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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모방 스마트기업의 힘, 이모베이션

권춘오 | 68호 (2010년 11월 Issue 1)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방을 좋아하지 않는다. ‘짜가’ ‘짝퉁’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의미에서의 모방을 의미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보면 모방은 나쁜 것이 아니다. 모방을 통해 인류는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지 않고 더 빠르고 체계적인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다.
 
이는 기업에도 적용된다. 보잉(Boeing)은 1950년 판버러에어쇼(Farnborough Air Show)에서 최초의 민항기 업체인 디 하빌란드 코메트(De Havilland Comet)를 봤다. 그리고 민영 항공업의 미래가 제트 엔진으로 바뀔 것이라는 점을 깨닫고 보잉707을 개발했다. IBM은 어떤가? 최초의 대형 컴퓨터는 레밍턴 랜드(Remington Rand)가 출시했다. IBM은 이 컴퓨터를 마음에 들어 했으며 모방을 통해 4년 뒤 시장에서 레밍턴 랜드의 자리를 빼앗았다.
 
혁신과 모방 사이 균형점을 찾아라
혁신은 중요하다. 하지만 모방 역시 혁신만큼 중요한 성공 요소다. 현명한 기업은 혁신(innovation)과 모방(imitation)을 융합한 ‘이모베이션(imovation)’을 추구한다. 즉 다른 분야에서 이미 입증된 훌륭한 아이디어와 새로운 사고를 결합시켜 성공한다는 것이다.
 
모방자가 누릴 수 있는 장점은 많다. 제품 연구 개발비나 시장 개척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또 초기 제품의 단점을 개선해 현저히 뛰어나고 저렴한 제품을 선보일 수 있고, 모방자 특성상 차별화의 필요성을 깨닫기 때문에 우수하면서도 다양한 모델을 시장에 선보일 수도 있다.
 
이런 모방은 때로는 우연히 이뤄진다. 레이 크록(Ray Kroc)은 밀크셰이크 기계를 판매하려고, 맥도널드(McDonald) 형제가 운영하던 신생 햄버거 레스토랑을 들렀는데, 이를 계기로 맥도널드 햄버거 체인점을 설립했다.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미국 슈퍼마켓을 들렀을 때 제품이 자동으로 보충되는 모습을 보고 적시생산(just-in-time) 시스템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최고의 모방자는 이미 하고 있는 분야를 모방하면서 다른 분야에서 자신만의 혁신을 더한다. 혁신과 모방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을 이루는 일이 중요하다. 그 균형점이 바로 이모베이션이다.
 
쉽지 않은 모방, 문화를 익히고 차별화를 꾀하라
모방이 쉽지만은 않다.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Southwest Airlines)은 1971년 3대의 비행기로 출발했다.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뻔뻔할 만큼 단순했다.
 
- 단거리를 운항하며 중심지보다는 직선 연결 운항을 한다.
- 보잉 737 한 가지 기종만 활용한다.
- 체류 시간을 줄이고 운항 시간을 늘린다.
- 저렴한 변두리 공항에 착륙한다.
 
이런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을 모방하지 못할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항공업계에서는 사우스웨스트를 모방한 대규모 모방 물결이 일어났지만,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실패했다. 라이언에어, 제트블루, 캐나다 기업인 웨스트제트(WestJet)와 이지제트(EasyJet) 등 몇몇 기업만이 성공을 거뒀다. 성공과 실패를 가른 요인을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의 CEO인 허브 켈러허(Herb Kelleher)의 말을 빌려 들어보자.
 
어떤 기업도 사우스웨스트 직원들의 기백, 통일성, ‘할 수 있다’는 태도, 그리고 훌륭한 단결성을 모방할 수 없다. 사우스웨스트 직원들은 끊임없이 우수한 고객 서비스를 동료와 승객들에게 제공한다. 우리를 모방하려 해도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를 모방할 수는 없다. 그것은 바로 사람이다.”
 
월마트(Wal-Mart)는 어떨까? 연간 수익이 3500만 달러가 넘는 세계 최대의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모방자들에게 보다 확실한 목표라고 할 수 있다. K마트(Kmart), 달러 제너럴(Dollar General), 타겟(Target) 등이 월마트 모방에 나섰지만, 어떤 기업도 월마트의 초효율적인 물류와 고급 정보 시스템을 따라하지 못했다. 월마트의 유통 경비는 매출의 1.7% 정도로 K마트의 3.5%와 시어스(Sears)의 5%보다 훨씬 낮다. 월마트는 고객 트렌드를 세세하게 모니터해서 제품 구매 및 판촉을 재빨리 수정할 수 있었다.
 
월마트 경쟁업체들은 운영비용 효율성에서 직접적으로 경쟁할 수 없기 때문에 대신 다른 요소를 가미해 차별화했다. 타겟은 저가의 할인매장보다는 프리미엄 할인 매장을 추구했고, 달러 제너럴은 한정된 제품으로 신속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전문 매장이 됐다. K마트는 월마트의 운영을 모방하면서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후 결국에 시어스에 합병되기 전까지 상류층을 대상으로 하는 변화를 성공리에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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