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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관한 생각外

최한나 | 105호 (2012년 5월 Issue 2)

 

생각에 관한 생각

대니얼 카너먼 지음/ 김영사/ 22000

18∼22세 학생들에게 여러 단어를 주고 그중 다섯 단어를 골라 문장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학생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었는데 한 그룹의 경우 받은 단어 중 절반 이상이 Florida, forgetful, bald, gray, wrinkle 등 노인을 연상시키는 단어였다. 과제를 마친 젊은 피실험자들은 복도 아래쪽 사무실로 가서 다른 실험에 참가해야 했다. 그런데 이 짧은 걸음이 실험에서 매우 중요했다. 연구원들은 학생들이 복도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몰래 측정했다. 놀랍게도, 노인 관련 단어들을 가지고 문장을 만든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훨씬 더 천천히 복도를 걸어 내려갔다.

 

이 같은 과정에는 크게 두 단계의점화효과가 개입됐다. 점화효과란 시간적으로 먼저 제시된 자극이 나중에 제시된 자극을 처리하는 데 영향을 주는 일을 말한다. 먼저 떠오른 생각이 연쇄적 연상 활동을 일으키면서 또 다른 생각들을 야기하는연상적 활성화(associative activation)’. 단어는 기억을 떠올리고 기억은 감정을 유발하며 감정은 얼굴 표정이나 동작으로 이어진다.

 

우선늙었다(old)’는 단어가 직접 언급되지 않았지만 제시된 단어들은 노년에 대한 생각을 점화시켰다. 그 다음 이런 생각들이 노년과 관련된 행동을 점화시켰다. 나중에 이에 대해 질문하자 학생들 중 어느 누구도 제시된 단어들에 공통 주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또한 그들이 했던 어떤 일도 앞서 접했던 단어들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노년을 자각하지 못했는데도 그들의 행동은 분명히 달라졌다.

 

이 같은 효과는 반대 방향으로도 작용했다. 학생들을 평소보다 느리게 걷게 했다. 통상 걷는 속도의 3분의 1 정도였다. 이렇게 걷고 난 학생들은잘 잊어버리다(forgetful)’ ‘늙다(old)’ ‘외롭다(lonely)’처럼 노년과 관련된 단어들을 훨씬 빨리 인식했다. 노년을 생각하면 노인처럼 행동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그렇게 행동하면 노년에 대한 생각이 다시 강해지는 셈이다.

 

위 실험에서 알 수 있듯 인간은 생각보다 강하게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다. 무의식은 의식과 협동해 우리의 생각을 구성한다.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말이나 행동이 결국 의식적으로 접수된 정보나 기억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저자는 인간의 모든 행동과 생활의 근원이 되는생각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했다. 직관을 뜻하는빠르게 생각하기(fast thinking)’와 이성을 뜻하는느리게 생각하기(slow thinking)’. 달려드는 자동차를 피하는 동물적 감각의 순발력이나 2+2의 정답을 생각해내는 순간적인 사고력은 전자에, 심각하게 고민해서 답해야 하는 전문적인 해결책이나 354x687처럼 머릿속에 즉시 떠오르지 않는 사고는 후자에 해당한다. (저자는 이를시스템1’시스템2’로 구분한다.) 우리가생각이라고 일컫는 모든 사고과정은 시스템1이나 시스템2, 또는 양쪽 모두의 지배를 받는다.

 

책은 다양한 실험 결과를 제시하며 우리가생각한다고 표현하는 행위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세상을 잘 알고 있다고 과대평가하는 성향과 우연과 운의 역할을 과소평가하는 성향, 무심코 내린 선택이 합리성과 얼마나 거리가 먼 것인지와 비논리적 특징만 골라 판단에 반영하는 심리, 경험 자아와 기억 자아 등이 흥미롭게 설명된다. 소비자와 끝없는 심리싸움을 펼치며 그들의 마음을 얻으려 애쓰는 경영자들이 꼼꼼히 읽어볼 만하다.

 

뉴욕 뒷골목 수프 가게

존 고든 지음

한국경제신문/ 13000

매출이 떨어지고 고객이 줄어들어 급기야 회사를 매각해야 하지 않느냐는 여론이 힘을 얻을 정도로 위기에 처한 수프사가 있다. 낸시는 이런 수프사에 새로 취임한 CEO. 어깨를 늘어뜨리고 뉴욕 거리를 걷던 낸시는 우연히 한 수프 가게에 들어가 따끈한 수프를 떠 넣는다. 그 순간 낸시의 눈이 번쩍 뜨인다. 부드럽고 따뜻한 수프는 지친 낸시에게 다른 어떤 것보다도 강하게 힘을 불어넣는다. 낸시는 요리사를 만난다. 요리사 다이엔은 국자를 휘두르며 직원들을 배려하고 함께 소통해서 최상의 팀워크를 이끌어내는 방법에 대해 조언한다. 희망과 비전을 전파하는 법과 솔직한 대화로 관계의 공백을 채우는 법, 영감과 열정을 채워 넣는 법 등이 제시된다. 이제 막 새로운 직책을 맡아 윗사람으로서의 책임에 버거워하거나 초심을 잃고 방황하는 수장이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에 좋을 책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마이클 샌델 지음

와이즈베리/ 16000

공항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것은 여행할 때마다 치러야 하는 고역이다. 물론 모든 승객이 줄서서 기다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등석이나 비즈니스석 항공권을 구매한 승객은 전용 카운터에서 심사를 받는다. 하지만 이제는 비싼 티켓을 구매하지 않은 승객이라도새치기 자격을 가질 수 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덴버를 출발해 보스턴으로 가는 중 39달러를 추가로 낸 승객에게 보안 검색대 통과와 탑승에 우선권을 준다. 영국 루턴 공항 역시 3파운드라는 저렴한 비용에 우선 탑승권을 판매한다. 공항과 놀이공원, 의회 복도와 병원 대기실에서선착순이라는 줄서기 윤리가돈을 낸 만큼 누린다는 시장 질서로 대체되고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로 한국을 정의 열풍에 휩싸이게 했던 샌델 교수가 이번에는 생각해낼 수 있는 모든 것을 사고파는 현대 경제 사회를 도마에 올렸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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