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팀 김 과장은 매일 밤10시까지 야근하는 것은 물론 주말에도 출근해 열심히 일한다. 그렇지만 김 과장이 뛰어난 인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반면에 대학 동창인 마케팅팀 서 과장은 매일 칼퇴근하고, 김 과장에 비해 짧은 시간을 일하면서도 늘 최고의 성과를 보여 주곤 한다. 김 과장은 그런 서 과장이 신기하기만 하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 혹시 과학적으로 검증해 볼 수는 없을까.
변화하는 업무 덕목 - 양에서 질로
매년 수백 권의 ‘일 잘하는 법’을 가르치는 책이 쏟아져 나오고, 직장인들은 각자 자기계발에 열을 올린다. 하지만 직장에서 일을 잘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예전에는 오랫동안 야근하고 두툼한 산출물을 만들면 일 잘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야근과 긴 발표자료가 오히려 무능력의 상징이다. 남들보다 더 빠르고, 더 간결하고, 더 명확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이른바 ‘하이-퍼포머(high-performer)’가 인정받는 시대가 됐다.
일 잘하는 사람은 생각의 방식이 다르다
일을 잘하는 사람의 특징은 무엇일까. 일을 잘하는 이유는 사실 너무나 다양하고 어떻게 보면 주관적인 영역이다. 그렇지만 그 차이를 명백히 과학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정보 획득과 해석을 위한 시선(視線) 처리 및 뇌 활성의 차이이다.
다시 말해서 일 잘하는 사람은 우선 정보를 취득하고 다루는 기술, 즉 생각의 방식이 다르다. 인지심리학 관점에서 볼 때 앞에서 언급한 서 과장은 서류를 읽는 시선의 처리부터 이를 해석하는 뇌 활동까지 생각의 모든 프로세스에서 김 과장과 차이가 난다.
시선과 정보의 획득 - 구조화, 순서, 비중
뉴로리서치 전문기관 브레인앤리서치(Brain&Research)는 직장인을 두 그룹으로 나눠 우선 업무 능력이 높은 A그룹과 업무 능력이 낮은 B그룹을 대상으로 시선의 움직임을 비교했다. 비교 결과 업무 능력의 우연을 가져오는 세 가지 차이가 드러났다.
1) 전체와 부분의 구조화 A그룹은 글을 읽을 때 먼저 글의 전체 구조를 파악한 뒤 세부를 살펴보는 계층적 인식을 했다. 이들은 글의 제목과 요약 부분을 우선적으로 파악한 뒤 하위 단계로 나아갔다. 그러나 B그룹은 A그룹보다 텍스트 자체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글을 처음부터 차례대로 또는 무작위로 읽기 시작했다. 이런 시선의 차이는 결국 이해도와 기억량의 차이를 낳았다.
2) 시선의 순서 A그룹은 구조적인 순서와 함께 중요한 정보 및 도표, 요약 정보에 우선적으로 시선 처리를 했다. 이들은 이를 통해 짧은 시간에 주제를 파악하고, 이후에 근거 및 부가 정보들을 취득했다. B그룹은 시선이 글의 왼쪽 위부터 차례대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로 인해 시간이 짧거나 어려운 정보가 제시됐을 때 A그룹보다 이해도가 크게 떨어졌다.
3) 시선의 비중 A그룹은 표나 그래프 등을 보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으며, 일반 텍스트들을 빠른 속도로 읽어 내려갔다. B그룹은 긴 설명과 어려운 단어, 공식 등에 시선 비중을 높게 두었다. 이러한 시선 처리도 두 그룹이 취득한 정보량과 정보 구조의 인식에 큰 차이를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