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록 밴드 라디오헤드는 음반의 온라인 유통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깨뜨리는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7번째 앨범 ‘In Rainbows’를 발표하면서 온라인 다운로드 가격을 팬들이 자율적으로 정해 구매하도록 한 것이다. 과연 사람들은 돈을 내고 음반을 다운로드했을까? 앨범의 모든 곡을 돈 한 푼 내지 않고 다운로드한 사람들이 있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20달러 이상을 자발적으로 지불했다. 이 앨범의 평균 구매 가격은 놀랍게도 약 6달러였다.
라디오헤드의 실험이 가져온 또 다른 결과 역시 흥미롭다. ‘In Rainbows’ 앨범은 전 세계적으로 300만 장 이상 팔리며 라디오헤드에게 최고의 상업적 성공을 가져다줬다. 또 80달러짜리 디럭스 버전 앨범을 선보였는데, 이것만 약 10만 장 이상 팔렸다. 라디오헤드는 이전에 내놓은 앨범보다 ‘In Rainbows’ 온라인 다운로드만으로 더 많은 돈을 벌었다. 이 앨범은 CD로 나오자마자 미국과 영국에서 음반 차트 1위에 올랐다. 온라인 다운로드 버전 역시 아이튠즈에서 1위에 올랐다. 또 ‘In Rainbows’ 출시 이후 라디오헤드의 콘서트 투어는 120만 장의 티켓이 팔려 사상 최대의 공연으로 기록됐다.
공짜 경제가 가능한 이유
라디오헤드의 사례에서 우리는 무엇을 읽을 수 있을까? 오늘날 화두가 되고 있는 ‘무료’, 즉 ‘공짜 경제학’에 대한 통찰력이다. 한때 무료 제품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영업 기법에 불과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상황이 극적으로 변했다. 무료 그 자체가 수익이 되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즉 오늘날의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기업들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가격을 매기기보다 무료로 배포함으로써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온라인 비용이 계속 빠르게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은 과거 어느 때보다 전체 산업 경제의 초기 투입량이 극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1960년에는 트랜지스터가 개당 10달러에 판매됐다. 오늘날 최신 마이크로프로세서 칩을 구입하면 20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단돈 300달러에 구입하는 셈이다. 즉 트랜지스터 개당 가격이 0.000015센트에 불과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공짜 점심이란 없다’는 격언이 있다. 결국 누군가가 대가를 지불하며, 그 주체는 보통 우리가 된다는 게 이 격언의 의미다. 맞다. 사실 누군가가 어딘가에서 인터넷 유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수십억 명의 사람들에게 퍼지게 되면 비용은 현저히 낮아져 실질적으로는 제로에 가까워지게 된다. 요금을 부과하기엔 너무 싸기 때문에 제로로 잘라버릴 수 있다. 이게 바로 공짜가 가능한 이유다.
4가지 무료 비즈니스 모델
‘무료’를 이용한 기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에는 4가지가 있다.
첫째, ‘직접적인 교차 보완재(direct cross-subsidies)’다.즉 생산자와 소비자 간 거래다. 생산자는 소비자에게 제품 A를 무료로 주면서 이것이 제품 B를 구입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이 방법은 전형적인 미끼 상품과 덤 상품의 개념이다. 미끼 상품 전략이란 슈퍼마켓 주인이 제품 하나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면서 소비자가 가게에 머무르는 동안 다른 물건들을 구입하도록 유인해 수익을 내고자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동통신사는 음성 메시지 요금을 청구해 수익을 올리기 위한 방편으로 분당 통화료를 청구하지 않는다(하지만 어떤 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
둘째, ‘3자 시장(three-party markets)’이다.그 주체는 생산자, 광고주, 소비자다. 생산자는 제품 A를 소비자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광고주는 제품 C를 소비자에게 팔 수 있다는 기대치를 갖고 제품 A에 포함된 요금을 생산자에게 지불한다. 이 방법은 가장 보편적인 무료 비즈니스 모델이다. 거의 모든 언론, 특히 잡지와 신문, 무료 시청 TV를 토대로 한다. 광고주는 매체에 광고(제품 B를 판매하기 위한)를 실어 그 잡지나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