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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의 재발견... 상품이 아니라 고객에 집중하라

롤랜드 T 러스트,가우라프 발라(Gaurav Bhalla) | 51호 (2010년 2월 Issue 2)
한 브랜드 매니저가 사무실에 앉아서 새로 출시한 스포츠 음료의 마케팅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먼저 목표하고 있는 세분시장을 정의한 후, 제품 가격과 홍보 방법을 결정하고, 대중 매체를 통한 광고를 기획한다. 이후 결과는 총 매출과 수익성 등으로 측정하고, 이는 브랜드 매니저의 연봉과 향후 경력을 좌우할 것이다. 

 여기서 무엇이 잘못됐다고 느끼지 않는가? 이 기업은 다른 많은 기업과 마찬가지로 1960년대에나 사용할 법한 낡은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대규모 시장과 대중 매체에만 집착하고 개인 대 개인의 거래에 관심이 없었던 시대의 방식에 아직도 얽매여 있다. 그러나 현재 많은 기업들이 역사상 유례없는 최첨단 기술의 힘으로 고객과 직접 상호작용하며, 고객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 이를 토대로 개인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들 또한 기업이나 다른 소비자와 직접적으로 소통하며, 자신이 사용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직접 만들어가려는 열망을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이 고객의 제품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고객 관계를 관리하고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고객 육성보다 제품 판매에 중점을 두는 한, 어떤 첨단 기술도 상황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는 없다. 지나치게 공격적일 정도로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한 현재의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기업은 거래 성사보다 고객 생애 가치(CLV·Customer Lifetime Value)를 극대화하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 다시 말해 제품 및 브랜드 개발보다는 장기 고객 관계 관리를 우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조직 전반에 걸쳐 전략과 구조를 바꾸고 마케팅 부서를 재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고객 관계 구축
얼마 전만 해도 대중에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기업에게 현실적으로 선택 가능한 방안은 하나밖에 없었다. 다양한 고객을 한 집단으로 뭉뚱그려 대중 매체를 통해 동일한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이다. ‘고객 정보’라 해도 총 매출과 마케팅 연구 자료가 전부였다. 고객 개인과 회사 사이에는 직접적인 의사소통이 거의 없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많은 기업들에게는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이 많다. 굳이 정교함이 떨어지는 과거의 대량 판매를 고수할 이유가 없다.
 
97페이지의 ‘관계 구축’ 도표를 보면 많은 기업이 택해야 할 방향을 알 수 있다. 대량 판매와 획일적인 마케팅을 고수하는 기존 기업과 고객 육성을 중요시 여기는 기업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전자의 조직 구조는 상품과 브랜드를 홍보하는 데 맞춰져 있다. 반면 후자의 조직 구조는 고객 개개인과 개별 세분시장의 요구에 부응하도록 설계됐다. 고객 육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은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양방향으로 시도하고, 개별 고객의 요구에 귀를 기울인다. 일대일 의사소통이 어렵다면 최소한 개별 세분시장별로 상호작용을 시도한다. 만약 대부분의 고객 정보를 해당 기업이 아니라 유통 담당 회사가 가지거나 통제할 때는 기업이 이런 세분화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실행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생활 소비재 생산 업체가 특히 그렇다. 그러나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기업은 성공적인 고객 육성 전략에 필요한 고객 관련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B2B 기업들은 주요 고객 매니저와 글로벌 고객 책임자를 지정하는 방식으로 제품 판매보다 고객의 변화하는 요구를 충족시키는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다. IBM의 조직 구조는 에너지 효율성 증가, 서버 통합과 같은 고객 요구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특정 고객에 맞춰 모든 상품의 마케팅 활동을 재조정한다. IBM의 신속 보험 절차 솔루션(IPAF)은 서비스 중심 아키텍처의 좋은 예다. 이에 따라 IBM 보험 사업부의 고객 및 산업 전문가는 중요 고객과 함께 협업을 통해 청구, 신규 사업 처리, 보험 심사 등의 부문에서 신속하고 유연한 절차를 구축하고, 단기 매출 대신 장기 고객 지표를 통해 각 사업부의 성과를 측정한다.
 
대형 B2B 기업들은 고객 중심의 조직 구조를 이미 확립해놓았다. 일부 B2C 기업들도 괄목할 만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고객 관계가 시간에 따라 진화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 요구가 변화할 때마다 다른 브랜드 부서로 고객을 인도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영국 유통 업체 테스코는 최근 고객 보유율 개선을 위한 분석법 개발에 엄청난 금액을 투자했다. 테스코는 고객 카드를 통해 고객이 방문한 매장, 구매한 제품, 결제 방식 등을 추적한다. 테스코는 이 정보를 토대로 각 지역 소비자의 취향에 맞춘 제품을 선보이고, 개별 고객에 맞는 제품을 구성하는 방법을 교외에 위치한 대형 매장부터 시내 소규모 매장에 이르는 다양한 형태의 매장에 폭넓게 적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테스코 매장에서 기저귀를 처음 구매한 소비자는 테스코가 발송한 이메일로 아기 물티슈와 장난감 쿠폰을 받는다. 심지어 맥주 쿠폰도 따라온다. 고객 정보 분석 결과, 아기 때문에 술집에서 시간을 보낼 수 없는 아버지들이 맥주 구매를 늘린다는 사실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는 적극적으로 고객 행동을 모니터링하고 변화가 있을 때마다 다른 상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변화하는 고객 요구에 대처한다. 또한 아멕스는 소비자 자료 분석과 알고리즘을 통해 고객의 상황 변동에 따라 가장 필요한 상품을 권하고, 카드 보유자의 재무 위험도 관리한다. 아멕스 골드 카드로 비즈니스 클래스 이상의 항공 티켓을 처음 구매한 고객은 곧 아멕스로부터 플래티넘 카드로 업그레이드해주겠다는 안내를 받는다. 카드 보유자가 사용 한도를 정한 추가 카드를 자신의 자녀나 계약 업체에 줄 수도 있다. 아멕스는 이런 서비스 제공을 통해 기존 고객의 구매력을 가족, 협력 회사처럼 믿을 수 있는 대상으로 확대한다. 동시에 잠재 고객에게 아멕스 브랜드를 소개하는 기회도 잡는다.
 
아멕스는 가맹점과 고객 사이에 위치한 전략적 위치를 활용해 양쪽 관계에서 장기적 가치를 창출한다. 인구통계학적 자료와 고객의 구매 패턴, 신용 정보를 토대로 카드 보유자가 새로운 집으로 이사했는지를 관찰하는 식이다. 인생에서 중요한 사건이 발생할 때 아멕스 가맹점에서 가구 및 인테리어 용품을 구매하는 고객은 멤버십 특별 보상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아멕스는 이를 이용해 수입을 창출할 수 있다.
 
유명 금융 보험 업체 중에서도 고객에게 일어난 주요 변화에 따라 맞춤식 상품을 제공하는 업체가 있다. 고객의 배우자가 사망하면, 이 회사의 맞춤형 상품을 소개하는 부서는 이 고객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인다. 당좌 계좌를 보유한 고객이나 신용 카드 고객이 결혼하면 자동차, 주택 보험, 주택 담보 계약 등도 체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요 교차 판매 통로로 삼기도 한다. 자녀들이 모두 결혼해서 독립한 노부부에게는 주택 융자나 투자 상품을 권유하고, 졸업을 앞둔 학생에게는 세입자 보험을 소개한다.
마케팅의 대변신
이 같은 일부 모범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기업들은 말로만 고객 관계 관리(CRM)와 고객 중심 경영을 강조할 뿐이다. 고객은 뒷전이고 상품과 서비스 판매에만 열을 올리기 일쑤다. 최고 경영진이 회사 전략의 우선순위를 거래에서 고객으로 바꿔야 하는 이유다. 이를 통해 고객 중심 경영 전략 실행에 필요한 조직 구조, 성과 평가 및 보상 체계를 구축하는 데 앞장설 필요가 있다.
 
고객을 육성하는 기업은 무엇이 다를까? 물론 고객 중심의 기업 구조를 완전하게 실현한 기업은 아직 존재하지 않지만, 전환기에 있는 다양한 기업 사례를 통해 모범 답안을 짐작할 수는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변화는 마케팅 부서를 ‘고객 관리 부서’로 변신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존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최고고객책임자(CCO)로 대체해야 한다.
 
1)CCO전 세계적으로 CCO를 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2003년 30명에 불과하던 CCO 수는 현재 300명까지 증가했다. 크라이슬러, 허쉬초콜릿, 오라클, 삼성, 시어스, 유나이티드항공, 썬마이크로 시스템즈, 와코비아와 같은 다양한 기업이 현재 CCO를 두고 있다. 그러나 CCO를 둔 기업에서도 이를 완전히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CCO의 역할을 분명히 정의하지 못한 기업들이 많다. CCO의 업무가 다른 경영진의 업무와 확실히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CCO의 임기는 최고 경영진 중 제일 짧다. 효과적으로 고객 중심 경영을 수행하려면 CCO가 강력한 운용 권한과 CEO에 직속 보고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기업의 고객 관계 전략을 구상, 실행하고 고객 대면 업무를 감독하는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훌륭한 CCO라면 고객 중심의 기업 문화를 육성하고 고객 정보가 조직 전체에서 활발히 공유되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는 관리자들이 정기적으로 고객과 만나도록 돕는 일도 포함된다. 미국의 현역 및 퇴역 군인을 고객으로 하는 금융 회사인 USAA의 사례를 보자. USAA의 최고 경영진은 1주일에 2, 3시간씩 콜센터 전화를 통해 직접 고객과 상담한다. 이는 직원들에게 경영진이 고객 대응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직접 느끼게 한다. 뿐만 아니라, 경영진 또한 고객 불만이나 관심사를 직접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테스코의 경영진 역시 매년 매장 방문 주간(TWIST·Tesco Week in Store)을 정해 경영진이 1주일 동안 매장에서 일하면서 고객과 대면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고객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면서도 얻은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기업이 많다. 서로 신뢰가 부족하거나 회사의 한정된 자원 또는 지원을 얻으려는 부서 간 경쟁, 부서 간 이기주의 등으로 수집한 정보를 꽉 쥐고 공유하지 않으려는 부서가 많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CCO가 나서서 정보 공유를 장려하는 정책을 내놓고 고객 정보의 흐름을 막는 비생산적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 궁극적으로 CCO가 성취해야 하는 임무는 바로 고객 생애 가치(CLV), 고객 가치의 총합, 온오프라인에서의 입소문 등으로 가늠할 수 있는 고객 수익성을 높이는 일이다.

 
2)고객 매니저 회사 내에 고객 관리 부서를 신설했다면, 고객 및 세분시장 담당 매니저는 고객의 요구를 파악해야 한다. 이후 고객 매니저의 지휘 아래 브랜드 매니저가 고객 요구를 충족시켜줄 상품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인력과 예산 등 자원과 권한을 상품 매니저에서 고객 매니저로 이동시킬 필요가 있다.(▶HBR TIP 고객 매니저란 무엇인가? 참조)
 
B2B 산업에서는 종종 이런 형태의 조직 구조를 발견할 수 있다. 프록터&갬블(P&G)은 B2B 사업에서 월마트와 같은 주요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다. P&G는 주요 거래처에 스위퍼 같은 단일 제품을 판매하기보다 고객의 장기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B2B 기업 중에서도 이 같은 구조를 차용한 업체가 일부 있다. 개별 상품보다 부유층 고객, 대학생, 은퇴자 등 개별 세분시장을 담당하는 고객 매니저를 두고 있는 소매 금융 기관들이 그 예다.
 
고객 육성에 주력하는 기업의 소비자 담당 매니저는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A 브랜드에서 수익성이 높은 B 브랜드로 고객을 유도할 수 있다. 고객 중심 경영을 추구하지 않는 기업에서 이는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브랜드 및 상품 매니저가 모든 결정을 책임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기존 기업의 브랜드 및 상품 매니저는 설령 회사 전체에 이익이 된다 해도 A 브랜드의 고객이 자사의 B 브랜드로 옮겨가는 일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개별 브랜드의 실적에 따라 브랜드 매니저의 급여가 정해지는 기존 관행도 한몫을 했다. 고객 육성에 주력하려면 상품 매니저가 자신이 담당한 상품 및 브랜드의 수익성 증가보다 고객 및 세분시장 매니저의 수익 극대화를 도와줘야 한다. 하지만 이는 말처럼 쉬운 변화가 아니다.
 
3)고객 대면 업무고객 관리 부서는 고객 대면 활동의 중심 축으로 활동하며 마케팅 부서에서 분리된 고객 관리 업무, 마케팅 부서에 속하지 않은 새로운 고객 관련 업무를 책임져야 한다.
 
CRM고객 관계 관리(CRM) 업무를 정보기술(IT) 부서로 이관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CRM 시스템을 관리하려면 상당한 기술적 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사 기관 하트-행크스가 북미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IT 부서에서 CRM을 담당한다고 답한 기업이 42%에 달했다. 31%는 영업 부서가 담당한다고 밝혔다. 마케팅 부서에서 담당한다는 응답은 9%에 불과했다. 그러나 고객의 요구와 행동을 측정하기 위한 도구인 CRM은 고객 관리 부서의 중심 업무이어야 한다. 고객 육성 전략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를 고객 관리 부서가 아닌 다른 부서에서 수집하고 분석하는 일 자체가 상식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고객 관리 부서는 CRM을 담당하기 위해 필요한 분석법과 IT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시장 조사 고객 중심의 기업에서는 시장 조사의 목적 또한 변한다. 우선, 시장 조사 결과의 내부 사용자가 마케팅 부서뿐 아니라 고객을 대면하는 회사 내 모든 부서로 확대된다. 다시 말해, 고객 결제를 담당하는 재무 부서, 상품 배달 시간 및 서비스를 담당하는 유통 부서 등도 시장 조사의 결과를 공유해야 한다. 둘째, 자료 분석을 할 때에는 고객 행동 및 가치를 일반화하기보다 개인별 특성을 파악하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셋째, 시장 조사의 목적이 CLV와 고객 가치의 총합과 같은 고객 지표를 개선하기 위해 고객 의견을 수집하기 위한 것으로 바뀐다.
 
연구개발(R&D)상품에 뛰어난 장점이 많아도 고객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매출 증가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엔지니어들이 고심해서 제품에 이런 저런 첨단 기능을 넣었다고 치자. 소비자는 많은 기능을 다 익히지 못하고 피로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매출에 방해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한 상품을 선보이고 싶다면, 상품의 구상이나 설계 과정에 고객을 참여시켜야 한다. R&D와 마케팅 부서를 통합하는 일도 좋은 방법이다.
 
 
아시아 시장에서 이를 가장 훌륭히 수행한 기업이 바로 노키아다. 덕분에 노키아의 아시아 시장점유율은 60%를 넘는다. 매년 수십 개에 이르는 신제품을 선보여야만 하는 휴대전화 산업에서 제품 기능과 가치에 대한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해 연속해서 히트 상품을 만들어내는 노키아의 능력은 가히 전설이 될 만하다. 고객 맞춤형 혁신을 위한 수단 중 하나인 ‘노키아 베타 연구소’는 사용자와 개발자가 함께 새로운 기능을 가진 가상 시제품을 만들어보는 가상 개발 커뮤니티다. 이곳에서는 시장에서 절대 보지 못할 ‘엉뚱한 아이디어’도 환영받는다. 하지만 노키아는 미국 시장에서는 아시아 시장과 달리 고객 의견을 활용하지 않는 전략을 택했다. 그 결과 노키아의 북미 시장점유율이 대폭 하락했다.
 
사용자와 개발자의 협업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기업의 예는 무수히 많다. 모질라의 파이어폭스 웹 브라우저, P&G의 청소 제품 스위퍼 등이 대표적이다. 향수 및 향료 제조 업체인 IFF (International Flavors and Fragrances)와 미국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 로더도 협업을 통해 향수를 제조했다. R&D 부서가 신상품 개발을 주도하던 과거 모델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제 창조적 협업을 통한 상품 개발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R&D 부서를 CCO 밑에 둬야 한다.
 
4)고객 서비스 고객 서비스 업무 역시 고객 관리 부서에 일임해야 한다. 또한 이를 외부 업체에 맡기지 말고 회사 내에서 관리해야 한다. 양질의 서비스를 유지하고 고객과 장기적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다. 델타 항공은 최근 해외 콜센터를 철수했다. 문화적 차이로 해외 콜센터 직원들이 북미 지역 고객의 요구에 즉각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델타 항공은 ‘고객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면 비용 절감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현재 델타의 콜센터에서는 고객 전화를 받으면 서비스 센터에서 발신자가 어느 세분시장에 속해 있는지를 즉시 확인하고, 해당 세분시장을 담당하는 고객 서비스 전문가에게 통화를 연결해준다. 통화 내용은 고객 정보 시스템에 저장된다. 고객 관리 부서는 신규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때 이 정보를 활용한다. 고객 서비스 업무를 아웃소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회사 내부의 고객 매니저가 이 업체를 긴밀히 감독하고, 직속 보고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외주 업체의 IT 시설이나 고객 데이터가 본사의 고객 데이터베이스와 매끄럽게 연결되고 통합돼야 함은 물론이다.
 
고객 측정 지표의 중요성 증가
기업이 상품 판매보다 고객 관계 구축에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면, 새로운 전략 효과를 평가할 새로운 측정 지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첫째, 기업은 상품 수익성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고객 수익성에 집중해야 한다. 소매 유통 업체라면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원가 이하로 판매하는 초 저가품 판매를 통해 설사 손해를 보더라도 고객 관계를 강화시키는 노력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둘째, 매출보다 CLV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 당장의 매출은 좋지만 향후 전망이 좋지 않은 기업이 있다면 해당 기업은 이미 하락세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고객의 평생 가치를 측정하는 CLV는 화폐의 시간 가치를 고려해 고객으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미래 수익을 산정하는 지표다. 평생 가치는 기업이 장기 수익 건전성에 집중하도록 해준다. 장기 수익 건전성은 주주와 투자자가 반드시 함께 공유해야 할 가치이기도 하다.
 
많은 기업이 눈앞의 수익 증대를 위해 미래 실적을 포기하곤 했다. 하지만 CLV처럼 미래를 우선시하는 고객 지표가 재무 보고서에 포함되면서 단기 실적에만 집착하는 관행도 점차 사라질 것이다. 기업 재무제표에 무형 자산을 함께 포함시켜야 한다는 요구 사항도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고객 중심 지표와 같은 선진 지표들이 재무제표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기업 주가도 이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눈치 빠른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고객 보유율과 고객 및 브랜드 자산 가치의 중요성을 이해하라고 기업들을 설득하고 있다.
 
셋째, 기업은 브랜드 가치(브랜드가 창출하는 수익)에서 고객 가치(고객이 평생 창출하는 수익)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 브랜드 가치는 고객 가치 구축이라는 진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HBR 2004년 9월호 ‘고객 중심의 브랜드 관리’ 참조). 고객 가치는 기업 가치를 제고해주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주주 가치 창출에서 차지하는 마케팅의 비중을 높여준다.
 
넷째, 기업은 현재의 시장점유율보다 고객 가치 점유율(기업의 고객 기반에서 창출되는 가치를 시장에 있는 모든 고객의 가치로 나눈 값)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시장점유율은 해당 기업의 매출이 경쟁적 시장 구도에서 가지는 비중을 보여주는 지표다. 반면 고객 가치 점유율은 수익성에 관한 해당 기업의 장기 경쟁력을 보여주는 척도다.
 
개별 고객 관련 정보의 중요성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기업들은 지금이라도 개별 고객, 개별 세분시장, 전체 시장처럼 다양한 차원에서 고객 정보를 추적하는 역량을 키워야만 한다. 전략적 결정의 종류가 다르면 필요한 정보의 차원도 다르다. 따라서 기업의 정보 취득 경로 또한 매우 다양해야만 한다.
 
개별 고객 차원에서 중요한 지표는 고객의 평생 가치다. 이때 가장 면밀히 추적해야 하는 마케팅 활동은 직접 마케팅이다. 가장 중요한 정보 자원은 해당 기업이 그간 축적한 고객 데이터베이스다. 세분시장의 가장 중요한 지표는 해당 세분시장의 생애 가치(고객 생애 가치의 평균값에 해당 세분시장에 속한 고객 수를 곱한 값)다. 이때 가장 면밀히 추적해야만 하는 마케팅 활동은 틈새 매체를 활용해 특정 세분시장을 겨냥한 마케팅이다. 가장 중요한 정보 자원은 고객 패널과 설문 자료다. 전체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는 고객 가치다. 이때 가장 면밀히 추적해야만 하는 마케팅 활동은 대중 매체를 통해 대중 시장을 겨냥한 활동이다. 주요 정보 자원은 총 매출과 설문 자료다. 기업은 이런 식으로 다양한 경로의 정보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
 
고객 정보 수집 및 사용 측면에서 얼마나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를 평가할 지표도 필요하다. 매니저들이 고객 자료 저장소에 정보를 저장하거나 검색하는 빈도를 측정해도 좋지만, 정보 질을 상세히 파악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일부 기업은 직원들이 정보 가치를 평가하는 신규 고객 정보 공간을 직접 만들기도 한다.
 
조직 개혁이 늘 그렇듯, 상품 중심의 기업 구조를 고객 중심으로 바꾸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IT 부서는 자신이 담당했던 CRM 업무를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R&D 부서는 다른 부서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던 자율권을 지키기 위해 저항할 것이다. 무엇보다 마케팅 부서의 중역들은 자신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사활을 건 싸움마저 불사할 것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자발적인 변화가 시작되기만을 기대하지 말고, 경영진이 직접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매우 어려운 작업이지만, 변화를 거스를 수는 없다. 고객을 올바르게 관리하고 고객 중심 경영을 택해야만 고객에게 선택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0년 1, 2월호에 실린 롤랜드 T 러스트, 크리스틴 무어맨, 가우라프 발라의 글 ‘Rethinking Marketing’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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