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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를 위한 성격심리학

CEO가 “최고”를 외쳐도 실천하는 건 직원! 가치기반 리더십으로 사람을 리드하라

고영건 | 194호 (2016년 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20세기 위대한 심리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에릭 에릭슨은 인간이 심리사회적으로 성숙하면서 형성하는 가치에 관해 연구했다. 자신과 타인을 행복하게 해주는희망’ ‘의지’ ‘목적성’ ‘유능성’ ‘충심’ ‘사랑’ ‘보살핌’ ‘지혜의 가치를중심 가치로 상정했고, ‘지능’ ‘인기’ ‘즐거움’ ‘권력’ ‘학력’ ‘개성’ ‘신체적 매력’ ‘사회적 지위 ‘2차 가치로 구분했다. 중심 가치보다 2차 가치를 더 중시하거나, 중심 가치를 연령대에 맞지 않게 추구하는 것 모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에릭슨의 이러한 가치지향성 발달 이론에서 도출된 교훈을 토대로 기업의 가치를 만들고 직원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CEO는 가치 기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고 기업은가치 중심의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주

심리학은 현재 경영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가장 고독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경영 현장에서 글로벌 경쟁을 치르고 있는 CEO들은 정작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임상심리학자이면서 각종 이론심리학에도 정통한 고영건 교수가 경영자들이 심리학 이론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도록 ‘CEO를 위한 성격심리학을 연재합니다.

 

일본의 후지겐(FujiGen)은 세계 최고의 전기 기타 브랜드 중 하나다. 재즈 기타계의 신으로 추앙받는 조지 벤슨(George Benson)을 비롯해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후지겐이 만든 전기 기타를 애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지겐의 요코우치 회장은 1960년 외양간을 개조한 곳에서 창업한 지 20년 만에 세계 1위의 기타 제조 회사를 탄생시켰다. 아직까지도 후지겐은 세계 기타 시장의 3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그 화려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후지겐도 심각한 위기를 겪은 적이 있었다. 1970년대 초에 오일쇼크 때문에 수출에 주력하는 기업이었던 후지겐은 풍전등화의 위기 상황에 처했다. 이때 요코우치 회장은 회사의 핵심 가치로세계 최고의 기타를 만드는 것을 설정했다. 그리고 최고의 기타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이 최고가 돼야 한다는 신념에 기초해 통념에 반하는 놀라운 결정을 내리게 된다. 바로 회사가 심각한 적자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급여를 오히려 인상하고 공장 생산 시스템도 자동화해 쾌적한 작업 환경을 조성했으며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서도 적극적인 투자를 한 것이다.

 

요코우치 회장은 세계 최고의 명기(名器)를 탄생시킨 경영 비결을 소개하면서세계 최고의 기타를 만들라고 아무리 외쳐도 그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은 내가 아닌 바로 직원들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리고 경영자의 핵심 과업에 관해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겼다. “바로 사람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 공장은 사람을 만드는 공장입니다. 훌륭한 사람을 만들면 그들이 훌륭한 기타를 만듭니다.”

 

전설적인 CEO 잭 웰치(Jack Welch) 역시 요코우치 회장과 동일한 신념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는사람이 먼저이고 그 다음이 전략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왜냐하면 제아무리 전략이 그럴 듯하더라도 그러한 전략을 실천할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면 훌륭한 전략도 결국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경영 컨설턴트 짐 콜린스(Jim Collins)는 경영자의 핵심 과제 중 하나가 바로 회사의 핵심 가치에 부합하는 적절한 인재들을 발굴하고 조직화해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문제는 회사의 핵심 가치에 부합하는 인재를 어떻게 발굴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사실 이것은가치 기반 리더십(Values-Based Leadership)’의 핵심 이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CEO가 가치 기반 리더십을 발휘하고자 할 때 가치문제에 관한 심리학적인 이해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에 해당된다. 이런 점에서 후기 프로이트학파의 대표 주자 중 한 명인 에릭 에릭슨(Erik H. Erikson)이 제안한가치 지향성 심리발달 이론은 기업에서 가치 기반 리더십을 효율적으로 적용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아이덴티티 이론의 거장, 에릭슨

 

 

 

 

20세기 지성사를 빛낸 거장 중 하나인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은 전 생애에 걸쳐 개인의 가치 지향성(value orientation)이 어떻게 발달해 나가는지를 이론화함으로써 심리학뿐만 아니라 교육, 사회, 정치, 경제,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줬다. 그의 이러한 이론은 프로이트(Freud)가 주로 초기 아동기의 심리-성적인 욕구를 강조했던 것과 대비하는 맥락에서전 생애 발달이론혹은심리사회적 발달이론이라고 불린다. 흥미로운 점은 학문적으로 경이적인 성취를 일궈낸 에릭슨이 실제로 걸어갔던 삶의 여정이 더욱더 드라마틱한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에릭슨은 평생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른 채 살아야 했다. 유태인이었던 에릭슨의 어머니는 첫날밤에 남편과 이혼을 결심했다. 첫날밤을 보내기도 전에 남편이 범죄 때문에 해외로 도피해야 할 뿐만 아니라 여성편력이 심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그 후 에릭슨의 어머니는 정신적으로 방황하면서 여러 남성들과 관계를 가졌고 누가 아이의 아버지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에릭슨을 낳았다. 훗날 에릭슨의 어머니는 의사였던 유태인 양부와 재혼을 해서 에릭슨을 유태인 율법에 따라 유태인으로 양육하게 된다. 에릭슨은 유태인 가정에서 자라났지만 유태인 사회 내부에서는 이방인 취급을 받았다. 왜냐하면 에릭슨은 전형적인 유태인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상 에릭슨은 키가 크고 금발이며 푸른 눈동자를 가진 덴마크인 같은 인상을 주었다. 에릭슨은 실제로 평생의붓아들 테마(stepson theme)’ 때문에 고통받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러한 성장배경을 가지고 있었던 에릭슨이 아이덴티티(identity)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1950년 에릭슨은 <아동기와 사회(Childhood and Society)>라는 저서에서삶의 주기(Circle of Life)’ 모델을 제안했다. 그의 아이덴티티 이론은 삶의 주기 모델의 일부에 해당된다. 그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73년에 비록 공식적인 학력은 고졸에 불과하지만 미국의 인문학자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인 제퍼슨 강연자(Jefferson Lecturer)로 선정됐다. 에릭슨이 200여 명의 명망 높은 학자들을 제치고서 이 상을 수상한 것은 그가 제시한 가치 지향성 심리발달 이론의 학문적 영향력을 잘 보여준다.

 

에릭슨의 가치 지향성 심리 발달 이론

 

흔히 사람들은 발달이라고 하면 영·유아기에서 어른이 되기 전까지의 과정을 말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에릭슨은 인간의 삶에서 가치지향성 문제를 중심으로 한 발달적인 위기가 평생에 걸쳐 일어나며 각 시기마다 사람들이 삶에서 추구해 나가야 할 중요한 발달적 가치들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에릭슨의 공헌은 무엇보다도가치 지향성(value orientation)’이라는 개념에 기초해전 생애 발달(life span development)’ 이론을 심리학적으로 정립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에릭슨은 질적으로 다른 행동특징을 나타내는 일련의 가치 지향성 발달 단계가 불변적인 순서로 진행되며 이러한 단계들이 삶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난다고 믿었다. 그는 각 단계마다 심리사회적 위기를 경험하게 되며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가에 따라 특정 사회적 가치에 대한 개인적 통제력이 좌지우지된다고 봤다. 그에 따르면 성숙한 개인은 각 발달단계마다 심리사회적으로 요구되는 과제들을 잘 해결하기 위해 특정 가치에 대한 지향성을 나타내게 되며 그 결과, 각 발달단계에 고유한 덕목(virtue)들을 터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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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영건elip@korea.ac.kr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필자는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삼성병원 정신과 임상심리 레지던트를 지냈고 한국임상심리학회 임상심리 전문가와 한국건강심리학회 건강심리 전문가 자격을 취득했다.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쳤다. 한국임상심리학회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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