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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2. Interview : 데보라 안코나 MIT 교수

“급변하는 세계를 지도로 만드는 일,
혼돈 세상 속 조직 혁신 이끌 핵심 리더십”

배미정 | 282호 (2019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센스메이킹은 “지금 당신 회사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요?”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자, 급변하는 환경을 헤쳐 나가는 데 필요한 ‘지도’를 제작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지도에 정답은 없다. 정보 수집과 해석, 그에 따라 행동한 결과를 바탕으로 지도를 수정해나감으로써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수 있다. 특히 불확실한 세계를 ‘메이크 센스’하게 정리해 제시해야 하는 리더들에게 센스메이킹은 핵심적인 역량이다. 리더 개인뿐 아니라 팀원들, 특히 조직문화 혁신 임무를 맡은 팀, 일명 X-team도 센스메이킹을 통해 팀 내부 구성원뿐 아니라 고객, 전문가 등 외부인을 직접 찾아가 의견을 듣고 기존의 판단을 수정해 나가면서 최선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장예령(숙명여대 경영학부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센스메이킹(Sensemaking)은 조직 이론의 대가인 칼 웨익 미시간대 석좌교수가 1970년대에 발전시킨 개념으로 벌써 50년 가까이 지났지만 국내에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많은 학자들이 센스메이킹을 이론적 관점에서뿐 아니라 실제 조직 운영에 핵심적인 프랙티스로 주목해왔다. 그중에서도 데보라 안코나 MIT 슬론 교수는 실천적 관점에서 센스메이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학자다. 안코나 교수는 MIT 리더십센터의 창립자로 MIT 슬론의 다양한 리더십 프로그램을 이끌면서 리더십 연구뿐 아니라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경영자들을 코칭하면서 실천적인 리더십 이론을 정교화하고 있으며, 그 성과를 인정받아 2018년에는 MIT 슬론이 매년 티칭(teaching) 혁신 부문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교수 2명에게 수여하는 재미슨(Jamieson)상을 받았다.

센스메이킹은 안코나 교수의 ‘불완전한 리더십(incomplete leadership)’과 ‘분배적 리더십(distributed leadership)’ 이론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역량 중 하나다. 그녀는 완벽한 리더십은 환상에 불과하며 진정한 리더십은 오히려 리더 개인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과 협력함으로써 약점을 보완하는 ‘불완전한 리더십’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조직 내부뿐 아니라 외부와도 협력해 책임과 임무를 공유하는 ‘분배적 리더십’ 모델을 개발했다. 이 분배적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한 리더십 역량이 바로 센스메이킹이다. 1



센스메이킹은 대기업에서 조직문화를 혁신하는 역할을 맡는 ‘엑스팀(X-team)’의 첫 번째 임무이기도 하다. 엑스팀은 분산된 리더십 모델을 바탕으로 안코나 교수가 체계화한 혁신 방법론이다. 엑스팀은 외부지향적인 성향이 강한 팀으로 조직 내부뿐 아니라 외부와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혁신을 추진하는 역할을 선도한다. 기존 팀이 내부 결속력과 질서를 강조한다면 엑스팀은 광범위한 관계(Extensive ties), 확장 가능한 계층(Expandable tiers), 교환 가능한 멤버십(Exchangeable membership) 등 일명 X요소(X-factors)들을 원칙으로 운영한다. 안코라 교수는 X팀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3단계 방식으로 탐사(explore)-활용(exploit)-확산(export)의 프레임을 제시하는데 첫 번째 단계인 탐사 단계에서 필요한 가장 핵심적인 리더십 역량으로 바로 센스메이킹을 꼽는다. 2

데보라 안코나 교수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본인이 모든 수업에서 늘 빼놓지 않고 가장 먼저 가르치는 개념이 바로 센스메이킹이라고 강조했다. DBR이 데보라 안코나 교수와 e메일로 인터뷰한 내용과 그녀의 저작물을 토대로 센스메이킹의 실천적 의미와 중요성을 정리했다.


‘센스메이킹’ 개념은 한국 독자들에게 낯설다. 센스메이킹이란 개념을 좀 더 쉽게 설명한다면.
센스메이킹은 단어에서 추론할 수 있듯 당신이 하는 일의 맥락(context)을 메이크 센스하게 만드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요”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기업 관점에서 센스메이킹은 고객 선호도, 기술적 변화, 시장 동향, 경쟁사들의 움직임과 변화를 파악하는 활동을 포함한다. 새로운 관점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새로운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아내고, 가설을 검증하는 활동들이 모두 센스메이킹에 해당된다. 센스메이킹이란 단어를 만든 ‘센스메이킹의 아버지’ 칼 웨익 교수는 센스메이킹을 지도학(cartography), 변화하는 세계를 지도(map)로 제작하는 것에 비유했다. 지도는 사람들로 하여금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벗어나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이끈다. 기업 또한 낯선 상황을 지도화(mapping)함으로써 미지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떨칠 수 있는데, 특히 팀원들과는 밖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공통의 지도를 공유함으로써 협력을 촉진할 수 있다.


센스메이킹을 통해 외부 환경을 객관적으로 반영한, 정확한 지도를 그리는 게 가능할까?
완벽한 지도는 없다. 센스메이킹은 정답을 찾는 활동이 아니다. 우리는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고 또 그에 기반해 행동한다. 행동을 하면서 지도를 수정하고, 그럼으로써 상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을 뿐이다. 우리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소통하고 경험함으로써 더 포괄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센스메이킹이 유효한 이유는 기존에 알고 있던 것과 다르게 세상이 급변할 때, 그래서 두려움이 커질 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센스메이킹에 정답이 없다면 그 효과는 어떻게 평가하나?
물론 어떤 지도는 다른 지도보다 나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그린 지도가 더 나은지, 완벽한지는 실제로 나중에 도래한 새로운 현실과 잘 맞아떨어졌는지를 확인한 다음에야 평가할 수 있다. 현재 내가 그린 지도가 제대로 된 지도인지를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작은 실험으로 테스트해보는 것이다. 간단하게 센스메이킹을 통해 소비자가 새로운 색상의 제품을 원할 것이라는 대안을 도출했다고 치자, 그다음에는 새로운 색상과 옛날 색상 제품을 함께 팔아보고 어느 쪽 판매가 늘어났는지 비교해서 그 결과를 보고 생산량을 조정할 수 있다.


당신은 센스메이킹을 관계 맺기(Relating), 비저닝(Visioning), 인벤팅(Inventing)과 함께 리더십 역량(leadership capability) 모델 ‘4-CAP’(DBR mini box ‘분배적 리더십의 4가지 핵심 역량’ 참고)의 첫 번째 요소로 제시했다. 4가지 요소 중에서 특히 센스메이킹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센스메이킹은 분배적 리더십의 4가지 역량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왜냐하면 리더는 변화의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빠르고 모든 것이 가변적인 오늘날 비즈니스 세계에서 현실에 적용가능한 특정 모델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센스메이킹은 급변하는 세상에서 필수적인 역량이다.

실제로 내가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센스메이킹에 뛰어난 리더가 다른 3가지 리더십 역량도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 무슨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알면 미래 비전을 세우기(Visioning)가 쉬워진다. 또 새로운 협력 방식을 도입해야 하는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 새로운 조직 구조, 절차, 일하는 방식을 창조하는 방법(Inventing)을 찾기가 더 쉬울 것이다. 센스메이킹 과정에서 구축한 강력한 관계(Relating)는 더 나은 센스메이킹을 가능하게 한다. 센스메이킹은 구성원 간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도 유용하다. 사람들은 비즈니스 세계를 잘 이해하는, 즉 센스메이킹을 잘하는 리더를 더 신뢰하고 선호한다.



DBR mini box I: 분배적 리더십(distributed leadership)의 4가지 핵심 역량 i

데보라 안코나 교수는 CEO 1인에 의존하는 리더십이 아닌 팀원들과 공유하는 분산된 리더십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4가지 리더십 역량으로 센스메이킹(sensemaking), 관계 맺기(relating), 비저닝(visioning), 인벤팅(inventing)을 제시한다. 안코나 교수는 리더 개인의 리더십은 불완전(incomplete)하기 때문에 조직 내의 구성원들이 함께 책임을 공유하는 분배적 리더십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4가지 리더십 역량 또한 CEO뿐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실천해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센스메이킹은 변화하는 환경의 기회와 위협을 읽고 ‘그럴듯한(plausible)’ 지도를 그리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러려면 조직 내 위아래뿐 아니라 외부 이해관계자, 전문가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외부 네트워크 구축과 소통은 해당 기능 분야의 전문가인 마케터, 엔지니어, 과학자만큼이나 CEO 레벨에서 매우 중요하다.

관계 맺기는 조직 내외로 핵심적인 관계를 발전시켜서 구성원들의 헌신과 에너지를 업무에 집중시키는 역량을 말한다. 신뢰를 구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특히 CEO는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내 기업가, 개성이 강한 사람들의 의견도 신뢰하고 그들이 자기 뜻을 펼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개별 리더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의견을 옹호하고, 다양한 의견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대화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센스메이킹이 ‘현재의 무엇(what is)’에 대한 그림이라면 비저닝은 ‘미래에 가능한 무엇(what is possible)’, 즉 다가올 미래에 관해 설득력 있는 그림을 그리는 역량을 말한다. 단순히 비전 선언문을 발표하는 데 머물지 않고 조직의 구성원들과 다 함께 창조해나갈 미래를 그리는 과정을 의미한다. 비전은 명확하고 쉽게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 우선순위, 방향을 담고 있어야 하며, 구성원들의 행동 기준이 돼야 한다.

인벤팅은 혁신적인 솔루션이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구성원이 함께 협력하면서 일하는 방식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능력을 말한다. 장애물을 극복하는 방법, 혹은 조직을 계속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만드는, 창의적인 일하는 방식 등을 개발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리더 혼자서 비즈니스에 관한 모든 것을 이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지금처럼 기술이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센스메이킹은 리더에게만 필요한 역량인가? 팀원들은 어떤가?
센스메이킹은 본질적으로 사회적이고 집단적인 활동이다. 다시 말해, 리더와 팀원이 같이 센스메이킹을 실천할 때 가장 완벽한 성과로 이어질 것이다. 물론 리더는 보다 전략적인 센스메이킹을 하고, 팀원은 소비자, 기술, 경쟁자 등 세부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춰 센스메이킹을 하는 식의 역할 분담은 가능할 것이다.


당신은 저서 『X-Teams: How to build teams that lead, innovate and succeed』에서 엑스팀 업무의 첫 번째 미션인 탐색에 필요한 역량으로 센스메이킹을 강조했다.
엑스팀은 기업이 관료주의적인 조직문화를 더 민첩한 형태로 바꾸고자 할 때 그러한 변화를 추진하는 수단(vehicle) 역할을 하는 팀을 말한다. 엑스팀은 기업의 더 큰 생태계와 이어지는 새로운 네트워크의 구축을 돕는 동시에 기업 내에서도 협력과 혁신을 촉진한다. 엑스팀 운영의 첫 단계가 바로 수많은 센스메이킹을 요구하는 탐색이다. 센스메이킹은 이런 탐색 과정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엑스팀은 그들의 임무가 무엇이 돼야 하는지를 탐색(exploration)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단계에서 대안을 선택해 현실에 활용(exploitation)하고, 마지막으로 성과가 확인되면 조직 내 다른 팀으로 확산(exportation)하는 과정을 유연하게 반복한다. 탐색 단계에서 엑스팀은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와 관점을 수집한 결과를 바탕으로 현 상황과 나아갈 방향, 그에 따른 선택지들을 탐색하는 데 센스메이킹을 발휘하게 된다. 센스메이킹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그다음 단계인 활용과 확산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다.


구체적인 기업 사례는?
미국의 저비용 항공사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유명한 ‘10분 회전’의 성공 비결도 센스메이킹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1970년대에 사우스웨스트는 대형 항공사들이 경쟁적인 가격 인하에 나서는 가운데 비용 절감 차원에서 보유한 비행기 4대 중 한 대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3대의 비행기로 기존 고객을 모두 소화해야 하는 생존과 파산 사이의 절체절명의 딜레마에 빠졌고, 이는 CEO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다. CEO는 솔루션을 찾기 위해 수화물 운반 직원부터 지상 직원, 승무원, 파일럿 등 전 회사 구성원이 참여하는 X팀을 구축했다. 사내뿐 아니라 공항 직원과 시설 관리 당국까지 참여시켜 엄청난 양의 아이디어를 수집했다. 이들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비행기가 공항에 착륙한 후 승객이 내리고, 비행기를 청소하고, 기내식을 싣고, 기름을 넣어 승객을 태워서 다시 이륙하기까지의 과정을 전부 새롭게 재조직했다. 여기서 당시 업계 평균 45∼60분에 달했던 회전 시간을 10분으로 줄이는 혁신이 발생했다. 각종 규제와 서비스의 영향으로 현재는 10분 회전이 불가능해졌지만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여전히 다른 항공사에 비해 독보적으로 짧은 회전시간을 자랑하고 있다. 또 이후 9·11 테러와 오일 쇼크 같은 항공업계에 대형 비용을 초래한 사건사고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혁신은 소비자 경험과 관계된 모든 사람을 문제 해결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그들에게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할 기회를 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리더는 ‘긍정적인 소비자 경험’ ‘실수 없는 오퍼레이션’ 같은 핵심 가치를 제시하고, 직원들이 핵심 가치를 현실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직급과 업무를 불문하고 협력하는 조직문화는 세계 최대 저비용 항공사로 발전한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중요한 경쟁력이다.



센스메이킹 역량이 특히 중요한 산업이나 비즈니스 영역이 있다고 보는가?
센스메이킹은 변화하는 세상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역량이다. 어떤 산업이나 기업이든 세상의 변화에 영향을 받는 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예컨대, 제약업계라면 빅파마(Big Pharma) 같은 대형 제약회사든, 작은 회사든 간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새로운 방식의 제약 제조기법과 바이오기술 기업과의 협력 등을 생각해 내야 할 것이다. 시장 환경에 대해 큰 그림을 보는 종합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또 정보통신이나 하이테크 분야에서는 소규모 네트워크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해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 교통운송 분야에서는 자율주행차가 개발되고 있으며 관련 규제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이런 모든 분야에서 센스메이킹이 필요하다.



최근에 참고할 만한 센스메이킹의 모범 사례(best practice)를 소개해달라.
최근 다양한 리더십 분야에서 좋은 사례로 거론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아 나델라를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일찍이 AI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머지않은 미래에 AI와 클라우드컴퓨팅 기술이 일반화될 것임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나델라 본인이 센스메이킹을 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CEO가 된 나델라는 누구보다 센스메이킹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직원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왜 직원들이 행복하지 않은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또 클라우드 분야에 먼저 진출한 회사 CEO, 새로운 트렌드에 밝은 소비자, 조직에서 학습 문화를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는 연구자들과 지속적으로 대화했다. 회사 구성원뿐 아니라 고객, 전문가들과 기술 트렌드를 공유하면서 현재 MS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무엇이 회사를 위대하게 만드는지를 끊임없이 물었다. 그는 지금 회사에 어떤 일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또 문제인지를 알고자 했다. 이런 센스메이킹의 결과로 MS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담긴 위대한 ‘지도’가 만들어졌고, 회사의 비전이 구체화됐고, 그에 따른 구조적, 절차적 변화가 이어졌다. 지금도 나델라의 센스메이킹은 계속되고 있다. 3



센스메이킹 역량은 개인별로 다를 것 같다. 이런 역량은 후천적으로 개발될 수 있나?기업은 어떻게 구성원들의 센스메이킹 역량을 키울 수 있을까?
센스메이킹이 굉장히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사람도 있다. 하지만 보통 센스메이킹이 리더십의 중요한 역량이라는 사실은 ‘사후적으로’ 깨닫게 된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나델라 같은 리더들이 센스메이킹을 통해 변화에 성공한 스토리를 들은 이후에야 이 개념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센스메이킹은 분명히 육성될 수 있는 역량이다. 나는 MIT 슬론에서 특정 팀이 새로운 상품, 절차,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기 전에 반드시 센스메이킹을 하도록 가르친다. 고객을 방문하고, 당신이 하려는 사업을 혹시 다른 기업이 이미 하고 있지는 않은지 찾아보고, 그 기업의 성공과 실패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를 먼저 알아보도록 이끈다. 또 팀원들로 하여금 각자 비즈니스 아이디어와 관련해 경쟁자와 전문가를 찾아서 직접 만나고 대화를 나누라고 가르친다.


당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은 센스메이킹을 어떻게 실전에 활용하고 있는가?
나는 모든 수업 시간에 센스메이킹 개념을 소개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팀 단위로 직접 실천해 익숙하게 만들어서, 나중에 회사에 다니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이 방법을 실천하도록 만든다. 나한테 배운 학생들이 일하는 회사를 방문해 보면 사람들이 미팅에서 종종 이런 질문을 하는 걸 듣는다. “당신은 센스메이킹을 했나요? 그래서 무엇을 발견했나요?”

DBR mini box II
효과적인 센스메이킹을 위한 행동 지침 i


안코라 교수는 『리더십 티칭 핸드북(the handbook for teaching leadership)』의 첫 번째 장에서 센스메이킹의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8개로 요약, 제시했다. 센스메이킹이란 복합적인 개념은 크게 3가지 요소, 첫째, 더 넓은 시스템을 탐사하기(1∼4단계), 둘째, 현 상황을 지도로 그리기(5∼6단계), 셋째, 현 시스템을 바꾸는 행동을 시도해 시스템을 더 깊이 이해하기(7∼8단계)이다. 각 요소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행동 지침은 다음과 같다.

1. 다양한 유형과 소스의 데이터를 찾아라. 재무적 데이터를 판매대에서 직접 관찰한 내용, 직원들과 고객들한테 들은 이야기와 연결하는 것이다. 컴퓨터에서 찾은 데이터를 개인적인 인터뷰 결과와 결합해라.
2. 어떤 상황을 메이크 센스하게 만들려면 타인을 개입시켜야 한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나만의 판단 모델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검증되고 수정돼야 더 개선될 수 있다.
3. 고정관념(stereotypes)에서 벗어나라. 예컨대, “마케터들은 항상 수요를 과대평가해”라고 단순화시키지 말고, 개별 상황들의 뉘앙스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4. 오퍼레이션에 굉장히 민감해져야 한다. 비즈니스의 최전선에 가까운 사람들, 고객과 새로운 기술에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배워라. 현재의 변화가 미래의 어떤 트렌드로 이어질까? 세계 각국에서 반복되는 경향의 이면에는 무엇이 있을까?를 질문해라.
5. 새로운 상황에 당신이 가진 기존의 프레임워크를 단순 대입하지 말라. 새로운 상황은 그와 매우 다를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상황에 대한 이해로부터 적절한 지도 혹은 프레임워크가 발현되도록 만들어라.
6. 발현된 상황을 토대로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만들어 조직 구성원들에게 질서를 부여하라. 이미지, 비유, 스토리 등을 사용해 새로운 상황의 핵심 요소를 전달하라.
7. 작은 실험을 통해 배워라.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신이 없다면,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라.
8. 사람들은 자기가 만든 환경에 제약을 받는다. 일하는 환경을 새롭게 창조할 때는 자신의 행동이 새로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인지하고 행동해야 한다.

센스메이킹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제로 제대로 실행에 옮기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센스메이킹의 가장 큰 장애물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사람들은 늘 내게 “센스메이킹을 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그건 변명일 뿐이다. 나는 그들에게 “센스메이킹을 하는 데 충분한 시간 같은 건 원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사람들에게 센스메이킹을 주입하는 방법은 실제로 그것을 해보게 만드는 것이다. 경영진 스스로가 센스메이킹이 얼마나 유용한지를 스스로 체감하고 나면 센스메이킹을 안 하고는 못 배길 것이다.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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