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일교수의 Leader\'s Viewpoint

강압or설득:리더인 당신은 어떤 힘을 쓸것인가

104호 (2012년 5월 Issue 1)




편집자주

리더들의 모습은 제각각입니다. 강력한 카리스마가 넘치는 리더부터 낮은 자세로 사람들을 섬기는 리더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입니다. 하지만 공통점이라곤 전혀 없을 것처럼 보이는 리더들의 모습 속에서도 일관되게 흐르는 보편적 원리는 존재합니다. 리더십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내온 정동일 연세대 교수가 다양한 리더들의 모습을 통해 경영과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시공을 초월한 리더십의 근본 원리에 대해 많은 통찰을 얻어가시기 바랍니다.

 

지난 번 DBR 102호 기고문에서는 리더십의 정의와 두 가지 구성요소, 그리고 직급이 올라감에 따라 그 상대적인 중요성이 바뀌어야 리더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리더십 전이에 대해 다뤘다. 리더십의 첫 번째 구성요소인 긍정적 영향을 통한 자발적 추종의 중요성, 그리고 이것이 결여될 때 리더가 감수해야 할 감시비용과 전략적 사고의 부재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이번 칼럼에서는리더로서 부하들의 행동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내가 사용할 수 있는 힘의 원천과 이에 대한 부하들의 반응이 무엇인가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나는 어떻게 타인을 설득하려 할까?

다음과 같은 상황을 가정하자. 점심시간이 됐다. 나는 오랜만에 기름진 음식이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게 KFC. 김이 모락모락 나는 프라이드치킨을 생각하면 벌써 침이 꼴깍 넘어간다. 그런데 난감한 일이 벌어졌다. 거의 매일 점심을 같이하는 직장동료는 샐러드가 당긴단다.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손쉬운 해결책은 사무실을 나가 나는 KFC가 있는 옆 건물로, 동료는 샐러드바가 있는 길 건너편으로 각자의 길을 선택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혼자 먹는다면 이 또한 바람직한 결과는 아니다. 내가 원하는 치킨을 동료와 같이 먹으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하면 될까?

어떤 사람은 얼마 전에 당신이 원하는 메뉴를 내가 먹어 주었으니 이번에는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먹으러 가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치킨을 먹었을 때의 좋을 점을 부각시키며 설득하려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자신이 입사 선배라거나 나이가 많다는 점을 내세워 치킨을 같이 먹자고 강요하는 방법도 있다. 혹은 치킨을 먹는다면 비용은 내가 내겠다며 동료를 설득하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인간은 상호작용을 통해 타인을 끊임없이 설득해야 하는 존재다

이처럼 우리는 한평생 사회 또는 조직의 구성원들과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며 그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동시에 영향을 받으며 사는 존재다. 끊임없는 상호작용이 필요한 이유는 각자 원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서로 목표가 다르고 이를 달성하는 방법에 대한 인식 차이가 존재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욕구(needs)가 다르다. 따라서 인간은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이를 절충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중요한 것은 타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지만 그중에 내가주로사용하는 방법은 대상이나 상황에 관계없이일관적이라는 사실이다. 독자들도 곰곰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내가 다른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끼쳐야 할 때, 혹은 타인에게 무엇을 하게끔 만들어야 할 때 내가 선택하는 방법은 대개 정해져 있다.

사람들의 이 같은 일관된 성향 혹은 패턴이 리더십에서는 큰 의미를 갖는다. 리더가 부하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이를 통해 목표를 달성하려면 그들에게 끊임없이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이때 무엇을 통해 부하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는 위에서 말한 리더의 특성(예를 들면 성격이나 기질)이나 과거 경험에 바탕을 둔 반복적이고 습관적인 선택일 경우가 많다.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있어 구체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는 건 역설적으로 나의 선택이 내가 어떤 리더인가를 말해주는 자아의 표출임을 의미한다. 그리고 내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실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이 다양한 만큼 부하들의 이에 대한 반응도 천차만별이란 사실이다.어떤 방법은 오히려 생각지도 않은 저항을 불러일으켜 동료가 화를 내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샐러드 바로 향하게 하는 가 하면, 어떤 방식은 샐러드를 먹고 싶다던 동료가 기쁜 마음으로 KFC에 가서 음식값까지 지불하게도 한다.

 

리더가 선택할 수 있는 힘의 5가지 원천

그렇다면 리더로서 긍정적 영향을 통한 자발적 추종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할까? 우선 내가 가진 부하들에 대한 영향력이 어디에서 출발하는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는 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영향력이란 나의 말이나 행동에 따라 그들의 행동이 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타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리더로서 다양한 형태의 힘 또는 권력(power)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여기서 권력이란상대방을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힘이라 정의할 수 있다.

리더로서 내가 지시를 하면 부하들이 왜 지시에 따라 움직이고 일을 하게 될까? 많은 독자들이그거야 내가 상무니까 내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라는 식으로 생각할 것이다. 이는 내가 가진 직급·직책(사장, 상무, 부장 혹은 부서장, 팀장 등)이나 타이틀(박사, 교수, 판사 등)을 바탕으로 타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이다. 타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는 조직에서 자신에게 부여한 지위나 타이틀을 사용하는 것 외에도 여러 방법이 있다. 타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필요한 힘 또는 권력의 원천은 <1>처럼 대개 다섯 가지로 구분된다.1



 

 

 

 

내가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권력의 원천은 무엇일까?

지난 몇 개월 동안 부하들과 같이 일을 하면서 내가 그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는지 고민해 보자. 물론 상황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권력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보통이겠지만 누구에게나 상황이 주어지면 무의식 중에 선택하는 권력 행사의 방식이 있다. 그게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부하들에게 피드백을 받아 보는 것이다. 그러면 내가 인식하지는 못하지만 그들이 느끼는 나의 영향력의 바탕에 대해 좀 더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①Bad: 강압적 권력 (Coercive Power)

나는 혹시이번에 성과 못 내면 알아서들 해.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혹은내 말 안 들으면 알지? 지옥 같은 부서로 갈 각오해!” 같은 식의 강압적 방식을 통해 주로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지 않는가? 강압적 권력이란 여러 가지 제재나 처벌 혹은 부정적인 결과 등을 통해 타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힘을 의미한다. 위와 같은 직접적인 협박이 일반이지만 공포분위기를 조성해 부하들에게 무언의 위협이나 공포가 느껴지게 하는 것도 강압적 권력의 행사에 해당된다.

강압적 권력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일을 하다 보면 강압적 권력을 사용해야 할 상황도 있다. 예를 들어 조직에 큰 위기가 찾아와 급하게 어떤 의사결정을 하고 이를 실행해야 할 때는 이런 류의 권력 행사가 필요할 수 있다. 당신이 선택한 방법이 성과를 창출하는 데 더 좋은 방법이라는 확신이 있는데 부하들이 각자의 이익이나 편함 때문에 따르려 하지 않을 때도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조직이나 팀에 만연돼 있는 나쁜 습성(예를 들면 인종차별, 성희롱, 금전적 비리 같은 비윤리적인 행동)을 없애고 싶을 때도 효과적이다. 때론 이런 방식을 통해 리더로서 누가 보스인지를 부하들에게 종종 상기시키는 게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리더가 강압적 권력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면 DBR 102호 기고에서 지적했던 감시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권력에 대한 부하들의 반응은 대부분저항내지는 어쩔 수 없는복종일 것이다. 이렇게 되면 리더와 부하의 관계는 지나치게 일방적이 돼 리더 주변에는 아첨하는 부하들만 남게 된다. 강압적 권력을 주로 행사하는 리더의 지위는 불안할 수밖에 없으며 부하들은 기회가 날 때마다 당신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려 할 것이다. 당신의 위기가 그들에게 기회가 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차세대 GE로 각광받으며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던 타이코인터내셔널이란 회사의 CEO였던 데니스 코즐로브스키가 직원들을 강압과 공포로 지배했던 대표적인 CEO에 해당된다. 그는 2002년 회사 돈 17000만 달러를 착복한 혐의로 구속됐고 타이코는 당시 엔론과 더불어 미국에서 가장 타락한 기업의 대명사가 됐다. 김정일과 같은 독재자들도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주로 강압적 권력에 의존한다.

②Good: 합법적 권력 (Legitimate Power)

만약 부하 직원들에게 일을 시키면서시키는 대로 하지 뭔 말이 그렇게 많아? 누가 상사야?” 혹은내가 부장이니 시키는 대로 해!”같이 조직이 부여한 지위를 바탕으로 영향력을 주로 행사하는 경향이 있다면 당신이 주로 의존하는 영향력의 바탕은 직급에 있다. 이를 합법적 권력이라고 한다. 합법적 권력은 조직이 부여한 권한을 바탕으로 부하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강압적 권력에 비해 조금은 바람직하다. 합법적 권력을 행사하는 리더에 대한 부하의 반응도 저항이나 마지못한 복종이 아닌순응(compliance)’에 가깝다. 필자가 그동안 관찰한 수많은 리더들도 이 합법적 권력을 바탕으로 부하들을 이끄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합법적 권력을 바탕으로 한 부하들의 순응은 리더십의 본질이 그들의자발적추종을 일으키는 것이라는 점에 비춰 볼 때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Compliance라는 단어의 뜻을 생각해 보면 합법적 권력이 왜 그리 이상적이지 못한가를 쉽게 깨달을 수 있다. Compliance란 법이나 명령 등을 준수하고 따른다는 의미다. 그래서 응종(應從)이라고도 한다. 운전자들이 교통신호를 준수하고 금융기관이 나라에서 제정한 법규를 준수하는 것도 여기에 해당한다. 결국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공공의 가치를 높이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지켜야 하는 강제조항이다. 따라서 compliance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상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와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 정신이 번쩍 들 만큼 무서운 처벌(예를 들면 벌금이나 벌점 또는 구속)이 필요하다. 만약 규정을 어겨도 괜찮을 거란 확신이 들 만큼 감시가 소홀하면 슬쩍 슬쩍 어길 수도 있다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밤길 운전을 하면서 아무도 보고 있지 않는다라는 생각이 들면 빨간 불이 켜져 있어도 멈추지 않고 그냥 지나쳐버리고 싶은 유혹 말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 대부분은 아마내가 설마 이렇게 바람직하지 않은 강압적 혹은 합법적 권력을 통해 부하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까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자신의 리더십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의지가 있다면 당장 내일 아침 부하들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달라고 요청해 보라. 필자가 관찰한 많은 리더들 중에 강압적 내지는 합법적 권력에 습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리더들이 상당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다. 매일 행하지만 행동은 일종의 습관이기 때문에 본인만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③Better: 보상적 권력 (Reward Power)

만약 당신이 부하들에게 일을 열심히 하게 만들기 위해당신, 연말 보너스 두둑하게 받게 해줄 테니 이번 프로젝트 잘해 봐!”와 같은 방식을 사용한다면 당신은 보상적 권력을 영향력의 기본 바탕으로 사용하고 있는 리더다. 보상적 권력은 잘만 사용하면 부하들의 동기부여와 성과창출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을 창업하고 성공한 CEO의 길을 걷다 뉴욕시장에 당선된 마이클 블룸버그는 보상적 권력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성공한 대표적인 리더 중 하나다. 그는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달성한 부하들에게 파격적인 보상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보상적 권력은 강압적·합법적 권력보다는 긍정적이지만 그 한계를 인식하지 못하고 너무 습관적으로 의존하다 보면 많은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물질적 보상이 창의적이고 자발적으로 일을 하게 만드는 데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후에 자세하게 기술할 예정이지만 지난 수십 년간의 연구를 종합해 보면 보상에 의해 부하들의 동기를 유발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그 효과 또한 잘해야 단기적이다. 지난 주에 저녁을 사준 상사에 대한 고마움이 얼마나 지속되며 연봉 조금 오른 게 과연 나를 얼마나 열심히 일하게 하는지 생각해 보면 보상적 권력에 기반한 영향력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쉽게 내릴 수 있다.

물질적 보상에 기반한 영향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적응성 때문이다. 돈에 대한 인간의 적응력은 놀랍도록 효율적이다. 그리고 물질적 보상에 익숙해지다 보면 그것이 있음으로써 얻어지는 혜택보다 없음으로써 생기는 박탈감 및 억울함과 같은 부정적인 것들에 사람들이 더 초점을 맞추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그들은 일이 주는 즐거움과 이를 통해 자신이 성장한다는 기쁨보다될 일들을 찾아 나서게 된다.

④Better: 전문적 권력 (Expert Power)

그렇다면 리더가 어떤 권력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야 좀 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까? 저항과 어쩔 수 없는 복종이 아닌 긍정적인 반응이란 무엇일까? 권력의 원천과 영향력이란 측면에서 더 바람직한 부하들의 반응은 바로 헌신(commitment), 동일화(identification), 그리고 내재화(internalization) 같은 반응이다. 조직과 일, 리더에 대한 헌신과 동일화, 그리고 리더와 조직의 가치에 대한 내재화가 이뤄진다면 일하는 과정이 질적으로 바뀔 수 있다. 이게 바로 리더십에서 말하는 긍정적 영향을 통한 자발적 추종을 불러일으키는 핵심이다.

리더가 가지고 있는 전문적인 기술이나 지식 정보 등을 부하들과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건 그런 의미에서 앞에서 언급한 3가지 힘의 원천보다 더 바람직하다. 이를 전문적 권력이라 한다. 시장과 기술에 대한 탁월한 지식을 바탕으로 부하들을 이끌었던 리더들은 수없이 많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구글의 에릭 슈밋, IBM의 샘 팔미사노와 같은 CEO가 여기에 해당된다. 필자의 경험상 한국에선 삼성전자의 최지성 부회장, 웅진코웨이의 홍준기 사장, 그리고 최근 두산그룹 CEO에 오른 박용만 회장이 전문적 지식과 역량을 통해 부하들을 이끄는 대표적 리더라 할 수 있다.

지식과 전문적 역량 자체가 리더의 영향력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부하들에게 전수해 주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나간다면 이는 내가 가진 긍정적인 영향력을 넓히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리더십에서 코칭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부하 입장에서 리더가 가진 노하우나 기술을 전달받는다는 구체적인 혜택을 경험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리더가 나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주려는 관심과 애정이 있다는 사실이 부하를 지속적으로 감동시킬 수 있다. 혁신과 창의성이 경쟁우의가 돼 버린 지금, 당신이 지적 역량이 뛰어난 리더이고 이를 부하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상사라는 소문이 난다면 당신 주위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들 것이다. 그들이 당신을 통해 역량이 향상되며 좀 더 성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면 당신의 영향력은 극대화될 수 있으며 이는 그들의 자발적인 추종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⑤Best: 준거적 권력 (Reference Power)

지적 역량과 이의 적극적인 공유는 당신을 영향력 있는 리더로 만들어주지만 이는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고 유용해야 한다는 가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전문적 권력을 통한 영향력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매력과 존경심 등을 바탕으로 한 준거적 권력은 부하들로부터 헌신과 동일화, 내재화를 지속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권력의 원천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기술 노하우 등은 업무가 바뀌거나 환경이 바뀌면 그 가치가 없어질 수도 있지만 개인적 특성은 상황에 따라 변하거나 사라지는 성질이 아니다. 따라서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부하나 주위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다면 준거적 권력이 전문적 권력보다 더 바람직하다.인도의 독립을 이끌었던 마하트마 간디나 미국 대통령을 지낸 빌 클린턴, 그리고 한국의 고() 김대중 대통령이 준거적 권력을 바탕으로 부하들을 이끌었던 대표적인 리더라 할 수 있다. CEO로는 코리안 리의 박종원 사장, 신한은행의 신상훈 전 행장, 인천국제공항공사 이채욱 사장 등이 준거적 권력을 통해 부하들의 자발적인 추종을 불러일으키는 필자가 경험한 대표적인 한국의 경영자라 할 수 있다.

준거적 권력은 당신이 지니고 있는 인간적인 매력에서 출발한다. 매력적인 리더를 대하면 부하들은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본능적인 충동을 느끼게 된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미래에 대한 꿈을 같이 이루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며 이는 궁극적으로 일과 조직에 헌신하게 만들고 당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자신의 신념으로 내재화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럴 때 당신은 비로소 부하들의 자발적 추종을 불러일으킬 수 있게 된다.

 

 

리더로서 인간적인 매력을 높이기 위한 두 가지 방법

그렇다면 인간적으로 매력적인 리더는 타고나는 것일까? 물론 타고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미국의 케네디나 레이건 대통령이 아직도 많은 미국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가 바로 그들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유머 감각과 야심만만한 태도, 그리고 심지어는 남자로서의 매력적인 외모 덕분이다. 하지만 리더가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매력은 얼마든지 개발될 수 있다고 필자는 믿고 있다.

리더로서 인간적인 매력을 높이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진정성 있는 행동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진심이 느껴지는 행동을 지켜보면서 부하들은 당신을 신뢰하게 된다. 이는 궁극적으로 당신을 매력적인 리더로 탈바꿈시켜줄 수 있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지금 많은 정치인들에게 혐오감을 느끼는 가장 중요한 이유도 그들의 진정성이 결여된 행동 때문이지 않은가.

리더로서 매력을 높이는 두 번째 방법은 리더가 가진 자신감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리더라면 항상 자신감 있는 모습을 부하들에게 보여 준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안다. 하지만 내가 보여주는 자신감과 당당함은 당신을 매력 있는 리더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당신이 지금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하는데 자신감이 없다면 인텔의 CEO를 오랫동안 맡았고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경영자 중 한 명이라고 꼽히는 앤디 그로브의 일화에서 용기를 찾기 바란다. 앤디 그로브와의 인터뷰 도중 기자 한 명이당신은 어떻게 매 순간 그렇게 직원들과 주주들, 언론 앞에서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일 수 있었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앤디 그로브는왠걸요. 너무 두렵고 겁이 나서 바지에 오줌을 쌀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걸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 기자는아니 그럼 어떻게 적어도 겉으로 보이는 당신은 그렇게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쳤습니까라고 되물었다. 앤디 그로브는 그의 질문에자신감 있는 체 하려 노력했더니 그게 자신감이 되더군요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다. 자신감이 없으면 자신감 있는 체 하려 노력하라. 그럼 어느 순간에 두려움이 사라지고 자신감이 넘치는 매력적인 리더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자신감을 높이기 위해 필자는 많은 리더들에게 자기와의 긍정적인 대화를 끊임없이 하도록 권한다. “할 수 있어! 전에도 해봤잖아!” 혹은이까짓 것 아무것도 아냐!”와 같은 긍정적 자기 암시와 대화를 지속적으로 하다 보면 어느새 당신은 자신감이 충만한 리더로 변신할 수 있다.

정리해보자. 리더는 부하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목표를 달성하는 존재다. 그 과정에서 당신이 사용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은 대략 다섯 가지 종류가 있다. 어떤 권력을 행사해 부하를 움직이느냐는 전적으로 당신의 판단이자 성향에 달렸다. 다섯 가지 권력의 원천 중 강압적 권력은 부하들에게 저항을 불러일으킨다. 합법적 권력에 대한 부하들의 반응은 순응, 혹은 수동적 복종이다. 물질적 보상에 의거한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좋은 결과를 보일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상대적 박탈감과 불만족을 가져올 뿐이다. 지식에 근거한 전문적 권력은 그들을 성장시킨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만 그 지식의 가치가 높아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결국 리더의 가치를 내재화해 일과 조직에 대한 부하들의 헌신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당신이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매력에 근거한 준거적 권력이 장기적 관점에서 더 바람직하다.

리더로서 어떤 방식을 통해 부하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가는 당신의 선택이다. 하지만 당신의 선택에 따라 부하들의 반응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일에 대한 의욕도 없고 부서나 회사에 대한 사랑도 없다며 부하들을 질책하기에 앞서 내가 그들에게 어떤 방식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그들의 태도는 리더인 내가 선택한 행동의 결과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동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djung@yonsei.ac.kr

필자는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빙엄턴 뉴욕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교수를 거쳐 2008년부터 연세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04년 미국경영학회 서부지부로부터올해의 유망한 학자상을 받았다. 2010년 리더십 분야의 최고 학술지인의올해의 최고 논문상을 수상했으며 매일경제 선정 한국의 경영대가 30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주 연구 분야는 리더십과 조직행동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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