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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의 천재는 만들어진다

권춘오 | 3호 (2008년 2월 Issue 2)


나무랄 데 없이 좋은 식자재를 썼는데도, 맛이 형편없는 요리를 먹어본 사람들이 많다. 요즘 맞벌이 세대 가정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레시피(recipe 조리법)’를 보고 그에 따라 요리를 하면 전문 요리사보다는 못하지만 ‘그럴듯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레시피란 일종의 ‘로봇 조립 설명서’로 생각하면 된다. 조리 방식, 과정, 양념 사용법 등이 담겨 있다.
 
요리와 마찬가지로 적절한 레시피가 적용된다면 효과적인 분야가 꽤 많다. 협상도 마찬가지다. 같은 상황과 조건을 가지고도 전혀 다른 결과가 도출된다는 점이 요리와 거의 흡사하다.
 
협상이라고 하면 왠지 딱딱하고, 나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개인 생활부터 조직 생활까지 우리는 거의 모두 협상을 해서 유리한 결과를 도출해야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 협상을 ‘적극적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이해하면 이 말이 더 쉽게 이해될 것이다.

그렇다면 협상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요리와 마찬가지로 협상에도 레시피가 필요하다. 레시피만 잘 이해하고 실천한다면 탁월한 협상 능력을 갖추게 된다.
 
타고난 천재적 협상가는 없다. 다만 노력을 통해 협상의 천재가 될 수는 있다. 협상의 천재란 협상의 전 과정에서 일어나는 절차를 이해하고, 그에 대한 건전한 개념적 체계를 철저히 준비하고 활용해서 일반적인 실수와 편견을 피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되는 대로 아무렇게나’가 아니라 전략적이고 조직적으로 협상을 구성하고 실행한다는 의미다.
 
협상의 천재 대열에 합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가치를 미리 생각해야 한다. 이는 나로부터 시작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런 준비 없이 협상장에 나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 지 파악할 수 있다고 쉽게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다. 어떤 협상에서든 자신을 위해 더 많은 가치를 요구해야 하고, 이를 위해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하지만 협상에서 ‘나만의 가치’만 가져서는 곤란하다. 탁월한 협상가는 가능한 많은 가치를 얻는 것과 더불어, 양측 모두가 가치를 만들수 있는 가능성에 몰두한다. 파이를 키울 수 있는 실질적 방식을 찾는데 모두가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취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모아야 한다. 아마도 최적의 협상법은 ‘탐구적 협상’의 실천일 것이다. 이는 형사가 범죄 현장에 접근하듯 협상에 접근하라는 뜻이다. 상황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이 습득하고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서도 최대한 사전 조사를 한 후에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두 번째는 편견을 극복하는 것이다. 협상을 해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말이 통하지 않는 순간을 기억할 것이다. 한 예로, ‘한정된 파이’ 편견이 있다. 사람들은 파이, 즉 자원이 한 가지뿐이기 때문에 가능한 많은 파이를 획득하는 것만 집중한다. 하지만 한정된 파이 편견은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옵션을 무시하는 원인이 된다. 협력을 통해 창의적으로 모두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가정법을 협상에 도입하지만 않으면, 모든 것 혹은 더 많은 것을 차지하기 위해 치명적인 싸움을 해야 할 것이다.
 
‘시야 폭’ 편견도 협상을 방해하는 장애물 중 하나다. 이것은 당장 눈에 보이는 확실한 것에만 지나치게 신경쓰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실제 협상 결과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다른 부분을 보지 못하게 된다. 이밖에도 사람들은 무의식 중에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더 공정하고, 친절하며, 관대하고 그럴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데 이로 인해 자기 중심, 과도한 자만, 비합리적 낙관주의, 우월 망상, 이기적 행동 등 여러 편견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다양한 편견은 협상을 지지부진하게 하거나 혹은 수포로 돌아가게 만드는 주범이다. 따라서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이 있다.
 
① ‘외부자’ 렌즈를 적용하라. 의도적으로 모든 상황을 아무런 내부정보 없이 완전한 외부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외부 전문가 또는 컨설턴트를 채용하고 그들의 시각에서 보는 것도 이에 포함된다.
 
② 상대방이 더 명확하게 생각하고 편견을 줄일 수 있도록 도움을 줘라. 예를 들어, 시간에 쫓기는 경우 사람은 그릇된 결정을 내리기 쉽다. 상대방에게 즉각적인 대답을 요구하기보다는 생각할 시간을 줘야 한다.
 
한편 편견을 이용할 수도 있다. 자신의 전략에 상대방의 편견을 포함시켜 버리는 것이다. 즉 상대방이 협상 테이블에서 드러낼 것 같은 편견이 무엇인지 예측하고, 그러한 편견에 따른 제안을 구체화하면 상대의 요구와 선호도를 충족시키면서도 더 큰 성공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런 가치 판단과 편견을 능숙하게 다루면서 윈윈(win-win) 협상을 이끌어 내는 사람이 바로 협상의 천재들이다. 이들은 어떤 불리한 상황에서도 협상에 실패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이들은 속임수에 대비하는 것에도 일가견이 있다.
 
실제로 속임수는 그때 바로 알아챌 수도 있고, 나중에 속임수였다는 사실을 알 수도 있다. 압력을 받는 상황에서는 누구나 비윤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음을 고려할 때, 협상에서 거짓과 속임수는 잡초처럼 없어지지 않는다. 최선의 방법은 속임수를 능수능란하게 대비하는 데 있다. 어떻게 하면 될까?
우선 항상 철저하게 준비한 것처럼 보이고 행동해야 한다. 준비를 많이 한 것처럼 보일수록, 상대방이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줄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런 시도조차 너무 위험하다고 여기게 될 것이다.
 
둘째 필요한 경우 더 많은 정보를 모으거나 얻을 수 있는 팀의 역량을 분명히 알려주는 것이다. 이런 경우, 상대는 나중에 드러날 수도 있는 부당한 행동이나 요구를 일절 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 절대 스스로 거짓말하지 않는 것이다. 항상 진실해야 한다. 절대로 거짓말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약속한다면, 상대방 또한 거짓말로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않게 된다. 즉 가식적으로 혹은 자기방어를 위해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전혀 느끼지 않게 된다.
 
결론적으로 협상의 천재가 되려면 강좌를 듣고, 독서하고, 또는 계속해서 비슷한 협상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보다는 실전과 전문지식을 적절히 조합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상황에 놓인 협상에 참여할 뿐 아니라 경험적으로 옳고 그른 일에 대한 전략적 이해를 스스로에게 주입시켜야 한다. 그래서 각 협상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더 심오하고 분석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경험과 전문지식 모두가 활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음 사항을 염두에 두고 실천하라.
 
● 협상을 친구처럼 대하라. 협상에 열정을 가져라.
● 처음부터 ‘완벽’을 추구하지 마라. 협상 능력은 점진적으로 향상되는 것이다.
● 학습하라. 배워야 할 기본 협상 전략과 전술을 목록으로 만들어라.
● 정기적으로 평가할 친구와 동료를 둬라.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해줄 시스템이 필요하다.
● 체계적인 협상 계획을 세우려고 노력하라. 충동은 협상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
● 모든 협상 결과를 기록하라. 이로 인해 점차 진화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 협상과 관련된 모든 일에 적극성을 보여라. 그래야 협상의 기회가 더 많아진다.
● 협상 능력은 단순히 출세를 위함이 아니다. 생산적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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