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대세가 된 ‘언택트(Untact, 비대면)’ 문화가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하지만 일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해서 ‘일의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LG경제연구원에서 인사조직 분야 연구를 수행해 온 저자는 바로 여기에 주목한다. 어떻게 하면 자원을 낭비하는 ‘가짜 일’들을 솎아내고 기업이 목표 달성과 생산성 향상이란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그에 따르면 조직이 일의 군살을 빼고 헛수고를 하지 않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고객의 눈으로 바라보는 일’이다. 기업의 존재 이유인 고객 관점에서 생각해야만 경로를 이탈하지 않고 올바른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일의 본질에 집중해 위기를 정면 돌파한 기업으로는 포토샵으로 유명한 어도비가 있다. 어도비는 2000년대 후반, 이전까지 겪어보지 못한 난관에 봉착했다. 컴퓨터 CD-ROM이 사라지면서 소프트웨어를 CD에 담아 파는 사업에 문제가 생기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닥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는 이전까지 직원, 주주, 고객 모두가 듣도 보도 못한 낯선 방식을 택했다. 2011년 CD-ROM 형태의 영구 라이선스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던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고객이 구독료를 내고 클라우드 시스템에 접속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사업 모델을 바꿨다. 이런 급격한 변화의 한복판에서 어도비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바로 ‘고객’에 대한 집착이었다.
먼저, 고객과 관계없는 일을 줄였다. 1년 단위로 실시되던 구성원 상대평가제도를 폐기한 게 대표적이다. 어도비는 사업 모델을 바꾸는 중대한 시기일수록 형식적인 절차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판단, 2012년 연말에 몰려 있던 평가를 수시 평가로 전환하고, 상사와 부하가 자율적으로 합의한 양식에 따를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했다.
다음으로, 2015년에는 고객을 관리하는 조직과 직원을 관리하는 조직을 통합했다. 채용부터 평가 보상까지 인사의 모든 기준이 고객 만족에 맞춰지도록 관련 조직을 하나로 묶은 것이다.
회사가 일의 본질을 찾기 위한 이 같은 노력을 게을리하면 직원들은 가짜 일에 몰두하게 되기 쉽다.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거짓 성과를 내세워 상사의 눈을 속이는 ‘보여주기’, 불확실성을 피하려 의사결정과 실행을 한없이 뒤로 미루는 ‘시간 끌기’, 개인을 위해 조직의 자원을 쓰는 ‘낭비하기’ 등이 그 예다. 경쟁사가 아닌 동료와의 경쟁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다리걸기’, 책임을 분산하기 위해 관련 없는 사람들까지 끌어들이는 ‘끌고가기’도 마찬가지다.
이런 가짜 일을 잡아내는 요령은 결국 ‘지금 내가 하는 일이 고객과 조직을 위한 일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데서 출발한다. 주 52시간 근무, 재택근무, 비대면 등 일하는 방식이 급변하는 포스트 팬데믹 시대, 회사가 어떻게 하면 목표를 향해 전진할 수 있는지 저자의 경험에서 지혜를 구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