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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통합 리더십

‘性의 벽’ 넘어선 통합의 리더십이 혁신 이끈다

김양희 | 91호 (2011년 10월 Issue 2)



()과 리더십 스타일의 관계를 탐구한 대부분의 연구에서 여성은 남성에 비해 민주적이며 참여적인 스타일을 보인다. 전통적 리더십은 위계적 구조와 전제적 의사결정에 의존하는 가부장적 리더십이지만 여성적 리더십은 협동과 팀워크를 중시하고 참여적 관리(participatory management)와 합의 추구를 특징으로 한다. 이 때문에 창의 자본(creative capital)이 중요한 현대 지식경제 사회에서 여성적 리더십이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여전히 남성 위주로 짜여진 조직 속에서 여성을 어떻게 통합하느냐다. 젠더통합(gender-inclusive) 리더십이 중요한 이유다. 여성과 남성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서로를 동등한 주체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파트너 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문화를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초반으로 넘어오면서 리더십과 경영 분야에서 여성, 또는 여성적 리더십에 관한 많은 문헌이 출간되기 시작했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볼 때 여성 리더십에 대한 관심은 산업구조의 변화를 반영한다. 과거의 농경사회와 산업사회에서는 경쟁력의 원천이 육체노동과 물적 자원에 있었다. 반면 정보화 사회에서는 정보와 지식의 힘이 중요해졌다. 더욱이 지금의 지식기반 시대에는 정보나 지식의 생산 자체보다 이를 관리하는 역량과 네트워크를 통한 교류가 더 중요하다.


산업 변화와 리더십 요구의 변화

산업의 변화와 함께 조직의 일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계////국 등 관료적이며 위계적인 체제로 운영됐던 조직이 구성원 간 자율과 다원성이 존중되는 방향으로 수평화됐다. 경직적이며 영구적인 부서체계를 두기보다는 문제 해결을 위해 수시로 헤쳐 모여를 반복하는 태스크포스나 팀과 같은 임시조직의 활용이 보편화하고 있다(Toffler, 1990)1 . 개인은 하나의 부서에 적을 두면서 구성원이 서로 다르고 각각 시작과 끝이 다른 여러 개의 프로젝트팀 또는 태스크포스에 속해 다중 업무를 수행하는 식이다.

변동이 잦고 고도로 다양화된 현대 조직은 구성원 상호 간의 결속이나 조직에 대한 동일시의 정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 조직원들은 복잡다단한 문제를 비용과 시간 면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방법 측면에서는 가능한 다각적으로 접근해 풀어야만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다양한 배경의 전문성과 경험을 가진, 서로 낯선 이들이 일사불란하게 협동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리더의 조정능력과 대인관계 기술이 중요하다. 토플러가수시로 헤쳐 모여를 반복하는 단기적 임시조직의 활용이 일상화되면 지배적이고 카리스마적인 리더보다는 직관적인 감수성과 감정이입을 위한 정신역량에 기초한 자연스러운 권위를 가진 리더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어느 조직이나 고유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요소에 대한 하멜(Hamel, 2007)의 분석은 조직 리더십에 대한 새로운 요구를 암시한다. 그가 다양한 요소들이 가치를 창출하는 데 상대적으로 기여하는 정도를 비교한 결과, 열정의 기여도가 35%로 가장 높았으며 두 번째는 창의성(25%), 그 다음 추진력(20%), 지적 능력(15%), 성실성(5%)순이었고 복종의 기여도는 0%로 나타났다. 성실성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기본에 속하는 것으로 다른 요인들과 비교하면 상대적 중요도가 매우 낮았다


지적 능력 또는 지력(知力)의 중요도가 예상보다 낮은 이유는 상당량의 지식이 인터넷을 통해 접근 가능할 뿐 아니라 독창성과 부가가치가 높은 지식을 창출하려면 열정과 창의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결과는 명령하고 통제하는 리더십보다 그들의 열정과 창의성을 북돋워주는 민주적 리더십의 중요성을 암시한다.

뿐만 아니라 최근 창의자본(creative capital)의 중요성이 강조되듯이 지식경제, 더 나아가서 창의경제(creative economy)2 로의 전환(Florida, 2005)은 조직원들의 끊임없는 학습과 창조적 실험을 요구한다. 지시와 통제에 의존하는 전통적 리더십으로는 이를 촉진시키기 어렵다. 시대는 창조력과 직관, 수평적이고 비구조적이며 유연한 사고와 경계를 초월해 일할 줄 아는 리더, 문화와 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가진 리더, 사회통합을 위한 리더십을 요구한다.

나이스빗과 애버딘(Naisbitt&Aburdene, 1985)도 이에 주목, 이제 조직은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학습하고 향상하는 조직으로 전환해야 하며 이러한 전환은 구성원 간의 끊임없는 상호작용과 관계적 리더십, 구성원의 참여와 권한을 증진시키는 민주적, 참여적 리더십 스타일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여성들은 이러한 현대 조직의 리더 역할에 적합하며 남성 관리자들도 여성적 리더십 스타일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아들러(Adler, 1997) 또한 글로벌화,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 자본, 혁신 잠재력의 가치 증대지속가능성 추구 등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 리더십의 패러다임도 바뀌어 여성의 섬세함과 의사소통 능력, 위계적 지위보다 비전을 중시하는 점 등의 속성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은 원칙을 중시하는 점, 경계에서 일하는 능력, 여러 가지 과제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multitasking) 능력 등에서도 강점을 가질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남성에 비해 친밀한 관계와 정신적 성장을 중시하는 여성의 특징이 구성원의 본유적 동기를 유발하고 잠재력을 신장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고 해석된다.

월드소싱(World-sourcing)’이라는 말이 함축하듯이 이제 지식과 기술, 자본이 모든 대륙으로부터 다른 모든 대륙으로 국경을 초월해 이동한다. 가장 좋은 인재가 가장 적절한 비용과 시간에 작업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일이 움직여 다니는 시대에 기업의 다양성 관리와 광범위한 네트워크에 대한 요구가 더욱 증대되고 있다. 종합하면 글로벌 변화에 따라 다양성과 여성적 감수성이 중시되고 리더십에서도 관계적이며 민주적·참여적인 리더십 스타일이 주목을 받고 있다. 여성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여성은 사회적 역할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도록 사회화되는데 이 같은 특성이 새롭게 요구되는 리더십에서 중요하다고 본다.


여성 리더십과 혁신

항상 일관적인 것은 아니지만 성()과 리더십 스타일의 관계를 탐구한 대부분의 연구에서 여성은 남성에 비해 민주적이며 참여적인 리더십 스타일을 나타낸다(: Eagly, 1993; Eagly & Johnson, 1990). 로덴(Loden, 1985)에 따르면 전통적 리더십은 위계적 구조와 전제적 의사결정에 의존하는 가부장적 리더십으로, 여기서는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 개인이 조직을 통제하고 지시하며 권위를 행사한다. 그에 비해 여성적 리더십은 협동과 팀워크를 중시하고 참여적 관리 (participatory management)와 합의 추구를 특징으로 하며, 그러한 특징 때문에 시대가 요구하는 대안적 리더십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가하면 헬게센(Helgesen, 1990)은 여성 리더십을통합의 거미줄(Web of inclusion)’에 비유했다. 리더는 거미가 거미줄을 엮듯이 중심에서 주변으로 새로운 줄을 연결하면서 기존의 줄을 강화해나가는데 이때 중심과 주변은 상호의존적이다. 중심이 너무 강하면 주변이 허약해지므로 균형을 이루도록 전체를 살피면서 조율하는 것이 리더의 중요한 역할이다. 여기서 리더는 관계와 협력, 공동체의 안녕을 중시하며 그의 힘은 강제하는 힘이 아니라 지속적인 대화와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다. 헬게센은 여성은 남성에 비해 덜 위계적이며 사람을 통합하는 관계기술을 가지므로 자연스럽게 그와 같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고 봤다.

<소프트 스킬-부드럽게 이겨라(The Hard Truth About Soft Skills)>의 저자 페기 클라우스(Peggy Klaus)는 과거에는 구성원의 참여를 독려하며 합의를 추구하고 비전을 중시하는 등 소위여성적속성들이 조직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있었지만 이제 이러한 소프트한 기술들이 중요할 뿐 아니라 리더의 성패를 결정하는 시대가 됐다고 지적했다. <포춘>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75%의 응답자가 직장에서의 성공이소프트 스킬에 달려 있다고 답변한 것을 봐도 그간 여성적 속성의 중요성이 과소평가된 것을 알 수 있다.

펩시의 최고경영자(CEO)인 인드라 누이는 돌봄의 가치로 직원들과 관계를 형성하며 동기를 부여하는 여성적인 리더십 스타일로 주목받고 있다. 펩시 역사상 최초의 여성 CEO이자 최초의 인도 출신 CEO이기도 한 인드라 누이는 1994년 펩시에 입사한 이래 트로피카나 인수, 퀘이커 오트와의 합병 등을 이끌어낸 글로벌 전략가다. 2001년에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됐고 2007년 펩시의 5대 회장이 됐다. 그가 CFO가 된 후 회사의 연간 수입 규모는 72% 증가하고 순이익도 두 배가 됐다.

누이는 2007년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세계 50인의 여성에 올랐고 2007년과 2008년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에 선정됐다. <포춘>지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그녀를 비즈니스 분야의 가장 파워풀한 여성으로 선정해왔다. CEO로서 펩시를 재창조하기 위한 야망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혁신을 추구한 누이는 이사회에서 현장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쉽게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과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리더로 평가된다. 기업경영에서도 고객과의 거래 관계를 넘어서목적을 가진 성취라는만투라(眞言)’에 따라 비즈니스에 좋은 일은 세상을 위해서도 좋다는 신념으로 저칼로리 건강식품 사업과 화석연료 대신 풍력과 태양열 의존도를 높이는 노력 등 지속가능한 기업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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