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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올빼미, 그리고 솔로몬

이방실 | 73호 (2011년 1월 Issue 2)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 토끼는 용궁에 끌려가서도 버젓이 살아 돌아올 정도로 꾀가 많은 동물로 여겨져 왔다. 이런 속설이 생겨난 이유는와 관련이 있다. 커다란 귀 덕택에 토끼는 음파를 효과적으로 감지하고 먼 데서 나는 소리도 잘 들을 수 있다. 그 덕에 멀리서 천적이 다가와도 일찌감치 이를 파악해 자신을 현명하게 보호할 수 있다.

서양에선 올빼미가 지혜의 상징으로 통한다. 고대 그리스 신화 속에 나오는 지혜의 여신 아테네의 신조(神鳥)가 바로 올빼미다. 올빼미의 외형적 특징은 커다란이다. 어두운 밤 두 눈으로 사물을 뚫어지게 응시하는 올빼미를 보며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 야행성 동물을 현명한 영물로 생각했던 듯하다.

하지만 올빼미가 지혜로운 진짜 이유는 토끼와 마찬가지로때문이다. 올빼미의 두 귀는 한 쪽 귀가 다른 쪽 귀보다 높게 위치해 있고 귓구멍 방향도 좌우가 서로 다른 비대칭 구조다. 이 덕에 올빼미는 상하좌우에서 들려오는 소리의 미세한 시차(時差)를 감지해 음원(音源) 위치를 정확히 파악한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100% 소리에만 의지해 정확히 먹이를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은 올빼미에게 눈보다 귀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방증한다. 특이한 점은 올빼미의 귀가 눈을 중심으로 움푹하게 패여 깃털로 덮여있는 안반(顔盤) 뒤에 감춰져 있다는 사실이다. 올빼미는 이 안반을 움직이며 주변의 소리를 모아 뒤에 있는 귀로 전달한다. 말 그대로 눈과 귀가 완벽한 조화를 이뤄소리를 보는능력을 가진 셈이다.

지혜로운 인간의 상징으로 솔로몬왕이 자주 언급된다. 구약 성서에 따르면 3000여 년 전 솔로몬이 아버지 다윗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 왕위에 올랐을 때 하나님께지혜로운 마음을 구했다고 한다. 히브리어 성경 원문에 따르면 그가샤마(shama)’를 구했다고 쓰여 있는데 이는듣다라는 뜻이다. 따라서 원문을 보다 정확하게 살린 번역은듣는 마음(a listening heart)’이다. 결국 동물(토끼, 올빼미)에게서나 인간(솔로몬)에게서나 지혜의 근본이 경청(傾聽)이라는 메시지는 동일하다.

최근 타인을 위한 봉사에 초점을 두고 종업원과 고객을 위해 헌신하는섬김의 리더십(servant-leadership)’이 각광받고 있다. 이는기업 내에서 상사와 부하의 구분이 없어지며 지시와 감독이 더 이상 통하지 않고”(피터 드러커) “지식 못지않게 감성을 중시하는 사회”(앨빈 토플러)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21세기 지식경제 창조 경영 시대에는 예전처럼 리더가 카리스마를 토대로 조직원들을 이끌기보다는 상호 존중과 신뢰를 구축해 조직원 스스로 혁신적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능력이 더욱 요구된다.

섬김의 리더십 분야의 대표 연구자인 래리 스피어스는 섬기는 리더(a servant-leader)의 특징으로 경청, 공감, 치유, 인식, 설득, 폭넓은 사고, 통찰, 청지기 의식, 성장에 대한 헌신, 공동체 형성 등 10가지를 꼽았다. 이 중 가장 기초가 되는 필수 요건이 바로경청(listening)’이다. 적극적이고 포용적 자세로 타인의 의견을 들어야 그들과 공감할 수 있고 어그러진 관계를 회복하며 폭넓은 인식과 사고를 통해 통찰을 제시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공정한 자원 배분이 가능해지고 조직원들의 성장도 견인된다. 궁극적으로는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공동체로서의 조직 문화가 형성된다.

신묘(辛卯)년 새해를 맞아 새 마음 새 뜻으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려는 지도자들이 많다.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는 현대 사회에서 올바른 전략적 방향성과 통찰을 제시하는비전을 가진 리더(a visionary leader)’의 존재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러나시력(視力)’과 동의어인 비전(vision)을 제시하기에 앞서 리더가 우선적으로 갖춰야 할 자질은 스피어스의 지적에서도 알 수 있듯청력(聽力)’이다. ‘소리를 볼 수 있는올빼미처럼, 올 한해 타인의 이야기에 겸허하게 귀 기울이는경청의 리더십을 통해 올바른비전을 제시하는 지도자가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 이방실 이방실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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