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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 교수의 경영 거장 탐구

Authentic Leadership: 진정한 리더, 직원을 춤추게 한다

신동엽 | 64호 (2010년 9월 Issue 1)




필자가 경영학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관심 있는 주제가 뭐냐고 물으면 맨 먼저 나오는 대답 중 하나가 ‘리더십’이다. 리더십은 경영학은 물론, 정치학, 심리학, 사회학, 교육학 등 모든 사회과학 분야의 공통 연구 주제다. 기업, 정치, 행정에서 비영리부문에 이르기까지 사회 각 분야 실무자들의 초미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리더십 교육계발과 자문을 수행하는 컨설팅과 교육기관들의 수도 엄청나다.
 
당신이 존경하는 리더는?
그런데 막상 리더십이 도대체 무엇이며, 뛰어난 리더란 어떤 사람인가를 구체적으로 따지기 시작하면 문제가 생각보다 훨씬 더 모호하고 복잡해진다. 필자는 리더십 강의를 시작할 때 7, 8명의 학생들을 무작위로 지명한 후 ‘가장 뛰어난 리더는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왜 그렇게 생각하나?’ ‘리더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도록 한다. 대답은 천차만별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자주 거론하는 가장 뛰어난 리더의 리스트에는 정치가·군인(박정희, 세종대왕, 이순신, 링컨, 징기스칸, 나폴레옹, 알렉산더 등), 기업인(이병철, 정주영, 이건희, 잭 웰치, 스티브 잡스 등), 종교지도자·성인(예수, 석가모니, 마호메트, 마틴 루터 킹 등), 연예인·스포츠 스타(서태지, 마이클 조던 등) 등 다양한 인물들이 포함돼 있다.
 
특이한 점은 거의 매 학기 두세 명이 히틀러, 오사마 빈 라덴, 스탈린 등 일반적으로는 심각하게 부정적 평가를 받는 인물들을 뛰어난 리더라고 대답한다. 불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와 목적을 관철시켜 결과적으로 엄청난 성과를 창출했다는 게 이유다. 예를 들면, 1차 대전에서 패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독일이 2차 대전에서 전세계를 대상으로 다시 싸워 거의 이길 뻔 했던 것은 히틀러의 출중한 리더십이 아니면 불가능했었다는 식의 설명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앞에서 예로 든 다른 정치가나 기업가들이 왜 뛰어난 리더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이와 거의 유사한 이유를 댄다. 즉, 불리한 상황에서도 원하는 성과를 창출해냈기 때문에 뛰어난 리더라는 식이다. 이런 면에서 히틀러나 빈 라덴이 세계 최빈국을 10대 경제강국으로 발전시킨 토대를 놓은 박정희 대통령이나, 붕괴된 애플을 복귀한 지 10년도 안돼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부활시킨 스티브 잡스, 흑인에 대한 엄청난 탄압과 차별 하에서 인종평등을 이끌어낸 마틴 루터 킹 목사 등과 본질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높은 성과가 리더십을 판단하는 보편적인 기준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언뜻 논리적으로 그럴듯한 것 같지만 뭔가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성과 중심 리더관의 한계
이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성과와 리더십의 관계를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성과와 리더십 간의 관계는 실제로 현재 리더십을 연구하고 있는 21세기 경영학계의 가장 중요한 연구 주제이자 문제 의식이기도 하다. 높은 성과를 창출하는 사람은 뛰어난 리더인가? 높은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뛰어난 리더가 필요한가? 21세기 초 전세계 리더십 학자들이 고민하고 있는 이 두 가지 질문은 리더십이 학문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1930년대 이래로 가장 본질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성과와 리더십에 관한 두 질문 중 두 번째 질문은 상대적으로 덜 어려운 편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답을 내기 위한 연구도 먼저 시도됐다. 1990년대를 전후해 리더십 학자들은 높은 성과 창출에 뛰어난 리더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며,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제도와 시스템, 구성원들의 역량과 동기부여 등이 리더십의 역할을 대체할 수도 있다는 주장을 제시했다. 커 교수 등이 제시한 ‘리더십 대체 이론(leadership substitution theory)’이 바로 그것이다. 예를 들면, 포디즘의 컨베이어벨트 시스템과 같이 타이트하게 설계된 직무구조와 프로세스를 가진 조직에서는 굳이 과업관련 리더십이 발휘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학자나 의사, 법률가 등 전문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자발적이고 내재적인 동기를 가지고 있어 리더의 동기부여 역할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며, 각자가 전문가인 만큼 과업지향적 리더십의 필요성도 낮다. 대학처럼 전문가들이 모인 조직에서 거대 관료조직 출신의 강력한 중앙집권적 리더가 부임하면 오히려 심각한 부작용만 초래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사람을 통한 경쟁우위에 관한 많은 저술로 잘 알려진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페퍼 교수는 ‘상징적 리더십 이론(symbolic leadership)’을 제시했다. 특정 리더가 성과 창출에 결정적으로 기여한다기보다는, 그 조직의 성공과 실패를 대내외적으로 대표하는 상징적 역할을 한다는 주장이다. 높은 성과는 단순히 뛰어난 리더만 있다고 창출될 수 있는 게 아니며 전략, 시스템, 역량, 문화, 환경과의 적합성 등 수많은 요인들이 동시에 존재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20세기 초 사회이론을 대표하는 거장 막스 베버가 ‘카리스마의 일상화(routinization of charisma)’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도 페퍼 교수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베버는 일찍이 현대 사회로 갈수록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특정 리더에 의존하기보다는 제도와 시스템을 합리적이고 정당하며 모든 구성원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게 설계해 개별 리더들에 상관없이 그 사회나 조직이 효과적으로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그러나 높은 성과를 창출한 사람은 뛰어난 리더로 봐야 하는가라는 첫 번째 질문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실제로 리더십에 관한 기존 연구나 언론 보도의 상당수는 높은 성과를 창출한 사람들을 일단 뛰어나 리더로 간주하고 그 자질이나 행동의 특성을 찾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앞에서 예로 든 히틀러나 빈 라덴, 스탈린 등의 인물도 어떤 의미에서는 한때 높은 성과를 창출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을 뛰어난 리더로 인정하기에는 뭔가 미심쩍은 데가 있다.
 
21세기형 Authentic Leader를 찾아서
바로 이런 문제 의식에서 출발해 최근 2000년대 중반 경부터 21세기형 리더십으로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개념이 바로 ‘진정한 리더십(Authentic Leadership)’이다. 진정한 리더십은 최근 3∼4년간 전세계 리더십 학계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이슈다. 가드너 교수와 아볼리오 교수 등이 이 주제를 연구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 학자들이다. 이들은 21세기의 시작과 함께 연쇄적으로 발생한 엔론 사태나 월스트리트 위기 등과 같이 비윤리적 행동까지 서슴지 않을 정도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높은 수익을 창출했지만 결국 사회에 엄청난 타격을 입힌 기업들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진정한 리더십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높은 성과가 뛰어난 리더로 인정받기 위한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충분조건은 절대 아니라고 강조한다. 진정한 리더의 조건은 결과로서의 높은 성과 창출뿐 아니라 성과 창출 과정 역시 중요하다. 또한 구성원들의 절대적 신뢰와 존경, 자발적 헌신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21세기 창조사회는 바로 이런 ‘진정한 리더(Authentic Leader)’들이 주도하는 사회여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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