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 교수의 경영 거장 탐구
시장 경제의 장점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신자유주의(Neo-Liberalism)가 글로벌 정치 경제를 휩쓸기 시작한 지난 20여 년간 세계 각국의 기업들은 앞다투어 조직 내부의 기능, 역량, 사업 등을 최대한 많이 외부에서 아웃소싱(out-sourcing)하거나 스핀오프(spin-off)해 왔다. 되도록 많은 기능, 역량, 사업을 조직 외부의 시장에서 조달할 때가, 이를 조직 내부에서 직접 수행할 때보다 언제나 우월한 결과를 낳을까? 항상 그렇지는 않다.
그렇다면 언제 조직 외부의 시장 메커니즘에 의존하던 기능, 역량, 사업을 조직 내부로 가져와야 할까? 또 언제 이를 내부에서 외부로 내보내야 할까? 과연 인수합병(M&A), 수직계열화, 스핀오프, 아웃소싱, 전략적 제휴의 선택 기준은 무엇일까? 이런 의사결정을 합리적으로 내리기 위해 CEO들이 정확하게 이해해야 할 사안이 바로 ‘효율적 조직 경계 설계’다.
CEO들이 가장 어려운 의사결정으로 꼽는 전략적 문제를 보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항상 M&A, 수직계열화, 스핀오프, 아웃소싱, 전략적 제휴 등이 등장한다. 언뜻 직접적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 의사결정들은 모두 조직 경계 설계의 문제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런 의사결정을 할 때는 반드시 ‘효율적 조직 경계(efficient organizational boundary) 설계’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영자들은 이에 관한 명확한 의사결정 기준, 지식, 노하우를 가지고 있지 않다.
윌리엄슨 교수의 거래 비용 경제학
효율적 조직 경계 설계 연구에 획기적 전환점을 가져온 이론은 바로 작년 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UC 버클리대의 올리버 윌리엄슨(Oliver E. Williamson) 교수의 ‘거래 비용 경제학(Transaction Cost Economics)’ 이다. 윌리엄슨 교수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지만 박사 학위를 받을 때 경제학이 아니라 필자와 같은 거시 조직 이론을 전공했다. 그가 미국 카네기멜론대(당시 이름은 카네기공과대) 경영대학의 박사 과정에 재학할 때 그의 지도 교수 및 논문 심사위원들은 조직 이론계의 전설적 거장인 제임스 마치(James G. March), 허버트 사이몬(Herbert Simon), 리처드 사이어트(Richard Cyert) 교수들이었다.
이런 독특한 학문적 배경을 바탕으로 윌리엄슨 교수는 조직 이론, 경제학, 법학 등을 절묘하게 통합한 거래 비용 경제학을 통해 조직 경계와 기업 지배구조 연구에 획기적 전기를 제공했다. 윌리엄슨 교수의 거래 비용 경제학은 1970년대 중반에서 현재까지 이르는 40년 가까운 기간 모든 사회과학 분야를 통틀어 가장 폭넓은 영향을 끼쳤으며, 많은 논란을 가져온 이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래 비용 경제학은 경영학의 조직 이론은 물론, 전략경영, 마케팅, 오퍼레이션관리, 경제학, 사회학, 법학, 정치학, 역사학 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윌리엄슨 교수는 그의 거래 비용 경제학에서 시장과 조직은 둘 다 경영 활동을 수행하는 방법이며, 서로가 서로를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동일한 경영 활동을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조직 외부에서 수행할 수도 있고, 반대로 조직 메커니즘을 통해 조직 내부에서 수행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특정한 기능이나 역량, 사업 또는 부품이 필요할 때, 이를 조달하는 방법은 시장 거래를 통해 다른 기업에서 사올 수도 있고, 반대로 조직 내부에서 직접 만들 수도 있다. 앞서 예시한 M&A, 전략적 제휴, 수직계열화, 스핀오프, 아웃소싱의 문제는 모두 특정 경영 활동을 시장을 통해 수행할지, 아니면 조직을 통해 수행할지와 관련한 의사결정을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방법론이다.
시장과 조직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이냐는 의사결정에 따라 조직 경계도 변화한다. 즉 되도록 많은 경영 활동을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수행할수록 조직의 경계는 좁아지고, 반대로 되도록 많은 경영 활동을 조직 내부에서 수행할수록 조직의 경계는 넓어진다. 그렇다면 시장과 조직 중 어느 편을 선택하는 게 성과와 경쟁력 면에서 우월한 결과를 낳을까? 정답은 없다. 윌리엄슨 교수는 시장과 조직이 서로 다른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각 거래의 성격에 따라 시장과 조직을 적절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시장과 조직은 각각 어떤 장단점을 지니고 있을까? 시장의 핵심 원리는 각자 자신만의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독립적 경제 행위자들 사이의 자발적이고 수평적인 거래 관계다. 때문에 시장의 장점은 무엇보다 그 유연성과 효율성에 있다. 시장에서는 어떤 부품을 사오다 환경이 변해서 그 부품이 필요하지 않으면 바로 거래를 중단하면 된다. 그 외의 다른 복잡한 문제들을 고려할 필요가 전혀 없다. 또 시장은 효율적이다. 독립적인 경제 행위자들인 기업들이 각각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특화된 전문 영역을 갖추려 애쓰기 때문이다. 다양한 경영 활동을 모두 수행하는 다각화 기업, 수직계열화 기업에 비해 개별 활동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훨씬 높다.
그러나 각자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독립적 경제 행위자들 간의 거래 관계는 동시에 높은 거래 비용(transaction cost)이라는 문제도 야기한다. 즉 시장을 통한 경영 활동의 수행은 서로 더 많은 이익을 원하는 거래 당사자들 간의 밀고 당기기에 따른 가격 산정 및 품질 협상 비용, 계약 조건 합의와 계약서 작성 비용, 조달 일자 협의 등의 조정 비용, 물품 공급 및 대금결제 관리 비용, 조달된 상품이나 서비스의 품질 검증 비용, 상대방이 계약 조건을 지키지 못할 때 이에 대한 제재 비용 등 엄청나게 다양한 종류의 거래 비용을 발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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