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의 ‘사기’는 첫 페이지부터 리더와 리더십에 관한 논의로 시작된다. ‘사기’의 첫 권은 <오제본기>다. 오제(五帝)는 전설 속의 다섯 제왕을 말한다. 전설 속 제왕들이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사실 여부를 놓고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첫 권 ‘오제본기’의 요점은 “백성들이 바라는 이상적 리더상은 어떤 모습인가”로 귀착된다. 사마천은 힘 없고 가진 것 없는 백성들의 간절한 염원을 ‘사기’ 첫 권에 고스란히 반영했다. ‘사기’를 감히 리더와 리더십의 보물 창고라 부를 수 있는 이유도 사마천이 제시하는 리더의 모습과 리더십이 지금 우리의 문제와 절박하게 닿아 있기 때문이다.
<오제본기>는 이른바 ‘요·순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 요·순 시대는 흔히 태평성세를 대변하는 용어이며, 요·순은 가장 바람직한 리더의 대명사로 쓰인다. 요·순으로 대표되는 <오제본기> 다섯 리더들의 모습과 리더십이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이들의 모습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 리더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보자.
좋은 리더와 나쁜 리더
‘오제본기’에 등장하는 다섯 리더는 황제, 전욱, 제곡, 요, 순이다. 이들은 약 7대에 걸친 혈연관계에 있는 것으로 나온다. 사마천은 이들 다섯 리더들의 특징을 비교적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들의 리더십을 표로 만들어 보았다.(표 참조)
오제의 리더십에서 일단 주목한 것은 기록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은 전욱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의 제왕들에게 공통적으로 ‘덕(德)’이라는 리더십이 발견된다는 점이다. 그 밖의 항목들은 추상적인 개념부터 상당히 구체적인 것까지 다양하다. 이 리더십 항목들은 오늘날 리더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것들이다. 사마천은 이런 리더십을 갖춘 리더나 이를 실천하려는 리더를 좋은 리더, 이상적인 리더로 봤다.
그렇다면 ‘사기’에 좋은 리더의 대척점에 있는 나쁜 리더에 대한 언급은 없을까? 당연히 있다. 사마천은 오제 가운데 가장 이상적 리더로 꼽히는 요의 리더십을 언급하면서 “요는 부유했으나 교만하지 않았고, 존귀했으나 거드름을 피우거나 오만하지 않았다”고 기록했다. 즉 나쁜 리더는 교만하고, 거드름 피우고, 오만한 자라는 뜻이다. 이 밖에 부정적 리더와 리더십에 대해 상호 공격, 백성을 못살게 구는 행위, 비방, 불효, 불화, 부도덕, 사심, 표리부동, 무능 등을 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