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6.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의 리더십

절박함, 소탈한 스킨십, 공정한 선발
카리스마 없이도 선수들을 춤추게 하다

263호 (2018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스타 플레이어도, 스타 지도자도 아니었던 박항서는 환갑이 다 된 나이에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해 눈부신 성과를 내며 베트남의 국가 영웅으로 떠올랐다. 개인의 특출한 능력이나 카리스마 없이도 약팀 베트남을 강팀으로 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의 리더십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1.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절박함을 팀과 공유
2. 참모 그룹과 리더십을 공유
3. 공정한 선발로 선수단에 메시지를 전달
4. 소탈한 스킨십으로 선수 및 팬과 교감
5. 단기 성과를 내면서 변화의 모멘텀을 이어감


필자는 박항서 감독에 대한 추억이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친구 어머니가 공짜 표를 구한 덕분에 난생처음 축구를 경기장에서 볼 수 있었다. 응원하는 팀도 특별히 없고, 선수들 이름도 잘 모르고 간 우리에게 유난히 눈에 띄었고 깊은 인상을 남겼던 선수가 바로 박항서였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유명한 선수도 아니었다. 생각해 보면 축구 선수라기에 너무 평범한 동네 아저씨처럼 생긴 선수가 예상 밖으로 잘 뛰어다녔기 때문에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그렇게 필자의 첫 축구 선수로 기억됐던 박항서 감독. 이제는 베트남의 국가적 영웅이다. 2018년은 그의 해였다. 새해가 밝자마자 그는 AFC 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 23세 이하 대표팀을 결승에 진출시켰다. 이 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아 무대 결승에 진출한 사건이었다. 8월에는 같은 팀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게임 4강에 진출시켰다. 이 또한 베트남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준결승에서 하필 월드스타 손흥민이 이끄는 한국을 만나지 않았다면 결승에 진출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리고 11월에는 베트남 성인대표팀을 FIFA 랭킹 100위권(99위)에 진입시켰다(그는 성인팀과 23세 이하 팀을 모두 맡고 있다). 동남아 국가 중 가장 높은 순위다. 12월 초 현재 열리고 있는 AFF 스즈키컵에서는 결승에 진출해 있다. 스즈키컵은 동남아시아 축구의 최강자를 가리는 대회로 베트남 축구팬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벤트다. 우승 여부를 떠나 베트남에서 박 감독은 전 국민적인 사랑과 찬사를 받는 영웅이 됐다.



그의 성공은 한국-베트남 국가 관계와 교류에도 영향을 미쳤다. 1억 명의 인구가 있고 평균 연령이 30.9세밖에 되지 않는 젊은 나라 베트남에서 박항서 감독은 스포츠 한류(韓流)의 선봉장이다. 스포츠 기술과 문화를 그 나라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축구 강국 한국의 이미지를 각인했다. 그에 대한 베트남 국민의 애정은 다른 한국인과 한국 기업에도 옮겨졌다. 지난 아시안게임 직후 베트남을 방문한 한국인들이 ‘박항서의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국빈 대접을 받았다는 일화가 넘쳐났다. 동아제약은 자사의 피로회복제 박카스의 발음이 박항서 감독 이름과 비슷한 데 착안해 박항서 감독을 베트남 현지 모델로 계약했고 3개월 만에 160만 병을 팔았다. 삼성전자와 신한은행 등도 박항서 감독을 홍보 모델로 기용해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베트남 국빈 방문에서 축구대표팀과 박 감독을 격려하는 자리를 가졌다.



베트남에서만 한류 인기몰이를 한 것이 아니다. 거꾸로 한국에서 베트남이라는 나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커졌다. 동남아 국가들만 출전하는 스즈키컵이 처음으로 한국에서 생중계되기도 했다. 이는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에 대해 높아진 국민적 관심을 반영한다. 12월1일 스즈키컵 준결승 1차전 베트남과 필리핀의 대결은 한국 SBS스포츠 채널에서 1.48%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참고로 한국에서 열리는 프로축구 경기의 TV 시청률은 평균 0.1% 정도다. 남의 나라 대표팀 경기에 한국의 축구팬들이 얼마나 많은 관심을 보였는지를 알 수 있다.



이렇게 베트남, 한국 양 국민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은 박항서 감독은 명실공히 2018년 가장 성공한 스포츠인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사실 그는 평범한 사람이다. 선수 시절 박항서 감독의 플레이 스타일을 설명한 기사를 보면 “항상 전력을 다하는 근성이 있는 선수”라고 나와 있다. 근성 빼고는 딱히 내세울 게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후 대표팀 코치로서 2002 월드컵 4강이라는 신화를 이뤄냈지만 그때 역시도 화려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뒷바라지하는 조연에 가까웠다. 프로팀 감독을 맡아서도 최순호, 황선홍, 최용수 같은 스타 플레이어 출신 감독들처럼 강한 인상을 남기지는 않았다. 그는 수도권 강팀이 아닌 지방 약팀과 군인팀 상무를 주로 지휘했다. 시간이 가며 프로1부에서 프로2부로, 프로2부에서 실업리그로 적을 옮겨가며 커리어의 내리막을 걸었다. 2007년 그가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감독을 맡았던 팀은 프로리그가 아닌 실업리그의 창원시청이다. 최종 성적은 7승8무13패. 8개 팀 중 6위였다.



심지어 베트남 대표팀 감독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금도 그에게서 튀는 지도력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박항서 감독의 성공에 대해 수많은 찬사와 다양한 분석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가 천재적인 전략가라고 칭송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2002년의 히딩크 감독처럼 강력한 카리스마로 팀을 장악했다는 이야기도 들리지 않는다. 아마 그에게 있어서 독특한 면은 외모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평범하고 친근한 외모가 스포츠인답지 않다고 느껴져 기억에 남는 것일 뿐이지 외모가 그의 무기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이렇듯 박항서 감독은 성공한 리더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보기 좋게 무너뜨린다. 우리는 조직이 큰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리더가 특별한 재능과 튀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역으로, 성공한 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당연히 특별한 재능과 특별한 성격을 가지고 있을 거라 기대한다. 하지만 천재도 아니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사람도 아닌 박항서 감독이 만년 약자였던 베트남 대표팀의 극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지난 수십 년간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일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모든 조직은 변화해야 한다. 변화를 통해 경쟁력을 재생산하지 못하는 조직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상 유지를 선호하고 변화에 저항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이라도 타인의 자발적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박항서의 성공은 조직의 변화가 출중한 리더 개인의 능력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조직의 변화는 프로세스와 문화에 대한 이해, 그리고 이를 바꾸려는 리더 그룹의 의지와 노력으로 이뤄진다.

흔히 변화, 혁신하면 스티브 잡스처럼 개성이 강한 천재적 리더들을 떠올린다. 그러나 조직변화관리 연구의 세계적 석학 존 코터(John Kotter)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그는 대표 저서 『기업이 원하는 변화의 리더(Leading Change)』에서 조직을 변화시키기 위해선 카리스마 강한 천재형 리더가 아니라 변화를 이끌기 위한 프로세스를 충실하게 실행할 수 있는 리더와 리더 그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코터 교수는 변화를 관리하는 8단계 프로세스를 제시했다. 그의 이론에 따라 박항서 감독이 어떻게 베트남 대표팀의 변화를 이끌었는지 살펴보자.




1단계
위기감을 느끼게 하라
(Establishing sense of urgency)
조직변화를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변화 없이는 현상 유지마저도 어렵고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을 공유하는 것이다. 절박함에 대한 공감대 형성 없이는 변화에 대한 전 조직적인 노력을 끌어내기 어렵다.

변화는 누구에게나 불편한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어지간하면 항상 하던 대로 하고 싶게 마련이다. 그런데 취임 당시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대표팀 모두 절박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박항서 감독은 군인팀인 상주 상무 감독을 그만두고 1년간 무직으로 지냈다. 그리고 실업리그 창원시청 감독을 끝으로 지도자 생활을 접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한국 축구계에서 지도자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 중이었던 터라 환갑이 다 돼 가고(1959년생) 프로축구 지도자로서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한 그가 다른 프로팀의 감독을 맡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베트남 대표팀의 감독직 제안은 그야말로 축구 인생 마지막 기회였을 것이다.

당시 베트남 내에서도 ‘한국 프로 무대에서 밀려난 퇴물 감독을 데리고 왔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제법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베트남 대표팀의 상황도 박항서 감독 개인의 상황보다 별로 나은 것이 없었다. 월드컵 본선에 단 한 번도 진출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2016년 리우올림픽에선 조별리그 최하위로 떨어져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2007년 아시안컵에서 8강에 진출한 것이 그나마 내놓을 만한 성적이었고 이후 대회에서는 모두 예선 탈락했다. 동남아시아 무대에서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에 밀려 변변한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2012년 이후 5년간 4명의 감독이 베트남 대표팀을 맡아봤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워낙 감독이 자주 바뀌다 보니 해외의 좋은 감독들은 이 자리를 기피했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를 변화시킬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는 바로 그 자신과 팀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절박함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베트남행을 결정한 것에 대해 “능력은 부족해도 부지런하다. 결과는 모르지만 부지런함만이라도 베트남에 보여주자 싶었다”라고 말했다.



2단계
변화를 주도할 동료를 모아라
(Creating the guiding coalition)
변화관리를 위한 두 번째 단계는 변화를 주도할 ‘변화선도팀’을 구성하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리더도 홀로 조직을 변화시킬 수 없다. 변화를 함께 이끌 사람을 찾고, 신뢰를 쌓고, 공동 목표를 세워야 하며, 이를 통해 변화를 위한 공감대와 팀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박항서 감독과 U-23 대표팀 주장이자 에이스인 르엉쑤언쯔엉과의 인연은 매우 소중하다. 박항서 감독에게 쯔엉은 히딩크 감독에게 박지성 같은 존재다. 쯔엉은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 당시 전 경기에 선발 출전하며 맹활약했다. 22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성인 국가대표팀에 선발될 정도로 출중한 기량을 가진 선수다. 쯔엉의 가치는 뛰어난 축구 실력만이 아니다. 그는 2년간 한국 프로리그에서 뛴 경험이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와 강원FC에서 후보 선수로서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대신 한국 축구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쯔엉의 한국행을 도왔던 이는 DJ매니지먼트의 이동준 대표다. 그가 바로 박항서 감독을 베트남 축구협회에 소개했다. 이러한 인연을 시작으로 박항서 감독과 쯔엉은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쯔엉은 한국 문화에 대한 경험과 한국어 소통 능력을 활용해 박항서 감독과 선수단 사이에 없어서는 안 되는 가교 역할을 했다.

또 한국에서부터 함께한 이영진, 배명호 코치의 도움도 빼놓을 수 없다. 베트남 대표팀은 최근 국제대회에서 3-4-3을 기본으로 3-5-1, 3-5-2, 4-4-2 등 변화무쌍한 전술을 선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는 이영진 수석코치와 박항서 감독의 합작품이다. 박항서 감독보다 4년 연하인 이영진 코치는 선수 시절 경력으로는 박항서 감독을 훨씬 능가하는 인물이다. 별명이 ‘악바리’인 그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과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는 등 국가대표로 51경기나 뛰었다. 지도자로서도 수도권 명문 구단인 FC서울에서 코치, 대구FC에서 감독을 지냈다. 그런 그가 박항서 감독 밑에서 수석코치로 일한다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박 감독에 대해 절대적인 신뢰를 보냈다. 그들은 럭키금성 선수 시절 선후배 룸메이트로,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는 코치와 선수로 함께했던 사이다. 베트남에서는 박 감독이 전체적인 팀 운영을 맡고 이 코치는 세밀한 전략과 전술을 맡았다. 이 코치는 팀의 성공 이후에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극구 피하며 박 감독에게 대외 소통을 맡기는 등 팀 분위기를 망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선수들의 체력 향상은 세밀한 영양 분석과 효과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한 배명호 피지컬 코치의 도움으로 가능했다. 베트남 선수들은 기술적으로는 한국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지만 체격이나 체력적으로는 부족했다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분석이었다. 식생활과 수면 등 생활습관에서부터 한국 등 아시아 축구 강국 선수들에 비해 프로 정신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를 배명호 코치가 나서서 코치해주고 좋은 습관을 만들어주는 데 중점을 뒀다.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하게 하고 상체 근육을 강화했다. 그 덕분에 2018년 치러진 주요 대회에서 베트남 선수들은 같은 동남아시아권 선수들을 전후반과 연장전 내내 체력적으로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베트남 대표팀의 변화는 분명 박항서 감독의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이는 쯔엉과 이영진 코치, 배명호 코치 등 핵심 리더십 그룹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3단계
올바른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라
(Developing a vision and strategy)
변화를 위한 3단계는 올바른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올바른 비전은 조직의 방향성을 보여주고, 구성원들의 감동과 협조를 끌어낼 수 있으며, 저항세력을 돌파할 명분과 동력을 부여한다.

박항서 감독이 제시한 비전은 간단하다. 베트남을 동남아시아 최고의 축구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전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으며 전임 감독들도 비슷한 비전을 제시했다. 박항서 감독이 전임 감독들과 다른 점은 비전과 전략의 바탕이 되는 핵심 가치와 진정성에 있다. 그는 취임 직후 학연, 지연, 혈연에 의지하지 않고 동아시아 최고 팀이 되기 위해서 오로지 실력만으로 선수를 선발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베트남전쟁, 즉 내전이 끝난 지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베트남에는 강한 남북 간 지역감정이 존재한다. 북쪽 출신 감독들은 남쪽 출신 선수를 거의 기용하지 않으며, 남쪽 선수들은 북쪽 선수들에게, 북쪽 선수들은 남쪽 선수들에게 패스하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니 안 그래도 충분하지 않은 전력을 100%로 끌어올리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박항서 감독은 이런 베트남 대표팀을 하나의 목표 아래 힘을 모을 수 있는 비전과 가치관을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지역감정과 같이 비전을 흐리게 하는 요인은 단호히 제거할 것임을 선언했다. 그리고 그동안 기용하지 않았던 3명 이상의 남쪽 지방 선수를 아시안게임에 선발함으로써 그의 약속이 말뿐이 아님을 보여줬다. 공정성과 같은 핵심 가치 추구와 실천은 그가 저항세력의 동의를 구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는 데 밑바탕이 됐다.



4단계
참여를 이끌어내는 의사소통을 전개하라
(Communicating the vision and strategy)
변화를 위한 네 번째 단계는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비전과 전략을 전파하는 것이다. 비전을 전파하기 위한 효과적인 의사소통에는 7가지 원칙이 있다. 1. 쉬운 말 사용, 2. 은유/유추/사례 활용, 3. 다양한 방법과 기회 이용, 4. 끊임없는 반복, 5. 솔선수범, 6. 모순에 대한 충분한 해명, 7. 양방향 의사소통 등이다.

이 중 박항서 감독 성공의 비결 중 핵심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양방향 의사소통이다. ‘베트남 파파’ ‘파파 리더십’ 등의 말에서 보듯이 베트남 사람들은 그에게서 따뜻하고 친근한 감정을 느낀다. 그는 권력을 자기 손안에 쥐고 팀을 흔들지 않았으며 오히려 힘을 빼고 선수, 팬들과 같은 위치에서 소통했다. 선수들의 볼을 쓰다듬거나, 어깨를 두드려 주거나, 안아주며 꼭 말이 아니더라도 스킨십을 통해 그의 마음을 표현했다.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선수들에게 직접 발 마사지를 해주는 동영상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줬다. 밥도 되도록이면 선수들과 함께 현지식을 먹었다. 선수들은 스킨십이라는 소통의 힘을 받고 그와 함께 나가 싸워 승리했다.

그의 소통 리더십은 선수단 밖에서, 일상생활에서도 끊이지 않았다. 베트남에서 슈퍼스타가 된 그는 밀려드는 사인, 사진 요청에 몇 발자국을 떼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매번 그의 앞을 가로막는 인파들에 적당히 거절 의사를 밝히고 자리를 뜰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일일이 그들의 요청에 응해주고 웃는 얼굴로 사람들을 맞이하는 편이다. 박항서 감독은 일방적인 명령을 내리는 보스가 아니라 선수와 팬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소통하는 감독으로 변화를 이끌고 있다.

5단계
구성원에게 권한을 부여하라
(Empowering others to act on the vision)
변화관리의 다섯 번째 단계는 구성원들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다. 권한 위임(empowerment)은 구성원들이 자율성을 가지고 도전적으로 업무를 수행해 비전을 달성하도록 해준다.

박항서 감독은 소통을 통해 선수들에게 친근한 지도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선수들이 스스로 생활규칙을 만들고 지키도록 했다. 훈련도 줄였다. 기존에는 3시간가량 단체 의무훈련을 했으나 이를 1시간30분가량으로 줄였다. 이러한 분위기가 젊은 대표선수들의 자율성을 이끌어냈다. 스스로 생각하고 동기를 부여하며 노력하다 보니 기량도 좋아졌다.

6단계
단기간에 눈에 띄는 성과를 이끌어내라
(Generating short term wins)
변화를 위해선 적절한 단기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해야 한다. 단기적 성과는 조직원을 격려하고 노력한 보람이 있음을 증명한다. 따라서 지속적인 동기를 부여한다. 또한 변화에 부정적인 사람들을 무력화하고 추진력을 증가시킨다. 이러한 단기적 성과는 모호하지 않고 눈에 보여야 하며 변화를 위한 조치들과 분명하게 연계돼 있어야 한다.

박항서 감독은 2017년 부임 후 차고도 넘치는 단기성과를 거뒀다. 1년 남짓한 시간에 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 아시안게임 4강, FIFA 랭킹 100위권 진입 등 베트남 국민들이 상상도 못했던 일들을 이미 모두 달성했다. 빼어난 단기성과는 내외부의 저항을 극복하고 변화를 계속 추진해 가는 데 원동력이 된다.

7단계
모멘텀을 만들고 변화를 멈추지 마라
(Consolidating gains and producing more changes)


8단계
변화를 문화로 정착시켜라
(Anchoring new approaches in the culture)
변화는 쉽게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긴장을 풀고 변화의 속도를 늦추고 현재에 안주하게 되면 금세 모멘텀을 잃게 된다. 또한 문화로 정착되지 않은 변화는 쉽게 영향을 받으며 유지하기 어렵다.

박항서 감독이 눈부신 성공을 거뒀지만 베트남팀의 진화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성공의 기반이 약하다. 언제 제자리로 돌아가거나 퇴보할지 모른다. 현재의 성공을 동력으로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고, 이러한 변화를 진정한 축구 문화로 정착시킬 때 베트남은 월드컵 본선 진출 등의 더 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소개 김유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ykim22@snu.ac.kr
필자는 서울대 체육교육과 학사와 석사를 거쳐 플로리다대에서 스포츠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플로리다주립대에서 7년간 재직하며 종신교수직(tenure)을 받았다. 현재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등 국제 저명 학술지 편집위원과 대한농구협회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European Sport Management Quarterly』 등 국제 저명 학술지에 8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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