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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dership

겸손 먼저 가르쳐야 할 ‘엘리트 비즈니스 스쿨’

박종규 | 328호 (2021년 09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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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Business schools and hubris: Cause or cure?” (2021) by Eugene Sadler-Smith and Irina Cojuharenco in Academy of Management Learning & Education, 20(2):pp. 270-289.


무엇을, 왜 연구했나?

경영자의 오만함은 그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회사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오만함에서 비롯된 비극적 결과는 생각보다 더 자주, 더 크게 일어나기 때문에 경영학자들은 “우리가 오만함의 전염병(Hubris epidemic) 시대에 살고 있다”고 경고해 왔다. 따라서 경영자의 오만함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MBA 과정과 비즈니스 스쿨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즈니스 스쿨의 주요 미션 중 하나는 미래 경영자의 육성이기 때문이다.

MBA의 위상이 과거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의견들도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대기업의 CEO나 주요 경영진 중엔 MBA 학위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몇몇 국내 기업도 해외나 국내의 MBA 과정을 핵심 인재 육성 방법 중 하나로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MBA와 미래 경영자의 오만함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이 논문의 저자인 영국 서레이대(University of Surrey) 비즈니스 스쿨의 두 교수는 비즈니스 스쿨과 오만함의 관계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고 주장한다. 비즈니스 스쿨과 그 교육 프로그램이 미래 경영자들을 오만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오만함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먼저 비즈니스 스쿨과 MBA 과정이 어떻게 미래 학생들의 자만심을 조장하고 오만함을 양산하고 있는지에 대해 지적했다. 그리고 비즈니스 교육이 어떻게 바뀌어야 오만함에 대한 백신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문헌 연구를 바탕으로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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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저자들은 비즈니스 스쿨과 비즈니스 교육이 어떤 가정으로 운영되는지, 가르치는 내용은 무엇인지(커리큘럼), 어떤 방법을 통해 가르치는지(교수법)의 세 가지 측면에서 문제점을 지적했다.

첫째, 비즈니스 교육과 오만함이 내포하고 있는 기본 가정은 서로 비슷한 점이 있다. 예를 들어 MBA 과정은 훌륭한 경영자가 불확실성이 큰 경영 환경에서도 조직 운영 전반을 잘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한 훌륭한 경영자가 되기 위한 조직 운영 방식과 상황을 제어하는 방식에 대해 가르치는 것이다. 오만함은 높은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굳게 믿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비즈니스 교육은 경영자는 오만한 의사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비즈니스 교육 커리큘럼이 경영자들의 밝은 측면, 즉 그들의 성공과 무용담에만 초점을 맞추고 그들의 어두운 측면, 즉 실패와 탐욕을 간과하고 있다. 다시 말해, 비즈니스 스쿨은 스티브 잡스 같은 훌륭한 기업가(Entrepreneur)를 배출하기 위해 기업가의 높은 자신감이 기업 성공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그 높은 자신감이 기업 실패의 주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은 강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리더십 교육에 등장하는 여러 리더는 일반인과는 차원이 다른 영웅적인 존재로서 묘사되기 때문에 이는 리더에 대한 판타지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는 오만한 리더의 파괴적인 행동을 주변 사람들이 인식하고 저항할 가능성을 사전에 막아 버리기도 한다.

셋째, MBA 과정의 교육 방식은 학생들을 똑똑하고, 결단력 있고, 대단히 적극적인 사람으로 포장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연구자들은 지적한다. 예를 들어 MBA 과정에서 많이 사용되는 ‘사례 연구(Case study)’는 학생들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마치 아는 것처럼 영리하게 말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으며, 그들에게 심층 경험 없이도 어떠한 문제라도 해결할 수 있다는 과도한 자신감을 심어주는 교육 방식이기도 하다. 이렇게 비판적 자기 성찰을 통한 학습이 아닌 성공 체험을 통한 자기 확신을 심어주는 비즈니스 스쿨의 교수법은 미래의 경영자들이 오만함의 씨앗을 품는 데 일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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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비즈니스 스쿨은 어떻게 미래 경영자들의 오만함을 방지할 수 있을까? 저자들은 ‘겸손함(Humility)’에 그 해답이 있다고 주장했다. 겸손함은 자신의 공헌에 대한 현실적인 평가, 타인의 공헌에 대한 인정, 그리고 자신의 성공을 가능하게 한 행운에 대한 인식을 의미한다.

먼저 비즈니스 스쿨, 특히 엘리트 비즈니스 스쿨들과 그 교수들은 비즈니스 세계가 직면한 문제들이 복잡하고 다면적이고 상호의존적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다양한 동료들과 협력해야 한다. 자신들이 불완전한 조직과 개인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어떻게 하면 비즈니스 스쿨의 미션, 교육 과정, 교수법 등에 겸손함을 담아낼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비즈니스 스쿨의 학생들에게 왜 비즈니스에서 겸손함이 필요하며 어떻게 겸손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알려줘야 할 것이다. 오만함보다는 겸손함이 더 근거 있고 현명한 의사결정의 바탕이 된다는 점을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타인의 관점을 수용하고 타인의 기여에 대해 인정하는 협동 프로젝트나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성찰할 수 있는 코칭과 멘토링 등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경영학의 학문적 특성상 실용적인 지식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인문학의 범위를 확대하고 어떻게 하면 인문학을 비즈니스 교육에 실질적으로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해 볼 필요도 있다. 저자들은 이러한 노력이 결국 다른 비즈니스 스쿨과의 차별화를 통해 경쟁 우위를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만약 비즈니스 스쿨들이 지금까지의 방식을 고수한다면 우리는 경영자들의 오만함으로 비롯된 부정적인 결과를 계속해서 보게 될지도 모른다. 세계적인 경영 석학 중 한 명인 헨리 민츠버그(Henry Mintzberg)는 이미 지난 2004년 출간된 『Managers Not MBAs(MBA가 회사를 망친다)』에서 비즈니스 스쿨과 MBA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비즈니스 스쿨이 제대로 일을 하고 있다면 그 졸업생들은 대중들에게 오만한 사람들이 아닌 겸손한 사람들로 비춰지고 있을 것이며, 그들은 겸손함, 즉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졸업했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오만함의 가능성에는 개인의 성격과 성향이 크게 작용한다. 하지만 오만함을 조장하거나 촉진하는 데 있어 개인이 속한 환경과 경험이 주요 전제 조건이라는 점에서 비즈니스 스쿨의 역할을 간과하기 어렵다.


박종규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알투나캠퍼스 조교수 pvj5055@psu.edu
필자는 성균관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LG인화원에서 리더십 교육을, 타워스왓슨과 딜로이트에서 HR컨설팅을 수행한 바 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리더십과 조직 개발 등이다.

  • 박종규 | 뉴욕시립대 경영학과 조교수

    필자는 성균관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LG인화원에서 근무했으며 타워스왓슨과 딜로이트에서HR과 전략 컨설팅을 수행한 바 있다. 현재 미국 로스웰앤드어소시에이츠(Rothwell & Associates)의 파트너로도 일하고 있으며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리더십과 조직 개발이다.
    jonggyu.park@csi.cuny.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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