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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vs. 편리: 하나에만 집중하라

권춘오 | 50호 (2010년 2월 Issue 1)

 

대형 커피 체인인 스타벅스는 매장이 1998 1886개에서 2008 16226개로 급증하는 등 성장하자 양질(quality)의 경험을 전하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아이스크림, 음반업 등 신산업에 진출했다. 설립자인 하워드 슐츠가 구상했던 스타벅스는 원래 사람들이 한데 모여 양질의 서비스를 즐기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2007년경 급기야는 슈퍼마켓에 스타벅스 가판대를 설치해 쇼핑객들에게까지 테이크아웃 커피를 팔았다. 슈퍼마켓 카트를 밀면서 커피를 마시는 것은 스타벅스가 생각했던 양질의 경험은 아니었다.

 

스타벅스는 성장 정체 상태에 빠졌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하워드 슐츠는 2008년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했다. 슐츠는 미국 내 스타벅스 매장 600여 개를 폐쇄했고, 나머지 매장 7000여 개도 바리스타가 에스프레소 제조법을 교육받을 수 있게 영업시간을 하루 3시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슐츠는 스타벅스가 편리성을 높이려고 애쓰기보다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본’에 충실하자고 강조했다.

 

고급 귀금속 업체인 티파니는 1990년대 말 브랜드를 하향 확장하려고 펜던트 은팔찌를 110달러에 판매했다. 처음에는 중산층 10대 소녀들이 줄지어 팔찌를 구매하면서 매출이 늘었다. 그러나 오랜 고객들은 곧 티파니에 등을 돌렸다. 티파니는 성인이 아닌 10대를 타깃으로 하는 기업으로 분류되는 위기에 빠졌다. 티파니라는 브랜드의 장기적인 가치는 위험에 처했다. 티파니는 대다수 10대 소녀들이 살 수 없게 보석을 비싸게 제작했다. 고급 시장을 대상으로 한 매출은 천천히 회복세를 찾았다. 회사는 오로지 명품에만 중점을 두면서 다시금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다.

 

스타벅스와 티파니의 사례가 보여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기업은 편리성과 품질 중 하나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개의 목표 중 하나를 달성하려고 하면 다른 목표의 달성이 늦어지거나 희생되는 관계를 나타내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의 원칙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결론을 말하자면, 성공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려면 전략적으로 편리함과 품질이라는 각 축의 ‘끝자락’을 노려야 한다. , 품질이 아주 뛰어나거나 아니면 편리함이 아주 뛰어나야 한다. 두 가지 모두를 아우르는 성공은 있을 수 없다. 어중간한 품질과 편리함을 갖춘 제품들은 열광적인 추종자들을 얻지 못한다. 성공하려면 스펙트럼의 양극단으로 향해야 한다. 이런 트레이드오프를 그리면 <1>과 같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트레이드오프의 원칙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이들은 편리함과 품질을 모두 추구하려 한다. 이 둘을 동시에 만족시키려 할 때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게 되는 것은 ‘품질 신기루(fidelity mirage)’일 뿐이다. 그러한 혼합체는 세상에 없다. 대부분의 제품과 서비스는 뛰어난 품질과 뛰어난 편리성의 조합을 달성하는 대신 품질과 편리성이 모두 어중간한 방식을 택한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런 방식으로 ‘바닥 수준의 품질(fidelity belly)’로 불리는 이른바 ‘데스 존(death zone·죽음의 지대)’에 자리 잡게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트레이드오프의 세계에서 승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들의 행동 방침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항을 따라야 한다.

 

첫째, 최고 품질의 제품 및 서비스를 개발해서 고객들에게 ‘사랑’을 받아라. 애플의 1세대 아이폰, 싱가포르항공사의 일등석, 루이뷔통 핸드백, 홀푸드 슈퍼마켓, 태양의 서커스(Cirque De Soleil)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품질이 뛰어난 제품이나 서비스가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사람들이 제품을 구입하려고 높은 비용을 지불할 각오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려면 소비자가 미치도록 좋아하게 만드는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 또 우수한 품질 달성은 힘들지만 이 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우수한 품질을 유지하려면 지속적인 투자와 전략적인 사고가 필수다. 항상 첨단 기술에 정통해야 하며 이를 위해 대중 시장에서 한발 앞서야 한다. 또 경쟁사가 고객들에게 더 우수한 경험을 제공할 경우에는 제자리를 탈환할 수 있게 색다른 분야를 찾아내야 한다.

 

둘째, 편리성을 높인 제품 및 서비스로 고객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라. 소매 분야에서 편리성에 있어 부동의 1위는 월마트이다. 월마트는 ‘돈을 아껴 풍요롭게 사세요(Save Money, Live Better)’라는 문구를 강조한다. 저가 소매점으로 시작한 월마트는 한때 패션 분야에 진출하거나 고가의 제품을 판매하기도 했지만, 이는 실패로 끝났다. 저가 소매점으로 시작한 월마트는 다시 본연의 ‘저가 전략’을 유지해 성정할 수 있었다.

 

MTV 설립자이자 AOL의 최고운영책임자(COO)였던 밥 피트만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한 모든 일들은 편리함에 관한 것이다. 어떤 일이든 모든 비즈니스에서 경쟁자를 능가하는 편리성을 찾으면 성공한다. 나는 엔지니어들과 싸우곤 했다. 내가 그들에게 ‘이게 더 쉬운가요?’라고 질문하면 그들은 ‘아뇨, 이게 더 낫습니다’라도 대답한다. 그러면 나는 되묻는다. ‘저는 이게 더 쉬운 것이냐고 질문했는데요? 그렇지 않다면, 굳이 그렇게 하실 필요 없습니다. AOL은 가장 편리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편리성이 성공한다.

 

셋째, 신기루를 쫓는 일은 잊어야 한다. 편리성과 품질을 한꺼번에 추구하지 말라는 얘기다. 최근 일어났던 사례로 앞서 스타벅스와 티파니를 들었다. 사례는 얼마든지 더 있다. 대부분의 경우 대중 시장에서 판매되는 명품 제품인 ‘대중 명품’이라 불리는 것들을 추구하려는 기업은 비틀거리게 된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대중과 명품은 공존할 수 없다. 결국생필품의 기준이 높아지고 고객은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뛰어난 품질과 뛰어난 편리성은 각각의 스펙트럼에서 반대편 끝에 있다. 신기루는 뛰어난 품질과 뛰어난 편리성 모두를 지닌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지만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다. 동일선상에 있는 양 끝에 동시에 도달하려고 하지 말고, 자신의 기업이 스펙트럼의 어떤 부분에 위치하길 원하는지 결정한 뒤 그 위치를 차지하려고 노력해라.

 

트레이드오프는 비즈니스 전략을 결정하는 데 있어 논리적인 토대를 제공한다. 경쟁사가 벌이는 일을 살펴보면 그들이 편리함의 측면에서 경쟁하는지 품질의 측면에서 경쟁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성공으로의 길은 품질 혹은 편리성(하지만 둘 다는 결코 아니다) 중 한 분야에서 경쟁자를 이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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