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대기업 A사의 K사장은 중남미 모(某) 법인에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파견한 L부장 관련 보고를 인사팀으로부터 받고 머리가 아파졌다. 보고 내용은 L부장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으며, 현지 채용 인력들과의 갈등이 심해 법인장이 그를 교체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L부장은 일도 잘하고 리더십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K사장은 L부장의 영어 실력이 다소 부족하긴 하지만 기준인 토익 700점을 넘었기 때문에 기본 실력은 있다고 판단했다. 수치를 다루는 일의 성격상 영어와 스페인어는 파견 후 현지에서 일하며 차츰 익히면 된다는 것이 본사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파견 후 6개월이 지나면서 서서히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임자가 처음 3개월 동안 업무를 인수인계하고 귀국한 뒤 L부장은 혼자서 법인의 재정적 살림을 이끌어가면서 많은 갈등을 야기했다. 현지에 대한 이해 부족과 커뮤니케이션 장애, 한국적 리더십 등이 원인이었다.
현지 직원들은 L부장과의 갈등을 견디지 못하고 하나 둘 법인을 떠나기 시작했다. 직원들이 이직하면서 L부장의 업무량은 더 늘어났다. 이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L부장은 급기야 최근에는 직원들에게 고함을 치고 물건을 던지는 등의 행동까지 하기 시작했다. 그의 이런 행동은 한국에서도 성숙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지만 ‘현지의 직원들이 납득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라는 것이 본사 인사팀 직원들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직원 대표들은 법인장에게 공식적으로 “L부장과 더 이상 일을 같이 못하겠다”며 본사 송환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놀랍게도 이러한 사례는 특정 개인 또는 기업에만 국한한 것이 아니다. 필자는 주변에서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수차례나 들었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하는 이슈 가운데 하나가 바로 글로벌 리더십이다. 국내에서는 통한 리더십이 외국에서는 통하지 않거나, 본사의 정책 및 전략이 일부 해외 조직에서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가 나타나는 까닭은 무엇일까.
글로벌 리더십의 기준 부재(不在)
가장 큰 이유는 제대로 된 선발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선발과 관련한 첫 번째 이슈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리더십 역량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당연히 해당 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방법론이나 도구도 거의 없다.
현재 한국 기업들은 주재원을 선발할 때 일반적으로 최근의 업무 평가와 어학 점수, 업무경력 위주의 이력사항 등을 기준으로 이용한다. 그러나 이런 기준으로는 실제로 업무에 필요한 역량을 가진 인재를 뽑기가 힘들며, 어학점수에 가려 뛰어난 인재를 놓칠 가능성도 있다.
반면에 선진 기업들은 명확하고 체계적인 기준을 가지고 해외 파견 인재를 선발한다. 표1은 헤이그룹이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만든 ‘글로벌 인재에게 필요한 역량’의 집합이다. 표에 따르면 글로벌 리더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크게 글로벌 마인드세트와 사고 및 감성 능력, 성공을 향한 추진력, 다문화 대처 능력 등 4가지로 이뤄진다.
글로벌 마인드세트는 고객과 경영 환경에 대한 관심이 본인이 속한 지역을 넘어 다른 나라에도 미치며, 특정 현상이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관점에서 어떤 파급 효과를 낼 수 있을지를 예측할 수 있는 시각과 사고 역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