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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dership

‘무엇을 아느냐’보다 ‘누구를 아느냐’가 중요

박종규 | 355호 (2022년 10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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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Network leadership and team creativity: An exploratory study of New York City Jazz bands” (2022) by van den Born, F., Mehra, A., and Kilduff, M. in Academy of Management Discoveries, In Press.

무엇을, 왜 연구했나?

우리나라의 문화 콘텐츠 산업의 위상은 매우 높아졌다. 이제 미국 대학의 경영학 수업에서도 K-팝 가수와 K-드라마 등의 K-콘텐츠를 ‘창조 산업(Creative Industry)’의 주요 예시로 드는 것이 전혀 낯설거나 어색하지 않다.

창조 산업 내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창의성’과 ‘대중성’이 매우 중요하다. 문화 콘텐츠 산업을 포함한 창조 산업 내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한 개인의 창의성은 물론이고 콘텐츠를 창조하고 전달하는 여러 사람으로 구성된 팀이나 조직이 가진 집단적 창의성과 대중적 인지도 역시 중요해지고 있다. 이 대부분의 팀과 조직에는 리더가 있기 때문에 어떤 스타일의 리더가 집단의 창의성을 높일 수 있는지, 다시 말해 어떤 사람이 창조 산업에 적합한 리더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음악, 예술 등 대중을 상대로 하는 창조 산업에서의 바람직한 리더 역할에 대한 연구는 매우 부족하다. 무엇보다도 리더십과 창의성의 관계에 대해서 상반된 의견들이 있다. 예를 들어, 답이 없는 복잡한 상황에서 리더는 팀 내 창의성을 촉진하거나 조정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공식적인 리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반대로, 창의성은 팀 자율성과 자발적인 정보 공유에 기반하기 때문에 리더의 존재 자체가 창의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게다가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한 창조 산업에서 ‘네트워크 리더(Network Leader)’, 즉 조직 내외부의 여러 사람과 관계를 잘 맺고 있는 리더가 해당 조직의 창의성과 대중성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 연구는 2010년을 기준으로 뉴욕에서 활동한 총 346개의 재즈밴드를 대상으로 2021년까지의 추적 연구를 통해 밴드 내의 리더십과 밴드의 수명 사이의 관계뿐 아니라 리더십과 음악적인 창의성, 대중적인 인기의 관계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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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사회적 네트워크 분야의 대가 중 한 명인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마틴 킬더프(Martin Kilduff) 교수를 포함한 공동 연구진은 리더십과 재즈밴드의 창의성, 대중성, 그리고 수명과의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발견했다.

첫째, 공식적인 리더가 있는 재즈밴드는 공식 리더가 없는 밴드에 비해 덜 창의적이다. 다시 말해, ‘리더’가 없는 팀이 더 창의적이라는 것이다. 뉴욕 내 활동하고 있는 많은 밴드가 리더의 이름을 따서 밴드의 이름을 짓거나 (예: 매리 할버슨 퀸텟(Mary Halvorson Quintet)), 그렇지 않더라도 리더가 있는 경우가 많다. 연구팀은 346개의 재즈밴드 중 리더가 있는 250개의 밴드보다 리더를 따로 정하지 않은 96개 밴드의 음악이 더 창의적이라는 것을 전문 재즈 평론가들의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밝혀냈다. 참고로, 리더 여부는 밴드의 인기나 수명과는 아무 관련이 없었다.

둘째, 재즈밴드 내 네트워크 리더의 존재 여부는 밴드의 창의성과 인기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서 ‘네트워크 리더’란 공식 리더의 여부와는 상관이 없다. 즉, ‘리더’라는 이름이 붙긴 했으나 해당 개인이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지 여부가 그 사람이 네트워크 리더인지 아닌지를 결정한다. 이 연구에서는 두 종류의 네트워크 중심성(Centrality)1 을 가지고 네트워크 리더를 정의했다. (1) 사람들이 연결되는데 자신을 거쳐야 되는 사람, 즉,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재즈 뮤지션들 사이에서 중개자(Broker)2 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 네트워크 리더이고, (2) 다른 사람들과 잘 연결돼 있는 사람과 연결돼 있는 사람, 예를 들어 내가 마당발 재즈 뮤지션과 관계를 맺고 있다면3 나 역시 네트워크 리더라는 것이다. 연구 결과, 이 두 가지 정의 중 두 번째 타입의 네트워크 리더만이 창의성과 대중성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밴드의 공식 리더가 두 번째 네트워크 리더의 특성을 가지고 있을 때 밴드의 수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셋째, 흥미롭게도 창의성이 높은 팀일수록 밴드의 수명이 짧았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뉴욕의 재즈밴드이든,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이든 창조적인 사람들은 한 조직에 머물러 있기보다는 스카우트 등 외부 경력 기회가 더 많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창의성으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는 부정적인 결과들, 예를 들어 일과 생활의 불균형, 번아웃(Burnout), 즉각적 만족 추구로 인한 비윤리적인 의사결정 등 역시 창의성과 팀의 수명의 부정적인 관계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연구 결과는 창조 산업에서 리더-부하 직원이라는 공식화된 계층 구조나 관계가 가져올 수 있는 역효과를 보여준다. 창조 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이나 일반 기업 내 팀 리더들은 회사로부터 부여받은 공식적 지위와 역할에만 기반한 리더십을 발휘할 경우, 자신의 의도와는 반대로 팀에서 만들어 내기를 바라는 그 창의성을 억누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재즈의 거장 중 한 명인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는 협력적이고 민주적인 리더였다고 전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그의 밴드는 쿨 재즈(Cool Jazz)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혁신적이면서도 최고의 성과를 거둔 뮤지션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네트워크 리더는 조직의 외부에서 필요한 정보와 자원들을 시의적절하게 가져오고 무엇보다도 더 많은 기회를 팀에게 가져다주기 때문에 팀의 창의성은 물론이고 대중적 인기라는 성과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업가들이 다양한 사업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많은 사람과 더 깊고 더 나은 인간관계를 맺기 원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 연구는 한발 더 나아가 리더뿐 아니라 양질의 네트워크를 가진 팀원을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리더 한 사람이 가진 네트워크의 질이나 양보다도 팀원들이 가진 네트워크의 질, 특히 좋은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을 잘 알고 있는 팀원의 수가 팀의 성과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개인 경력 개발에서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주로 사용하는 “무엇을 아느냐가 아닌 누구를 아느냐가 문제다(It’s not what you know, but who you know)”라는 말은 창의성이 요구되는 모든 팀과 조직에도 해당된다. 문화 콘텐츠 산업 등의 창조 산업뿐 아니라 모든 산업과 기업에서 창의성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창의성보다는 상대적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양질의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이 조직의 창의성과 성과를 높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박종규 뉴욕시립대 스태튼아일랜드칼리지 경영학과 조교수 jonggyu.park@csi.cuny.edu
필자는 성균관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LG인화원에서 근무했으며 타워스왓슨과 딜로이트에서 HR와 전략 컨설팅을 수행한 바 있다. 현재 미국 로스웰앤드어소시에이츠(Rothwell & Associates)의 파트너로도 일하고 있으며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리더십과 조직 개발이다.
  • 박종규 | 뉴욕시립대 경영학과 조교수

    필자는 성균관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LG인화원에서 근무했으며 타워스왓슨과 딜로이트에서HR과 전략 컨설팅을 수행한 바 있다. 현재 미국 로스웰앤드어소시에이츠(Rothwell & Associates)의 파트너로도 일하고 있으며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리더십과 조직 개발이다.
    jonggyu.park@csi.cuny.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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