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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움직일 때 생각도 움직인다

84호 (2011년 7월 Issue 1)

 
150억 년이라는 우주의 역사 속에서 인류의 역사는 고작 300만 년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간은 지금 명백히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존재로서 많은 것들을 창조하고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인간을 이렇게 만들었는가? 인간의 두뇌발달 및 정신장애를 연구하는 응용학습심리학자이자 발달분자생물학자인 존 메디나 교수는 <브레인 룰스: 의식의 등장에서 생각의 실현까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뇌란 실로 놀라운 존재다.” 인간은 계속적으로 뇌를 개발하고 활용했기에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궁금한 것은 어떻게 두뇌가 작동하는지다. 저자는 그것들을 ‘브레인 룰스(Brain Rules)’, 즉 ‘두뇌 법칙’이라고 부른다. 저자는 책에서 일상을 디자인하고 기업을 경영하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12가지 두뇌 법칙을 소개하고 있다. 그 중, 몇 가지만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브레인 룰은 ‘몸을 움직이면 생각도 움직인다. 생각의 엔진은 운동이다’이다. “아주 옛날 인류가 하루에 움직인 거리는 남자들은 10∼20㎞, 여자들은 그 절반 정도였다.” 유명한 인류학자 리처드 랭험(Richard Wrangham)의 말이다. 이는 우리의 두뇌는 우리가 빈둥거릴 때가 아니라 움직일 때 발달했다는 뜻이다. 움직여라!
 
그래서인지 평생 운동을 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인지능력이 향상됐다. 운동하는 사람들은 장기기억, 추론, 주의력, 문제해결 능력, 심지어 유동적 지능(fluid intelligence, 경험이나 지식의 축적에 영향을 받지 않는 지적 능력으로 새로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발휘되는 능력)을 이용해야 하는 과제에서도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능가했다.
 
이와 관련해서 영국에서 진행된 대표적 연구를 소개한다. 연구팀은 35∼55세 공무원 1만 명을 대상으로 운동 습관을 관찰해 상, 중, 하로 등급을 매겼다. 그 결과 신체 활동이 ‘하’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인지능력도 떨어졌다. 빠른 문제해결 능력이 필요한 유동적 지능은 움직이지 않는 생활 습관을 가질수록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국가들에서 이뤄진 연구들도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했다.
 
그렇다면 얼마나 운동을 많이 해야 지적 능력이 유지되고 발전될까? 노령인구를 대상으로 오랫동안 연구한 결과, 운동을 얼마나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놀랍게도 ‘그렇게 많이 하지 않아도 된다’였다. 일주일에 몇 번 걷기만 해도 두뇌의 기능은 향상된다. 하루에 20분씩 걸으면 노인들의 지적 장애를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인 뇌졸중을 일으킬 위험이 57%나 낮아진다.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인 카우치 포테이토들조차 몸을 전혀 움직이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지적 능력이 향상됐다.
 
여가 시간에 신체 활동을 한다면 치매에 걸릴 확률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유산소 운동이 그 열쇠로 보인다. 유산소 운동을 할 때 모든 종류의 지적 능력이 회복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걷는 것만으로도 두뇌는 움직인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도 걸으면서 생각을 했다. 학원 안의 나무 사이를 산책하며 제자들을 가르쳤다는 소요파(逍遙學派)가 거대한 철학 흐름을 만들어낸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걸으면서 전화를 받고, 걸으면서 회의를 하고, 점심시간에는 산책을 나가라. 골프장에서도 카트를 버리고 걸어라! 그것이 두뇌의 법칙 중 가장 중요한 1번이다.
 
또 다른 법칙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따분한 것들은 관심을 끌지 못한다’이다. 무엇이든 알고 싶어 안달인 유치원생이든, 지루해서 죽을 지경인 대학생이든 주의를 기울일수록 학습 효과가 높다.
 
누군가의 주의를 끄는 데는 몇 초가 걸리지만 그의 주의를 계속 잡아둘 수 있는 시간은 10분 정도밖에 안 된다. 9분 59초쯤 지나면 어떻게든 상대방의 주의를 다시 끌어서 타임워치의 버튼을 눌러야 한다. 또 감정이 결부되는 사건들은 그렇지 않은 기억들보다 훨씬 더 정확하면서도 오래 기억된다. 그러므로 강의나 발표를 할 때는 강의의 기본 단위를 10분으로 정하고, 단위마다 한 가지 개념을 다루는 것이 좋다. 공포, 웃음, 행복, 향수, 의심 등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자극을 주는 것이 따분함을 극복하는 최고의 전략이 된다.
 
‘잠은 생각과 학습의 필수 전제조건이다’라는 브레인 룰스도 있다. 오후 3시쯤 피로를 느낀 적이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여러분의 두뇌는 낮잠을 자고 싶은 것이다. 그런 경우 낮잠을 잠깐만 자도 생산성은 훨씬 높아진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 조종사가 26분간 낮잠을 자자 업무 수행 능력이 34% 향상됐다. 당연한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밤에 휴식을 충분히 취할수록 다음 날 정신이 맑아진다. 잠은 생각과 학습의 필수 전제조건이다.
 
사례 하나를 살펴보자. 멘델레예프가 당시까지 발견된 모든 원자를 조직화해낸 원소 주기율표는 너무나 선견지명이 있는 것이어서, 당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원소들이 들어갈 자리도 있었고 그 가운데 일부 원소의 특성까지도 예측하고 있었다. 바로 이러한 원소 주기율표를 멘델레예프는 잠을 자면서 처음 생각해냈다. 어느 날 저녁, 그는 혼자 카드를 하면서 우주의 성질에 대해 생각하다가 잠깐 졸았다. 잠에서 깼을 때 그는 우주의 모든 원자가 어떻게 구성됐는지를 알았고, 즉시 그 유명한 주기율표를 만들었다.
 
잠을 자면서 영감을 얻었다는 과학자는 멘델레예프 외에도 많다. “Let’s sleep on it.”(잠깐 생각해 볼까?라는 뜻)이라는 표현 이면에 정말 뭔가 있는 건 아닐까? 평범한 잠과 비범한 배움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현대에도 건강한 수면이 실제로 학습 효과를 상당히 향상시킨다고 입증한 데이터는 많다.
 

이런 실험 결과도 있다. 학생들에게 특정 문제를 가르쳐준 후 12시간이 지난 뒤 문제를 풀게 하면 20% 정도의 학생들은 더 쉬운 방법을 발견했다. 그러나 12시간 중 8시간 정도를 자게 하면 60% 정도 되는 학생들이 더 쉬운 방법을 발견했다. 이 실험을 여러 번 해봐도 늘 잠을 잔 집단이 잠을 자지 않은 집단에 비해 세 배 정도 더 성적이 좋았다. 자녀들이 공부를 잘 하게 하고 싶은가? 업무 효율을 높이고 싶은가? 그렇다면 적절한 수면이 최고의 전략이 될 수 있다.
 
브레인 룰스의 결론은 무엇일까? 현재 가장 창의적인 기업이라고 평가받는 회사 중 하나인 구글(Google)은 탐구의 힘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회사다. 그곳 직원들은 전체 근무시간 가운데 20% 동안은 마음 내키는 대로 어디든 가도 된다. 지메일(Gmail)과 구글 뉴스(Google News)를 포함해 구글이 내놓은 신제품의 50%는 그 ‘20%의 시간’에서 나왔다. 자유로운 생각이 창조로 이어진 것이다. 폭넓은 신경과학지식을 통해 생활 방식과 기업 경영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sirh@centerworld.com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원 (Centerworld Corp.) 대표이며,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OBS 경인TV ‘서진영 박사의 CEO와 책’ 진행자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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