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겸의 Sports Review

운도 계속되면 실력일까

253호 (2018년 7월 Issue 2)

한국 대표팀이 이번 월드컵에서 전 대회 우승국이자 FIFA 랭킹 세계 1위 독일을 이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은 선수들의 투혼이 기적 같은 승리를 이끌어 냈다며 찬사를 보냈다. 경기를 치를수록 조직력이 향상된 덕분이라는 스포츠 전문가의 분석도 있었다. 러시아 현지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격려 덕분에 선수단이 힘을 얻은 덕분이라는 언론 매체의 보도도 있었다. 이 밖에도 독일팀이 세대교체에 실패했다느니, 한국을 깔보았다느니, 독일 감독의 전략이 실패했다느니 등 승리 요인에 대한 분석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 심지어 한국 축구가 전범국에 강하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들도 있었다.

과연 한국이 독일을 이긴 것은 한국 대표팀이 뭘 잘했기 때문일까? 혹은 독일 대표팀이 뭘 잘못했기 때문일까? 그런 원인 때문에 일어난 필연적 결과일까? 우연히, 또는 운이 좋았던 것은 아닐까?

월드컵 같은 스포츠 이벤트에서는 확률(probability)과 통계(statistics)에 대한 오해 또는 편견 때문에 발생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한국 대표팀과 관련이 있는 내용들만 해도 꽤 많다.

블랙스완(black swan) 이론으로 잘 알려진 통계학자 나심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에 따르면, 사람들은 어떤 일이 우연(random)히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경기에서 이겼을 때도, 골을 넣었을 때도, 반드시 필연적으로 그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 심지어는 실수를 저질렀을 때도 실수를 하게 만든 이유를 찾으려고 한다. 한국이 독일과 최종전에서 승리한 후 우리가 이긴 것이 ‘우연’ 또는 ‘운’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는 전문가나 언론 보도를 본 적이 있는가? 물론 우리 선수들의 투혼과 독일의 작전 실패 같은 것도 결과에 영향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직전 예선 2경기에 모두 패한 FIFA 랭킹 61위 팀이 1위 팀을 이긴 것이 순전히 ‘실력’대로 나온 결과라고 보기도 어렵지 않을까?

한국과 독일이 최종전 당시와 동일한 경기력을 가지고 다시 경기를 치른다고 생각해보자. 그때와 마찬가지로 한국 선수들은 죽을힘을 다해서 뛴다고 가정해보자. 한국팀에 어느 정도 행운이 따르지 않고도 이 경기를 다시 이길 수 있을 거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조별 예선 최종전 승리의 주요 원인이 행운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독일이 한국에 패하고 예선 탈락한 후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끈 것이 바로 ‘전 대회 우승국’ 징크스다. 1990년 이탈리아 대회부터 전 대회 우승국은 다음 대회 조별 예선에서 탈락했고 독일도 이런 징크스 때문에 한국에 질 운명이었다는 것이다. 우승했으니 목표를 상실해서 현실에 안주하게 되는 경향이 생긴다는 설명까지 덧붙이면 이 우승국 징크스는 제법 믿을 만해 보인다. 하지만 이 징크스도 그렇게 과학적인 것은 못 된다. 우선 필연성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사전 확률과 크기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있다. 월드컵 본선에 참가한 팀이 조별 예선에서 탈락할 확률은 무려 50%나 된다(32개국 중 16개국만 16강에 진출한다). 그러니 예선 탈락하는 경우가 16강 진출, 8강 진출, 4강 진출, 결승 진출 등 다른 어떤 경우보다 일어날 가능성이 높고 흔한 일이라는 이야기다. 확실한 근거가 없다면 어떤 팀이든 예선 탈락하는 것으로 예측하는 것이 내기에 이길 확률이 제일 높다.

그렇다면 전 대회 성적이 좋은 것이 다음 대회의 조별 예선 통과 예측에 근거가 되는가? 그렇지도 않다. 1990년부터 2014년까지 월드컵 4강에 진출한 28개 팀을 놓고 보자. 이들 중 15개 팀(53%)만이 다음 대회의 조별 예선을 통과했다. 따라서 전 대회 성적은 다음 대회 성적을 예측하는 근거가 되지 못하며 예선 탈락은 가장 흔한 결과다.

확률 50%인 일이 몇 번 연속으로 생겼다고 해서 이를 필연적인 것으로 볼 근거는 없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것이 다음 대회에서 예선 탈락할 거라는 결론을 내리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이번 대회에 나온 독일팀은 선수의 구성과 실력, 컨디션, 코칭스태프, 주변 환경 등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수없이 많은 측면에서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와 달라졌다. 그때와 완전히 다른 팀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교롭게도 이전 대회 몇 번의 우승팀들이 다음 대회 예선에서 탈락했다는 사실 때문에 이번 대회 독일 역시 전 대회 우승국이라서 예선에 탈락했다고 믿을 수 있을까? 없다.

월드컵과 관련된 흔한 오해 중엔 ‘경우의 수’도 있다. 월드컵 때마다 등장하는 ‘경우의 수’가 이번 대회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마지막 경기를 치르기 전, 한국 대표팀이 예선을 통과할 수 있는 ‘경우’를 찾아내서 그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보자는 것이다. 독일전을 앞두고 대부분의 언론 매체는 한국이 독일을 두 골 차 이상으로 이기고 멕시코가 스웨덴을 이겼을 때 한국이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하는 경우의 수가 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렇게 16강 진출 경우의 수를 따지는 것은 사람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통계나 확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 ‘경우’가 존재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수많은 경우의 수 중 통과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는 이야기다. 이런 경우가 존재한다고 해서 꼭 그것이 통계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단 말은 아니다. 하지만 언론 매체들의 보도는 이런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것이 마치 ‘확률이 있는’ 일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특히나 언론 매체 보도는 16강 진출이 가능한 경우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가능하지 않은 경우는 대부분 가려져 있다. 현실적으로 16강 진출에 실패할 확률이 압도적으로 큰 경우에도 사람들은 언론 매체로부터 16강 진출이 가능한 경우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듣게 된다. 그러다 보니 그 일이 일어날 확률이 실제보다 크게 느껴진다. 이는 사전 확률에 대한 무시와 가용성 편향(availability bias)으로 인한 오류로 볼 수 있다.

물론 확률과 통계에 대한 오해는 스포츠를 보는 재미를 더해주기도 한다. 이길 때마다 ‘운이 좋아서’라고 생각하면 경기를 보는 재미가 반감할 것이다. 경기 결과를 예측하려고 다양한 요인들을 찾으려는 노력도 스포츠를 즐기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문제는 이런 오해나 착각이 커져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 이상으로 확대 해석되는 경우다. 한국 대표팀이 앞으로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면 이번 대회를 통해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하지만 행운이 따른 독일전 승리에 큰 의미를 두고 확률에 대한 오해를 바탕으로 대회 결과를 평가한다면 진짜 문제점을 찾아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진정한 실력 향상도 물론 기대하기 어려우며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결과도 또다시 운에 맡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 대표팀이 징검다리로(8년 주기로) 월드컵에서 선전하는 징크스가 있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정말 그런가? 인정하자. 한국 대표팀은 역대 월드컵 본선에서 16강에 진출할 만큼 충분한 실력을 갖췄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때때로 운이 따르면 한두 경기 이겼던 것이다. 이번 독일전과 같은 뜻밖의 승리는 스포츠가 주는 최고의 즐거움이다. 이런 기쁨은 마음껏 누리자. 하지만 우리가 잘해서 이겼다고 생각하면 다음 경기는 또 운에 맡길 수밖에 없다. 항상 운에만 의지하지 않고 싶다면 운이 좋았다고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필자소개
김유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ykim22@snu.ac.kr
필자는 서울대 체육교육과 학사와 석사를 거쳐 플로리다대에서 스포츠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플로리다주립대에서 7년간 재직하며 종신교수직(tenure)을 받았다. 현재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등 국제 저명 학술지 편집위원과 대한농구협회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European Sport Management Quarterly』 등 국제 저명 학술지에 8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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