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ounting

CEO 보상 평가에서 히핑 현상을 줄이려면

311호 (2020년 12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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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Heaping of Executive Compensation” by Bjorn N. Jorgensen, Paige H. Patrick, & Naomi S. Soderstrom in Journal of Management Accounting Research (2020), 32(1), pp. 177-201.

무엇을, 왜 연구했나?

히핑(Heaping)은 정확한 정보가 부족한 값에 대해 ‘10의 배수’와 같은 예측 가능한 패턴을 따르는 (예: 산술적 원형에 기초한) 어림수를 제공하려는 경향을 의미한다. 사회과학 연구들은 사람들이 소득, 신생아 체중, 혈압 및 나이 등의 실측치에 대해 확신이 없을 때 히핑 현상을 보인다고 보고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자신의 나이를 말할 때는 정확한 값을 제공하지만 불확실성이 높은 타인의 나이를 얘기할 때는 어림수를 사용하는 빈도가 증가한다.

기업에서 가장 높은 보수를 받는 이는 최고경영자(CEO)이며 CEO에 대한 보상제도와 금액을 결정하는 기구는 이사회다. 경영자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 금액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이사들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정보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관측 가능하지 않은 정보까지 수집하고 가공해야 의미 있는 숫자를 뽑아낼 수 있다. 그런데 이는 꽤나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고된 과업이다.

이사회 구성원들은 주주를 포함한 기업 이해관계자들로부터 경영자에 대한 효과적인 감시와 평가를 수행해달라는 압박을 받는다. 따라서 이사들은 본인의 평판 및 명성 관리를 위해 보다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를 생산하려는 유인을 갖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EO의 성과에 대한 정보 수집이 부족하거나 수집된 정보를 가공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투입하지 못한 이사회 구성원들은 CEO 보상 보다 큰 불확실성을 느끼게 된다. 이 점에 주목한 런던정경대 외 공동 연구팀은 CEO 보상에서 히핑 현상이 발생하는지, 또 경영자의 성과에 대한 이사회의 불확실성에 따라 히핑 현상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다르게 나타나는지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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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연구팀은 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연도별로 1만299개의 CEO 보상 관측치를 수집해 이를 표본으로 삼았다. CEO 보상에서 히핑 현상이 발생하는지 분석하기 위해 CEO 보상의 구성요소를 기본급, 재량적 상여금, 비(非)주식 성과급, 주식매수선택권, 주식 보상 및 기타 주식 부여로 구분해 각각의 분포도를 살펴봤다. 그 결과, 예상외로 많은 수의 CEO가 1만 혹은 10만으로 나눠떨어지는 어림수 ‘금액’ 또는 ‘주식 수’의 보상을 받았음이 밝혀졌다. 구체적으로, 기본급의 36.1%와 재량적 상여금의 40.9%가 1만 달러 단위로 끝나는 금액으로 부여됐다. 그리고 주식매수선택권의 23.8%가 1만 주의 배수로 부여됐다. 이런 현상은 CEO 보상의 근거가 되는 기본 성과지표를 비례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성과지표인 주당순이익과 주식 가격의 경우 ‘0’으로 끝나는 빈도가 각각 9.3%와 11.3%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결과는 CEO 보상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빈도의 어림수 형태를 가진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높은 빈도의 CEO 어림수 보상이 정말 히핑 때문인지 알아보기 위해 CEO에 대한 어림수 보상이 CEO 성과와 최적 보상 설계에 대한 이사회의 불확실성 수준에 따라 체계적으로 다르게 나타나는지를 분석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CEO 보상의 구성요소를 재량적 요소와 성과 기반 요소로 구분했다. 재량적 요소들(기본급, 재량적 상여금)은 정성적인 평가의 성격을 가지는 반면, 성과 기반 요소들(비주식 성과급, 주식매수선택권, 주식 보상, 기타 주식 부여)은 CEO의 성과에 대한 정량적인 평가의 성격을 가진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평가 항목에 따라 평가자의 노력에 따른 불확실성의 감소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즉, 이사회가 CEO 성과에 대한 정보의 취득과 가공에 보다 많은 노력을 쏟을 경우, 해당 노력으로 인한 불확실성의 감소(즉, 정확한 보상 금액의 산출)는 정량적인 성격을 가진 성과 기반 요소들에 대한 보상에서 보다 뚜렷하게 관찰된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성과 기반 보상 요소에 초점을 맞췄다. 구체적으로, 연구팀은 성과 기반 요소의 히핑 정도를 평가하기 위해 ‘성과 기반 보상의 어림수 비율’을 측정했는데 이는 보상의 성과 기반 구성 요소의 총개수 가운데 어림수 형태의 개수의 비율로 정의했다.1 즉, 이 비율이 높을수록 히핑의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

첫 번째로, 이사회의 CEO에 대한 감독 기능이 어림수 보상의 빈도에 영향을 주는지 살펴봤다. 이사회의 감독 기능이 약한 기업에서는 이사들이 CEO 성과에 대한 정확한 추정치를 계산하기 위한 정보의 수집 및 가공을 충실히 수행하지 않을 수 있다. 해당 이사들은 성과 평가에 유용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려는 CEO에게 이의를 제기할 동기나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은 외부의 압력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본인의 개인적인 평판 관리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연구팀은 CEO에 대한 어림수 보상이 히핑으로 인한 것이라면 이사회 감독 기능이 약한 기업에서 ‘성과 기반 보상의 어림수 비율’이 높게 나타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실증 분석 결과, CEO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기업에서는 성과 기반 보상에 대한 어림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뿐만 아니라 이사회 내에 내부자가 많은 기업에서도 해당 비율은 높게 나타났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CEO는 막강한 힘을 이용해 이사회를 통제하고, 내부자2 가 많은 이사회는 경영진에 대해 독립적이지 않아 이사회의 감독 기능이 약화된다. 따라서 이 결과들은 연구팀의 가설을 지지한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연구팀은 기업 이해관계자들의 이사회에 대한 압력이 어림수 보상의 빈도에 영향을 주는지 살펴봤다. 이해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압력을 행사할 경우, 이사회는 보상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며 정보를 수집하려고 노력해 CEO 성과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소시킬 것이다. 따라서 연구팀은 CEO의 어림수 보상이 히핑으로 인한 것이라면 이해관계자들의 압력이 높아질 때 ‘성과 기반 보상의 어림수 비율’이 낮게 나타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이를 실증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도드-프랭크법(Dodd-Frank Act)의 ‘Say on Pay’ 조항 도입 전후로 ‘성과 기반 보상의 어림수 비율’의 변화를 살펴봤다. 2011년에 도입된 ‘Say on Pay’ 조항은 주주들이 최소 3년에 1회 이상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의 보수가 적정한지에 대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업이 반드시 투표 결과를 따라야 할 의무는 없지만 주주들이 경영진의 보수에 대해서 표결로 의사를 표명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이사회에 대한 주주들의 압력이 증가한 외생적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실증 분석 결과, ‘성과 기반 보상의 어림수 비율’은 Say on Pay 조항이 도입되기 직전 2년 동안에는 21.3%였으나 도입된 직후 2년 동안에는 16.6%로 급격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해관계자들의 이사회에 대한 압력이 어림수 보상의 빈도를 감소시킬 것이라는 연구팀의 가설과 일치하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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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우선, 주주와 경영자의 이해를 일치시킨다는 목표 아래, 다차원적인 성과 평가를 토대로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결정될 것으로 생각되는 CEO 보상에서도 히핑이 발생한다는 결과가 놀랍다. 또, 관리 감독 기능이 강하고, 이해관계자의 압력이 높을 경우 CEO 보상의 히핑이 감소한다는 결과는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처럼 CEO 보상에서 히핑이 발생한다면 그 경제적 효과는 어떨까? 히핑 현상은 CEO 보상을 증가 혹은 감소시킬까? 히핑으로 인한 어림수 보상은 이사회가 보다 큰 불확실성에 직면했음을 반증한다. 자기 본위적인 CEO는 이사회의 정보 부족과 불확실성을 본인이 초과 보상을 얻는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에 연구팀은 어림수 보상이 초과 보상으로 귀결되는지를 분석했는데 그 결과 ‘성과 기반 보상의 어림수 비율’이 0에서 1로 증가할 때 성과에 기반한 보상 금액은 8.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성과 기반 보상 요소가 모두 어림수로 이뤄진 경우 어림수를 사용하지 않은 보상에 비해 성과에 기반한 보상 금액이 8.4% 더 높다는 것이다. 본 연구의 결과는 어림수 보상이 주주들에게 해당 기업의 이사회가 CEO 보상에 대한 정보 수집, 가공 및 보상 수준을 결정하는 데 상대적으로 많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김진욱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jinkim@konkuk.ac.kr
필자는 건국대와 The Ohio State University에서 경영학과 회계학을 전공하고, Cornell University에서 통계학 석사 학위를, University of Oregon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Rutgers University 경영대학 교수와 금융감독원 회계제도실 자문교수를 역임했으며, 2013년부터는 건국대 경영대학에서 회계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세무회계학회 부회장, 세무회계연구 편집위원장, 금융감독원 재무공시 선진화 TF 위원, 국가회계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연구 분야는 자본시장, 회계감사 및 조세 회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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