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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풀어쓴 포터의 ‘경쟁전략’

전용욱 | 20호 (2008년 11월 Issue 1)
최근 컨버전스(융합)가 산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산업 간의 경계나 구분이 모호해지고 예전과 전혀 다른 형태의 경쟁이 전개될 때 우리는 산업의 컨버전스가 일어난다고 한다. 가장 대표적인 컨버전스의 예로는 방송, 통신, 인터넷 산업을 꼽을 수 있다. 이들 산업에서는 인터넷 브로드밴드 전송기술 발달을 중심으로 네트워크의 통합과 디지털 콘텐츠의 상호 교환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 결과로 이전에는 분명하던 사업자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따라서 경쟁이 산업의 경계를 넘어 전방위로 확대됐다. 미니홈피는 포털 사이트뿐 아니라 TV·케이블의 프로그램, 모바일 게임과도 경쟁 관계에 있다.
 
컨버전스 시대의 전략 수립법은?
이런 상황에서 경영 전략을 수립할 때 가장 먼저 겪는 어려움이 바로 ‘도대체 우리가 속한 산업이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것이다. 경쟁이 이뤄지는 산업을 너무 좁게 규정하면 경쟁 우위 획득을 위해 필요한 관련 제품, 시장의 공통점과 상관관계를 놓치게 된다. 반면에 시장을 너무 광범위하게 정의하면 전략적 포지셔닝이나 고객, 지역 간의 차이가 불분명해진다.
 
이와 같은 어려움을 타개할 가장 유용한 방법은 가능한 한 관련 요인들을 폭넓게 포함해서 분석을 시행하되 실제 전략은 가장 중요한 몇몇 요인들에 초점을 맞춰 수립하는 것이다. 이것이 소위 ‘산업 생태계’ 전반을 고려한 전략 수립이다.

여기서 우리는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방금 논의한 전략 수립 방법이 이미 약 30년 전에 산업구조 분석을 위해 나온 이론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전략컨설팅 회사 모니터그룹의 창립멤버이기도 한 마이클 포터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1980년에 ‘경쟁전략(Com -petitive Strategy)’이란 책을 펴냈다. 이 책은 산업구조 분석을 위한 다섯 가지 요인을 제시하고 있다. 내부 경쟁, 대체재, 잠재적 신규 진입자, 공급자, 구매자 등 다섯 요인을 보면 굳이 산업의 경계선을 명확히 긋지 않아도 현재·미래 산업의 변화 요소와 그 안에서의 자사 포지션, 사업의 진입·퇴출 결정 등에 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여전히 유효한 통찰력
경제학에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과 폴 새뮤엘슨의 ‘경제학’이 있고, 마케팅에 필립 코틀러의 ‘마케팅 관리론’이 있듯이 경영전략을 대표하는 단 한 권의 텍스트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마이클 포터의 ‘경쟁전략’을 꼽을 수 있다. 이 책은 이미 ‘고전’이 된 산업구조분석 이외에도 고객에 대한 차별화 또는 집중화라고 부르는 본원적인 전략에 대한 논의 첨단·성숙·쇠퇴기 산업 환경에서의 전략 대안 수직통합과 신사업 진입 여부의 결정과 같은 일반적인 전략적 의사결정과 관련한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내용들이 산업분석의 5요인과 마찬가지로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통찰력을 제시할 수 있는 이유는 포터의 경쟁전략이 단지 시류나 몇몇 사례에 기반을 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포터의 경쟁전략은 경제학의 게임이론과 산업조직론 같은 탄탄한 논리적 도구를 효과적으로 집대성해 개별 기업의 전략적 맥락에 맞게 일반화한 것이다.
 
반갑게도 최근 ‘경쟁전략’을 쉽게 풀이한 ‘경쟁전략 입문’이란 책이 국내에서 출간됐다.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경쟁전략 이론을 굳이 입문이라는 표제 아래 읽어봐야 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독자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경쟁전략’ 원저는 그 딱딱한 논리 전개 방식 및 방대한 설명 때문에 어지간한 인내력 없이는 정복하기 어렵다.
 
경쟁전략 입문’은 ‘경쟁전략’ 원저의 내용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가능한 한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쓴 책이다. 구체적인 사례가 포함됐으며, 만화 형식을 채용한 설명도 눈에 띄는 점이다. 물론 ‘경쟁전략 입문’을 읽는 것만으로 포터 교수의 ‘경쟁전략’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경영·경제학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한 일반 직장인도 포터 교수의 식견에 일목요연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도와준다. 아무쪼록 이 책이 경영 전략의 기본에 대한 공감대와 이해를 넓힐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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