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dership

나도 오만한 리더? 녹취해서 들어 보세요

324호 (2021년 07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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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Identifying linguistic markers of CEO hubris: A machine learning approach”(2021) by Vita Akstinaite, Peter Garrard, and Eugene Sadler-Smith in British Journal of Management, pp. 1-16.

무엇을, 왜 연구했나?

오만함 혹은 자만심을 가리키는 영어 단어 ‘Hubris’는 고대 그리스의 ‘Hybris’라는 개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 Hybris는 가해자의 즐거움이나 만족을 위해 타인에게 모욕을 주거나 의도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가리켰다고 한다. 따라서 오만함(Hubris)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지나친 과신, 타인에 대한 경멸, 신체적•정신적 폭력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리더십 관점에서 보면 CEO의 지나친 오만함은 과거의 성공과 주변의 아첨꾼들로 인해 촉발되고, 이는 지나친 야망과 무모한 의사결정으로 이어져 해당 기업은 물론이고 2008년의 금융위기처럼 산업 전체에까지 비극을 초래하기도 한다. 따라서 ‘오만한 리더십(Hubristic leadership)’은 CEO와 리더들이 반드시 피해야만 하는 ‘파괴적 리더십(Destructive leadership)’의 대표적인 유형 중 하나이다.

문제는 오만한 경영자나 리더들이 자신이 오만하다는 것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그들은 지나친 자만심을 강한 자신감으로, 독단적 의사결정을 카리스마로 평가하는 등 스스로에 대한 평가에도 오만함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오만함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한 이유다.

호주 머독대와 영국 서레이대 등으로 구성된 합동 연구팀은 리더의 오만함을 평가하고 또 예측하기 위해 CEO들의 인터뷰를 분석했다. 이들은 ‘언어적 표식(Linguistic marker)’을 통해 오만한 리더와 오만하지 않은 리더의 차이점을 살펴봤다. 누군가의 말과 어휘 선택은 상대방에게 그 사람에 대한 정직한 정보를 제공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말하는 동안 사용하는 어휘의 선택을 통제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화자의 감정과 성격은 말을 통해 드러나게 된다. 따라서 오만한 리더는 말을 통해 그들의 오만함을 표현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 연구는 화자의 말이나 어휘 선택은 곧 화자가 그러한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가정한다. CEO들의 말을 통해 그들의 오만함을 평가할 수 있다면 그들이 오만한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먼저 파악하고 경종을 울림으로써 그로 인한 비극적 결과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논리다.

연구자들은 CEO의 말을 가장 객관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방식을 적용했다. 녹취록을 하나씩 꼼꼼히 읽고 분석하는 과거의 언어 데이터 분석 방법은 언어로 표현된 개인의 의도와 행동을 분석할 수 있게 도와주긴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빅데이터와 같은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있다. 반면 최근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머신러닝과 텍스트 마이닝(text mining)은 대량의 문서 데이터를 효율적이고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어 연구자가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각 문서 간의 유사성을 과학적으로 파악하거나 문서 집합 속에 내재된 잠재 토픽이나 키워드를 효과적으로 추출해 낸다. 이에 ‘리더의 오만함은 그들이 사용하는 어휘를 통해 드러난다’는 사실에 주목한 이 연구는 머신러닝을 통해 오만함을 나타내는 주요한 언어적 표식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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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이 연구는 머신러닝 기법으로 오만한 CEO들의 발언을 분석하고 이를 오만하지 않은 CEO들의 발언들과 비교해 그 두 그룹이 어휘 사용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한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오만한 리더와 오만하지 않은 리더의 발언을 구분해 낼 수 있다는 것도 밝혀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의 오만함을 평가할 수 있고 예측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먼저 CEO 평가에 대한 여러 논문이나 미디어 정보를 바탕으로 오만한 CEO 그룹과 오만하지 않은 CEO 그룹을 구분했다. 오만한 CEO로는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스타벅스의 전 CEO인 하워드 슐츠,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CEO인 일론 머스크 등을 선정했고, 오만하지 않은 CEO 그룹에는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 디즈니의 전 CEO인 밥 아이거, 나이키의 전 CEO인 마크 파커 등을 포함시켰다. 그다음 해당 CEO들의 미디어 인터뷰 내용을 검색해 대규모 문서 데이터로 변환한 다음 이를 머신러닝 테크닉을 통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연구자들은 두 그룹에서 다섯 가지 언어적 속성(linguistic attribute)에 있어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1) 대명사의 총개수(total count of pronouns), (2) 비인칭 대명사(impersonal pronouns), (3) 조동사(auxiliary verbs), (4) 일반 동사(common verbs), (5) 잠정적인 어조(tentative tone, 단정적이지 않은 어조를 말한다)이다. 예를 들어 오만한 CEO들은 사람을 가리키지 않는 비인칭 대명사(영어에서는 ‘it’)를 더 자주 사용하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오만한 리더들이 오만하지 않은 리더들보다 더 많이, 더 자주 사용하는 특정 어휘들 역시 밝혀냈다. ‘나(I)’ ‘그것(it)’ ‘밀리언(million)’ ‘창조적(creative)’ ‘가능한(possible)’ ‘돈(money)’, 그리고 can’t, don’t, doesn’t, haven’t 등의 부정 표현이 CEO의 오만함을 나타낼 수 있는 잠정적인 언어적 표식(Linguistic marker)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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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연구 결과는 머신러닝 기법을 리더십 연구와 실무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과 리더십 영향력을 행사할 때 리더의 어휘 선택이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해 냈다. 하지만 연구에서 발견한 내용, 즉 오만한 리더들이 더 자주 사용한다는 어휘들이 너무 일반적이고 한정적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교훈과 시사점을 주지 못한다는 한계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의 주관적인 판단과 개입을 최소화해 머신러닝을 통해 CEO의 발언들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당 CEO가 오만한지, 아닌지를 컴퓨터 프로그램이 예측할 수 있도록 한 최초의 시도였다는 데 이 연구의 의의가 있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오만한 리더들의 발언들을 바탕으로 그들에게 미리 경고를 줄 수 있는 조기 경보 시스템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리더들의 구두 발언뿐 아니라 트윗 등의 SNS로 다양한 디지털 발자국(Digital footprint)을 분석 대상으로 할 수도 있다.

우리는 ‘나 때는 말이야’가 직장 내 꼰대가 사용하는 대표적 어휘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말은 마음의 창이다. 늘 리더의 말을 듣고 있는 부하직원들은 이미 리더가 꼰대인지 아닌지, 오만한 사람인지 아닌지 알고 있을 것이다. 실무에서는 머신러닝 같은 복잡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이미 오만한 리더 본인을 제외한 주변 사람들은 그 사람이 오만하다는 것을 대화 경험에 비춰 알고 있을 확률이 높다. 자기 자신만 오만의 덫에 걸려 모르고 있을 뿐이다. 리더들은 자신이 어떤 말투와 어휘를 사용하는지, 자신의 말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자신의 발언을 녹취해서 들어보거나 부하 직원들과의 메신저 대화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본인이 ‘나는’ ‘가능하면’ ‘수익’ 같은 단어들과 부정적인 표현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면 스스로가 오만한 리더가 아닌지 냉정하게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박종규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알투나캠퍼스 조교수 pvj5055@psu.edu
필자는 성균관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LG 인화원에서 리더십 교육을, 타워스왓슨과 딜로이트에서 HR 컨설팅을 수행한 바 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리더십과 조직 개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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