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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꼴레르 外

최한나 | 130호 (2013년 6월 Issue 1)

 

 

 

전문가가 넘쳐나는 시대다. 거창하거나 특별하지 않아도 한 분야에서 꾸준히 내공을 쌓으면 전문가로 불린다. 이전에는 상대적으로 가치가 덜하다고 여겨졌던 일들도 전문적인 일로 각광받는다. 특히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이 활성화하면서 재야에 은둔하던 온갖 고수들이 자신만의 분야에서 주가를 올리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전문가라고 해서 다 같은 전문가는 아니다. 진정한 전문가로 부르기엔 다소 모자란, 이름만 전문가도 적지 않다.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내실이 부족하거나 현학적인 이론에 파묻혀 현실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저자는 정해진 규율만 따르지 상황에 맞게 달리 판단할 줄 모르는 멍청한 전문가, 자기 분야 외에는 무지한 답답한 전문가, 겉핥기 지식만 가득한 사이비 전문가, 능력은 있지만 상대방을 무시하는 안하무인형 전문가들이 우리 주변에 수없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이 시대 진정한 전문가는 어떤 사람일까.

 

저자는 미래를 책임질 진짜 전문가로브리꼴레르를 제시한다. 브리꼴레르는 인류학자 레비 스트로스가 아프리카 원주민을 관찰하면서 나온 단어다. 레비 스트로스의 설명에 따르면손재주꾼으로 번역되는 브리꼴레르는 보잘것없는 판자조각, 돌멩이, 못쓰게 된 톱이나 망치를 가지고 쓸 만한 집 한 채를 거뜬히 짓는다. 이들은 지식을 체계적으로 축적해서 실력을 쌓은 전문가라기보다는 체험을 통해 안목과 노하우를 터득한 실전형 전문가다.

 

브리꼴레르는 여러 가지 특징으로 설명된다. 자기 분야에 해박한 지식과 전문성을 갖췄지만 그것에 매몰되지 않는다.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갖고 차이를 존중하며 경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한다. 학문적 통섭보다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융합을 추구한다. 모범생보다는 모험가에 가깝다. 책상에 앉아 책으로 세상을 배우는 헛똑똑이가 아니라 이런저런 가능성을 시도하면서 한계를 실험하는 행동형 지식가다. 무엇보다 이들은 상황에 따라 즉흥적인 임기응변 능력을 발휘한다. 시시각각 돌변하는 상황, 수시로 튀어나오는 변수, 예측불허의 가변성과 딜레마 등에서 적절한 대안을 찾고 그것을 시도하는 데 두려움이 없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 이보다 중요한 능력이 있을까.

 

아무 규칙 없이 시도 때도 없이 달라지는 상황에서 미리 정해둔 체계적이며 과학적인 대안은 무용지물일 때가 많다. 위기에 강한 자는 유연성과 순발력이 뛰어난 법이다. 위기 이후 살아남은 기업이나 어려운 시기를 거쳐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브리꼴레르에 해당한다. 실제로 대다수 경영 현장에서 원하는 인재는 이론에만 강하거나 매뉴얼에 집착하는 모범생보다는 다소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몸소 구르고 익히면서 실천적 지혜를 쌓아가는 브리꼴레르일 것이다.

 

물론 진정한 전문가가 되는 일은 쉽지 않다. 자신만의 분야에 깊이 있는 지식과 안목을 갖되 다른 분야들은 물론 세상 돌아가는 상황에 무지해서는 안 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저자는 무엇보다일상 속에서 하나씩 실천해보라고 조언한다. 일상은 비상할 수 있는 상상력의 텃밭이다. 새로운 가능성을 만나기 위해 쉽게 내디딜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공간이다. 간단하게는 15분 이상 한 가지 일에 몰입하기, 일부러 불편해보기, 이유 없이 빈둥거려보기 등이 있다. 지식이나 정보를 주어지는 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문제의식이나 목적에 맞게 편집해보거나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을 키우는 일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도적인 노력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들에 압도당하지 않으려면 먼저 깨어 있어야 한다. 다양한 경험과 깨달음, 그리고 그로 인한 노하우와 탄력성은 늘 자각하고 수시로 시도해보지 않으면 불가능한 산물이다.

 

 

고객으로 하여금 기꺼이 수고로움을 감수하게 하는 방식으로 세계 시장을 정복한 기업이 있다. 클릭 한 번이면 얼마든지 가구를 바꿀 수 있는 시대에 3시간 동안 매장을 돌아 고르고 차에 실어 가져온 후 직접 조립까지 하게 만드는 기업이다. 이케아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어떤 요소들이 이케아를 만들어 냈을까? 이케아의 성공 뒤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빈티지 청바지를 만들었을 때 세상은 이들을 바보라고 불렀다. 오래 입은 것처럼 너덜거리는 청바지를 누가 사겠냐고 비웃었다. 디젤은 데님을 한참 동안 두들겨 완성한 빈티지진에 비싼 가격을 매겨 시장에 내놨다. 사람들은 미쳤다고 했지만 디젤의 창업자 렌조 로소와 그 직원들은 이 제품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들의 확신은 현실이 됐다. 오늘날 디젤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청바지 브랜드 중 하나다. 엉뚱하지만 독창적인 상상력과 대담한 실행력을 강점으로 삼은 디젤의 이야기를 담았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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