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반세기 동안 효과적인 비즈니스 리더가 어디에서 육성되는지에 대해서는 일치된 의견이 있었다. 제너럴 일렉트릭(GE), 프록터 앤 갬블(P&G) 등과 같은 기업, 맥킨지 등 영향력 있는 컨설팅회사, 하버드, 와튼 등 유수의 경영대학원, 군대 등이 ‘인재 사관학교’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 시장과 노동력은 점차 글로벌화, 다양화하고 있다. 변화가 너무 급격히 이뤄지는 바람에 리더가 모든 변화를 따라가고, 변화에 앞서 혁신을 단행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따라서 이상적 비즈니스 리더가 누구인지, 이상적 리더가 되기 위한 자질은 어디에서 얻을 수 있는지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생겼다. 새로운 리더는 우리가 아직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거나, 캠브리지대학 또는 GE의 크로톤빌 연수원 출신이 아닐 지도 모른다.
아래 기사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폴 헴프 선임 편집자가 힐 교수와 가졌던 몇 차례의 인터뷰를 재구성한 것으로, 앞으로 반세기 동안 나타날 리더십의 특징에 대해 알려줄 것이다. 힐 교수는 미래의 리더십이 ‘후방 지원형 리더십(Leading from Behind)’, ‘집단적 능력으로서의 리더십(Leadership as Collective Genius)’이란 두 가지 개념으로 정의될 것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리더는 기존의 ‘인재 사관학교’와 다른 곳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우리가 현재 잘못된 곳에서 리더를 찾고 있다는 말인가요?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히 검색의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미래 성장의 기회 중 많은 부분이 신흥시장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재들은 예전에 우리가 생각했던 만큼 국가 간 이동이 쉽지 않지요. 따라서 기업들은 신흥시장을 잘 알고 있는, 그 지역 출신의 리더가 필요한 것입니다.
하지만 신흥시장 국가에는 아직까지 뛰어난 국제적 감각을 갖춘 경영자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중국과 동유럽에는 자본주의가 소개된 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수십 년 동안 제도적으로 인구 대다수(흑인들)가 비즈니스 영역에서 배제돼 있었습니다. 교육의 부재가 비즈니스 계층의 출현을 방해하는 지역도 있었습니다.
이들 지역에서의 인재 확보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리더로서의 잠재력을 갖춘 인력을 발굴해 고급 인재로 키우는 것이 관건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인재는 때로 전혀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발견되기도 합니다. 일례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상당수 흑인 기업 리더들은 반인종격리 운동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주로 노조나 아프리카 민족회의(African National Congress)의 지도층 출신입니다.
한 흑인 임원이 제게 “리더십과 조직 없이는 혁명을 시작할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 아프리카 민족회의는 어린 회원들까지 대상으로 하는 강도 높은 자체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흥 시장의 다른 리더십 양상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십시오.
저는 세계에서 가장 현대적인 관리체계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는 인도 정보기술업체 HCL 테크놀로지의 사례에 특히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HCL의 변화 전략 중 첫번째 원칙은 다소 자극적으로 들리지만 ‘직원이 우선, 고객은 두 번째’입니다. 이런 정책의 목표는 인재확보 경쟁이 치열한 인도에서 최상의 인재를 확보하고, 이들에게 고객 가치 창출의 혁신적인 방법을 추진할 리더십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이런 권한이양형 리더십 모델에서는 다양한 기능과 지역의 직원들을 묶어 놓은 여러 개의 팀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사업 자금을 따내기 위해 서로 경쟁합니다. HCL의 비닛 나야르 사장은 이 전략이 “사장의 권한을 무너뜨릴 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즉, 이런 집단들이 발전하면서 각 집단의 리더들이 비넷 사장과 리더십을 공유하게 된다는 얘기죠.
나야르 사장은 또 리더십의 투명성을 강조하기 위해 회사 인트라넷에 자신에 대한 360도 피드백을 게시하고 임원과 관리자들도 그렇게 하도록 조치했습니다. 이처럼 급진적 전략은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야르 사장이 HCL에 취임했을 때 직원 사기는 저하돼 있었고 기업은 경쟁사들의 꽁무니만 좇고 있었지만, 이제 직원들은 활기를 찾았고 회사는 업계 최고 수준의 성장률을 구가하고 있습니다.
신흥 시장에서의 리더십은 아직까지 충분히 연구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이듯, 저는 신흥 시장에서 강도높은 와해성(disruptive) 리더십이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현재로서는 신흥 시장에 있는 유망한 글로벌 리더 후보가 우리의 눈에 띄지 않고 있다는 점이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