격을 깎아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수학적 모형에서 얻은 결과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연구에서 벨 연구팀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해 있으며 직영 매장과 독립 소매 매장이 모두 입점해 있는 7개의 쇼핑몰을 방문해 양측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23개 제품의 가격을 분석했다. 확률적으로만 따져본다면 직영 매장이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할 가능성은 50%였다. 하지만 조사 결과 직영 매장에서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한 경우가 74%에 달했다. 이는 수학적 모형이 제시한 ‘직영 매장이 독립 소매 매장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지 않는다’는 결론과 맞아떨어졌다.
 
벨 연구팀은 인터넷에서 소매 마케팅에 대한 연구를 비교적 쉽게 실시할 수 있었다. 여러 경쟁업체의 가격 정보와 비가격 정보를 인터넷상에서 손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벨 교수는 학생들을 뽑아 332개의 웹사이트에서 PC에서부터 디지털 카메라, 가전 제품, 의류에 이르는 161개 제품의 가격을 확인해줄 것을 요청했다. 학생들은 각 웹사이트에 게재된 판매 자료의 질에 대해 등급을 매겼다. 그 결과 제조업체가 직접 운용하는 웹사이트의 평균 판매 가격은 574.12달러로 제조업체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웹사이트의 평균 판매 가격인 543.79달러를 훨씬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조업체가 직접 운영하는 웹사이트에서는 해당 제품에 대해 한층 우수한 정보를 제공했다. 또 다시 오프라인에서 직접 조사한 결과가 수학적 모형의 분석 결과와 일치했다.
 
벨 연구팀은 논문에서 “제조업체 소유의 직영 매장이 소매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나 독립 소매 매장이 직영 매장의 진출을 용인하는 암묵적인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서술했다.
 
가격 상한선
직영 매장이 독립 소매 매장보다 가격을 높게 책정한다는 사실은 제조업체가 공급 가격을 높여 과도하게 소매점의 이윤을 쥐어짤 것이라는 일반적 우려와 반대되는 현상이다. 사실 직영 매장을 보유한 제조업체들이 제품을 독립 소매 매장에 넘길 때 도매 가격을 너무 높게 책정해 부당하게 이윤을 얻었다는 주장이 제기돼왔고, 몇 년째 법적 분쟁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벨 연구팀의 연구 결과 직영 매장은 독립 소매 매장보다 가격을 낮게 책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립 소매 매장에서 편안하게 가격을 인하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나름의 가격 상한선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가격을 높게 책정하면 제조업체는 아슬아슬하게 곡예를 해야 한다. 실제 소매 가격을 독립 소매 매장이 단독으로 책정했을 때보다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제조업체의 ‘재(再)판매 가격 유지 정책(resale price maintenance)’은 상당한 논란을 낳고 있다. 제조업체는 재판매 가격 유지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특정 계약 조건을 내걸어야 한다. 예를 들어 소매업체가 자사 제품을 매우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특정 규정을 달아놓고, 소매업체가 이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거래를 끊겠다고 협박하는 것이다. 이는 제조업체나 소매업체 모두에 유통비용을 줄이고 소매 차원에서 가격 출혈 경쟁을 막는 방법이기도 하다.
 
2007년까지만 하더라도 재판매 가격 유지 정책은 불법이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 직영 매장을 운영하는 제조업체들은 도매 가격 조정보다 훨씬 더 강도 높게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체 소유의 직영 매장과 경쟁하는 독립 소매 매장은 직영 매장이 없는 상황과 비교했을 때 마케팅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는 소위 ‘수평적 무임승차(horizontal free-riding)’ 현상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수평적 무임승차 현상이란 직영 매장이 없을 경우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장을 방문하지만, 정작 저가를 내세운 경쟁업체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케팅 부문에서 높은 기준을 제시해주는 직영 매장이 없다면 그 누구도 마케팅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모두가 가격 경쟁에만 몰두하게 된다.
 
벨 연구팀은 이같이 말했다. “무임승차의 위협으로 소매업체의 브랜드 개선 활동이 위축되면 제조업체가 손해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직영 매장이라는 유통 경로에서는 과도한 가격 인하도, 뚜렷한 재판매 가격 유지 정책도 필요 없다. 대신, 매장의 자구적인 노력 및 경쟁 업체가 소매 단계에서 기울이는 마케팅 노력이 소비자의 수요에 영향을 미칠 경우 양측에 도움이 되는 ‘상호 보완적인’ 이득을 찾아낼 수 있다.”
 
고급스러움, 혹은 높은 사회적 지위를 연상시키는 자사 제품의 이미지를 고수하기를 원한다면 직영 매장을 운영하는 게 가장 도움이 된다. 또 직영 매장이라는 유통 경로가 소매 시장에 영향을 가장 많이 미칠 가능성이 높다. 벨 연구팀은 최근 제조업체 소유 직영 매장의 수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데다 직영 매장과 독립 소매 매장이 인터넷상에서 공존하고 있는 만큼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제조업체의 소매 시장 진출 추세 중 가장 흥미롭게 지켜볼 필요가 있는 부분은 바로 소매 시장으로의 진출을 꾀하는 제조업체들의 행보다. 벨 교수는 대표적인 사례로 아시아의 거대 시멘트 회사인 ‘시암시멘트그룹’을 꼽았다. 이 회사는 B2B 기업인데도 최근 태국 방콕 교외의 부촌(富村)에 콘셉트 매장을 열었다. 시암시멘트그룹의 소매 시장 진출은 새로 집을 지을 때 자사에서 생산하는 고급 욕실 용품, 타일, 기타 건축용 자재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는 소비자들에게 직접 다가가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시암시멘트그룹의 콘셉트 매장에 대해 벨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시암시멘트그룹의 매장은 놀랍다. 이 매장은 뉴욕 5번가에 위치한 애플의 매장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MS
의 직영 매장이 애플 매장과 비슷한 길을 걷게 될지, 소매 시장에 뛰어든 경험이 있는 또 다른 컴퓨터업체인 게이트웨이와 같은 길을 걷게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게이트웨이는 1990년대에 소매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게이트웨이의 소매 판매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게이트웨이는 2004년 자사의 직영 매장 188곳을 모두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직영 매장에서 컴퓨터를 주로 박스째로 판매한 점, 소비자들에게 직영 매장을 방문할 만한 동기나 실험적인 이유를 안겨주지 못한 점 등을 게이트웨이 직영 매장의 패인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MS는 고객들이 자사의 직영 매장을 찾을 만한 충분한 동기가 있다고 판단한다. MS는 2009년 10월 최초로 직영 매장이 문을 연다는 소식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직영 매장에는 각기 다른 기술 경험에 초점을 맞춘 총 4개의 ‘존(zone)’이 설치될 거라고 설명했다. 매장 입구의 커다란 삼나무 테이블 위에는 노트북이 진열됐고 고객들이 노트북을 직접 사용해볼 수 있도록 좌석도 마련되어 있다. 벽에 전시되어 있는 여러 대의 액정표시장치(LCD) 화면에는 아름다운 풍경과 MS 제품의 이미지가 등장한다. 또 LCD 화면과 가까운 곳에서 소비자들은 ‘준’이 장착된 세련된 컴퓨터와 엑스박스 게임기, 헤드폰, 와이드스크린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매장 뒤쪽에서는 노트북 가방과 소프트웨어 등을 판매한다. MS 측은 매장 뒤쪽에 ‘엑스박스 팬을 위한 진정한 노다지’가 있다고 설명한다. 94인치 크기의 와이드스크린, 소비자들이 직접 게임을 해볼 수 있도록 마련해둔 좌석, 제어 장치가 설치된 ‘게임 존’이 있다.
 
MS의 직영 매장에 대해 벨 연구팀은 이렇게 말했다. “MS의 직영 매장은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제품을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 소비자들은 MS라는 브랜드를 직접 체험하고 우호적인 평가를 내리게 된다. 물론 MS 제품을 판매하는 다른 소매 매장에 공간과 관심을 어떻게 할애할 것인지가 문제될 가능성은 있다. 이 경우 애플과 애플 제품 판매 점포보다 제조업체와 유통 파트너 간에 분쟁이 나타날 가능성은 훨씬 큰 것으로 보인다.”
 
편집자주 이 글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MBA스쿨의 온라인 매거진 <Knowledge @ Wharton>에 실린 ‘Company Stores vs. Independent Retailers: Clash or Peaceful Coexistence?’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4호 세계관의 세계 2021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