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을 시킬 때 예전에는 교촌치킨이나 BBQ 매장에 전화를 걸어 직접 주문했다. 피자를 시킬 때도 늘 머리에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의 리스트 중 상위에 있는 매장에서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식품이든, 옷이든, 가구든 무엇이든 사기 전에는 네이버에서 검색을 해본다. 수십 개의 사이트 중에서 최저가 판매자도 쉽게 찾을 수 있고, 네이버를 통해 구매하면 포인트도 쌓인다. 이렇게 소비자들은 사용하기 편리한 플랫폼의 세계에 빠져들어 간다.
이 와중에 소비자들은 개별 브랜드와는 관계가 멀어지고 있다. 거대 플랫폼 제국의 탄생이 브랜드에는 결코 이롭지 않다는 뜻이다. 2019년 11월, 나이키가 아마존과의 결별을 선언한 것은 플랫폼과 브랜드 대결의 상징적인 사건이다. 당시 나이키의 매출 절반 이상이 아마존에서 나왔다. 그러나 나이키는 플랫폼을 통한 판매 비중이 커질수록 자사의 채널이 약해지는 것은 물론 플랫폼에서 제품 가격을 낮춰 파는 리테일러들로 인해 브랜드 가치가 하락한다고 판단했다. 당장의 매출 대신 브랜드의 미래를 생각한 결과, 탈아마존을 선택한 것이다. 이케아, 버켄스탁 등 유명 브랜드들도 잇따라 아마존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플랫폼보다 앞서 찾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해 소비자들이 브랜드 자체 채널로 찾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플랫폼이 소비자들에게 채워주지 못하는 욕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플랫폼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지만 인간 내면의 근원적인 욕구까지는 만족시켜주지 못한다. 소비자들은 위상에 대한 욕구, 소속에 대한 욕구, 독특함에 대한 욕구, 통제에 대한 욕구를 갖는다. 이에 걸맞게 브랜드 역시 나만을 위한 브랜드, 위상을 높여주는 브랜드, 소속감을 높여주는 브랜드, 선택을 쉽게 해주는 브랜드 중 하나로 포지셔닝해야 한다.
브랜드의 디지털 채널을 운영하는 데도 전략이 필요하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최저가가 아니더라도 소비자를 유입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브랜드 채널에 수시로 방문하게 만들고 고객의 신호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무엇보다 당장의 이익보다는 고객과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책은 『노 브랜드 시대의 브랜드 전략』 『플라스틱은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에 이은 저자의 ‘브랜드 전략서’ 3부작의 마지막 책이다. 세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공존’과 ‘균형’이다. 플랫폼과 사업자가 균형을 이루며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