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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끊임없이 피벗하기

김현진 | 313호 (2021년 01월 Issue 2)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성공과 승리를 위한 두 가지 요소로 ‘포르투나(Fortuna, 운명의 여신)’와 ‘비르투(Virtu, 노력 및 전략)’를 내세웁니다. 그는 운명의 사나운 힘을 막기 위해서는 인간의 의지와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즉, 파도처럼 요동치는 운명의 힘을 이기기 위해서는 급변하는 시대에 맞춰 자신을 유연하게 변화시켜야 하고, 이런 유연한 처세법이 결국 삶을 승리로 이끈다는 것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급변하는 현실에 대응하기 위한 대안으로 이같은 『군주론』의 교훈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경영 환경에 맞춰 시시각각 사업 방향을 틀어야만 하는 시대, ‘유연함’과 ‘변화에 대한 열린 자세’가 비즈니스 리더의 최고 덕목으로 꼽히게 됐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대에 새해 화두로 피벗(pivot)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은 당연한 귀결로 느껴집니다.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고 외친 어느 선대 회장의 혜안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끊임없이 피벗해”로 대체돼야 마땅해 보이는 때입니다.

피벗은 소비자와 시장 변화에 맞게 사업 방향을 재빠르게 바꿔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 것을 뜻합니다. 농구 경기에서는 볼을 잡고 있는 선수가 한 발을 땅에 딛고, 다른 발로 옮겨 다니면서 회전한다는 의미로 씁니다. 비즈니스 맥락에서는 시장의 ‘큰 그림’을 읽고 유연하게 공격 기회를 노리는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코로나 시대’라는 암흑기에도 이미 피벗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기업들은 유연함과 과감한 시도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았습니다. 이번 호 DBR에서 소개된 마이리얼트립은 해외여행길이 막히자 국내 여행으로 방향을 선회, 코로나 사태 이전 매출 비중이 1%대였던 국내 여행 상품을 주력 상품으로 전환했습니다.

원래는 비디오나 DVD를 우편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로 출범했다가 인터넷으로 영화를 구매하거나 대여하는 서비스로 1차로 사업 전환하고, 이후 스트리밍 기반의 영화 플랫폼으로 2차 피버팅하면서 각광받은 넷플릭스도 대표적인 피벗 성공 기업입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거물급 기업들의 사업 모델 상당수가 피벗으로 지금과 같은 성공을 거머쥐었습니다.

국내에서도 기민하게 움직인 피벗 기업들이 귀감이 됐습니다. 마스크 수요가 크게 늘자 KF94 마스크 생산을 확대한 쌍방울, 손 소독제 수요 급증에 발맞춰 화장품 생산 설비 일부를 소독제 생산 설비로 바꾼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도 있습니다.

물론 피벗 자체가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 사업 모델에서 선회하는 이유와 그 방향을 투자자 및 소비자에게 충분히 납득시키지 않으면 실패 확률이 오히려 더 높아집니다. 따라서 피벗의 방향을 설정할 때는 비즈니스 모델을 처음 확정할 때와 마찬가지로 고객이 그 동기이자 목적이 돼야 합니다.

이번 호 케이스 스터디로 소개된 인스타카트의 창업자 아푸바 메타는 아마존을 퇴사한 후 창업을 하겠다며 사업을 20가지나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그러다 성공한 사업이 실제 본인이 겪었던 불편함을 반영해 만든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였습니다. 이전엔 시장 환경만 보고 사업을 구상하다 보니 실제 고객의 ‘통점(痛點)’을 보지 못했던 겁니다.

테오도르 레빗 하버드대 교수는 “고객은 4분의 1인치짜리 드릴을 사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들은 4분의 1인치짜리 크기의 구멍을 원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피벗 전략에서도 최종 목표는 ‘고객 니즈의 궁극적 해결’입니다. 농구 게임을 할 때 한 발은 현란하게 움직이더라도 다른 한 발은 단단하게 땅을 지지하듯, 불확실한 환경에서 비즈니스를 공고히 지켜줄 ‘비르투’는 ‘고객 지향’이라는 교훈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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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편집장•경영학박사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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