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겸의 Sports Review

스포츠 경기 패배는 저주를 가장한 축복
중독성 강한 ‘가변보상’의 힘

278호 (2019년 8월 Issue 1)

스포츠 관람과 e메일 확인의 공통점이 있다. 같은 행동을 반복해도 질리지 않고 또 하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스포츠팬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 경기를 어제 봤더라도 오늘도, 내일도 또 보길 원한다. 직장인들은 출근하자마자 e메일을 확인하고 다시 메일함을 열어보기까지 30분도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든 일이 반복할수록 보통 흥미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고 e메일을 읽는 것은 싫증이 나진 않는다. 오히려 하면 할수록 욕구가 강렬해지는 경우도 많다. 먹고 자는 것처럼 생리적 욕구를 채워주는 것도 아닌데 이 두 행동을 끊임없이 또 하고 싶게 만드는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기대하는 결과나 보상을 얻게 될지 아닐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스포츠팬은 응원하는 팀이 이겨야 승리의 기쁨도, 대리 성취감도 맛볼 수 있다. 그런데 승리를 100% 장담할 수 있는 팀은 없다. 따라서 경기를 보기 전까지는 승리의 욕구를 만족할 수 있을지 확신할 도리가 없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언제 어떤 e메일이 도착할지 모른다. 그러므로 e메일을 확인하는 노동이 새로 온 e메일이 주는 가벼운 쾌감이라는 수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메일함을 열어봐야만 알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렇게 결과 예측이 어려운 행동을 할 때 우리는 결과물이 보장된 행동에선 느낄 수 없는 강한 끌림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성과가 불확실한 행동은 괜히 시간만 낭비하고 허탕 칠 수 있으니 꺼리게 될 것 같은데도 말이다. 이는 인간이 끊임없이 새로움(novelty)을 추구하도록 진화해 왔다. 해보지 않아도 결과를 아는 일은 새로울 것이 없으니 쉽게 지루해진다. 반면 불확실성이 높은 일은 매번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결과를 가져다주기 때문에 반복해도 쉽게 싫증 나지 않는다. 얼마 안 돼 또 하고 싶어진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반복하게 되는 스포츠 관람과 e메일 확인은 가변보상(variable rewards)의 효과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가변보상이란 행위를 통해 얻고자 하는 혜택이 확실하게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띄엄띄엄 불규칙하게 주어지는 것을 말한다. 가변보상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근대 행동주의(behaviorism) 심리학의 선구자로 꼽히는 스키너(Burrhus Frederic Skinner, 1904∼1990)가 우연히 발견했다고 한다.



스키너는 상자 안의 쥐가 레버를 누르면 치즈가 떨어지게 하는 장치를 만들어 놓고 쥐가 그것을 학습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어느 날 그는 쥐들에게 줄 치즈를 미리 충분히 준비하지 못 했다. 주말이라 가게들이 문을 닫아 치즈를 사올 수도 없는데 실험은 계속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레버를 누를 때마다 치즈가 떨어지는 게 아니라 띄엄띄엄 떨어지게 했다. 스키너는 쥐들이 레버를 덜 누르지 않을까 염려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매번 치즈를 줄 때보다 더 자주 누르더라는 것이다. 특히 치즈가 나오긴 하지만 그게 언제인지 예측할 수 없도록 했을 때 레버를 더욱 꾸준히 많이 누르게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연구와 실례를 통해 가변보상은 습관의 형성과 중독에 무엇보다 강력한 유인이 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스포츠 관람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은 응원하는 팀 또는 선수의 승리와 직결된다. 그래서 패배는 스포츠 관람이라는 상품의 구매 동기를 떨어뜨리는, 극복해야 할 결함으로만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사실 패배는 저주를 가장한 축복이다. 경기에 질 수 있다는 사실이 스포츠 관람을 가변보상 행동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보상의 예측 불가성은 승리가 반복될수록 만족감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현상을 막아주고, 보는 이가 꾸준하게 흥미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비결이다.

프로 스포츠 리그를 운영하는 이들은 리그 안에 전패를 당하는 형편없는 팀이 존재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모든 경기를 이길 것 같은 완벽한 팀도 원하지 않는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리그인 미식축구 NFL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전력 평준화다. 모든 팀의 전력 차이가 크지 않아 경기마다 가변보상이 주어지므로 팬들이 흥미를 잃지 않고 반복해서 관람하도록 행동을 강화하는 것이다.

반면 가변보상 효과와 패배의 축복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뼈아픈 실패를 경험한 스포츠 리그도 있다. 남자 배구가 큰 인기를 누리던 1990년대 중반, 삼성화재는 모기업의 풍부한 자금 동원력을 바탕으로 세계적 수준의 공격수였던 김세진, 신진식을 동시에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거기에 최태웅, 김상우, 장병철 등 스타급 선수들을 더해 국가대표팀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팀을 만든다. 그 결과 삼성화재는 3년2개월간 한 번도 지지 않고 77연승을 달리기도 하고(2001년 1월∼2004년 3월), 창단 첫해인 1995년을 제외하고 9년 연속 겨울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등 패배를 모르는 팀이 됐다. 매번 승리라는 확실한 보상에 만족한 삼성화재 팬이 계속해서 경기장을 찾았을까? 삼성화재 팬이 승률에 비례해 늘어났을까? 삼성화재 팬이 줄었는지, 늘었는지는 공개된 통계자료가 없어서 정확하게 알기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보나 마나 결과가 뻔한 남자 배구 경기에 팬들이 싫증을 느꼈으며 남자 배구 리그의 오랜 침체기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가변보상의 사례는 관람 스포츠뿐만 아니라 참여 스포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당구에 처음 맛을 들인 사람들이 밤에 잠자리에 누워 눈을 감아도 당구대가 떠오를 정도로 당구에 빠지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당구공이 항상 원하는 곳으로 가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훌륭한 골프 선수도 항상 마음먹은 대로 드라이버 샷을 치진 못한다. 수없이 많은 샷이 만족스럽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제대로 맞은 샷의 쾌감에 대한 기대가 끊임없이 다음 샷을 시도하도록 강하게 유혹한다.

가변보상을 통한 동기부여와 강화는 워낙 강력하고 지속성이 높아 중독을 유발하기도 한다. 스키너의 실험에서 레버를 몇 번 눌러야 치즈가 나올지 모르게 된 쥐는 치즈가 아예 없는 실험에서도 ‘이번엔’ 치즈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탈진할 때까지 500번이고 1000번이고 레버를 눌러댔다고 한다.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카지노의 슬롯머신은 언제 잭팟이 터질지 알 수 없다. 당첨되기 위해 필요한 베팅 횟수가 불규칙하다. 딱 한 번 재미 삼아 해봤는데 잭팟이 터지기도 하고, 온종일 수백 번 릴을 회전시켜 봤지만 제일 작은 배당조차 못 받는 때도 있다. 하지만 잭팟은 분명 존재한다. 게다가 잭팟은 아니더라도 돈을 따게 되는 경우는 제법 자주 있다.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바로 다음 판에 터질 수도 있는 잭팟에 대한 기대 때문에 딱 한 번만 더 레버를 당겨보고 싶은 유혹을 떨칠 수 없다.

컴퓨터 게임업계는 진작부터 가변보상의 위력을 잘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이용해 왔다. 중독성이 강하기로 유명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 와우)’는 게임에 오래 붙어 있도록 하는 점착도가 높은 요소들만 골라 만든 게임이다. 게임 개발사인 블리자드는 유저들의 적지 않은 불만을 예상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몬스터를 죽였을 때 어떤 전리품을 획득할지 알 수 없는 무작위성 전리품 요소를 도입했다. 이제는 대다수의 온라인, 모바일 게임들이 이런 ‘확률형’ 아이템 요소를 쓴다.

이렇게 가변보상 메커니즘은 도박과 게임 중독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등 부정적인 적용 사례가 많이 알려져왔다. 기업이 가변보상을 의도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비윤리적인 것으로 보는 인식도 적지 않았다.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도 강해지고 있다. 반드시 게이머에게 해당 아이템의 당첨 확률을 미리 공개해야 한다든가, 몇 회 시도할 때마다 반드시 해당 아이템이 한 번은 나오게 하는 등의 규제들이 각국에서 도입되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가변보상 자체가 악의적 조작은 아니다.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 목적에 쓰일 수만 있다면 그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아주 작은 습관의 힘(Atomic Habits)』의 저자 제임스 클리어는 가변보상이 긍정적 습관 형성이나 업무 동기 유지 및 강화에 매우 효과적인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좋아하는 디저트를 먹기 전에 꼭 1시간 동안 운동을 해야 한다는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이때 운동을 한 다음 특정 확률로 잭팟이 터졌을 때만 디저트를 먹게끔 자기 가변보상을 적용해보면 어떨까?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난수 생성기를 사용해 3의 배수가 나왔을 때만 디저트를 먹는다거나, 무료 슬롯머신 앱을 스마트폰에 깔고 버튼을 눌러서 무언가 맞았을 때만 디저트를 먹는 것이다. 디저트를 이용한 동기부여 효과가 운동을 습관으로 만들어줄 수 있고 가변보상을 도입해 체중 관리에도 도움이 돼 일석이조다. 게다가 도박의 쾌락까지 맛볼 수 있으니 일석삼조랄까?

기업이나 조직에서도 이런 가변보상의 메커니즘을 평가나 보상 등 다방면에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상사가 직원들이 일하는 공간을 매일 같은 시간, 같은 횟수로 둘러보는 것보다 언제 나타날지 모를 때 그 ‘순찰’ 효과가 크다는 것은 우리가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이 방식이 직원들은 불편하게 만든다는 비판은 어찌 보면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 토론토대 게리 라탐(Gary P. Latham) 교수팀은 식당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익명의 평가자(mystery shopper)가 비정기적으로 방문해 평가와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 가맹점의 품질 유지와 실적 향상에 가장 효과가 크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런 연구 결과를 반영해 미국 내 210개 가맹점을 가지고 있는 치즈케이크팩토리(The Cheesecake Factory)는 모든 매장에서 매달 최소 10회 이상 익명 고객의 비정기 방문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또 기업은 매년 일정한 시기에 성과를 평가해 정해진 포상금을 지급하는 관행에 변화를 시도해 볼 수도 있다. 대학 수업에서 깜짝 퀴즈를 보듯이 상시 평가제를 도입하고, 성과가 우수한 직원에게 가끔은 깜짝 놀랄 만한 금액을 지급하는 것처럼 말이다.

가변보상 원리에 대한 통찰은 긍정적 습관을 기르고 기업에서 평가와 보상의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개인 차원에서 해로운 습관 또는 중독에 빠지는 걸 막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독자가 평균적인 직장인이라면 하루 평균 15번, 즉 37분마다 e메일을 확인할 것이다. 또 매번 e메일을 확인한 후 다시 하던 일로 제대로 돌아오기까지 매번 5분 이상 시간이 걸릴 것이다. 시간 낭비다. 가변보상 메커니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꿰뚫어 보고 있으면 대책을 세울 수 있다. 새 e메일은 내가 진정 원하는 것도 아니고 매번 확인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이해하면 된다.

언제 올지 모르는 새 e메일에 ‘당첨’될 때 나오는 도파민이 주는 공허한 도취감을 끊임없이 갈망하기 때문에 e메일에 중독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e메일 도착 알림을 끄고 정해진 시간(2시간 또는 4시간)마다 e메일을 확인하는 원칙을 세우고 지켜보자.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자주 사용하는 소셜미디어에도 이 원칙을 적용하면 매일 두세 시간은 벌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들인 새로운 습관은 회사에서 인터넷 사용 시간을 강제로 통제하는 방법보다 자발적이니 효과도 더 크고 오래 갈 것이다. 가변보상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시간의 풍요로움을 누리는 삶이 가능하다.



필자소개 김유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ykim22@snu.ac.kr
필자는 서울대 체육교육과 학사와 석사를 거쳐 플로리다대에서 스포츠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플로리다주립대에서 7년간 재직하며 종신교수직(tenure)을 받았다. 현재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등 국제 저명 학술지 편집위원과 대한농구협회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European Sport Management Quarterly』 등 국제 저명 학술지에 논문 80여 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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