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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씽킹 外

이미영 | 237호 (2017년 11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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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서울에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의 대국이 열렸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이라는 측면에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대국은 인공지능의 승리로 끝났고, 이때부터 사람들은 인공지능(AI)이 인간계를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어떻게 보면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를 확산시키는 데 가장 일조한 사건이었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우리보다 20년 더 앞서 이 충격을 경험했다. 세계적인 체스 마스터인 그는 1997년 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와의 체스 경기에서 패했다. 당시 언론에선 복권에 당첨되는 것보다 어렵고, 달나라에 가는 것보다도 확률이 낮은 게 그와의 대결에서 승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1985년 처음 시작한 컴퓨터와의 대결에서 단 한 번도 승자의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그였다. 그런 그가 딥블루에게 보란 듯이 패배하고 말았다. 저자는 당시 그 상황이 매우 괴로웠노라고 회고한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대체 그가 왜 졌는지, 그리고 인공지능이란 존재는 인간에게 무엇인지 과거를 파헤쳐보기로 결심한다. 자신이 겪은 수많은 컴퓨터와의 대결을 곰곰이 되새기며 그 경험을 독자들과 공유한다. 그러면서 컴퓨터와 인간의 다른 점이 무엇인지, 이 둘의 관계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물음표를 던진다.

사람과 달리 어떠한 감정에도 휘둘리지 않고, 체력이 고갈되지도 않으면서, 일관된 집중력을 보이는 컴퓨터를 이길 방법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는 우리의 과도한 두려움이기도 하다. 컴퓨터에는 극한 상황에서 힘을 발휘하는 인간의 직관이 없다. 컴퓨터의 놀라운 성능은 그 프로그램을 만들고 훈련하는 인간이 없으면 발휘되지 않는다. 게다가 예상치 못한 오류가 발생하면 스스로 회복할 수 없다.

그는 컴퓨터와의 대결에서 이 같은 인간의 모습들을 재발견할 수 있었다. 저자는 AI, 빅데이터 등 신기술에 당황해서 좌절하지 말라고 조용히 타이른다. 오히려 컴퓨터와 인간과의 관계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더 풍요롭고 안락한 삶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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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세계적인 ‘알파걸’도 예외는 아니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다음으로 페이스북에서 유명한 인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리더, 차기 유력 미국 대선 후보.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으로 꼽히는 셰릴 샌드버그에게 위기가 닥쳤다. 그의 두 아이의 아빠이자, 그녀의 듬직한 조력자였던 남편이 갑작스럽게 사망한 것이다. 예상치도 못한 일에 샌드버그는 큰 슬픔에 빠졌다. 슬픔은 곧 인생의 위기로 다가왔다. 남편의 죽음에 대해 자책하고 불행한 일들만 가득한 어두운 미래만을 상상했다. 불행의 늪에 점점 빠져들었다. 그런 그녀에게 심리학자이자 그의 친구인 애덤 그랜트가 손을 내밀었다. 그랜트는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차선(옵션 B)의 삶을 살아가는 길로 그를 인도했다. 어려운 상황을 겪은 사람들이 마음을 추스르고 일상생활로 돌아올 수 있는 심리학적 개념인 ‘회복탄력성’을 제시하고 이를 샌드버그와 함께 실천해 나갔다. 샌드버그는 이 책을 통해 그의 심리 상태, 회복하는 과정을 담담히 고백해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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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유능한 정보기술(IT) 전문 기자였다. 그는 ‘스티브 잡스의 비밀 일기’라는 블로그를 통해 가짜 스티브 잡스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렇게 잘나가던 그는 50세에 회사에서 갑자기 쫓겨나 백수가 됐다. 방황하던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바로 ‘실리콘밸리’. 그는 오랜 세월 실리콘밸리를 취재하면서 스타트업들이 터뜨리는 ‘잭팟’을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저자는 자신에게도 기회가 올지 모른다며 부푼 기대감을 가지고 ‘허브스팟’이라는 스타트업에 합류했다. 그러나 그 기대감은 머지않아 실망을 넘어 걱정으로 바뀌었다. 화려한 스타트업의 겉포장과는 너무 달랐다. 형편없는 아이디어를 엄청난 투자금액으로 포장하기도 하고,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 직원들에게 말도 안 되는 특전을 제공하느라 막대한 회삿돈을 쓰기도 했다. 일부 스타트업 종사자들은 회사의 기술이나 서비스보다 그럴듯한 마케팅에 더 치중했다. 회사가 상장돼 ‘돈만 챙기면 그만’이란 생각에서다. 저자는 이를 ‘스타트업 버블’이라고 불렀다.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가 화두가 되면서 실리콘밸리는 어느 때보다 각광받고 있다. 저자는 이 허상에 속지 말라고 경고한다.


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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