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조선 시대의 야생 동물 사냥 방법에 대한 내용으로 시작한다. 우리 조상들은 야생동물이 잘 드나드는 길목에 미끼를 두고 덫을 설치했다. 반면 동굴 입구에서 매운 연기를 피워 동굴 안 동물을 동굴 밖으로 유인하기도 했다. 저자는 이 원시적인 사냥법이 현대의 온라인 서비스가 사람들을 유인하는 방법과 유사하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온갖 혜택을 미끼로 내세워 일사천리로 이용자들이 서비스에 발을 딛게 만든다. 그러나 막상 서비스를 해지할 때는 이로써 잃게 될 혜택을 나열하거나 해지 버튼을 꼭꼭 숨겨두는 등 매운 연기를 맛봐야 한다. 이 따끔함을 이기지 못해 서비스 해지 자체를 포기했다는 이용자들도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서비스 이용 약관 동의도 같은 원리로 설계됐다. 이용자들에게 동의를 구해야 할 때는 ‘모두 동의’ 버튼으로 과정을 간단히 넘어가게 하지만 세부적인 약관을 들여다보고 싶거나 특정 약관에 동의하고 싶지 않다면 눈앞에 장문의 텍스트가 펼쳐진다.
저자는 디자인의 초점이 20세기 ‘과잉 디자인’에서 21세기 ‘기만 디자인’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한다. 과잉 디자인이 사람들의 불필요한 소비를 부추겨 비판을 받았다면 현재는 그 방법이 더욱 정교하고 기만적으로 설계돼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 ‘디자인 트랩’에 발목이 잡힌다. 저자는 지금까지 디자인에서 주로 활용된 심리학 이론은 행동을 긍정적으로 유도하는 ‘착한 디자인’이었으나 최근에는 조작 디자인, 속임수 설계, 다크 너지 등으로 불리는 ‘다크 패턴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행동경제학 이론을 들어 온라인 서비스가 어떻게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의 행동을 꾀는지 낱낱이 밝힌다. 예컨대, SNS는 이용자들을 중독에 빠뜨리는 슬롯머신의 디자인을 닮았다. 슬롯머신 이용자가 ‘머신존’이라 불리는 무아지경의 몰입 상태에 빠지기 위해서는 게임이 쉽고 빠르게 진행되고, 물 흐르듯 연속적으로 이어지며, 주변의 방해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이에 따라 과거 슬롯머신이 팔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는 다소 큰 동작을 요구했다면 요즘 슬롯머신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된다. 연속성을 위해 게임 효과도 간소화됐고 몰입을 깨지 않기 위해 의자도 인체 공학적으로 설계됐다. SNS의 무한 스크롤 역시 쉽고 반복적인 동작으로 끊임없이 콘텐츠를 즐기게 만들며 SNS상 모든 행동은 엄지 하나로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