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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3. 세종의 '혁신'과 국가 R&D

유교 존중하며 과학 기술로 부국강병
세종은 우리에게 환경 탓 말라 하네

채연석,고승연 | 254호 (2018년 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우리가 쉽게 오해하는 것과 달리 ‘유학과 혁신’ ‘유교와 과학기술’은 친화성이 없는 개념이 아니다. 중요한 건 국가 건립 이념이 무엇이었느냐는 것 자체가 아니라 그 국가 건립의 이념과 매칭하면서 당대의 과제를 해결하고, 혁신과 기술 발전을 정당화하며, R&D 전략을 짤 수 있는 리더의 의지다. 그런 면에서 세종은 혁신의 의지를 가진 리더였다. 세종은 조선에서 ‘수성기의 임금’으로 치세를 시작한 최초의 왕이었다. 그의 앞에는 ‘부국강병’이라는 지상과제가 놓여 있었다. ‘부국’의 핵심은 ‘농업 진흥’이었고 이는 농사기술 개발과 보급 이외에 농업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기후의 예측과 날짜 계산을 위한 역법과 천문학의 발달을 필요로 했다. 그것도 중국의 시간과 중국의 기후와는 다른 조선의 시간과 조선의 기후를 바탕으로 한 학문이어야 했다. 세종은 바로 이걸 추진했고 성공했다. 또한 ‘강병’의 핵심 전략으로 ‘무기 체계 개편과 화약총포 개발/개량’을 내걸었고 이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정확한 문제 인식, 엄밀한 목표 설정, 철저한 사후 관리까지 해냈다.

‘유학과 혁신’ 혹은 ‘유교와 과학’이라는 어색한(?) 조합
‘옛 성현’의 말씀을 지침으로 삼아 정신을 수양하고, 자신과 가정을 돌보며, 국가와 백성을 올바르게 이끄는 ‘유학’의 특성과 ‘과학기술 혁신’은 쉽게 연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자연과의 조화와 질서를 중시하는 유교에서 자연을 ‘개척’하고 ‘변용’하는 과학기술의 발전도 ‘찰떡궁합’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분명 유학에 정통한 신진 사대부와 그들만큼, 혹은 그 이상 유교 경전에 능통했던 세종 시대에 조선 최고의 혁신과 과학기술 발전이 이뤄졌다. 천문기술, 무기기술, 농업기술이 발달했고 훈민정음이 창제됐다. 그렇다면 유학과 혁신, 유교와 과학기술에는 최소한 ‘선택적 친화성’이 존재했다고 봐야 한다. 도대체 어떤 친화성이 있었고, 세종 시대의 조선은 왜 혁신해야 했고, 과학기술을 발전시켜야 했을까? 그리고 어떻게 했을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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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 집권했던 당시는 아직 조선이 건국된 지 30여 년밖에 되지 않았던 때로, 여전히 ‘조선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갈 수 있을 것인가’가 화두였을 정도로 불안한 상황이었다. 태종 이방원이 어느 정도 왕권을 강하게 확립해놓긴 했지만 대외적인 정세 불안과 기근으로 인한 식량 부족, 고려 말부터 이어진 사회 혼란상 등 해결해야 할 수많은 난제가 세종과 신하들 앞에 놓여 있었다. 당시 서운관 2 에서 올린 문헌을 보면 국가를 안정화하기 위한 조건으로 국가재정의 확충과 군대의 정비를 통한 ‘부국강병’을 지상과제로 내걸고 있다. 당시 부국의 핵심 산업은 당연히 ‘농업’이 될 수밖에 없었고, 농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농사기술을 정리하고 농사 도구와 기술을 발전시켜야 했다. 기후와 날씨 영향을 크게 받는 농업 특성상 다양한 천문현상을 예측하고 정확하게 절기 변화를 인식해야 했기에 천문학과 역법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노동력을 질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의료체계 개선이 필요했기에 의학서적을 출간해야 했고, 노동력의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당시 원·명 교체기의 불안정한 정세와 여진족과 왜적 약탈에 대비해야 했기에 ‘무기 제조와 개발’에 투자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조선에 주어진 조건 자체가 다양한 종류의 ‘과학과 기술 혁신’을 강제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아무리 주변 여건이 국가 차원의 혁신과 R&D를 요구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국가의 설립이념의 토대가 되는 유학과 주자학이 이를 합리화하고 정당화하지 않았다면 이를 쉽게 추진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분명 유학과 주자학에서는 ‘경천근민(하늘을 공경하고 삼가 백성들의 일에 힘쓴다)’의 이념이 중심에 존재했고 이는 ‘역법과 천문학 연구, 농사기술과 과학기술 발전’을 추구하는 것을 정당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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