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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경영 찾기

‘생각의 깊이’가 곧 전략이다

안병민 | 257호 (2018년 9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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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갑니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시야가 뻥 뚫립니다. 밑에 있을 때는 안 보였던 많은 것이 이렇게 높이 올라오니 한눈에 들어옵니다. 시선의 높이가 달라지니 모든 게 달리 보입니다. 우리가 산을 찾는 이유도 이런 데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정상에서 만끽하는, 한계 없는 시야 말입니다. 마케팅도 마찬가지입니다. 낮은 데 있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고작해야 눈앞에 있는 당면 과제들뿐입니다. 호떡 집에 불 난 듯 하루하루 그런 일만 쳐내며 살다 보면 내 브랜드도 ‘그 나물에 그 밥’입니다. 시선을 높여야 합니다. 1층에서의 시야와 10층에서의 시야가 다르듯 비즈니스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늘 질문합니다. “매출을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케팅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 답을 찾아 하이에나처럼 여기저기 기웃거리기 일쑤입니다. 그래서인지 그 답을 알려주겠다는 사람이나 책, 강연들도 많습니다. 이른바 ‘매출 제고를 위한 ○가지 방법’류의 이야기들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알게 된 지엽적이고 단편적인 답들이 도깨비방망이처럼 내 문제를 해결해줄 리 만무합니다. 나로부터 말미암은 나만의 솔루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내 생각을 가두고 있는 상자를 깨고 나와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누가 만들어 놓았는지도 모르는 그 작은 박스 안에서 ‘전략’이 아닌 ‘전술’ 차원의 리액션만 평생 하며 사는 겁니다. 전략이 주도적이라면, 전술은 수동적입니다. 전략이 ‘높은 시선’이라면, 전술은 ‘낮은 실행’입니다. 전략이 ‘부처님’이라면, 전술은 그 손바닥 안을 벗어나지 못하는 ‘손오공’인 셈입니다.

전략의 마중물은 ‘생각’입니다. 생각이 깊어지면 시선은 높아집니다. 시선이 높아지면 질문도 달라집니다. 이를테면 외국어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에 대한 기술적 질문이 언어의 본질과 효용이라는 근원적 질문으로 올라갑니다. 마케팅으로 치자면 그 기술적 방법론을 넘어서서 마케팅이 과연 무엇인지, 그 본질이 궁금해지는 겁니다. 그렇게 찾아낸 마케팅의 고갱이가 ‘고객 행복’입니다. ‘매출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가 아니라 ‘고객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핵심은 ‘고객가치’입니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가치를 만들어 제공해주는 겁니다.

내가 하고 있는 비즈니스의 ‘목적’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내 일의 목적을 고객 가치와 연결해주는 것, 마케팅의 성패는 거기에 달려 있습니다. 그 연결 과정은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예컨대, 어느 식당 사장님은 건강한 식단을 제공해주기 위해 유기농 밥상을 차려냅니다. 또 다른 식당 사장님은 세계 각국의 음식을 한자리에서 편하게 맛보게 해주려고 뷔페식당을 운영합니다. 또 다른 식당은 요즘 같은 불경기에 밥값 부담이라도 줄여주겠다며 저렴하면서도 든든한 한 끼 식사를 제공하는 식입니다. 일의 목적이 다르니 고객 가치도 달라집니다. 세상에 없는 나만의 독창적 비즈니스와 차별적 마케팅은 그렇게 만들어집니다. 생각의 심도와 시선의 고도를 높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이번 ○○미디어 선정 소비자만족대상 △△ 부문에 선정되셨습니다.” 마케팅 책임자로서 직장생활을 할 때 많이 받았던 연락 중의 하나입니다. 기뻐하긴 이릅니다. 상을 줄 테니 광고비 조로 돈을 내라는 제안이 뒤따릅니다. 쉽게 말해 돈으로 상을 사고파는 거래 제안입니다. 광고비를 받고 맛집으로 소개해주는 수많은 방송 프로그램도 같은 맥락입니다. 마케팅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없으면 이런 제안에 쉽게 무너집니다. 훈장 하나 달고 나면 고객 눈에 근사해 보일 거라는 기대감에 쉽게 지갑을 여는 겁니다. 물론 반짝 단기 성과는 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준비가 안 된 가게에 손님들이 들이닥치니 제대로 된 응대가 불가능합니다. 기대만 높여 놓고 실체는 별 게 없으니 역효과만 납니다. 결국 비싼 돈 주고 산 훈장 아닌 훈장이 외려 발목을 잡습니다.

‘적토성산 풍우흥언(積土成山 風雨興焉)’이라 했습니다. ‘흙을 쌓아 산을 만드니 비바람이 절로 생겨난다’는 뜻으로 『순자(荀子)』 ‘권학(勸學)’편에 나오는 말입니다. ‘비바람’은 흙을 쌓고 산을 만드는 피나는 노력의 ‘과정’을 통해 생겨나는 선물 같은 결과입니다. 여기서 ‘흙’은 ‘고객가치’입니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고객가치가 차곡차곡 쌓여 산이 되면 고객은 절로 늘어납니다. 고객을 불러모으는 건 그런 가치이지, 얄팍한 기술이나 어설픈 화장이 아님을 깨달아야 합니다. 비바람은 팔랑이는 몇 번의 부채질로 절대 만들어지지 않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관건은 ‘생각’입니다.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전술 차원의 표면이 아니라 전략 차원의 심연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전술가는 절대 전략가를 이길 수 없습니다. 내가 하고 있는 비즈니스의 ‘목적’을 곱씹어봐야 합니다. 세상에 유일무이한 내 브랜드의 존재 이유와 차별적인 고객가치, 즉 나만의 전략은 거기서 비롯됩니다. 단언컨대, 생각이 곧 전략입니다! 

안병민 열린비즈랩 대표 (facebook.com/minoppa)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헬싱키경제대학원 MBA를 마쳤다.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휴넷의 마케팅이사(CMO)로 고객 행복 관리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 활동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일탈-정답은 많다』,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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