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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결정 오류 최소화 방법론

의사결정의 심리적 편향을 없애라

안서원 | 41호 (2009년 9월 Issue 2)
경영자의 주된 업무는 회사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내리는 일이다. 잘 내린 결정은 회사를 위기에서 구하고 수익을 가져온다. 반면 잘못 내린 결정은 회사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까? 어떤 의사결정이 좋은 결정일까?
 
행동경제학’의 모태가 된 의사결정에 대한 심리학 연구는 사람들이 어떻게 결정을 내리며,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어떤 편향을 보이는지, 어떻게 하면 이런 편향을 줄일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의 핵심은 인간의 정보 처리 방식이 기존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것처럼 완벽하지 않다는 점이다. 인간의 정보 처리 방식은 매우 효율적이다. 적은 정보로도 특정 결론에 빨리 도달하고자 한다. 이런 처리 방식(전문 용어로 ‘휴리스틱’이라 한다)은 대체로 정확한 결과를 가져오지만, 때론 편향된 결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경영자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흔히 보이는 편향과 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debiasing techniques)을 소개한다.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 틀 효과
동일한 대상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진다. 유리컵에 물이 반쯤 담겨 있을 때 ‘물이 반이나 남았다’고 보는 사람과 ‘물이 반밖에 없다’고 보는 사람이 있다. 흔히 전자를 긍정적, 후자를 부정적 태도라고 말한다.
 
틀 효과(framing effect)는 주어진 문제나 대안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영업 사원이 동일한 제품의 성능을 ‘성공률 99%’로 표현할 때와 ‘실패율 1%’라고 말할 때 각각 판매량이 다르다. 전자처럼 얘기하면 더 잘 팔린다. 좀더 복잡한 예는 확실한 대안과 불확실한 대안 간의 선택이다. 두 대안에 대해 기대하는 가치는 동일한데, 하나는 그 결과가 확실하고 다른 하나는 불확실하다고 하자. 이 두 대안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위험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다. 당연히 선택도 영향을 받는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소개된 보험 전문가들의 사례를 살펴보자.
 
어제 화물선 3척이 침몰했다. 보험회사 손해사정인인 당신은 사고 현장으로 곧장 달려갔다. 선박마다 2억 원 상당의 화물이 실려 있는데, 72시간 내에 인양해야 화물이 손상되지 않는다. 구조를 담당하는 회사는 2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두 대안의 비용은 동일하다.
 
 
보험 전문가들에게 이 문제를 설명하고 절반은 긍정 틀의 대안을, 나머지는 부정 틀의 대안을 보게 했다.
 
긍정 틀
A 대안: 이 방법을 택하면 선박 3척 중 1척의 화물을 확실히 인양해 2억 원을 보존할 수 있다.(응답률 71%)
B 대안: 이 방법을 택하면 선박 3척의 화물, 즉 6억 원을 모두 보존할 수 있는 확률이 3분의 1이고, 아무것도 보존할 수 없는 확률이 3분의 2다.(응답률 29%)
 
부정 틀
A1 대안: 이 방법을 택하면 선박 3척 중 2척의 화물, 즉 4억 원을 확실히 잃는다.(응답률 20%)
B1 대안: 이 방법을 택하면 선박 3척의 화물 모두, 즉 6억 원을 잃게 될 확률이 3분의 2이고, 아무것도 잃지 않을 확률이 3분의 1이다.(응답률 80%)
 
이 문제에서 A와 A1, B와 B1은 동일한 대안이다. A와 A1은 단지 결과를 ‘2억 원을 보존한다’ ‘4억 원을 잃는다’로 표현만 바꿨을 뿐이다. 이 차이는 다른 선택 결과를 가져왔다. A의 응답률은 71%에 달했지만, A1의 응답률은 20%에 불과했다.
 
긍정 틀과 부정 틀에서 사람들의 의사결정 태도도 차이를 보였다. 긍정 틀에서는 71%의 사람들이 A를 선택한 데 반해, 부정 틀에서는 80%의 사람들이 B1을 선택했다. 이는 사람들이 긍정 틀이 주어지면 위험 회피적인 태도를 갖게 돼 확실한 대안(A 대안)을 선호하지만, 부정 틀에서는 위험 추구적인 태도를 보이며 불확실하더라도 더 나은 가능성이 있는 대안(B1 대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틀은 좁은 의미로는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표현 방식이라고 볼 수 있고, 넓게는 어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미국 식스 플래그스 놀이공원의 최고경영자(CE O)인 밥 피트만의 일화는 넓은 의미의 틀 효과를 보여준다. 식스 플래그스 놀이공원은 불친절한 관리인들 때문에 악명이 높았다. 피트만은 새로운 틀을 제시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당시 공원의 운영관리팀은 관리인들에게 공원을 깨끗이 유지하도록 지시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방문객은 공원을 더럽히는 존재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관리인들이 방문객에게 마냥 친절하게 응대할 수 없었다.
피트만은 관리인에게 업무를 다른 틀로 제시했다. 관람객들이 공원에서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이를 위해 관리인들이 할 일은 공원을 깨끗하게 만드는 거라고 귀띔했다. 이 해법은 효과가 있었다. 관리인들은 관람객을 즐겁게 만들기 위해 청소를 했고, 고객 만족도도 높아졌다.
 
이러한 틀 효과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에게 주어진 틀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다른 관점에서 봤을 때 문제나 대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살펴야 한다. 즉 문제 해결에 가장 적합한 틀로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필요하면 틀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창의적인 사고나 은유를 통해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이 도움을 준다. 특히 빠르게 변하는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현재의 틀로만 문제를 봐서는 안 된다. 변화의 추이에 따른 미래의 관점에서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개인용 컴퓨터(PC) 보급과 소프트웨어 수요에 대한 미래적인 관점이 빌 게이츠를 오늘날 최고의 CEO로 만들었다.
 
의사결정을 위해 어떤 정보를 찾을 것인가? - 확증 편향
경영자는 의사결정을 위해 관련 정보를 찾곤 한다. 하지만 정보를 수집할 때 경영자의 머릿속은 이미 백지 상태가 아니다. 기존의 생각과 사전 지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후의 정보 탐색과 해석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2명의 신입 사원이 있다고 하자. A는 이른바 명문대를 나왔고, B는 중위권 대학을 졸업했다. 이 사실은 일종의 사전 지식이 되어 흔히 ‘고정관념’ 또는 ‘선입견’으로 작용한다. 상사는 명문대를 나온 사원이 더 유능할 거라 생각하고 일을 더 준다. 그 사원이 일을 잘 수행하면 역시 자기 예상이 맞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명문대를 나온 사람이 유능하다는 자신의 기존 믿음에 확신을 가진다. 이런 예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일어나는데, 이게 바로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다. 이는 과거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를 선택적으로 찾게 되는 경향을 말한다.
 
이러한 확증 편향은 자료의 해석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두 사람에게 같은 일을 지시했는데 그들이 기존 방식과 다르게 업무를 처리했다고 가정하자. 때에 따라 A의 성과는 창의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데, B의 경우는 무지의 결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면 세상이 그 색깔로 물들어 보이는 것처럼, 경영자의 기존 생각이 탐색하는 정보의 내용이나 해석을 자신의 관점에 맞는 방향으로 틀어버린다.
 
이런 확증 편향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열어둬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반증(反證)의 예’에 눈과 귀를 열어야 한다. 또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의 얘기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이런 일들이 처음엔 불편할 수 있지만 정확한 판단과 결정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두 사람에게 같은 기회를 주고, 수행 결과를 누가 한 것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훈련도 도움이 된다. 이도저도 어려울 때는 제3자의 의견을 구해볼 수도 있다.
 
자신의 결정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 과신과 사후 판단 편향
한 심리학자가 30명의 성인에게 3개의 간단한 그림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림을 치운 뒤, 방금 본 것에서 자신이 확실히 봤다고 확신하는 부분에 밑줄을 긋도록 했다. 밑줄 친 부분을 실제 그림과 비교해본 결과, 참가자들이 확신했던 내용 63개 중 50개가 잘못된 것이었다. 이처럼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대해 필요 이상의 확신을 갖는 현상을 과신(overconfidence)이라 한다.
 
경영자는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해 종종 필요 이상의 확신을 가진다. 이는 확증 편향이 과거를 기억할 때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우리의 기억은 사진과 달라 상당 부분 재구성되는데,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이 잘한 것은 기억하고 잘못한 것은 지운다. 자신의 결정에 긍정적인 피드백이 있을 때는 이를 선택적으로 기억한다. 그 결과 자신의 결정을 과신하게 된다.
우리가 가진 지식은 ‘1차 지식’과 ‘2차 지식’으로 나눌 수 있다. 1차 지식은 우리가 알고 있는 구체적인 지식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자유무역협정(FTA)의 내용이 무엇인지, 통상 관련 법률이 어떻게 개정됐는지에 대한 정보는 1차 지식이다. 2차 지식은 우리가 가진 1차 지식이 얼마나 정확하고 타당한지에 대한 지식이다(‘상위 인지’라고도 한다). 즉 우리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에 대해 스스로 아는 것이다. 경영자는 특히 이런 2차 지식을 발달시킬 필요가 있다. 자신이 알고 있는 1차 지식이 얼마나 정확한지에 대한 2차 지식을 갖게 되면 필요 이상의 확신을 피할 수 있다.
 
과신을 피하려면 기억에만 의존하지 않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자신이 내린 결정과 이후 알려진 결과를 모두 기록하고, 어느 정도 자료가 모이면 성공과 실패를 결산해볼 필요가 있다. 실패했을 때는 왜 실패했는지를 분석하는 습관이 2차 지식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우리는 어떤 사건의 결과를 알게 되면 종종 ‘그럴 줄 알았어’라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일의 결과가 알려지고 나면 그 결과가 무척 당연하게 느껴진다. 이를 사후 판단 편향(hindsight bias)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공개된 결과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이 과정에서 자신의 기존 지식과 결과를 통합한다. 이런 처리 과정이 일어나면 일의 결과가 더는 새롭게 보이지 않게 된다.
경영자가 사후 판단 편향에 빠지면 이전 경험에서 많은 교훈을 얻지 못한다. 사후 판단 편향이 학습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학습은 자신이 예측한 것과 실제 결과의 차이를 인지하고, 그 차이가 나타난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뤄진다. 그런데 사후 판단 편향에 빠지면 사람들은 자신의 예측과 결과가 비슷하다고 생각해 더는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2001년 9·11테러와 관련해 나타난 사후 판단 편향에 대한 연구가 2005년 발표됐다. 이 연구에 따르면, 2001년 11월 미국인들은 탄저균에 의한 2차 테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었다. 연구자들은 사람들에게 테러와 관련한 위험이 나타날 가능성을 0100%로 추정하게 했다. 사람들의 평균 응답은 32.15%였다. 1년 후인 2002년 11월 다시 이전의 위험 판단을 떠올리게 하고, 1년 전의 위험 확률을 다시 판단하도록 했다. 1년이 지나 큰 위험이 없었다는 걸 이미 아는 상황이었다. 결과는 18.43%로 집계됐다. 그리고 1년 전에 자신이 써냈던 위험 가능성을 다시 적도록 했더니, 18.18%라는 응답이 나왔다. 1년이 지나 큰 위험이 생기지 않자, 자신이 원래 큰 위험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스스로 믿는 사후 판단 편향이 나타난 것이다.
 
이렇듯 인간의 기억은 정확하지 않다. 사후 판단 편향을 줄이려면 기록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자신의 예측을 적어두고, 실제 결과가 나왔을 때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는 연습을 해보자. 이런 노력이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 안서원 | 연세대 심리학과 BK21 연구교수
    서강대 경영학과 BK21 계약교수
    성균관대 심리학과 책임연구원
    고려대 의대 연구강사
    고려대 심리학과 BK21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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