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좋지 않기는 했다. 일본 경제는 1990년 초부터 ‘잃어버린 10년’을 거치며 매년 0% 경제성장률을 지속하는 지독한 불경기를 겪고 있었다. 그러나 무인양품은 1991∼2000년의 10년 동안 매출은 440%, 경상이익은 1만 700% 증가하며 ‘무인양품만은 다르다’라는 평가를 듣고 있었다. 2001년의 갑작스러운 적자가 가슴 철렁하게 다가온 이유였다.
2001년은 책의 저자 마쓰이 타다미쓰가 막 사장에 취임한 해이기도 했다. 도대체 10년 이상 잘나가던 기업이 왜 갑자기 적자의 수렁에 빠져든 것인가. 저자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이 책은 그가 사장으로 일하는 동안 경험하며 체득한 바를 정리한 결과다.
#1. 일본 지바 현 어느 몰(mall)에 신규 점포가 열렸다. 오픈 전날 점장도 스태프들도 늦게까지 남아 상품 진열 및 매장 정돈에 힘을 모았다. 오후 늦게 다른 점포의 점장이 응원을 위해 들렀다. 매장을 쭉 둘러보더니 “이래선 안 돼. 무인답지가 않아”라며 상품 진열을 바꿀 것을 조언했다. 새 점포의 점장은 당황했지만 선임 점장의 뜻에 따라 진열을 바꿨고, 스태프들도 뒤를 따랐다. 일을 겨우 끝냈을 때 다른 점장이 찾아왔다. 그러더니 “여기는 이렇게 하는 게 좋아”라며 다시 수정을 권했다. 자정이 넘도록 작업이 끝나지 않았다. 당시 사업부장이던 저자는 ‘이대로 가다가는 무인양품에 미래가 없겠다’라고 생각했다. 상품을 진열하고 매장을 가꾸는 방법과 전략이 모두 점장 머릿속에 들어 있었다. 각자의 경험과 노하우가 제각각인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점장이 퇴사했을 때 이제껏 축적된 노하우가 송두리째 사라진다는 점이었다.
#2. 실적이 나빠지면서 사내에 위기의식이 팽배해졌다. 당시 인사담당자로 일하던 저자는 간부들의 의식부터 바꾸기 위해 이사부터 부장까지 300명 정도의 간부들을 모아 2박 3일 연수를 기획했다. 참가자들을 그룹별로 나누고 같은 그룹에 속한 사람들이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지적하는 360도 다면평가였다. 같은 그룹 내 수 명의 사람에게 일일이 단점을 지적받은 간부들은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연수가 끝나던 날, 저자는 상사에게 불려가 ‘어쩌자고 이런 연수를 기획했느냐’라며 질책을 받았다. 질책보다도 저자를 더 낙심하게 만든 것은 충격요법의 효과가 하루도 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간부들은 여전히 위기를 뼈저리게 느끼지 못했고 늘 하던 만큼의 일을 하던 방식으로 하는 데 만족했다.
사장 자리에 올랐을 때 그가 추진한 것은 한마디로 ‘시스템 구축’이었다. 이른바 ‘조직화’다. 우수한 직원은 조직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고 부진하던 실적을 어느 정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낸다. 하지만 그 직원이 빠져나갔을 때가 문제다. 그 때문에 조직이 흔들리거나 실적에 타격이 간다면 대단히 큰 문제다. 그는 무인양품이 체계적으로 인재를 관리하지 못했다고 보고 ‘인재위원회’ 등 전담조직을 만들어 인재 양성을 시스템으로 구축했다.
또한 사람이 변하기를 기대하기보다는 조직 문화와 관행을 바꾸는 일에 힘을 쏟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매뉴얼로 기록하고 공유해 무인양품을 가장 무인양품답게 만드는 데 주력했다. 매뉴얼에 의존하는 수동적인 문화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매뉴얼을 자주 바꾸고 끊임없이 보완했다. 그는 “느닷없는 의식 개혁은 큰 변화를 가져오기 어렵다”라며 “비즈니스모델을 수정하고 그에 맞는 구조를 만든 뒤, 그 구조를 납득하고 실행하는 가운데 비로소 사람의 의식이 자연스럽게 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무인양품이 어떻게 적자에서 벗어나 다시 궤도에 오르고 수익을 늘려갔는지, 그 과정을 찬찬히 따라가며 읽어볼 만하다.
할인사회
‘할인’ 싫어하는 사람 있으랴. 미국 소매업체들은 ‘블랙프라이데이’ 하루 전부터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그레이써스데이’를 만들어냈다. 요즘 2만 원 또는 20만 원으로 끝나는 가격은 없다. 대부분 1만 9900원 또는 19만 9000원을 달고 있다. 1년에 4차례 정도 세일을 관행으로 하던 백화점은 상설 할인매장과 다를 바 없어진 지 오래다. 하나의 세일을 마치자마자 또 다른 프로모션이 시작된다. 전 세계적인 할인 열풍의 이면, 그리고 그 과정에서 치열하게 머리싸움을 벌이는 소비자와 기업 사이의 역학을 담았다.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실패에서 무엇을 배울까
“당신은 실패로부터 무엇을 배웠습니까?”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에세이 질문이다. 하버드는 수년 전부터 수험자에게 자신의 실패 경험을 적어서 제출하도록 하고 그것을 중요한 합격 기준으로 삼고 있다.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서는 ‘해고당한 임원’이나 ‘경영상 어려움으로 직원을 잘라야 하는 CEO’ 등의 역할을 경험하는 롤 플레이 수업을 한다. 구글은 다른 기업에서 ‘실패’라고 판단할 만한 것조차 ‘진정한 실패’로 인식하지 않는다. 누구나 성공을 원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래서 더 집중적으로 파고들어야 하는 것이 실패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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