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커뮤니케이션

“내가 왜 당신 제안서를 읽어야 하나요?”

315호 (2021년 0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프로 세일즈맨은 상품의 기능보다 혜택을 최우선으로 고객에게 전달한다. 제안서도 고객의 속마음을 읽고 고객이 궁금해할 만한 결정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핵심 메시지를 중심으로 간결하게 구성한다. 제안서는 4가지 결정적 질문, 1. 왜 사야 하는지 2. 다른 상품과 무엇이 다른지 3. 근거가 무엇인지 4. 다른 사람도 구매했는지에 대한 답을 담아야 한다.



보험회사에서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새내기 세일즈맨이다. 이번에 출시된 보험 상품을 사내 DB에 저장된 잠재 고객들에게 소개했다. 그중 꽤 많은 사람으로부터 제안서 요청이 들어왔다. 며칠을 고민해 제안서를 만들어 보냈다. 보험 가입 연령, 납입 기간 등과 같은 기본 정보 외에 새롭게 추가된 보장 내역과 다른 경쟁 상품과의 비교 내용도 빠뜨리지 않고 적다 보니 페이지가 꽤 길어졌다. 이 정도면 상품에 대한 정보는 모두 담은 것 같다. 얼마나 많은 연락이 올까 기다려진다. 그런데 이런! 실제 제안서에 반응을 보인 고객은 한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했다. 실망과 허탈감으로 사무실을 나가려는데 우리 부서 최고의 세일즈맨으로 소문난 백 과장이 보였다. 고객들 문의에 대응하느라 정신없는 모습이다. 슬쩍 보니 제안서도 간단하게 쓴 것 같다. 이런 차이는 왜 생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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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로 세일즈맨은 혜택에, 초보 세일즈맨은 기능에 초점을 맞춘다.

프로 세일즈맨과 초보 세일즈맨의 차이는 상품을 고객에게 설명할 때 확연하게 드러난다. 프로 세일즈맨은 상품을 설명할 때 고객이 구매 후 얻게 되는 혜택(benefit)에 초점을 맞춘다. 이에 반해 초보는 상품의 기능(function)이나 다른 경쟁 상품과의 비교에 집중한다. 그런데 이들이 놓치는 사실이 있다. 얼리어댑터를 제외한 대부분 고객은 상품의 기능이나 다른 상품과의 비교에는 큰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만약 있다 하더라도 혜택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난 다음이다.

관절약을 예로 들면 초보와 프로의 설명은 이렇게 다르다. 초보 세일즈맨은 관절약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 상품은 관절 통증에 효과적입니다. 식약청에서 검증된 성분 A와 B가 투입됐고….”

반면에 프로 세일즈맨은 동일한 상품을 이런 식으로 설명한다.

“이 약을 드시면 무릎 통증에 대한 부담 없이 어디든 편하게 가실 수 있습니다. 정다운 친구분들과 아름다운 가을 단풍 산행을 걱정 없이 가실 수 있고, 소중한 가족들과 공원에서 마음껏 산책도 하실 수 있습니다.”

당신이라면 누구의 설명에 눈이 가는가? 약의 기능을 설명한 초보에 비해 그 약을 구매함으로써 얻는 혜택을 보여준 프로에게 훨씬 관심이 가지 않는가? 물론 프로들도 제품의 기능을 설명한다. 다만 후순위일 뿐이다. 이렇게 세일즈 글쓰기는 구매 후 고객이 누릴 혜택을 생생하게 보여줘 그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 먼저다.

고객은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이 아니다. 자동차를 통해 얻는 편안한 이동의 자유와 편리함이라는 혜택을 구입하는 것이다. 또 고객은 노트북을 사는 것이 아니다. 노트북을 가지고 있으면 어디서나 원하는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공간으로부터의 자유를 구입하는 것이다. 초보 세일즈맨과 프로 세일즈맨 간의 결정적 차이는 제안서의 길이가 아니라 그 속에 고객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무엇이 담겨 있는지에서 갈린다.

고객이 세일즈맨에게 느끼는 불만 중 하나는 그들이 자기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준비한 이야기만 전달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전달하는 내용의 수준이 높은 것도 아니다. 대부분 상품 안내서에 나온 기능과 특징을 반복하는 수준이다. 고객이 실제 그것을 원하는지는 아는 시늉만 내거나, 아예 파악조차 하지 않고서 말이다.

그렇다면 고객은 어떤 세일즈맨을 좋아할까? 당연히 자신의 말을 집중해서 잘 들어주는 세일즈맨을 선호한다. 사실 이것은 커뮤니케이션의 ABC에 해당하는 말이기도 하다. 상대가 말을 많이 해서 싫어하는 경우는 있어도 자신의 말을 많이 들어줘 싫어하는 경우는 없다! 그렇다면 말이 아니라 글로 제안하는 경우에 고객의 말을 어떻게 들을 수 있을까? 여기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 있다.

2. 결정적 질문에 답하다 보면 제안서의 골격이 만들어진다.

지금 고객이 당신 앞에 앉아 있다고 상상하자. 고객이 당신에게 질문을 한다. 그런데 질문 하나하나가 모두 세일즈의 성패를 좌우할 결정적인 질문이다.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질문 순서에 맞게 당신의 대답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글이 바로 제안서다. 이런 방식으로 제안서가 작성됐다면 그 제안서를 읽는 고객은 비록 글이지만 마치 세일즈맨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실제 대면 미팅에서 고객은 결정적 질문들 중 대부분은 마음속에 두고 일부만 말로 표현한다. 그렇지만 제안서를 작성할 때는 고객이 하지 않는 질문에 대한 답변까지 한다고 생각하고 글을 쓰자.

상품의 유형에 관계없이 고객들이 궁금해하는 결정적 질문(설령 묻지는 않더라도)은 [그림 1]과 같다. 괄호는 그 질문을 할 때 고객의 속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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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서를 작성하기 전에 먼저 [그림 1]의 결정적 질문들에 어떻게 답할지 생각해보자. 그 답들을 글로 정리해서 구조화하면 제안서의 큰 골격이 만들어진다. 종신 보험상품을 세일즈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무엇일까? 고객이 구매 후 얻게 될 혜택이다. 고객이 인지하는 혜택은 고객이 제안서를 읽는 데 사용하는 시간을 보상하고도 남을 만큼 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질문으로 고객의 관심이 이동하지 않는다. 이렇게 답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저희 보험은 사랑하는 가족들이 빈곤의 늪에 빠지거나, 소중한 자녀들이 돈이 없어 하고 싶은 공부를 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해줍니다.”

이렇게 혜택에 대한 답변을 글로 적은 것이 ‘핵심 메시지’이다. 핵심 메시지를 읽고 흥미를 느낀 고객은 이제 당신의 제안을 계속해서 읽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이 욕구가 사라지기 전에 고객의 두 번째 질문에 답하는 내용이 나와야 한다. 상품의 ‘특징’ 또는 ‘장점’으로 표현되는 내용이다.

“저희 상품은 첫째, 최소 생활비가 아닌 품위 있는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금액을 월급처럼 지급합니다. 둘째, 교육비 지원을 타사 대비 ○○% 이상 더 해드립니다. 셋째, 해외 교육기관에서 발생한 교육비도 정해진 범위 내에서 지원합니다.”

고객은 당신의 제안에 흥미를 느끼면서도 아직도 의심을 전부 거두진 않는다. 이전에 다른 보험 상품에서 겪었던 부정적 경험이 떠올라 다시는 똑같은 경험을 되풀이하기 싫은 것이다. 극도로 주의를 기울이며 마음속 세 번째 질문으로 그렇게 얘기하는 근거를 묻는다. 여기에 답을 해주자.

“첫 번째 특징에 대한 세부 자료는 정부와 ○○경제연구원 자료를 인용해 표로 정리했습니다. 연령별 품위 있는 삶에 필요한 금액과 지급되는 보험금이 표시돼 있습니다(표를 보여준다).”

제안서의 근거를 듣고 고객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런데 아직도 2% 부족하다. 이때 필요한 것이 사회적 증거다. 얼리어댑터를 제외한 우리들 대부분은 최초 구매자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실험용 쥐가 될 가능성에 대해 누가 좋아하겠는가? B2C가 아니라 B2B 시장에서 세일즈하는 경우라면 이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아무도 어떤 상품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유일한 사람이 되길 바라지 않는다.

사회적 증거 법칙에 따라 우리는 우리와 유사한 다른 사람들이 많이 구매한 상품일수록 그 상품은 좋은 것이라고 믿는다. 구매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완화된다. 그래서 “다른 곳에서도 구매했나요?”라고 묻는 것이다. 마지막 허들이다. 이때 만약 해당 상품을 세일즈한 이력이 없다면 유사 상품 세일즈 이력이라도 답하자.

“예, 고객님과 비슷한 직업, 비슷한 연령대가 가장 많이 선호하는 상품입니다.”

“예, 신상품이라 아직 구매 데이터는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보다 보장 범위는 적지만 유사한 이전 상품에도 많은 분이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상품이나 서비스 종류에 관계없이 제안서의 본질적 구조는 비슷하다. 제안서 서론에서 먼저 고객의 구매(문제) 상황을 세일즈맨이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고객의 문제에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객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여기서는 구체적인 답을 제시할 필요는 없다. 단지 고객의 문제를 언급하기만 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결론과 본론은 결정적 질문에 대한 답변 내용으로 채운다. 여기서 자신이 속한 세일즈 분야의 특색이나 고객의 요구 등에 따라 내용을 추가하거나 변형하면 제안서의 기본 구조가 완성된다.(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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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민 SM&J PARTNERS 대표 sumin@smnjpartners.com
필자는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EMBA)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경제연구원, 현대자동차에서 경력을 쌓고, 잡크래프팅 전문가 백수진 박사와 교육컨설팅사인 SM&J PARTNERS를 운영하고 있다. ‘세일즈 글쓰기’ ‘전략 프레임 구축’ ‘잡 크래프팅을 통한 업무 몰입’ ‘강의 스킬 및 코칭’이 주된 강의 분야이고, 현재 ‘세일즈 글쓰기 학습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이제 말이 아닌 글로 팔아라』 『강사의 탄생: 뇌과학을 활용한 효과적인 강의법』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www.smnjpartners.com)나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smnjpartners)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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