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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ive Facilitation

잘 짜인 프로세스, 퍼실리테이션이 갈등을 녹인다

이영숙 | 63호 (2010년 8월 Issue 2)
 
밤 9시가 넘은 시각, 직원들이 모두 빠져나간 사무실 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고 있는 김 전무. 그는 최근 6개월간 밤잠을 설쳤다. 조직 내 갈등문제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영업부와 마케팅부서의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져 결국 이젠 최소한의 대화만 하는 정도에 이르렀다. 10년 넘게 유지해온 영업방법에서 벗어나 좀 더 전략적으로 시장에 접근한다는 생각으로 두 부서의 역할에 변화를 시도했지만 갈등만 증폭됐다. 그 동안 영업위주로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마케팅 역량이 경쟁사에 비해 부족해 경쟁사로부터 젊은 마케팅 인력을 상당부분 새로 수혈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15년이 넘도록 회사에서 영업만 해온 고참 영업매니저와 신진 마케팅 인력 사이에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서로 적응할 줄 알았는데 이젠 한두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팀 대 팀의 갈등으로 비화됐다. 두 부서의 갈등이 점점 표면화되면서 이젠 김 전무의 리더십마저 의심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위 사례에 나온 김 전무는 한 제약사의 실제 임원이다. 이런 김 전무는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다. 갈등이 없는 조직은 없다. 그러나 갈등도 갈등 나름이다. 갈등은 파괴적 갈등(destructive conflict)과 건설적 갈등(constructive conflict)으로 구분된다. 대부분의 갈등이 파괴적 뿌리를 갖고 시작되지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건설적 갈등으로 전환돼 오히려 갈등 이전보다 훨씬 높은 단계로 조직의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조직개발을 잘하는 조직이나 리더는 의도적으로 갈등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갈등이 새로운 변화의 촉매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효과적으로 그룹 간 갈등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그룹 간 갈등은 그룹의 참여 없이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룹의 참여를 통해 갈등관계를 창조적 협력관계로 전환하는 것, 이는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룹 지니어스(group genius), 즉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의 마찰을 통해 오히려 더 좋은 제3의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것(collective thinking), 또 이런 모든 것들이 그룹의 역동성을 최대한 활용해 조직을 창의적으로 이끌어가는 게 새로운 리더십(Facilitative Leadership)이다.
 
그러나 퍼실리테이션의 중요성에서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 현장에서 퍼실리테이션은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당장 뭔가를 행동으로 옮기는 데는 익숙하지만 상호작용과 협력적 사고를 통해 무엇을 함께 만들고 서로 간에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은 쉽게 볼 수 없는 행동이다. 퍼실리테이션의 중요한 부분은 급하게 어떤 것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상호작용을 통해 기존 생각에 마찰을 줘서 그 바뀐 생각으로 스스로 어떤 것을 결정하게끔 하는 데 있다. 이런 맥락에서 퍼실리테이터는 내용보다는 프로세스를 더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 프로세스를 잘 다뤄주면 그룹 프로세스에 참가한 사람들로부터 필요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는 참가자들이 자신들이 만들어낸 결과에 성취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결국 합의한 결과를 성공적으로 실행으로 옮기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갈등에 빠진 김 전무 구출하기
퍼실리테이션의 응용 분야는 다양하다. 전략개발, 문제해결, 의사결정, 효과적인 회의 등 상황에 따라 다양한 퍼실리테이션 프로세스와 기법들을 활용할 수 있다. 어느 조직에서나 흔히 일어날 수 있는 팀 간 갈등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퍼실리테이션 기법들을 그룹 간 갈등으로 고민에 빠진 김 전무의 사례를 통해 단계별로 살펴보자.
 
1단계 퍼실리테이션 디자인 하기
좋은 여행을 하려면 준비가 필요하듯 퍼실리테이션에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1.현재 상황에 대한 분석이 첫 단계다.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갈등상황이 어떻게 진행돼 왔는지, 최근 일어난 변화나 사건, 갈등에 관여된 사람들, 그들의 관심사에 대해 충분히 알아보고 나서 현재 상황과 문화적 특성에 맞게끔 프로세스를 디자인해야 한다.
 
2.분석결과를 토대로 3P(Purpose, Process, Product)를 결정해야 한다. 김 전무는 영업부와 마케팅부의 생각이 다른 점은 인정하더라도 중요한 전략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충분히 논의하고 협력하는 관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을 때는 한꺼번에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해당 범위의 안(In-Scope)과 범위의 밖(Out-of-Scope)을 별도로 정의해서 해결해야 할 영역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프로세스는 어떤 단계로 퍼실리테이션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다. 진행단계뿐 아니라 방법/도구, 필요한 시간도 미리 정하는 것이 좋다.(표1)
 
2단계 문제점 찾기
갈등해결의 가장 중요한 점은 어떤 갈등이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자기관점에서 상황을 보기 때문에 갈등에 대한 이해가 다르다. 두 그룹을 자연스러운 논의로 끌어내기 위해 다음 단계를 거칠 수 있다.
 
1.스토리텔링:자신들과 무관한 이야기를 통해 갈등이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면 아프리카 수피교에서 기도문을 11번 암송할 것인가 12번 암송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종파분쟁으로 확산됐던 사례는 좋은 스토리가 될 수 있다.
 
2.언어 차트(Language chart):플립 차트에 그룹논의에 도움이 되는 말과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의 예를 표로 만들어서 붙여둔다. 참가자들에게 추가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 물어보고, 있다면 스스로 표에 추가하게 한다. 모든 참가자들이 건설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목표다. 이 차트는 퍼실리테이션이 진행되는 동안 모두가 지켜야 할 규칙(Ground Rules)으로 삼고 참가자들로부터 실행 약속을 받아낸다.
 
3.피시볼(Fishbowl) 기법:김 전무처럼 6개월이 넘게 방치돼온 영업과 마케팅의 갈등 문제는 이미 사실이 무엇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감정적 골이 깊어진 상황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우선 감정의 껍데기를 벗겨내어 갈등의 본질을 볼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영업은 영업의 시각에서만 보고, 마케팅 또한 자기 시각에서만 보기 때문에 양쪽에서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럴 때 사용할 수 있는 게 바로 피시볼(Fishbowl·투명 유리 어항) 기법이다. 참가자들을 2개 그룹으로 나눠 원으로 앉게 한다. 한 그룹의 내부에서 원을 이루어 앉고 다른 한 그룹은 그 그룹의 밖에서 원을 이루게 한다.(그림1) 이 기법은 오픈 피시볼(Open fishbowl)과 클로우즈드 피시볼(Closed fishbowl)로 구분된다.
 
Open fishbowl:안쪽 원에 앉은 사람의 수보다 한 개 더 많은 의자를 놓고 비워둔다. 현재의 갈등 상황과 관련한 핵심질문을 사전에 만들어서 먼저 안쪽 원에 앉은 그룹에 첫 번째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 안쪽 원에 앉은 그룹에서 누구라도 대답을 할 수 있다. 바깥 원에 앉은 참가자 가운데 누구라도 견해를 밝히고 싶다면 자기 의자를 비워두고 안쪽 원의 비어 있는 의자에 앉아서 이야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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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숙

    - Aligned & Associates 대표
    - 한국베링거인겔하임
    - 한국HP -한국MSD -한국퍼실리테이터협회 부회장
    - 국제인증퍼실리테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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