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1년 7∼8월 호에 실린 인시아드 리더십·학습 석좌교수 허미니아 아이바라와 UC버클리/인시아드 경영학 교수 모튼 T. 한센의 글 ‘Are You A Collaborative Leader?’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직원들이 새로운 소셜 기술을 활용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세일즈포스닷컴(Salesforce.com)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에게 좋은 일이 생겼다. 세일즈포스닷컴은 일찍이 페이스북(Facebook)에서 영감을 얻어 직원들이 동료와 고객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정보와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업용 응용 프로그램 채터(Chatter)를 개발했다. 세일즈포스닷컴 직원들은 사내에서 채터를 활용해 왔다. 채터 사용 자체가 사내에 국한돼 있긴 했지만 직원들은 함께 업무를 하는 집단 내에서만 채터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채터를 활용해 조직 전체와 의사소통을 했다. 베니오프는 채터에 올라온 글을 읽으면서 경영팀이 중요한 정보를 갖고 있으며 가장 큰 가치를 창출하는 직원들 중 상당수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베니오프는 일선 직원들 또한 최고경영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세일즈포스닷컴은 사외에서 열리는 연례 경영진 회의를 앞두고 있었으며 베니오프는 직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일선 직원들이 연례 회의에서 비밀리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해 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베니오프는 “직원들은 경영진이 예복을 갖춰 입고 성가를 부를 거라고 상상했다”고 이야기했다.
회사의 최고경영진이 직원들과 좀 더 가까워지기를 바란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베니오프는 자문했다. 고민을 하던 중 베니오프는 답을 찾았다. ‘그래! 채터를 이용해서 연례 경영진 회의를 모든 직원에게 공개하자!’
연례 경영진 회의에 참석한 200명의 세일즈포스닷컴 임원들은 이례적인 상황에 처했다. 5000명에 달하는 세일즈포스닷컴 전 직원이 가상 회의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었던 것이다. 회의실 곳곳에 설치돼 있는 대형 텔레비전 모니터에는 연례 회의를 위해 개설된 채터의 특별 포럼 화면이 띄워져 있었다. 회의실에 있는 모든 관리자에게는 아이팟 터치(iPod Touch)가 지급됐고 모든 테이블에는 아이패드(iPad)가 비치돼 있었다. 회의 참석자들은 이 기기들을 이용해 포럼에 글을 올릴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회의실의 모습을 모든 직원들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해 모든 직원들이 회의 상황을 파악하고 채터에 즉각 의견을 피력할 수 있도록 했다.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일반적인 프레젠테이션을 기점으로 회의가 시작됐다. 프레젠테이션을 지켜보던 관리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처음에는 평소와 다른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베니오프가 테이블 위에 있던 아이패드를 집어 들고 채터에 글을 남겼다. 베니오프는 연사의 이야기 중 흥미로운 내용을 언급하며 분위기를 돋우기 위한 농담까지 곁들였다. 회의실에 있던 몇몇 관리자들이 베니오프를 따라 채터에 의견을 남기자 사무실에서 회의 모습을 지켜보던 일부 직원들도 채터에 의견을 적어 내려갔다. 눈덩이가 언덕을 굴러내려 가며 점점 커지듯 채터에 의견을 남기는 사람이 점차 늘어났다. 베니오프는 “엄선된 소수의 사람만 참여하는 회의가 불현듯 사내 모든 직원이 참석하는 회의로 발전했다”고 이야기한다.
채터는 수많은 의견으로 넘쳐났다. 기술 미디어 전략 책임자 스티브 길모어(Steve Gillmor)는 “회의실에서 권한 위임(empowerment)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회상한다.
결국 실제 회의가 끝난 후에도 몇 주간 대화가 지속됐다. 한층 더 중요한 사실은 조직 전반의 대화를 장려한 덕에 모든 직원들이 세일즈포스닷컴의 사명(mission)을 적극 지지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세일즈포스닷컴에서 한층 개방적이고 자율적인 문화를 만들어내는 기폭제와 같은 역할을 했다.
세일즈포스닷컴의 관리자 및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비즈니스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요즘 그 어느 때보다 협력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 비단 회사 내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할 뿐 아니라 공급자, 고객, 정부, 대학 등과도 적극 협력한다. 세계 각지의 직원들을 한데 모아 가상팀을 꾸리는 일이 예외적인 방식이 아닌 일반적인 방식이 됐다. 페이스북, 트위터(Twitter), 링크트인(LinkedIn), 영상 회의, 기타 각종 기술로 인해 연결성이 한층 증대됐으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불가능했던 새로운 형태의 협력이 가능해졌다.
많은 경영진이 이와 같은 초연결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지휘와 통제’ 방식을 활용해 조직 내에서 높은 자리에 올라간 사람들은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느라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반대로 합의를 통해 조직을 이끌어가려고 노력하는 관리자는 곧 의사 결정과 실행이 중단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될 수도 있다. 적절한 리더십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필자들은 뛰어난 성과를 내는 CEO에 대한 연구(하버드비즈니스리뷰 2010년 1∼2월 호에 실린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내는 CEO(The Best-Performing CEOs in the World)’ 참고)를 진행하는 동안 협력적인 리더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필자들은 협력적인 리더가 되려면 4가지(연결자의 역할 수행, 다양한 인재 유치, 협력의 모범을 보이기, 여러 팀이 토론을 하느라 곤경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려는 강력한 의지)에서 뛰어난 역량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학습을 통해서 이런 역량을 얼마든지 습득할 수 있으며 이런 역량을 습득하고 나면 경영진이 오랜 기간 동안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