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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경제, 에디슨에게 배워라

마크 W. 존슨,조쉬 수스케비치 | 45호 (2009년 11월 Issue 2)
화석연료 경제에서 신재생 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청정기술(Clean Technology)’ 경제로 전환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실리콘 밸리에서는 청정기술과 관련된 신규 프로젝트가 넘쳐난다. 미국 정계에서는 대담한 정책안도 속속 나오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속 가능한 기술에 10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중국은 20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고도로 산업화된 주요 20개국(G20) 국가들은 4000억 달러가량을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 세계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은 2005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200억 달러가 넘는 돈을 청정기술 기업에 투자해왔다.
 
청정기술을 기존 시스템에 끼워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청정기술 투자액 중 상당액이 기존 비즈니스 모델 기반의 기업으로 흘러 들어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까지의 실적을 살펴보면 이런 노력은 별다른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신생 기업들이 이미 틀이 잡혀 있는 시장에서 기존 업체들과 정면으로 경쟁하면 고전할 수밖에 없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 개인용 컴퓨터가 대용량 컴퓨터 메인 프레임을 대체한 것처럼 파괴적인 시장 세력에 의해 청정기술이 화석연료를 대체하게 될 수도 있다.(‘청정기술 채택을 위한 진화론적인 접근방법’ 참조) 하지만 에너지 인프라에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 오랜 시간을 두 손 놓고 관망하며 기다릴 필요가 없다.
 

 
 
대대적인 에너지 인프라의 변화는 넓은 시각을 바탕으로 한 사고력이 필요한 야심 찬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주요 인프라의 변화 과정에서 ‘기술이 다른 기술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다른 시스템을 대체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에디슨의 통찰력
토머스 에디슨은 이미 1세기 전, 전구를 선보일 무렵에 기술 변화를 위해서는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본질을 이해하고 있었다. 에디슨은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기술만으로는 등유를 기반으로 하는 기존 업계를 몰락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에디슨은 전구를 발명하기 위한 기술적인 문제를 고민하는 대신, 소비자들이 등유를 버리고 전기를 선택하도록 만들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했다. 에디슨은 전기로 빛을 낸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많은 장점이 있긴 하지만, 독립적이고 경제적인 경쟁력 있는 전력 네트워크가 있을 때에만 전구가 등유를 대신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세계 곳곳에서 수십 명이 전구 발명에만 매달려 있는 동안 에디슨은 완벽한 운영 시스템을 고안했다. 에디슨이 고안한 기반 기술에는 발전기, 전기 계량기, 송전선, 변전소 등이 포함돼 있었다. 당시, 에디슨은 각 요소들의 기술적인 상호작용 방안과 각 요소들을 모두 합해 수익성 있는 사업으로 키우기 위한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예를 들어, 당시에는 저항이 작은 필라멘트를 전구에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었다. 그래야 열로 손실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디슨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전등이 등유 램프보다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송전선에 사용되는 값비싼 구리의 양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에디슨은 좁은 전선 내로 전류를 흘려보낼 수 있을 만큼의 높은 전압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시 말해서, 전구에 저항이 높은 필라멘트를 넣어야 했다. 과학역사가 토머스 휴스는 학술지 <기술과 문화(Technology and Culture)>에 다음과 같은 글을 기고했다.
 
“에디슨은 전구에 들어갈 필라멘트를 결정할 때 비용을 분석했다. 에디슨이 남긴 노트에는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계산 내용과 실험적인 데이터가 여러 페이지에 걸쳐 기록돼 있다. 뿐만 아니라, 논리적인 설명과 과학에 기반을 둔 가정도 발견할 수 있다. 노트에 적힌 내용에는 빈틈이 없었다. 이 모든 요소들을 적절히 통합한 데서 에디슨의 독창성과 영향력을 찾아볼 수 있었다.”
 
에디슨은 아이디어를 시험하기 위해 멘로 파크에 위치한 연구소에서 시범 프로젝트를 거친 뒤, 뉴욕의 로어 맨해튼(Lower Manhattan) 지역에서 소규모로 상업 운영에 들어갔다. 로어 맨해튼의 건물들은 다닥다닥 붙어 있고 그 건물들은 열정적인 소비자가 될 잠재력이 큰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에디슨에게 로어 맨해튼은 전구 산업의 발판이 될 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었다. 월 스트리트의 기업들은 최첨단 기술을 원했으며, 직원들은 밤늦도록 일하곤 했다. 에디슨이 자신의 사업을 확장시켜 나가는 데 돈을 대줄 바로 그 사람들에게 자신이 발명한 시스템을 시연해 보인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에디슨은 규제와 관련된 도움을 얻기 위해 자신의 평판을 적절히 활용했다. 예를 들어, 자신의 명성을 이용해 램프업자 조합의 반대를 물리치고 필요한 허가를 받아내는 식이었다.
 
다른 발명가들은 그저 전구를 발명하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며 전구와 함께 상업적으로 활용할 시스템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 결과 발명을 위한 모든 노력들이 헛수고로 돌아갔다. 청정기술 분야에서도 ‘토머스 에디슨’이 필요한 이유다.
 
변화의 틀
청정기술 도입 과정의 어려움 중 상당수는 전체를 보지 않고 부분에 집중하는 근본적인 오류에서 나온다. 에디슨처럼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사고의 틀은 ‘기반조성 기술’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신중한 시장 채택 전략’ ‘우호적인 정부 정책’ 등 독립적이면서도 상호 보완적인 4개의 요소로 구성된다. 그동안, 청정기술을 이야기할 때 비즈니스 모델과 시장 채택 등을 지나치게 등한시해왔다. 앞서 언급한 4개 요소를 응집력 있는 하나의 유기체로 묶기 위한 노력은 더 외면을 받아왔다. 이 4가지 요소를 하나씩 살펴보자.
 
①기반조성 기술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시스템에 변화가 나타나곤 한다.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철도의 시대가 도래했고,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출현으로 정보화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기술을 중심으로 시스템이 진화한 후에야 기술의 진정한 효과를 비로소 느낄 수 있다. 내연 기관 발명으로 자동차가 탄생했지만, 말과 마차의 시대가 끝나고 진정한 자동차의 시대가 찾아온 것은 헨리 포드의 생산 공정과 도로, 주유소 건설 등 시스템이 갖추어진 이후였다. 에디슨이 이해하고 있었던 것처럼, 이런 진보가 지속성을 갖고 살아남으려면 복잡하면서도 상호 의존적인 시스템, 즉 구성 요소들이 특수한 방식으로 작용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에디슨은 자신이 개발한 전구를 등유 시스템에 접목하려고 들지 않았으며, 각 지역에서 자체적인 전력 공급원을 필요로 하는 당시의 발전 방식에 적응하려고 들지도 않았다. 에디슨은 대체 가능한 시스템을 고안하고, 기존의 기술과 새로운 기술을 총동원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고, 철저하게 시스템을 통합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②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이 논문을 비롯한 여러 기고문에서 누차 얘기해온 것처럼 상업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갖고 있는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안과 함께 수익성에 도움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비즈니스 모델의 구성 요소로는 고객 가치 제안, 수익 모델,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를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자원 및 이 모든 요소를 결합하는 과정 등이 있다. 고객과 기업 모두가 가치를 얻을 수 있는 독특한 방식으로 이 요소들을 적절하게 결합시켜야 경쟁우위를 얻을 수 있다(비즈니스 모델에 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HBR 2008년 12월호에 실린 마크 W. 존슨,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헤닝 카거만의 글 ‘Reinventing Your Business Model’을 참조하기 바란다) .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하에서는 특수하게 고안된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 구글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셀 수 없이 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인터넷상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그중 상당수가 디스플레이 광고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 등 기존 미디어 비즈니스 모델을 무작정 모방했다. 물론, 상당수는 아예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갖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구글은 우수한 검색 기술과 더불어 여느 인터넷업체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비즈니스 모델, 즉 유료 광고 검색 모델을 도입하여 세계에서 가장 성장 속도가 빠르며 가장 수익성이 높은 기업이 됐다.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기존 업체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가령, 단순하고 간결한 전기 엔진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모델로 인해 화석연료, 부품, 복잡한 내연 엔진을 토대로 하는 휘발유 자동차의 비즈니스 모델이 파괴될 수도 있다. 경쟁업체들이 전력 공급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 활용 방안을 고안해낸다면 판매량을 바탕으로 하는 전력업계의 수익 구조(가령, 전력 소비량이 늘수록 수익이 높아지는 방식)가 무너질 수도 있다.
 
③신중한 시장 채택 전략 상대적으로 단순하면서 고립되어 있는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의 통합에 관한 핵심 가정을 시험하고, 시스템을 조정하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중요 이해관계자에게 새로운 개념을 선보일 수 있다. 청정기술 시스템이 대신할 다른 시스템들처럼, 이 기술 시스템도 앞으로 한층 복잡해질 것이다. 각 구성 요소들을 가장 적절하게 통합하기 위한 방법이 처음부터 명료하게 드러나지는 않을 것이다. 에디슨은 변압기를 통해 전기를 간편하게 먼 곳으로 전달하는 교류 방식이 안전하지 않다고 대중을 설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물론, 별다른 효과는 없었지만) 동시에 직류 방식으로 전력망을 운영했다. 새로운 시스템을 직접 발명한 에디슨조차도 시스템을 구성하는 각 요소들이 미래에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를 예측할 순 없었다.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는 창발적 접근방법을 취하는 것이 가장 실용적이고 효과적이다. 다시 말해서, 앞으로 발생할 일을 되도록 정확하게 예측한 다음 예측의 근거가 되는 가정을 시험하기 위한 창의적이고, 신속하며, 저렴한 방법을 발견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 조언은 대부분의 신생 벤처기업에 많은 도움이 되며, 시스템 변환에도 적용할 수 있다. (물론, 시스템 변환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새로운 개념을 시연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되도록 최소한의 투자로 최소한을 실험을 하는 목표를 잡아야 한다.
 
따라서, 새로운 청정기술은 요구 수준이 높고 경쟁이 치열한 시장보다는 교두보가 될 수 있는 시장에서 육성돼야 한다. 교두보가 될 수 있는 시장이란 소비자들이 초기 단계의 기술 및 비즈니스 모델이 제시하는 가치 제안의 흠집을 잡기보다 그 가치에 열광하는 그런 시장을 말한다.
HBR TIP 청정기술 채택을 위한 진화론적인 접근방법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에너지와의 정면 대결은 매우 어렵다.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에너지는 지난 1세기 동안 그 어떤 방식보다 한층 더 간편하고, 효과적이고, 저렴하게 주택, 자동차, 공장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에너지의 생산과 보급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지금껏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에너지보다 더 우수한 것으로 증명된 대체 기술은 없었다. 열등한 기술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급하는 사례가 간헐적으로 나타났을 뿐이다. 보조금에 의해 유지되는 인공적인 경쟁 환경에서 성공할 수 있는 대체 기술은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
 
시장에는 항상 최선은 아니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을 갖춘 기술이 뿌리를 내리곤 했다. 개인용 컴퓨터는 도입 초기부터 미니 컴퓨터와 메인 프레임 컴퓨터를 대체하지 못했다. 하지만 요구 수준이 낮은 가정용 컴퓨터 시장에서 가능성을 검증받고 진화를 거듭한 덕분에 주류 비즈니스 시장에서 더 나은 대체재로 인정받게 됐다.
 
일부 청정기술들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현재는 선진국에서 판매되는 근거리 이동용 전기 자동차, 개도국에서 사용되는 자가 발전이 가능한 태양열 발전 설비 등 소규모 단순 장비로 쓰이고 있지만 앞으로 기능이 개선된다면 더 넓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필자들은 이 모든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당장 높은 성과를 내는 기술에 많은 돈을 단순하게 투자하는 사람보다 새로운 기술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더 현명하다고 말하고 싶다.
 
④우호적인 정부 정책 각국 정부들은 오랫동안 차세대 기술 개발을 장려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수익성이 분명히 입증되지 않은 채로 시장에 선보일 준비를 하는 기술에 대해 무작정 지원하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몇 해 전 잔뜩 거품이 끼었던 옥수수 에탄올과 같은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게 된다. 정부 지원은 신기술뿐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집중할 때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정책 입안자들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자금을 지원하는 동시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성장을 방해하는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가령, 일부 지역에서 전기 자동차의 운행을 금지하는 법률 등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어떤 신기술이 성공할지를 예측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정책 입안자들은 제한적인 규제 실험을 통한 정치적인 추진력을 발휘해야 한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정부 관료들은 교통 정체 완화를 위해 이 방법을 사용했다. 일부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들은 교통량과 오염을 줄이기 위해 피크 타임에 번화가로 진입하는 차량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 세금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스톡홀름 시가 혼잡통행세 도입 이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스톡홀름 시민 중 무려 80% 가량이 여론 조사원에게 정부의 법안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힐 정도로 반대가 거셌다.
 
2006년, 스톡홀름 시 정부는 7개월 동안 한 구역을 지정해 시범적으로 혼잡통행세 제도를 운영했다. 이 기간 동안, 공무원들이 교통량과 오염도를 측정하고 다양한 조세 방안을 시험했다. 해당 구역 주민들은 혼잡통행세 프로그램이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깨닫고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혼잡통행세 도입 이후, 교통 체증이 줄었고, 약속 장소에 제때 도착하기가 한결 수월해졌으며, 공기도 한층 깨끗해졌다. 이 같은 내용은 구체적인 데이터를 통해 뒷받침됐다. 혼잡통행세 시범 운영 프로그램에 대한 긍정적인 보고서도 쏟아져나왔다. 여론도 바뀌었다. 국민 투표에서 52%가 혼잡통행세 도입에 찬성했고, 45%가 반대의 뜻을 밝혔다. 이 결과 스톡홀름 전역에 혼잡통행세를 부과하자, 교통량이 무려 50%나 줄었으며 대기오염도 14% 감소했다.
 
시스템 변화란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이어지는 기술에서 출발하며, 정부 개입은 마지막 단계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큰 틀을 구성하는 4개의 요소들을 특정한 순서대로 고려할 필요는 없다. 어떤 식으로 과정이 진행되든 4가지 요소 모두를 통합하는 시스템을 계획하는 일이 첫 번째 단계이어야 한다. 그런 다음, 현실 세계에서 시스템의 실행 가능성을 시험, 수정, 시연해야 한다.
 
시스템을 변화시키기란 쉽지 않다. 시스템 변환은 수많은 상호 의존 관계와 운도 따라야 하는 엄청난 일이다. 따라서 시스템 변환 사례가 드물고, 기존의 시스템이 새롭게 등장한 시스템을 비판하기도 쉽다. 하지만 각각의 시도에 따른 위험이나 단점에만 집중하면 탄소 경제를 대체할 만한 경제 모델을 만들어내기 위한 선구적인 노력을 통해 제대로 교훈을 얻을 수 없다. 필자들은 다음 2가지 사례를 직접 조사했다. 첫 번째로 살펴볼 대상은 상업적인 성장 가능성이 있는 전기 자동차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샤이 아가시가 설립한 기업 ‘베터 플레이스(Better Place)’다. 두 번째로 살펴볼 대상은 100% 청정기술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아부다비 정부가 설립한 조직 ‘마스다르(Masdar)’다. 베터 플레이스나 마스다르는 시스템적인 접근 방법에 있어서 지구상의 어떤 개인이나 조직과 비교하더라도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베터 플레이스
아마도 많은 독자들이 베터 플레이스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필자들이 여러 차례 임원진 인터뷰를 진행하고, 텔아비브 외곽의 시범 운영지역을 방문한 것처럼 시스템적인 관점에서 이 회사를 살펴본다면 새로운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2005년 SAP의 최고 임원이었던 아가시는 ‘내 조국 이스라엘과 같은 한 나라 전체가 석유에서 벗어나도록 만들 수는 없을까?’라는 대담한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던 아가시는 소프트웨어 업계의 고위직을 박차고 나와, 청정기술 회사를 설립했다. SAP를 떠나기 전에 아가시는 소프트웨어 시스템 구축에 전념했다. 아가시는 석유의 딜레마도 시스템적인 문제이며, 전기 자동차가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해답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기 자동차는 19세기부터 시장에 등장했다. 하지만 편리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휘발유 자동차의 경쟁 상대로 여겨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운전자들은 한 번 연료를 넣으면 수백 마일을 달릴 수 있으며, 연료를 신속하게 다시 채울 수 있는 자동차를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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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기술 전기 운송의 주요 장애물은 배터리다. 현재 기술 수준에서 전기 자동차가 휘발유를 가득 채운 일반 자동차만큼 이동하려면 크고, 무겁고, 값비싼 배터리를 써야 한다. 게다가 배터리 재충전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아가시는 기존 시스템에 배터리를 끼워 맞추기 위한 방안을 찾지 않았다. 대신 배터리를 휘발유만큼 편리하고, 효과적이며, 저렴한 대체재로 만들기 위해 어떤 시스템이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아가시는 자동차와 배터리를 분리하면 기술적인 제약을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보레 볼트는 한 번 충전으로 40마일을 달릴 수 있다. 이 자동차에 탑재된 배터리는 최대 용량의 절반만을 활용한다. 100% 품질을 보증하는 배터리의 수명(10년)을 고려한 조치다. 만일, 자동차 제조업체가 자동차를 판매할 때 배터리의 소유권까지 판매하지 않는다면 한 번 충전을 할 때마다 배터리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끌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베터 플레이스의 배터리는 한 번 충전하면 100마일을 달릴 수 있다. 그 이유는 베터 플레이스는 10년간 품질 보증을 제공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배터리를 개선한다고 해서 편의성의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건 아니다. 편의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 시스템이 필요하다. 베터 플레이스는 집이나 직장 주위에 주차하고 간편하게 충전할 수 있는 광범위한 충전 네트워크, 방전된 배터리를 충전 배터리로 신속하게 교체할 수 있는 자동 교체 센터, 배터리 수명을 추적하고 배터리가 방전되기 전에 충전소나 교체 센터로 안내하는 독보적인 소프트웨어 시스템, AutOS 등을 해결책으로 내놨다.
 
베터 플레이스의 네트워크는 전기 자동차를 가능한 손쉽게 운전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뿐만 아니라, 베터 플레이스는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편의성과 더불어 전기 자동차 채택에 중요한 걸림돌이 되는 전력망의 용량을 극복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전기 자동차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모든 사용자들이 하루를 마감하면서 자동차를 충전하면 전력망에 과부하가 걸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베터 플레이스는 이런 문제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베터 플레이스의 소프트웨어 AutOS는 자동차의 충전을 감시, 관리하며 언제 충전을 해야 할지 알려준다. 자동차의 충전장치에 충전 플러그를 꽂는다고 해서 마구잡이로 충전을 시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한, 베터 플레이스는 전기가 가장 싼 시간대에 미리 전기를 확보해두는 방식으로 수요가 가장 많은 시간대에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수요 관리라고 알려진 이 방식은 작업량을 분산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전력 공급 업체들의 선호도가 매우 높다.
 
②비즈니스 모델 아가시는 이 솔루션을 구체화하고 나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조언을 구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신규 자동차 구매자뿐 아니라 엄청난 규모의 중고 자동차 구매자들까지 전기 자동차의 고객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클린턴은 전기 자동차의 운영비를 모든 휘발유 차량보다 더 낮출 수 있을지에 대해 궁금해했다. 아가시는 전기 자동차를 공짜로 공급할 수 있을까?
 
1만 달러에 이르는 배터리에 대한 소유권과 자동차 소유권을 분리하면 자동차 비용을 상당히 줄일 수 있지만 자동차 비용 자체를 0으로 만들 수는 없다. 자동차를 무상으로 나누어주면 회사는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 아가시는 수익성을 위해 자동차 대신 전기를 판매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냈다.
 
아가시는 자신이 생각해낸 비즈니스 모델이 이동통신 업체들이 사용하는 방법과 동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동통신 업체들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하드웨어(휴대전화)에 상당한 보조금을 지급한다. 대신, 소비자들은 휴대전화로 통화한 시간만큼 돈을 낸다. 베터 플레이스는 전기 공급 가격을 휘발유 가격에 고정시킬 계획이다. 휘발유 가격과 훨씬 저렴한 전기 가격 간의 격차를 이용해 전기 자동차 가격을 비슷한 종류의 휘발유 차량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공급하는 리베이트로 제공하는 것이다. 사실, 베터 플레이스는 사용한 양만큼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에서부터 고정가격 계약에 이르는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 이동통신 업체들이 통화시간을 판매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마일당 전기를 판매할 수 있다.
③시장 아가시는 네트워크를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을 만큼 빠른 속도로 많은 자동차를 판매하기 위한 교두보 시장을 찾아야 했다. 아가시가 필요로 하는 교두보 시장은 총체적인 배터리 재충전 및 교체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상대적으로 간편한 시장이었다.
 
아가시는 아이디어 초기 단계부터 당시 이스라엘의 부총리였던 시몬 페레스와 공유했으며, 그 덕분에 든든한 후원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은 영토가 좁은 국가로 석유의 정치적인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적인 관심을 갖고 있었다. 또 혁신적인 기술 중심의 경제였기 때문에 베터 플레이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장이었다. 이스라엘 국민 중 20마일이 넘는 거리를 자동차로 한 번에 주행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고, 자동차를 타고 국경을 넘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아가시는 “이스라엘은 완벽한 운송 수단의 섬이다. 자동차를 타고 이스라엘 국경을 넘어서면, 도둑을 만나 털리게 마련이다”라는 농담을 하곤 했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에서 판매되는 신규 자동차 중 60%는 기업 고객이 직원을 위해 구입하는 것이었다. 이스라엘 내의 기업 중 50곳 이상이 이미 업무용 차량 중 일부를 베터 플레이스 네트워크로 변경하기로 약속했다.
 
④정책 페레스는 이스라엘의 전기 자동차 보급을 지원하기 위해 상당히 단순한 정책을 마련해두었다. 과거에는 이스라엘로 수입되는 새 자동차에 50%의 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페레스는 전기 자동차에 부과되는 관세를 10%로 낮추고, 휘발유 차량에 부과되는 관세를 72%로 높일 계획이다. 페레스는 이스라엘 내에서 사용되는 모든 차량이 전기 자동차로 바뀔 수 있도록 휘발유 차량에 부과하는 관세를 지속적으로 높여나갈 계획이다. 페레스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전기 자동차에 인센티브를 부과하는 동시에 아가시를 이스라엘과 유럽의 유명한 기업가에게 소개했다. 그중 한 명이 르노-닛산 자동차의 최고경영자(CEO) 카를로스 곤 회장이었으며, 곤 회장은 베터 플레이스의 중요한 파트너가 됐다. 페레스의 정책은 전국적인 차원에서 진행된다. 베터 플레이스는 각 지역 차원에서 정책을 추진하려면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충전소 설립 허가를 받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하나하나를 찾아 다녀야만 했다. 베터 플레이스는 연방 정부에서 법령을 제정하거나, 지역 차원에서 성공적인 시연을 통해 신뢰를 얻는다면 이 모든 과정이 한결 간결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베터 플레이스는 이스라엘 전역에 충전소를 설치하고 있다. 베터 플레이스는 일본에서 방전된 배터리를 2분 만에 새로운 배터리로 교체하는 자동 시스템 테스트를 성공리에 마쳤다. 일반 차량을 이용해 베터 플레이스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를 기반으로 하는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테스트도 진행하고 있다. 베터 플레이스는 2010년 전체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테스트한 다음, 2011년 시장에 공개할 계획이다.
 
그 누구도 베터 플레이스가 어떤 운명을 맞이할지 알 수 없다. 일각에서는 아가시가 지나치게 야심 찬 계획을 추진하려고 한다며 비난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베터 플레이스의 계획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만한 대목이 많다. 가령, 교체 센터를 이용하려면 자동차에 사용되는 배터리와 배터리 케이스가 고도로 표준화돼야 하기 때문에 자동차 제조업체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동차의 외관을 디자인하기가 어렵다. 시범 시장의 규모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베터 플레이스의 조화로운 접근 방법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처음부터 시스템적인 차원에서 활동하고 변화의 4가지 요소를 모두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베터 플레이스는 개별 기업이 어떤 식으로 획기적인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폭 넓은 사고
아가시보다 더 많은 돈, 강력한 정치적인 도움, 풍부한 천연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자. 청정기술 변화에 어떤 식으로 접근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아부다비를 찾아가 보았다.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을 구성하는 여러 토후국 중 하나인 아부다비에는 세계 석유 중 9%가 매장되어 있다. 지난 2006년, 아부다비의 지도자들은 마스다르 전략을 선보였다. 아부다비의 경제를 다각화하는 한편 지구 온난화에 대한 영향을 상쇄하고, 에너지에 관한 자국의 전문 지식 및 풍부한 일조량을 활용하여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경제로 거듭나는 것을 목표로 한 전략이다. 아부다비 정부는 의욕적인 목표를 세우고서 그에 걸맞은 야심 찬 계획을 수립했다. 아부다비는 세계 최초로 청정기술을 육성하기 위한 탄소중립 도시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2008년 2월 시작되었다.
 

 
①기술 마스다르 시티는 신재생 에너지를 통해 모든 에너지를 얻게 될 것이며, 그중 상당수는 마스다르 시티 내에서 생산될 계획이다. 마스다르 시티 내에서는 자동차도 필요 없다. 사람들은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자동화된 개인용 고속 운송시스템을 통해 이동한다. 또한 거미줄처럼 이어진 진공 터널을 통해 모든 쓰레기가 중앙 집하장으로 옮겨진다. 중앙 집하장으로 이동된 쓰레기는 재활용, 퇴비, 에너지원 확보를 위한 소각 등 용도에 따라 분류된다.
마스다르 시티는 도시 전체가 지상에서 7m 높이로 솟아 있는 콘크리트 기둥 위에 세워지기 때문에 하수시설, 전기 시스템 등 기본적인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공간 확보가 한층 쉬울 것으로 보인다. 도로와 건물은 뜨거운 공기를 위로 빨아올리며, 미풍을 일으켜 도시 전체의 온도를 낮추고, 뜨거운 열은 바람 터널을 통해 현지의 담수화 시스템으로 전해지도록 설계되고 있다. 이처럼 각 기능이 서로 상승효과를 내는 설계 방식 덕분에 냉난방과 담수 생산에 소요되는 에너지가 줄어들 것이다. 한마디로, 마스다르 시티는 강력한 일련의 청정기술을 통합하는 살아 있는 실험실이 될 것이다.
 
②비즈니스 모델 마스다르 전략은 총 5개의 개별 사업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이 사업 부문 중 하나가 마스다르 시티 개발이다. 또 마스다르 투자 부문은 미국의 혁신적인 박막 태양광 업체 솔린드라, 영국의 초대형 풍력 발전기지 런던 어레이 등 세계 곳곳의 유망한 청정기술 업체와 함께 관련 프로젝트에 투자한다. 마스다르 산업 부문은 청정기술 장비를 생산한다. 최근, 독일에서 첫 번째 태양 전지판 생산 공장의 문을 열었다. 탄소 전략 부문에서는 지구 온난화, 대기오염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 및 솔루션을 개발하는 동시에 나이지리아에서 석유를 시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스다르의 마지막 부문은 세계 최초의 청정기술 특성화 대학이다. 마스다르는 미국 MIT와 함께 마스다르 과학기술대학을 설립해 올 가을 학기에 22개국 92명의 학생을 받았다. 이 대학은 2010년경 현재의 임시 교정에서 마스다르 시티로 이전할 계획이다.
 
마스다르를 구성하는 5개 부문들은 통찰력을 공유하고 서로 도움을 제공한다. 이들 부문이 함께 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스다르의 투자 기업들은 마스다르 시티 입찰 경쟁, 마스다르 시티 내 사무실 공간 확보, 마스다르 공대가 보유한 자원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마스다르 공대의 산학담당 부학장 타리크 알리 박사는 “우리는 기술 개발 과정을 원활하게 진행해나갈 것이다. 마스다르를 구성하는 각 단위들이 기본 연구에서부터 대규모 실행에 이르는 기술 개발의 모든 단계를 모두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필자들은 마스다르를 구성하는 각 구성 요소들이 더해져 어떤 결과물이 탄생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청정기술 클러스터를 형성하기 위한 의도적인 노력은 한 기업보다는 한 국가의 비즈니스모델로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 교수는 클러스터가 ‘특정한 분야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는 기업과 조직들을 한곳에 밀집시켜 둔 상태’라고 정의하며, 클러스터가 형성되면 클러스터만이 가질 수 있는 특수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지역이 경쟁우위를 갖게 된다고 설명한다. 클러스터는 자체적인 성공을 통해 성장하며, 또 가치가 있는 선순환의 고리를 창출하게 된다. 마스다르 공대를 비롯한 다른 부문이 궤도에 올라서면, 더 많은 청정기술 기업들이 마스다르 시티로 몰려들게 된다. 마스다르 시티를 찾는 기업이 늘어나면 부동산 개발 부문이 관리하는 사무실의 입주율이 높아지며, 최첨단 기술 및 잠재적인 투자와 산업 분야 파트너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든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마스다르 시티의 주요 입주사가 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기업들이 마스다르 시티에 최초로 입주하는 시기는 2013년 무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입주가 시작된 후 10년 내에 마스다르 시티는 마스다르 본부, 국제재생에너지 기구, 1500개의 청정기술 업체, 4만 명의 주민을 수용하는 도시가 될 것이다.
 

 
③시장 마스다르는 현명하게도 실행 방안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마스다르는 10메가와트의 태양열 발전소를 건립했으며, 마스다르 시티 개발에 모듈 방식을 도입해 한 번에 하나의 마을을 짓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마스다르 시티 내의 첫 번째 마을은 2009년 말 무렵 완공될 예정이다. 하나의 마을을 지을 때마다 성공과 실수를 정리하고 다음 마을을 지을 때 참고할 계획이다. 마스다르 시티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칼라드 아와드는 “우리는 이미 엄청나게 많은 것을 배웠다. 두 번째 마을을 지을 때에는 첫 번째 마을을 지을 때보다 훨씬 비용도 줄어들고 건축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신기술이 보급되고 통합되는 과정에서 기술이 가진 문제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를 통해 기술이 개선될 수 있다. 이 같은 과정은 전 세계에서 불규칙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마스다르는 이 과정을 한데 모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사실, 마스다르 시티는 외부의 위협이 전혀 없는 마스다르만의 최종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실행 및 채택을 방해하는 장벽이 최소화된 상황에서 발전해나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청정 에너지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이 개도국의 건축 프로젝트 및 선진국의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위한 실용적인 선택 방안이 될 수 있다.
④정책 정부기관인 마스다르는 정치적인 의지가 약한 국가의 사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또 마스다르는 민간 부문에서는 결코 가능하지 않은 수준의 엄청난 우위를 얻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아부다비 정부는 마스다르를 설립하기 위해 150억 달러를 투자했으나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아부다비 정부는 마스다르에 마스다르 시티를 건립할 토지를 제공하고, 외국 회사들이 까다로운 내국인 소유 요건을 피할 수 있는 ‘자유 구역’으로 지정했다. 또 기업가 정신과 혁신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도 내놓았다. 아부다비는 마스다르를 청정 에너지 정책의 싱크탱크로 여기고 있으며, 도움이 되는 규제를 마련하기 위해 마스다르와 적극 협력하고 있다.
 
민주적인 성향의 정부를 가진 자유시장 경제하에서는 이 같은 모델은 실용적이지 못한 모델로 치부될 수 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과 미 의회가 미국 내의 청정기술 육성을 위해 투자를 검토 중인 1000억 달러가 아부다비가 마스다르에 투자하는 금액의 6배가 넘는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미 정부는 내륙 도시에 자유무역지구를 설립하고 있다. 어쩌면 1000억 달러의 투자 금액 중 일부를 이용해 미국 내에 청정기술 클러스터를 도입하거나 육성할 수도 있다. 시스템적인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을 때는 범위가 좁지만 종합적인 프로젝트를 심도 깊게 추진하는 마스다르 접근방식이 광범위한 분야에서 피상적으로 접근하는 방식보다 훨씬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청정기술을 얻기 위한 마스다르의 야심은 마스다르 시티 건축 현장의 경계를 이미 넘어서고 있다. 마스다르 개발 부문은 탄소 중립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급업체들에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어떤 행동이나 상품을 생산, 소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요구는 공급망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다. 현재 중동을 비롯한 세계 각지의 여러 기업들이 탄소 발생량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운영 시스템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스다르는 과연 성공할까? 베터 플레이스처럼 예단하기는 이르다. 물론, 마스다르와 베터 플레이스의 가치는 어떤 운명을 맞이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지속 가능한 경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성공할 수 있고, 어떤 것이 실패할 수 있는지를 얼마나 잘 증명하는지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두 기업 모두 시스템적인 접근방법을 택하고, 핵심 가정을 찾아내고, 핵심 요소들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개발함으로써 생존 가능한 청정기술 개발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두 기업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가 제한적이긴 하지만, 이들 기업은 실제로 효율성을 높여 비용과 위험을 줄여나가고 있다. 이 두 기업의 새로운 시스템은 이미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마스다르와 베터 플레이스는 석유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인가. 이를 부정하기는 쉽다. 하지만 현명한 사람들은 이들을 다른 세계가 탐구해야 할 모델로 볼 것이다.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마크 W 존슨(mjohnson@innosight.com)은 보스턴, 싱가포르, 인도에 지부가 있는 전략 혁신 컨설팅 업체이자 투자기업인 이노사이트의 회장이다. 조쉬 수스케비치(jsuskewicz@ innosight.com)는 이노사이트의 수석 컨설턴트이다.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11월 호에 실린 이노사이트 마크 W 존슨 회장과 수석 컨설턴트 조쉬 수스케비치의 글 ‘How to Jump-Start the Clean Tech Economy’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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