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야기한 동일한 수준의 사고로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 앨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오늘날의 시장은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혼란, 극단적인 경쟁, 끊임없이 계속되는 변화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미 쇠락하고 있는 시장에서 자신과 똑같이 싸움에 휘말린 경쟁자보다 조금 더 나아 보이려고 노력하는 게 큰 의미가 있을까? 오늘날의 시장 환경에서는 경쟁자보다 확실하게 도드라지는 ‘특별한 존재’로 변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경쟁자와 비슷한 일을 해서는 성과를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실용적인 급진성(practically radical)’이 필요하다. 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오늘날의 경기침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자신에게 유리하게 게임의 양상을 바꾸고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수용하면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선행돼야 한다.
부자데(vuja de)로 조직을 변모시켜라
“어떻게 구성원들로부터 더 많은 에너지와 창의성을 이끌어내고 그들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 것인가?”
혼돈의 시대, 세상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오늘날 하는 일들이 과거에 했던 방식과 별반 다르지 않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어떤 분야에서든 적절한 수익을 창출하려면 대대적인 변화를 이뤄낼 준비를 해야 한다. 경쟁이라는 용어도 다시 정의해야 한다. 즉, 최고의 대열에 합류하려면 자신의 ‘부자데(vuja de)’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부자데란 무엇인가?
낯선 상황에서 예전에 본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데자부(deja vu) 현상이다. 부자데는 그 반대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익숙한 상황 - 수십 년 동안 자신이 몸담아온 업계, 또는 수년 동안 연구해온 제품 - 을 참신한 시각이나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면서 자신만의 독특하고 차별화된 미래상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조직을 변모시키려면 조직과 업무를 마치 처음 접하는 것처럼 생각하며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25년 이상 스위스 시계업계에서 비중 있는 인물로 활동한 억만장자 니컬러스 G. 헤이엑(Nicolas G. Hayeck)을 보자. 스위스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시계의 80%를 제작했다. 이후 외국 경쟁업체들이 쿼츠(Quartz) 기술을 활용해 시계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스위스는 이 기술을 먼저 개발하고도 기술이 조악하다는 이유로 외면했다. 그 역풍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1970년 스위스 시계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은 42%로 추락했다. 스위스 은행들이 SMH(Swiss Corporation for Microelectronics and Watchmaking)라는 이름으로 파산한 거대 시계기업들을 합병했다. 이때 헤이엑이 모습을 드러냈다.
헤이엑은 1983년 매출 10억 달러에 손실액이 무려 1억2400만 달러에 이르던 SMH를 떠맡았다. 그는 두려움에 떨고 있던 1만5000명의 직원도 챙겨야 했다. 하지만 10년 뒤에 SMH의 매출은 20억 달러로 증가했다. 당기 영업이익도 2억8600만 달러로 늘었다. SMH는 2008년 스와치그룹(Swatch Group)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 회사는 19개의 브랜드를 거느리며 매출액만 50억 달러, 이익은 7억2000만 달러 이상을 올리는 세계 최대의 시계 기업이 됐다. 직원 수도 2만6000명으로 늘었다.
헤이엑은 SMH를 어떻게 바꿔놓았을까? 헤이엑은 마케팅에 관해 통찰력을 지닌 제품혁신가였다. 하지만 그는 450년 전통을 지닌 스위스 시계제작 기법을 약점이 아닌 강점으로 새롭게 활용하는 데 중점을 뒀다. 오메가(Omega)가 대표적인 사례다. 헤이엑이 경영을 맡았을 때 오메가 브랜드는 고사 직전이었다. 성장을 추구하던 오메가의 이전 경영자들은 다각도로 브랜드를 확장하려고 노력했다. 그들은 고가, 중가, 저가의 다양한 오메가 시계들을 선보였다. 헤이엑은 수많은 모델을 130가지로 줄이고 오메가를 고급 브랜드로 되돌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이 결과 2008년 오메가 브랜드 하나만으로 10억 달러가 넘는 매출을 올렸다. 수익도 수억 달러에 이르렀다. 과거에 가장 잘했던 일로의 회귀를 통해 세계 최고급 브랜드로서의 오메가의 위상을 재정립했다.
헤이엑은 단순한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과거를 새롭고 참신한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즉 부자데의 효과를 보여준 것이다. 그는 오메가 브랜드에 활기를 다시 불어넣기 위해 참신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회사에 적용했던 것이다.
헤이엑처럼 하려면 첫째, ‘터널 시야’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중력 사상가’가 되라. 원점에서 새로 시작해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보다 나은 방법을 상상하려고 노력하라. 둘째, 업계 외부의 혁신가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야 한다. 경쟁자만을 단순히 벤치마킹하는 것은 무의미한 노력이다. 셋째, 과거를 부인하지 않으면서 과거에서 벗어나라! 창의적인 리더들은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과거로부터 배우는 동시에 과거에서 벗어난다. 넷째, 리더로서 긴장감을 조성하고 이를 조직 구성원의 행동으로 이끌어라! 리더가 직관력과 참신한 시각으로 미래를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과 그렇게 떠올린 아이디어를 판도를 뒤바꾸는 성과로 변화시키기 위해 직원들의 헌신을 이끌어내는 역량은 별개의 문제다. 다섯째, 배움을 멈추지 말라! 위대한 리더들은 만족을 모르는 학습가다. 계속해서 배우고, 실험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를 떠올려라.
업계를 뒤흔들어라
“어떻게 해야 고객들과 더욱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면서 격변의 시대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까?”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Harvard Business School)의 문영미 교수는 “모든 카테고리마다 기업들은 경쟁이라는 특정 리듬에 갇힌 나머지 서로를 차별화하는 의미심장한 리듬을 만들어내는 자신의 임무를 망각하게 된 것 같다. 그 결과 경쟁이 치열할수록 구분이 어렵게 됐다. 제품이 더는 다른 제품과 경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를 뒤흔들기 위해서는 많은 일들을 ‘그런대로 괜찮게’ 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자신이 독보적으로 뛰어나게 할 수 있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하라는 의미이다. 다른 기업들과 똑같은 기회를 좇는 터널 시야에서 벗어나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새로운 게임을 상상하라.
아일랜드의 라이언에어(Ryanair)와 이 회사의 활력이 넘치는 CEO 마이클 올리어리(Michael O’Leary)의 사례를 보자. 라이언에어는 1986년 두 개 노선으로 운항을 시작했다. 사업은 이내 손해를 봤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회사는 여전히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1994년 1월 올리어리가 CEO에 선임되면서 라이언에어는 말 그대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2009년 850개 노선에 6000만 명에 육박하는 승객들을 실어 나르며 4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항공사로 성장했다. 2009년 라이언에어의 주가는 1999년보다 5배나 뛰었다.
올리어리는 어떻게 이런 일을 해냈을까? 그는 끊임없이 문제를 만들어냈다. 유럽 규제기관을 ‘얼간이’라고 부르거나 브리티시항공사(British Airways) 임원들을 ‘돈이 많이 드는 녀석들’이라고 비난했다. 모든 여행사 직원들을 “끌고 나가 총을 쏴버려야 한다”는 극단적인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올리어리는 거친 발언을 일삼았지만 이를 통해 직원들이 비용 절감, 항공료 인하, 추가 요금 부과 방안 등에서 무자비하면서도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도록 했다. 그 결과 라이언에어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낮은 가격대로 요금을 제시하면서도 고객들이 불쾌한 느낌을 갖지 않도록 하는 참신한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 결과 고객들은 이 항공사를 더 많이 이용하게 됐다.
“라이언에어는 저렴한 가격, 정시 스케줄, 최소한의 예약취소, 수하물 분실의 최소화를 약속한다. 하지만 더 많은 것을 원한다면 이용하지 말라. 항공편이 취소된다면 우리가 고객을 호텔방에 투숙하게 할까? 아니다! 다른 곳을 알아보라. 할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해서 환불이 불가능한 티켓을 환불해줄까? 아니다! 가라. 우리는 당신의 감상적인 얘기에는 관심이 없다! ‘환불 금지’의 어떤 부분이 이해가 안 되는가?”
- 마이클 올리어리(Michael O’Leary), 라이언에어(Ryanair) CEO
업계를 뒤흔드는 가장 좋은 또 다른 방법은 회사의 성공에 가장 중요한 고객을 파악하고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과 그들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일에 몰두하는 것이다. 만약 처음부터 뭔가를 만들어야 한다면 이런 식으로 하라.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37시그널스(37signals)는 이런 행동원칙을 실행에 옮긴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 회사는 더 많은 기능을 추가하려는 소프트웨어 업계의 트렌드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37시그널스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제한된 특징만을 갖춘 단순한 모델이다. 따라서 사용하기 쉽다는 인상을 준다. 이 회사가 300만 명이 넘는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런 방식이 가진 매력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고객과 더욱 가깝고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업계를 뒤흔들 수 있을까? 첫째, 모든 일을 ‘적당히 잘하겠다’는 생각을 버려라. 어떤 일에서 절대적으로 탁월해지는 방법을 파악하라! 둘째,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된다는 것은 한 가지를 잘 한다는 게 아니라 수많은 다양한 일들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라는 점을 인식하라! 자포스(Zappos)는 신발 판매로 인정을 받고 있는 회사다. 이것만이 아니다. 이들은 좋은 신발을 판매할 뿐 아니라 훌륭한 서비스와 우수한 고객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한다. 셋째, 경쟁업체보다 더 열심히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경쟁업체보다 고객을 더욱 배려하는 일을 하라! 넷째, 고객들을 이성적으로만 만족시킬 게 아니라 감성적으로 빠져들게 하라! 위대한 기업들은 고객들의 삶과 직장에서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차가운 피를 가지고는 훌륭한 것을 절대 창출할 수 없다. 모든 위대한 업적은 열정이 넘치는 마음의 이야기다.”
- 아놀드 글래스고(Arnold Glasgow), 비즈니스 유머 작가
리더십 스타일을 바꿔라
“어떻게 해야 리더십에 관한 낡은 가설에 도전하고 집단 지혜를 활용할 수 있을까?”
오늘날에 필요한 리더십 스타일은 과거와는 다르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행동하지 말고 조직 내 어느 곳에서 일하는 직원도 훌륭한 아이디어를 쉽게 제안할 수 있게 하라. 이러한 스타일을 겸손(humility)과 포부(ambition)를 합친 합성어인 ‘험비션(humbition)’이라고 부를 수 있다. 가장 현명하고 유능한 리더들은 조직의 집단 지혜를 최대한 발휘하게 만드는 조력자이다.
군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라이트-솔루션(Rite-Solutions)은 조직 내 집단 브레인파워를 활용하기 위해 사내 온라인 주식시장을 운영한다. 직원들은 사내 아이디어 주식시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오피니언 머니(opinion money) 1만 달러를 받는다. 누구나 신기술 혹은 새로운 사업 부문에 뛰어들거나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는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이 제안은 주식이 돼 주당 10달러에 거래되기 시작하고 각각의 주식에는 상세 설명과 e메일 토론 리스트 등이 있다. 직원들은 주식에 투자하거나 프로젝트 참여를 자원할 수 있다. 아이디어가 실제로 수익을 발생시키면 진짜 돈을 지급받는다. 아이디어의 성공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제품을 개발하는 몇몇 전문가들에게 의지해서는 혁신을 할 수 없다. 꿈을 꾸는 자와 실천하는 자, 머리는 비상하지만 비현실적인 자와 광적인 자, 사상가와 이를 다듬는 자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설득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회사에서 주식시장은 생활방식이 됐다.”
- 짐 라보이(Jim Lavoie), 라이트 솔루션(Rite-Solutions) CEO
험비션 리더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첫째, 그들은 모든 것을 다 아는 척 하지 않는다. 대신 어디서든 훌륭한 아이디어가 솟아오르게 만든다. 둘째,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이해하고 실행할 아이디어를 선택하는 실질적인 방법을 습득하고 있다. 셋째, 사기를 저하시키지 않으면서 좋지 않은 아이디어를 능숙하게 거절할 줄 안다. 불쾌감을 주지 않으면서도 모든 아이디어의 장점을 고려해 공정하게 처리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넷째, 외부자들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외부자들과 공유하는 열정을 갖고 있다. 새로운 리더는 다른 기업뿐 아니라 심지어 경쟁자와도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험비션이 효과적인 이유는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조직 내에서 리더처럼 행동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기업 문화의 일부로 험비션을 만든다면 종종 순환하는 리더십 효과가 발휘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열정을 느끼는 프로젝트에서 리더십을 갖게 될 것이다. 일반 사원들에게 제공되는 이런 기회가 바람직한 이유는 새로운 사고의 지속적인 흐름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심지어 몇몇 기업들은 고객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지휘할 수 있게 하는 험비션을 실천하고 있다.
권춘오 네오넷코리아 편집장 pipal73@hanmail.net
이 책을 쓴 윌리엄 C. 테일러(William C. Taylor)는 저술 및 강연 활동을 병행하는 기업가다.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 매거진의 공동 설립자이자 편집자다. 이 회사는 창간 후 6년 뒤에 3억4000만 달러에 매각됐다. 테일러는 <뉴욕타임스(New Times)> 및 <가디언(Gardian)>에 정기적으로 경영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하버드비즈니스리뷰(Harvard Business Review)> 블로그에 경영 관련 칼럼을 게재하고 있다. 뱁슨대(Babson College)에서 겸임 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Mavericks at Work(한국어 번역판 “창조형 리더는 원칙을 배반한다”> 외에 비즈니스 전략에 관해 3권의 책을 공동 집필했다. 프린스턴대(Princeton University)와 매사추세츠공대 슬로안 경영대학원(MIT Sloan School of Management)을 졸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