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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ounting

사외이사들이 유능한 내부 감사인을 원하는 이유

김진욱 | 338호 (2022년 02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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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Investment in internal auditing and governance characteristics: Evidence from statutory internal auditors in South Korea” (2019) by Hyun-Young Park, Ho-Young Lee, & Jin Wook Kim in Managerial Auditing Journal, 34(5), 623-648.

무엇을, 왜 연구했나?

2000년대 들어 엔론, 월드컴, 도시바, 대우조선해양 등 세계적인 기업들의 분식회계 사건이 자본시장을 뒤흔들면서 기업지배구조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투자자와 규제 기관은 기업의 재무 보고에 대한 통제 및 모니터링을 강화하기 위한 해결책 중 하나로 내부 감사인의 역할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2002년 회계 시스템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일련의 규정을 발표하며 내부 감사인의 역할을 강조했다. 예컨대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내부 감사인은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운영 실태를 평가해 이사회에 사업연도마다 보고해야 한다.

내부 감사인은 회계 감독뿐 아니라 경영진의 업무 집행 감독, 부정행위 적발 및 예방, 리스크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기업지배구조 측면에서 내부 감사인에 대한 투자는 중요한 의사결정이다. 그렇다면 어떤 기업이 유능한 내부 감사인을 선임하기 위해 투자를 많이 할까? 내부 감사인에 대한 보상은 전문 분야에서의 경험, 교육 및 자격 등으로 입증된 내부 감사인의 능력에 따라 결정된다. 그리고 유능한 감사인을 선임하려는 기업의 의지와 노력도 중요하다. 경영자, 주주, 이사회가 내부 감사인에 대한 투자에 영향력을 행사할 ‘유인’과 ‘능력’을 가진다.

건국대와 연세대 공동 연구팀은 기업지배구조 관련 특성들이 내부 감사인에 대한 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다. 구체적으로 내부 감사인 선임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대주주의 지분율과 이사회의 독립성에 따라 기업의 내부 감사인에 대한 투자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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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상법 제409조에 따라 내부 감사인은 주주총회에서 선임되므로 주주는 내부 감사인의 선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지분율이 높은 대주주는 내부 감사인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능력을 가질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유인도 가진다. 예컨대 자신의 자산 대부분이 하나의 기업에 묶여 있는 단순 포트폴리오를 가진 대주주는 해당 기업의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더욱 유능한 내부 감사인을 선임하려는 유인을 갖는다. 즉, 대주주는 모니터링의 일환으로 잘못된 재무 보고 및 비효율적인 운영을 견제하기 위해 내부 감사인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기업은 내부 감사인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다.

다른 한편, 기업에 강한 통제력을 가진 대주주는 소액주주를 희생시키면서 자신의 부를 극대화하려는 동기도 가질 수 있다. 이 경우 기회주의적인 동기를 가진 대주주는 정보 비대칭을 이용하고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내부 감사인에 많은 자원을 투자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따르면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기업은 내부 감사인에 더 적게 투자한다는 가설도 도출될 수 있다. 이와 같이 대립되는 두 가지 주장이 존재함에 따라 연구팀은 대주주 지분율과 내부 감사인에 대한 투자 간의 관계에 대해 등가설(non-directional hypothesis)1 을 세웠다.

연구팀이 두 번째로 살펴본 기업지배구조 특성은 이사회의 독립성이다.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외이사는 기업의 중요한 경영 활동을 심의하고 결의에 참여하며 주주총회를 소집할 권리를 가진다. 그러나 기업의 상무에 종사하지 않는 사외이사는 기업의 내부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제한되는 내재적인 제약으로 인해 정보 비대칭의 문제에 직면한다. 이사회의 회의 안건과 이사회에 제공하는 정보의 질과 양,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모두 경영자의 몫이다. 이에 따라 사외이사는 선별적인 정보만 받을 수 있으며 필요한 모든 정보를 입수하더라도 정보의 정확성을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잘못된 재무보고 및 감독 활동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책임 2 을 피하고 자신의 평판을 지키려는 사외이사는 우수한 내부 감사인을 선임하려는 적극적인 유인 요인을 가진다. 이에 연구팀은 사외이사의 비율이 높은 기업이 내부 감사인에게 더 많이 투자한다는 가설을 도출했다.

연구팀은 2009년부터 2013년의 기간 동안 내부 감사인을 선임한3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연구했다. 기업의 내부 감사인에 대한 투자는 내부 감사인에 대한 보상 금액과 내부 감사인의 숫자로 측정했다. 표본 기업들의 평균 내부 감사인 보수는 3991만5660원이었다. 그리고 상근 내부 감사인에 1의 가중치, 비상근에 0.5의 가중치를 부여한 내부 감사인의 평균 숫자는 0.932였다.

실증 분석 결과 대주주 지분율은 내부 감사인의 숫자 및 보상 금액과 유의한 양(+)의 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모니터링 시스템의 일부로 유능한 내부 감사인을 선임하기 위해 더 많이 투자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본시장에서 낮은 자본비용 등 더 유리한 계약 조건을 원하는 대주주들이 소액주주들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내부 감사인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또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도 내부 감사인의 숫자 및 보상 금액과 유의한 양(+)의 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사회 독립성이 높은 기업이 내부 감사인에 더 많이 투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법적 책임뿐 아니라 본인의 커리어를 염려하는 사외이사는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능한 내부 감사인을 선임하려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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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기업에는 다양한 지배구조 메커니즘이 존재한다. 지배구조 프로세스에서 각 메커니즘의 역할은 상호작용으로 인해 매우 복잡한데 이를 ‘지배구조 모자이크’라고 부른다. 내부 감사에 대한 의사결정과 같은 행동 과정도 기업의 상황이나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독립성이 강한 이사회는 효과적인 모니터링 기능을 수행해 결과적으로 대주주의 내부 감사인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킬 수 있다. 반대로 다른 지배구조 메커니즘이 동시에 효율적으로 기능한다면 내부 감사인에 대한 수요가 더욱 커질 수도 있다.

연구팀이 추가로 분석한 결과, 이사회 독립성과 내부 감사인에 대한 투자 사이의 양(+)의 관련성은 대주주 지분율이 커짐에 따라 약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그럴까. 사외이사들이 유능한 내부 감사인을 요구하는 이유는 그들이 직면한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지분율이 높은 대주주가 좋은 지배구조로 기능한다는 본 연구의 결과를 고려한다면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기업은 사후적으로 이해관계자 간의 정보 비대칭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기업은 사외이사들의 유능한 내부 감사인에 대한 수요가 더 낮아진다고 볼 수 있다. 이 결과는 유능한 내부 감사인에 대한 수요가 지배구조 메커니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본 연구는 우리나라 상장 기업이 내부 감사인에 얼마나 자원을 할당해야 할지에 대해 실용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기업은 다양한 지배구조 기능을 운영하는 데 적지 않은 투자를 한다. 본 연구 결과는 기업에 상존하는 지배구조 메커니즘들이 내부 감사인에 대한 투자에 상호 영향을 준다는 점을 보여준다. 투자자뿐 아니라 규제 기관과 입법기관은 이사회 독립성과 대주주 지분율, 내부 감사인에 대한 투자가 상호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이해함으로써 기업의 지배구조 특성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김진욱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jinkim@konkuk.ac.kr
필자는 건국대와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영학과 회계학을 전공하고 코넬대에서 통계학 석사, 오리건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럿거스(Rutgers)대 경영대 교수와 금융감독원 회계제도실 자문교수를 역임했으며 2013년부터 건국대 경영대학에서 회계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세무회계학회 부회장, 금융감독원 재무공시 선진화 TF 위원, 국가회계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연구 분야는 자본시장, 회계 감사 및 조세 회피이다.
  • 김진욱 김진욱 |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건국대와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영학과 회계학을 전공하고 코넬대에서 통계학 석사, 오리건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럿거스(Rutgers)대 경영대 교수, 금융감독원 회계제도실 자문교수 및 기획재정부 공기업 평가위원을 역임했으며 2013년부터 건국대 경영대학에서 회계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건국대 경영전문대학원 부원장, 한국회계학회 부회장, 한국거래소 기술평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연구 분야는 자본시장, 회계 감사 및 인수합병(M&A)이다.
    jinkim@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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