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학습법
Article at a Glance DISC 행동유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학습 방식
1) Dominance(주도형): 행동하는 지성. 강한 실행력이 장점. 실제 현장에서 부딪혀 가며 지식과 경험 축적. 대표 인물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아랫사람에게도 배우려는 열린 자세 필요.
2) Influence(사교형): 사람을 통해 학습. 전문가, 멘토, 세미나 등을 통해 지혜를 구함. 대표 인물은 제록스 전 회장 앤 멀케이. 남들의 생각을 모방하는 데서 벗어나 자신만의 주관 확립 필요.
3) Steadiness(안정형): 스스로의 마음의 거울에 자신을 비추는 고독한 성찰, 명상과 자기 수양을 통한 학습. 대표 인물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해 현장 중심의 체크리스트 적극 활용 필요.
4) Conscientiousness(신중형): 자료 수집과 분석을 통해 결론 도출. 대표 인물은 미국의 억만장자 자선사업가 엘리 브로드. 무수한 데이터를 맥락화·조직화해 의미 있는 통찰을 이끌어내려는 역량 필요.
중국 후한(後漢) 말, 위(魏)·촉(蜀)·오(吳) 삼국이 서로 대립하고 있을 당시 오나라 손권의 부하 중 여몽(呂蒙)이라는 장수가 있었다. 그는 전장에서 공을 많이 세워 장군까지 올랐지만 무식했다. 그는 학문을 깨우치라는 손권의 충고를 듣고 전장에서도 열심히 공부했다. 얼마 후 손권의 부하 중 뛰어난 학식을 가진 노숙이 여몽을 찾아갔다. 노숙은 여몽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그가 옛날과 달리 매우 박식해져 있음을 깨달았다. 깜짝 놀란 노숙에게 여몽은 “선비는 헤어진 지 삼일이 지나면 눈을 비비고 다시 볼 정도로 달라져 있어야 하는 법입니다”라고 말했다. 괄목상대(刮目相對)란 고사성어가 생겨난 유래다. 눈을 비비고 상대를 대한다는 뜻으로, 남의 학식이나 재주가 놀랍도록 부쩍 향상됐다는 의미다.
올해 초 개봉한 영화 ‘킹스맨’을 보면 “나의 경쟁자는 라이벌이 아니라 어제의 나”란 대사가 나온다. 성공한 리더들의 비밀은 바로 ‘어제의 나’를 경쟁자로 삼아 달라지고자 하는 점이다. “이 나이에 무슨…” “내가 누군데…” 같은 화석화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부단히 학습하려는 태도야말로 이들을 성공으로 이끄는 원동력이다. 성공한 리더들은 깊이 파고드는 책 공부든, 관찰을 통한 세상 공부든, 성찰을 통한 마음 공부든 학습을 멈추지 않는다. 본 글에서는 삶을 풍요롭게 하는 공부란 무엇이며, 구체적 효용은 무엇인지, 실제로 리더들은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리더들의 공부 유형
리더의 공통 유전자는 배우려는 태도다. 단적으로 그들 대부분은 보통 사람보다 독서량이 많다. CEO의 사무실에 가면 빠지지 않고 있는 게 책장이다. 서가에 꽂혀 있는 책들이 단순 장식용인지, 혹은 실제 리더가 활용하는 지혜의 보고인지를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필자의 경험에 비춰보면, 후자의 경우는 대개 책장뿐 아니라 책상 위에도 최근 신간들이 늘 서너 권씩 쌓여 있다. 샐러리맨 출신으로 대기업 CEO 자리에까지 오른 J 사장은 자신의 성공 비결을 ‘십일조’의 법칙으로 설명한다. “평사원 시절부터 월급의 10%, 하루 시간의 10%는 자기계발을 위해 썼습니다. 하루 두 시간, 매주 한 권, 한 달에 4권, 1년에 50권씩 읽으며 20년을 지내다보니 사장이 되더군요.” 그렇다면 리더들은 어떤 방법을 통해 공부에 임하고 있을까? 미국 컬럼비아대 심리학과 교수인 윌리엄 마스톤(William M. Marston)이 개발한 ‘DISC(Dominance, Influence, Steadiness, Conscientiousness)’ 행동유형 모델에 따라 리더들의 공부법 및 주의할 점을 살펴보도록 하자. (‘DISC 행동유형모델과 학습법’ 참고.)
1) Dominance(주도형): 현장 공부
“지장(智將) 위에 덕장(德將), 덕장 위에 현장(現場)”이란 우스갯소리가 있다.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D(Dominance)형’ 리더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말은 바로 현장이다. 한마디로 “하면 된다”를 입에 달고 다니는 타입이다. 강한 실행력이 무기로 단호하고 독립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D형의 대표적 리더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다. “임자, 해봤어?”야말로 D형의 강력한 학습 슬로건이다. 이들은 긴박한 현장학습을 할 때 펄펄 살아 숨쉰다. “안 되면 되게 하고, 없는 길은 만들라” “누군들 뱃속에서부터 배워 나오냐” “처음부터 리더자격증 받고 나온 사람 있냐. 부모는 자격증 받고 됐냐”라고 답하는 열정 100도파 인물들이 여기에 속한다.
<중용>에 백천지공(百千之功)이란 말이 나온다. “남이 한 번에 능히 하면 나는 열 번을 하고 남이 열 번에 능히 하면 나는 천 번을 노력한다. 그러므로 배우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만일 능하지 못하다면 절대 배움을 중단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내용이다. 공자는 ‘배움의 단계를 ‘생이지지(生而知之,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것)’, ‘학이지지(學而知之, 배워서 아는 것)’, ‘곤이지지(困而知之, 안간 힘을 쓰는 고생을 해서 아는 것)로 구분한다. 속도에서 차이가 날지 모르지만 일단 ‘아는 지점’에 도달해서는 생이지지나, 곤이지지나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D형이 바로 백천지공(百千之工)의 학습을 온몸으로 실천하는 유형이다. 이들 유형은 현장에서 배우는 학습을 중시하고 이론을 배우더라도 현장에 바로바로 적용하고자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D형이다. 그는 서울시장 시절, 현장을 보면서 많은 사람과 직접 부닥치면서 온몸으로 배워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 일환으로 실시한 게 독특한 현장 중심적 해외연수였다. 예컨대 서울시 복지국장은 세계에서 복지가 가장 잘된 나라 수도의 시청 복지국장 옆자리에, 건축과장은 세계에서 가장 도시 건축이 잘된 도시의 시청 도시과장 옆자리에 앉아서 근무를 하도록 했다. 출근부터 퇴근할 때까지 자신과 똑같은 일을 하는 사람 옆에 앉아서 그들이 어떻게 일을 처리하는지 직접 눈으로 살피고 몸으로 배우도록 한 것이다.
연 매출 100억 원을 올리는 장안농장의 류근모 사장은 자신의 저서 <상추CEO>에서 자신의 성공비결로 공부를 꼽았다. “농부들도 공부를 해야 한다. 농사를 짓는 데 필요한 3가지는 햇볕과 거름, 책이다. 농부가 공부를 해야 상추가 잘 자란다. 최소 한 달에 책 5권은 봐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류 사장의 공부는 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신문, 그림 전시회, 아줌마들과의 대화 등 어디에서건 그는 학습의 촉수를 세우고 있다. 실제로 그는 텔레비전이나 신문, 책에서 접한 각종 지식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이를 사업에 접목했다. 가령 신문에서 ‘메기효과’와 관련된 기사를 접하면 그냥 넘기지 않고 두세 가지 쌈채소를 한곳에 심어보며 채소끼리 천적 경쟁(?)을 붙여봤다. 가장자리에는 상추를 심고 중앙에는 케일을 심었다. 채소들은 서로 좋은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해서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두 채소 모두 더욱 건강해지고 병충해에도 강해질 수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D형의 학습 키워드는 살아 숨쉬는 현장과 빠른 실행력이다. 그만큼 온갖 세상이 다 학습의 대상이다.
원포인트 레슨 실행을 중시하는 D형이 빠지기 쉬운 함정은 독단이다. “나만큼 겪어본 사람 있으면 나와 봐”식의 태도를 갖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경험이라는 생생한 자원이 오히려 다른 유형 리더보다도 더 화석화돼 ‘성공의 덫’이 될 수 있다. 일본 메이난제작소의 하세가와 가쓰지 회장은 “경영자는 가르칠 뿐 아니라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라이벌이나 윗사람이 아니라 후배, 부하 직원들로부터 배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랫사람에게 가르침 받을 용기’가 경영자의 수준을 결정한다. 라이벌에게 배우는 것은 쉽지만 부하 직원에게 배우는 것은 보통 용기가 아니다. 경영의 30%는 직원에게 배움을 청하라. 산전수전의 결단력으로부터 우러나는 자부심은 70%만으로도 족하다. 현장 직원에게 묻고 듣고 학습을 청하고 스승으로 삼아라.
질문, 답변, 연관 아티클 확인까지 한번에! 경제·경영 관련 질문은 AskBiz에게 물어보세요. 오늘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Click!
회원 가입만 해도, DBR 월정액 서비스 첫 달 무료!
15,000여 건의 DBR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