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경쟁력인 시대라 하더라도 성실은 영원히 변치 않는 인간의 덕목이다. 반짝거리는 아이디어가 성실과 만나지 못하면 그저 망상으로 끝날 수밖에 없고, 창의력이 성실과 만나지 못하면 일시적인 성과 밖에 창출할 수 없다. 성실은 시대와 공간을 넘나드는 가장 경쟁력 있는 인간의 덕목 중 하나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서양인이 바라보는 아시아적 가치(Asia’s Value)에서 성(誠)은 가장 중요한 항목 중 하나다. 서양의 동양학자들 사이에서도 동양의 획기적인 산업 발전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유교 윤리 중 하나로 바로 이 성실함이 꼽힌다. 부품 하나라도 성실하게 조이고 마무리하는 근로자들의 성실함에서부터, 조직의 리더로서 소명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해 기업을 위해 몸 바치는 관리자들의 성실함에 이르기까지 성실(誠實)이야말로 동양 윤리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인식돼 왔다.
<중용(中庸)>은 성(誠)에 대해 가장 광범위하게 다룬 고전 중 하나다. <중용>에서 말하는 성(誠)의 개념 중에 ‘지성무식(至誠無息)’이라는 정의가 있다. 최고의 성실함(至誠)은 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귀로만 들으면 ‘지극히 성실한 것은 무식(無識)하다’는 뜻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무식’이란 ‘무식(無識)’이 아니라 ‘무식(無息)’이다. 쉬지(息) 않고(無) 정진하는 것이야말로 지고(至高)의 성실이라는 것이다. 상(賞) 중에 가장 위대한 상은 개근상이다. 적어도 우리 시대 어머니들은 그랬다. 하루도 쉬지 않고 학교 가는 것이 우등상보다 더욱 훌륭하다고 생각한 어머니들이었다. 요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단기적인 목표만 성취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어머님들과는 생각의 차이가 크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만으로 세상을 사는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무식(無息)하게 쉬지 않는 성실함으로 무장한 아이디어는 몽상이 아닌 현실이 된다. 기업의 성과는 성실이 있어야 장기적으로 갈 수 있다. 시대 조류에 잠깐 영합해 이룬 성과는 영원할 수 없다. 몇 억 년 전에도 해는 뜨고 졌다. 오늘도 해는 뜨고 내일도 해는 뜬다. 이것이 지성무식(至誠無息)의 정신이다.
역사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지성무식(至誠無息)의 정신으로 인생을 산 사람들이다. 쉬지 않고 무식(無息)하게 자기가 가고자 하는 길에 몰입했기에 남들과 차별화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요즘 월드컵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박지성 선수 역시 무식하게 쉬지 않고 인생을 살았기에 큰 재목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박 至誠無息’의 승리다. 모든 감독들이 박지성을 칭찬하는 것은 그의 성실성이다. 쉬지 않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잔꾀를 부리지 않는 박지성 선수에게 감독들은 푹 빠져버렸다. 한결같고 변함없는, 쉬지 않는 ‘무식함’이야말로 진정 성실함의 극치다. 지금 당장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을지언정 마지막에는 화려한 꽃을 피워낼 것이라는 믿음이 중용에 나오는 지성무식의 철학이다. 오늘도 쉬지 않고 무식하게 뛰고 있는 사람들은 위대한 성실로 무장한 전사들이며 반드시 최고의 자리에 설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다.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란 말이 있다. 성실의 극치는 하늘도 감동시킨다는 이 철학은 우리들 가슴 속에 전해져 내려오는 아주 오래된 진실이다. 최고의 성실을 통한 하늘의 감동, 그것은 바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 대한 감동이다. 지성(至誠), 무식(無息), 감천(感天)은 성실을 설명하는 <중용>의 방식이다.
박재희taoy2k@empal.com
- (현)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교수
-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