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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5. 변혁적 리더십 이론

후배들이 따르는 나만의 One Thing은? 이 고민의 답을 찾아야 존경받는 리더

정동일 | 244호 (2018년 3월 Issue 1호)
Article at a Glance
최근 40년 동안 리더십 연구에 영향을 가장 많이 준 책으로 James MacGregor Burns의 『Leadership』이라는 책과 Bernard M. Bass의 『Leadership and Performance Beyond Expectations』를 꼽을 수 있다. 이 책들은 리더십이 리더 혼자만 설정하고 수행하면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팔로워들과 상호 소통하는 가운데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점을 짚고, 팔로워들과의 수평적 관계를 통해 그들을 성장시키는 리더로 거듭나는 가운데 완성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리더십 연구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리더십에 대한 연구는 경영학뿐만 아니라 심리학·정치학·사회학·교육학·인류학, 심지어는 스포츠 분야에서도 활발히 진행돼 왔다. 따라서 리더십은 사회과학에서 가장 활발히 연구돼 온 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자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인 만큼 한 권의 고전을 고르기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최근 50년 동안 리더십 연구와 이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리더십 이론이 무엇일까를 기준으로 고민을 시작했다. 설정 기간과 내용을 ‘50년’과 ‘리더십 연구와 이해’로 한정한 것은 이런 제약조건이 없다면 리더십이라는 주제의 특성상 너무 많은 저서가 고려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런 기준으로 저서들을 평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James MacGregor Burns(이하 번즈 교수)가 1978년에 저술한 『Leadership』이라는 책과 이를 비즈니스 분야의 리더들에게 초점을 맞춰 학문적으로 체계화한 Bernard M. Bass(이하 배스 교수)의 1985년 저서인 『Leadership and Performance beyond Expectations』를 선정할 수 있었다.

많은 분에게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두 권의 책은 지난 수십 년간 리더십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연구된 이론이라고 할 수 있는 변혁적 리더십이라는 용어를 세상에 알리고 학문적인 토대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리더십 연구에 있어 변혁적 리더십 이론이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잘 보여주는 증거는 매우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 40년 동안 연구의 중심이 돼 온 변혁적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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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변혁적 리더십에 대한 메타분석을 바탕으로 2017년에 출간된 논문을 살펴보면 이 연구를 위해 저자가 참조한 변혁적 리더십 관련 논문이 무려 600편이 넘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1  이 논문이 개인 수준에서 발휘되는 변혁적 리더십과 개인 성과 사이에 어떤 중요한 변수들이 있는지를 검증하는 논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양한 분석 수준에서 변혁적 리더십이 여러 가지 결과 변수들에 미치는 영향들을 조사한 연구 논문의 숫자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사실을 쉽게 추론할 수 있다. 결국 두 저서에서 시작된 변혁적 리더십에 대한 연구가 지난 40년 동안 적어도 수백 편의 연구 논문의 출발점이 됐다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이 두 저서의 리더십 연구에 대한 영향력이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메타분석 논문에 처음 포함된 변혁적 리더십에 대한 논문 389편의 출간 시기를 보면 1999년 이전에 출간된 논문의 비중은 3%에 불과하지만 2001년부터 2005년 사이에 출간된 논문의 비중은 13%이고, 2006년부터 2010년 사이는 30%인데 2011년 혹은 그 이후에 출간된 논문의 비중은 절반이 넘는 55%에 이른다. 한마디로 변혁적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증대되고 있으며 더 많은 학자가 변혁적 리더십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변혁적 리더십에 대한 연구가 전반적인 리더십 연구에서 차지하는 양적 영향과 별도로 질적 측면에서도 두 저서의 영향은 막대하다. 1978년과 1985년에 두 저서를 통해 변혁적 리더십 이론이 등장한 이후 지난 40년 동안 리더십 학계에 다른 이론이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변혁적 리더십은 그동안 리더십 연구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해왔다. 물론 오센틱 리더십이나 전략적 리더십 혹은 팀 리더십과 같은 이론도 이 기간에 새롭게 등장하기는 했지만 많은 경우 변혁적 리더십의 틀 내에서 개발되거나 변혁적 리더십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은 이론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이론적 유사성이 크다. 또한 1970년대 초 등장해 리더와 팔로워 간의 관계를 바탕으로 다양한 리더십 연구를 진행하는 Leader Member Exchange(LMX)라는 이론 또한 최근에는 변혁적 리더십 이론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연구가 많다는 사실도 지난 40년 동안 리더십 연구의 중심에 변혁적 리더십이 존재함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두 저서의 내용이 무엇이며 이런 내용이 현재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기로 하자.

변혁적 리더십의 시작: 번즈 교수의 『Leadership』

번즈 교수의 『Leadership』(한국어판은 한국리더십연구회에서 『리더십 강의』라는 제목으로 2000년 출간했다)이 현대 리더십 연구에서 큰 의미를 갖는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번즈 교수 이전의 정치학에서 바라보는 리더십이란 사회적 배경이나 그 밖의 다양한 권력 자원을 가진 엘리트들이 대중에게 일방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번즈 교수는 리더십을 합의된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리더와 팔로워가 서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원저에서는 이를 “… realize goals mutually held by both leaders and followers”라고 표현한다). 즉 리더십에서 영향력의 방향이 리더에서 시작되는 일방향에서 리더와 팔로워 간의 쌍방향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번즈 교수는 히틀러처럼 권력을 독점하고 일방적으로 휘두르는 사람(원저에서는 ‘벌거벗은 권력(naked power)’ 혹은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power-wielder)’이라고 불렀다)은 리더의 위치에 있지만 리더라고 부를 수 없다고 말한다. 리더는 팔로워들의 동기와 기대치를 충족시키고 합의된 목표를 달성하는 존재인데 히틀러처럼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은 일방적으로 수립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급급한 존재라는 것이다.

둘째, 진정한 리더와 벌거벗은 권력자를 구분하는 과정에서 번즈 교수는 자연스럽게 리더십에 도덕성이라는 개념을 추가했다(원저에서는 ‘leadership is morally purposeful’이라고 표현했다). 과거에는 없었던 일이다. 공동의 목표를 실현해나가는 과정에서 리더는 정직, 책임감, 공정성 같은 행동 양식의 도덕성과 자유, 정의 등과 같은 목적 가치, 그리고 투명하고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상호 평가를 가능하게 하는 과정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리더십 연구의 역사가 오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번즈 교수에 의해 리더십 이론에 도덕성 혹은 윤리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다.

마지막으로 번즈 교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리더와 팔로워가 상호작용을 하는 방식에 따라 거래적 리더십(transactional leadership)과 변혁적 리더십(transforming leadership)으로 리더십을 크게 나눴다. 리더십을 거래적 리더십과 변혁적 리더십으로 나눈 점이 어쩌면 현대적 리더십 연구에 대한 번즈 교수의 가장 큰 공헌일 것이다. 번즈 교수는 국회의원이나 관료가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일자리를 늘리고 복지 혜택을 마련하는 과정을 전형적인 거래적 리더십으로 봤다. 거래적 리더십에서는 리더와 팔로워 사이에 교환되는 대상이 각자가 갖고 있는 이해관계 및 목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형성되는 관계는 각자의 이해관계가 달라지면 언제든 단절될 수 있다. 반대로 변혁적 리더십에서는 리더와 팔로워들 사이에 공동의 목표가 형성되며 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헌신이나 신뢰가 한 차원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변혁적 리더와 팔로워 사이에는 상황이 변해도 지속될 수 있는 더 높은 수준의 관계가 수립된다. 변혁적 리더는 초기에 자신의 명예나 이해관계를 추구하기 위해 리더의 자리에 오를지 몰라도 그 후의 과정에서 팔로워의 니즈와 열망을 바탕으로 한 공동목표(collective purpose)를 추구하게 되며, 특히 이 공동목표를 한 단계 더 높은 가치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기존의 리더십 연구는 성공하는 리더가 가진 여러 가지 특성들(traits)이나 행동(behaviors)을 발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1960년대부터 등장한 상황이론도 사실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행동이론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 아니라 리더의 다양한 행동이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더 효과적이냐를 예측하는 이론들이었다. 하지만 번즈 교수는 『Leadership』에서 변혁적 리더십을 리더와 팔로워 간의 상호작용 과정이라고 정의하고 리더십 연구에 있어 본질적으로 훨씬 더 중요한 ‘공동의 목표’라든지 ‘비전’ ‘도덕성’ ‘신뢰’ 혹은 ‘기대치’와 같은 개념들을 전면에 등장시켰다.

가장 현대적이고 혁신적인 리더십 이론의 완성: 배스 교수의 『Leadership and Performance Beyond Expectations』

번즈 교수의 저서 『Leadership』과 그의 리더십에 대한 철학 및 이론에 깊은 영향을 받은 배스 교수는 번즈의 변혁적 리더십(transforming leadership) 이론을 발전시켜 1985년 『Leadership and Performance Beyond Expectations』이란 책을 내놓는다. 이를 통해 변혁적 리더십 이론을 완성시킨다. 배스 교수의 변혁적 리더십 이론은 이후 전 세계 리더십 연구의 가장 중요한 이론적 토대가 됐다. 리더십 연구의 가장 권위 있는 학술지인 『The Leadership Quarterly(LQ)』에서 1990년대와 2000년대에 LQ에 실린 논문을 분석해보니 변혁적 리더십을 직접적인 이론적 토대로 활용해 쓰인 논문이 각각 34%, 12.6%로 나타났다.2

또한 2014년 출간된 리더십 연구에 대한 메타분석에서도 변혁적 리더십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이 논문은 2000년부터 2012년 사이에 경영학과 심리학 분야의 10개 Top Journal에 수록된 752편의 리더십 논문 내용을 전수 조사했는데 변혁적 리더십과 관련된 논문(원논문에서는 neo-charismatic theories라고 표현했다)이 무려 294편으로 전체 논문의 39%를 차지했다.3  이와 더불어 변혁적 리더십 이론을 바탕으로 리더십의 다른 현상(예를 들면 분석 수준에 대한 연구(levels of analysis) 혹은 리더와 팔로워 간의 관계의 질에 대한 연구(LMX))을 연구한 논문들까지 포함하면 변혁적 리더십이 리더십 연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배스 교수의 저서는 리더십 연구에 어떤 공헌을 했기에 그 영향력이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지속되는 것일까? 배스 교수의 공헌은 다음과 같은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번즈 교수의 변혁적 리더십 이론은 앞에서 언급한 대로 리더십을 리더와 팔로워 간의 상호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으로 정의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요소들(예를 들면 공동의 목표, 신뢰, 정의, 윤리 등)을 나열했다. 배스 교수는 이를 바탕으로 이 개념을 좀 더 구체화해서 변혁적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4가지 구성 요소를 이론적으로 정립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상적 영향(idealized influence), 영감적 동기 부여(inspirational motivation), 지적 자극(intellectual stimulation), 개별적 배려(individualized consideration)로 불리는 배스 교수가 개발한 변혁적 리더십의 4가지 축은 그동안 이론적 수정이 조금 있기는 했지만 큰 틀은 여전히 그의 1985년 저서에서 제시한 이론이 유지되고 있다. 현대적 리더십 연구에 대한 그의 통찰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점이다.4

둘째, 번즈 교수의 변혁적 리더십에 대한 논의가 변혁적 리더의 행동에 대한 기술에 그친 반면 배스 교수의 변혁적 리더십 이론은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변혁적 리더의 행동을 측정할 수 있는 설문지가 개발됐다는 사실이 의미가 있다. Multifactor Leadership Questionnaire(MLQ)라고 불리는 이 설문지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많은 개정을 거치면서 변혁적 리더십을 측정하는 데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도구로 자리 잡았다.5  변혁적 리더십의 개념을 구체화한 것도 의미가 있지만 이를 보편타당하게 측정할 수 있는 설문지를 개발했다는 것도 배스 교수가 리더십 연구에 미친 적지 않은 공헌이다.

셋째, 번즈 교수의 변혁적 리더십은 많은 경우 정치·사회·문화 분야의 세계적인 리더들이 가진 리더십에 초점을 두는 반면 배스 교수의 변혁적 리더십은 대기업 CEO뿐만 아니라 팔로워를 이끌어야 하는 리더라면 팀장이든 부서장이든 실천 가능한 리더십에 초점을 맞춘 내용들이 많다. 따라서 배스 교수는 소수의 위대한 리더들만 실천할 수 있는 번즈의 변혁적 리더십 이론을 현실적으로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일상의 리더십으로 확대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사실 지난 30여 년의 변혁적 리더십 연구 논문을 살펴보면 CEO의 변혁적 리더십을 연구한 논문보다는 팀장과 부서장의 변혁적 리더십을 연구한 논문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6

넷째, 배스 교수의 『Leadership and Performance beyond Expectations』가 갖는 마지막 의미이자 공헌은 번즈 교수의 이론과 달리 변혁적 리더십과 거래적 리더십이 서로 배타적인 개념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개념이라는 설정이다. 변혁적 리더십 성향이 강한 리더라도 상황에 따라서는 현실적으로 거래적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특정 리더의 리더십이 효과적인가를 평가할 때 중요한 것은 변혁적 리더십 성향이 얼마나 강한가보다는 이 두 리더십이 얼마나 적절하게 조합돼 실천되고 있느냐가 돼야 한다.

사실 변혁적 리더십에 대해 많은 사람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항이 ‘변혁적 리더십은 좋은 리더십이고 거래적 리더십은 안 좋은 리더십’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다. 거래적 리더십이라는 표현이 주는 느낌 때문에 학자들조차도 거래적 리더십을 계산적이고 냉정하며 심지어는 교활한 리더십이라고 오해할 때가 많다. 하지만 배스 교수는 아무리 훌륭한 변혁적 리더라도 때로는 팔로워들에게 자신이 기대하고 있는 것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이를 충족시킨다면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거래적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결국 거래적 리더십은 변혁적 리더십과 상반되고 부정적인 리더십이 아니라 변혁적 리더십을 더욱 효과적으로 발휘하게 하는 리더십의 중요한 바탕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실제로 변혁적 리더십에 대한 많은 연구에서 거래적 리더십이 변혁적 리더십 못지않게 팔로워들의 동기 부여와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7  따라서 변혁적 리더십과 거래적 리더십을 상호배타적인 개념에서 상호보완적인 개념으로 설정한 점이 배스 교수의 리더십 연구에 대한 마지막 공헌이라고 할 수 있다.

번즈와 배스 교수의 변혁적 리더십 이론이 주는 시사점

지난 40년 가까이 리더십을 이해하는 시각과 학술적 연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번즈와 배스 교수의 변혁적 리더십 이론이 지금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1. 리더십은 리더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시사점은 ‘리더십이 리더에 의해 일방적으로 행사되는 강압적 과정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상호작용’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달성해야 하는 목표도 리더가 일방적으로 설정하거나 강요하는 것이 아닌 팔로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목표여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번즈와 배스 교수의 변혁적 리더십 이론이 등장하기 이전까지 대부분의 리더십 이론들은 리더십을 리더 중심(leader-centric)의 과정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더구나 무엇을 달성해야 하는가라는 목표 설정은 리더가 갖고 있는 고유 권한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번즈 교수는 변혁적 리더십 이론을 통해 팔로워들이 공감하지 않는 목표는 의미가 없다고 선언한다. 배스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리더로서 미래에 대한 비전과 조직의 가치를 팔로워들과 얼마나 공유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솔선수범하느냐를 변혁적 리더십을 측정하는 중요한 항목 중 하나로 설정한다. 즉 리더와 팔로워 간의 상호작용을 변혁적 리더십 이론의 가장 중요한 토대로 전면에 내세운다. 팔로워들의 지위와 권한이 점점 강해지고 성과를 내기 위한 리더십의 이상향으로 수평적 리더십이 각광받는 현재의 상황을 생각하면 40여 년 전 번즈와 배스 교수가 가졌던 리더십에 대한 통찰력이 매우 뛰어났음을 알 수 있다.

2. 한 차원 높은 성과를 위해 경제적 보상 이상에 초점을 맞춰라

두 번째 시사점은 리더로서 한 차원 높은 성과를 창출하고 싶다면 팔로워들에게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한 거래적 관계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다. 이 플러스알파를 번즈 교수는 공동의 목표와 신뢰, 도덕적 가치 등으로 설정했고 배스 교수는 미래에 대한 비전, 솔선수범, 목표 달성에 대한 자신감, 팔로워에 대한 관심과 성장 등으로 설정했다. 시대에 따라, 이끌어야 할 대상에 따라 리더가 조직 구성원들의 몰입을 위해 해야 할 역할은 물론 초점을 맞춰야 할 대상이 변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리더십은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의 기준으로 과거의 리더를 평가하는 우를 범하기 쉽다.

리더로서 팔로워의 자발적인 협조와 추종을 얻고 싶다면 내게 있어 그 플러스알파가 무엇인가를 고민해보자. 그들이 리더인 내게 기대하고 이 관계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1인칭이 아닌 3인칭에서 생각해보자. 그리고 그들이 과연 무엇 때문에 내게 자발적인 협조와 추종을 하려고 할지 생각해보자. 후배들이 “저 선배는 저것 때문이라도 같이 일하고 싶어!”라고 말할 수 있는 나만의 무엇이 존재하는가? 나만의 One Thing은 무엇인가? 이 고민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긍정적인 영향력을 통해 팔로워들의 자발적인 추종을 얻고 있는 괜찮은 리더라고 자신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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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요즘 직장인들은 자신을 성장시키는 상사를 찾는다

번즈 교수의 변혁적 리더십보다 배스 교수의 리더십이 한 단계 더 체계화되고 포괄적인 이론으로 자리매김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팔로워들의 성장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생각하고 이런 행동을 변혁적 리더가 되기 위해 중요한 4개의 구성요소 중 하나로 설정했다는 것이다. 요즘 젊은 직장인들은 같이 일하며 나를 성장시켜 줄 상사를 원한다. 팔로워들의 성장이야말로 목표 달성을 위해 힘들게 일하면서도 일방적으로 혹사당한다거나 이용당한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지 않고 업무에 몰입하도록 만들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2016년 글로벌 컨설팅회사 딜로이트는 29개국 7700명의 밀레니얼세대 젊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충격적 결과 중 하나가 1년 내 지금 다니는 회사를 떠날 계획이 있다고 대답한 비율이 25%, 2년 내 떠날 계획이라고 대답한 비율이 무려 44%였다는 점이다.8  이렇게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몇 년 주기로 한 번씩 이직을 생각하는, 그래서 유목민이라는 뜻의 노마드족이라고 불리는 젊은 직장인들을 조직과 업무에 몰입하게 만드는 것은 리더 입장에서 점점 더 힘든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보고서에는 이에 대한 해결책도 담겨 있다. 2년 안에 떠나겠다는 44%의 직장인들이 갖고 있는 조직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이 무엇일까? 바로 ‘자신에 대한 무관심’ 혹은 ‘미래 성장에 대한 불투명’ 등이다. 전체 응답자 중 무려 63%가 본인의 리더십 개발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불만이라고 했다. 같은 맥락에서 향후 5년 동안 이직 계획이 없다고 이야기한 직원 중 무려 68%가 가장 중요한 이유로 나의 성장에 관심을 갖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주는 멘토 혹은 리더가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다시 말하면 ‘성장’은 밀레니얼 직장인에게 일과 조직에 얼마나 몰입해서 일하게 하는가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이슈라는 사실을 리더들이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스 교수는 30년 후의 젊은 직장인들이 성장에 큰 의미를 둘 것이라는 사실을 예측이라도 한 것처럼 변혁적 리더십을 구성하는 4가지 요소 중 하나로 ‘팔로워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상황과 기대치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그들의 성장을 위해 함께 고민하는 행동’을 개별적 배려라고 불렀다. 그리고 이를 측정하는 MLQ 항목으로 ‘이 상사는 가르치고 성장시키는 데 시간을 할애한다’와 ‘직원들의 역량 개발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해준다’ 같은 항목을 변혁적 리더가 되기 위한 행동으로 설정해 팔로워의 성장을 변혁적 리더가 실천해야 할 중요한 역할로 여겼다.

4. 지금 리더는 어항 속 물고기와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

번즈와 배스 교수의 변혁적 리더십이 지금 우리에게 주는 마지막 시사점은 리더의 윤리적 가치가 리더십 이론에 비로소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사실 변혁적 리더십 이론이 발표되기 전까지 리더의 윤리적 가치가 리더십 연구에 반영되거나 이론화된 적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 놀랍다. 하지만 번즈 교수는 변혁적 리더가 팔로워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필요조건 중 하나로 윤리적 기준을 얘기했고 배스 교수는 변혁적 리더십을 측정하는 항목으로 ‘이 상사는 의사결정 시 윤리적 측면을 고려하는가’, 그리고 이를 통해 ‘팔로워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가’ 등을 포함시켜 변혁적 리더가 되기 위한 윤리적 가치와 기준의 중요성을 구체화했다.

지금 리더는 어항 속 물고기 같은 상황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관찰의 대상이며 무엇인가를 숨기거나 왜곡하기 힘든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내리고 팔로워들을 이끌어야 한다. 사회적으로 자주 이슈가 되는 상사의 갑질과 비윤리적 문제들도 결국 2018년의 상사가 1998년의 상사보다 갑질을 더 심하게 하고 비윤리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과거에는 감춰질 수 있었던 행동들이 이제는 모두 드러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앞으로 리더의 윤리적 기준에 대한 팔로워와 사회의 기대치는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리더의 역할을 오랫동안 잘하고 싶다면 스스로 한 단계 더 높은 윤리적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일관되게 실천해야 한다.

 40여 년 전 출간된 두 권의 저서가 지금까지 리더십 연구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처럼 리더십도 어쩌면 이와 흡사한 과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리더로서 내가 지금 실천하고 있는 행동이나 변화는 시간이 지나 직원들이 좀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이 될 수도 있고 업무에 자유롭게 몰입하게 되는 긍정적인 문화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금 내가 후배들에게 해주는 작은 배려와 행동 하나가 그들에게 평생 기억에서 잊히지 않는 의미 있는 경험이 되고 성장을 위한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결국 리더란 번즈와 배스 교수처럼 미래에 대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오늘 하나의 작은 씨앗을 심는 사람이다.   
DBR mini box 
2017년 HBR에서 선정한 최고의 CEO가 가진 비결: 수평적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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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매년 성과가 좋은 최고경영자들의 랭킹을 작성해 ‘The Best Performing CEOs in the World’를 발표한다. 2017년 10월 발표된 2017년 1위는 자라(Zara)라는 브랜드를 가진 스페인 기업 인디텍스(Inditex)의 CEO인 파블로 이슬라(Pablo Isla)다.i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HBR에서 발표하는 이 랭킹의 이름이 ‘2017년 가장 좋은 성과를 낸 CEO’지만 파블로 이슬라가 이끄는 인디텍스의 재무적 성과는 1위가 아닌 18위라는 점이다. HBR은 왜 이슬라를 2017년 최고의 CEO로 평가했을까?

이를 이해하려면 자라라는 회사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회사가 경쟁사에 비해 훨씬 더 빠른 생산 및 판매가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런 비즈니스 모델이 잘 운영되려면 현장에 있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경영진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될 수 있는 소통 채널 및 자신의 목소리를 두려움 없이 적극 개진할 수 있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2017년 CEO 랭킹 1위로 선정된 후 HBR이 이슬라와 인터뷰한 기사 중 아랫부분을 참고해보자. 수평적 조직문화와 리더십이 어떻게 인디텍스의 12년 연속 성장을 이끌었고 파블로 이슬라를 세계 최고의 CEO로 만들었는지 알 수 
있다.

“우리 기업은 매우 평면적인 조직이며 공식 회의도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실제로 우리 기업에는 공식적인 경영위원회가 없습니다. 모든 직원에게 권한이 주어져 있으며 비공식적 대화와 현장 점검 등을 통해 직원들이 직접 의사결정을 합니다. 작년만 해도 전체 직원 16만 명 중 2만5000명 이상을 승진시켰습니다. 이런 조직 구조는 기업가적 정신을 조성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ii



 
정동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djung@yonsei.ac.kr

필자는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빙엄턴 뉴욕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교수를 거쳐 2008년부터 연세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04년 미국경영학회 서부지부로부터 ‘올해의 유명한 학자상’을 받았다. 2010년 리더십 분야의 최고 학술지인 『The Leadership Quarterly』의 ‘올해의 최고 논문상’을 수상했으며 매일경제 선정 한국의 경영대가 30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2015년 정진기언론문화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사람을 남겨라』가 있다. 주 연구 분야는 리더십과 조직행동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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