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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시장을 움직이는가: 조환익 KOTRA 사장

DBR | 1호 (2008년 1월)
[동아일보]
3중 공략해 수출 코리아 영광 이어야죠
해외바이어 한국인식 크게 변화
품질 비슷하면 日製보다 인기
공격적 해외진출이 한국의 활로
97개국서 코리아비즈센터 운영
 
이제 막 고속도로 진입로에 도착했습니다. 이제부터입니다. 앞으론 휴게실에 들를 여유조차 없을 만큼 바쁘게 달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28일 낮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조환익 KOTRA 사장은 향후 한국의 수출 전망을 이렇게 표현했다. 피곤해 보였지만 고무된 어조였다. 그는 3박 4일간의 중국 출장을 마치고 이날 새벽 귀국한 참이었다. 한국 상품이 일본과 중국 사이에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는 것은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작용한다는 ‘역(逆)샌드위치론’ 전도사로 통하는 조 사장의 말투에는 거침이 없었다.
 
환율 때문이라도 좋습니다. 지금은 과거 한국산을 거들떠보지 않던 해외바이어들이 우리를 찾아온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세탁기가 좋은 예죠. 과거에는 품질과 가격 면에서 비슷하면 대부분 일본산을 선택했지만 지금은 한국산이 최대 20%까지 싸다 보니 외국바이어들이 한국산을 훨씬 선호합니다.”
 
그는 해외바이어들의 인식 변화를 최근 미국에서도 느꼈다고 설명했다. 조 사장은 최근 무역 확대 전략회의 및 한미 부품 소재 글로벌 파트너링 사업 등을 주관하기 위해 디트로이트, 워싱턴, 뉴욕 등을 다녀왔다.
 
조 사장은 “유엔 조달시장만 100억 달러 규모”라면서 “뉴욕에 들렀을 때 유엔 사무차장보가 세계적으로 유엔이 쓸 각종 기자재 및 차량 부품 등을 한국 업체가 조달할 수 있는지 타진하러 직접 찾아왔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전에는 만나기조차 어렵던 세계 굴지 기업 관계자 등이 미국 출장 기간에 KOTRA 주최 행사장을 찾아와 한국 상품의 경쟁력을 꼼꼼히 살펴봤다는 것이다. 조 사장은 인터뷰를 하는 동안 “수출이 살길이다. 지금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해야 할 때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특허청 사무관(1975년)으로 공직에 몸을 담은 뒤 주미 한국대사관 상무관을 거쳐 옛 산업자원부 차관을 지낸 뒤 지난해 7월 세계 97개국에서 코리아 비즈니스센터를 운영하는 KOTRA에 사장으로 취임해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1월에는 ‘3중(중국 중동 중남미) 시장’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해 바이어 1200명이 참여한 대규모 수출 상담회인 ‘바이 코리아’ 행사를 열었다. 3월과 4월에는 투자유치 행사인 ‘외국인 투자포럼’과 ‘그린 허브 코리아’를 각각 개최했다.
 
조 사장은 KOTRA의 역할을 한마디로 ‘뚜쟁이’에 비유한다. “시집 못 간 노총각 노처녀(수출기업과 해외바이어)를 연결해주고 유망한 신랑감 신붓감(신성장동력산업 등)도 발굴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요즘 그가 공들이고 있는 미래 유망주 중 하나는 ‘그린통상’. 조 사장은 “선진국에 비해 우리의 관련 산업 기반이나 영향력은 말할 수 없이 부족하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공격적인 해외 진출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린통상이란 개도국 환경보전 사업은 물론이고 풍력, 태양광, 발광다이오드(LED) 등 그린사업 관련 물품과 서비스를 아우르는 대외 교역을 의미한다. 주도권 확보를 위한 국가 간 ‘녹색 전쟁’이 한창이지만 한국의 경우 관련 기업에 대한 국가 지원 시스템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조 사장은 여기에도 KOTRA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판단해 2월 ‘그린통상지원단’을 출범시켰다. 총 14명으로 구성된 지원단은 그동안 산발적으로 관련 활동을 지원하던 KOTRA 해외사업본부, 전략마케팅팀, 인재유치팀 등의 구심점 기능을 하면서 국내 녹색기업의 기술 습득, 해외 진출을 위한 정보 교류 등도 지원한다.
 
조 사장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구조를 내수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수긍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지금은 중국 시장 공략에 주력해야 할 때라는 것이 그의 반론이다. “우리는 1억 명 이상의 대규모 소비시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원이 풍부한 나라도 아닙니다. 중국의 거대시장 등 해외시장을 죽기 살기로 뚫어야 합니다.” 조 사장은 이와 관련해서 무엇보다도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 있을 때 팔 것은 팔아야 하지만 다음 먹을거리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술도 수출할 것은 수출해야 한다”면서 “미국의 퀄컴 같은 회사는 한때 기술 유출 논란에 휩싸였지만 유연한 자세로 아직까지 세계 선두주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내놨다. “북한의 추가 핵 실험이나 최근 도발행위로 한미 간 동맹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점”이라는 것이 이유. 조 사장은 “양국 간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 있고 결속력을 강화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의제가 바로 한미 FTA인 만큼 가까운 시일 안에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의 열변에 인터뷰가 예상보다 1시간 이상 길어졌다. 그는 “오늘을 그토록 살고 싶었지만 어제 죽어야만 했던 이들을 위해서라도 바쁜 것에 감사히, 그리고 열심히 살자”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조환익 KOTRA 사장 프로필
―1973년 서울대 문리대 정치학과 졸업
―1981년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경영학 석사)
―2007년 한양대 대학원 경영학(박사)
―1973년 제14회 행정고시 합격
―1985년 주미 한국대사관 상무관
―1990년 대통령비서실 경제비서실 근무
―1996년 통상산업부 산업정책국 국장
―2004∼2006년 산업자원부 차관
―2007∼2008년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
―2008년 7월∼현재 KOTRA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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