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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Says

남성은 ‘진실’을 선택하고, 여성은 ‘관계’를 선택한다

허행량 | 190호 (2015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대화 방식에서 드러나는 남녀 차이

남자: 언어폭력보다 신체폭력 선호. 상호 관계를 고려하기보다 사실 위주로 의사소통. 대화란 자존감과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 이에 따라 자기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 경쟁적인 대화 방식을 취함. 상대방이 말하는 도중에 잘 끼어들고 명령·위협·자랑을 많이 함.

여자: 신체폭력보다 언어폭력 활용. 진실 여부를 떠나 관계를 돈독히 하는 방향으로 의사소통. 대화란 관계를 맺고 이를 조율하는 활동. 이에 따라 겸손한 대화 방식을 택하며 감탄사 등을 자주 사용해 상대방의 말에 대해 적절히 반응. 상대방에 동조하고 협조적.

 

옥시토신과 테스토스테론의 조화

 

급속한 여권 신장으로 남성 주도의 사회가 점차 남녀 동반 성장사회로 전환되면서 이성 간 대화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과거엔 남성이 고위 지도층을 독식했지만 이젠 여성이 대통령, 최고경영자, 장관 등 요직에 두루 진출하고 있다. 남녀대화가 새롭게 주목받는 것은 여성의 고위직 진출과 함께 과거에는 소홀히 다뤄졌던 여성에 대한 성희롱이나 언어폭력이 부각되면서다. 여성보다는 남성이 이런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 난감해 하고 있다.

 

배우자, 연인, 동료와의 이성 간 커뮤니케이션은 과거나 지금이나 같지만 그 내용은 크게 바뀌고 있다. 특히 여성의 고위직 진출로 과거 남성 위주의 소통도 여성을 배려한 소통으로 변화하는 등 조직문화도 변하고 있다. 미국 내 노동인구 가운데 여성 비중이 38%(1963)에서 54%(2014)로 급증하면서 여름철 실내온도를 두고 남녀 갈등이 벌어질 정도로 사회 분위기는 급변하고 있다. 사회적 변화와 남녀 간 소통방식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할 경우 이성 관계는 물론 대인관계까지 실패할 위험이 커지면서 커뮤니케이션에서의 남녀 차이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에 남녀 차가 있다는 증거는 많다. 과학자들은화성남, 금성녀까지는 아니지만 남성과 여성은 대화 주제, 방식 등 다양한 면에서 차이가 난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에서 남녀 차는 테스토스테론이나 옥시토신 같은 호르몬과 성장 환경의 함수다. 호르몬은 인생의 항해를 좌우하는 중요한 동력원의 하나다. 테스토스테론은 대화에서 공격성과 위압감 같은 남성성, ‘러브 호르몬(love hormone)’이라 불리는 옥시토신은 대화에서 유대감을 강조하는 호르몬이다.

 

우선 언어폭력(verbal aggression)과 남성 호르몬의 지표인 손가락 비율(digit ratio) 간에 상관관계가 있다. 구체적으로 테스토스테론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체적 증거인 손가락 비율(둘째 손가락 vs. 넷째 손가락)이 낮을수록 언어폭력을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뉴욕주립대 쇼(Shaw) 교수팀은 남성이 여성보다 언어폭력이 심하며 손가락 비율도 낮다는 것에 착안해 두 변수 간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연구를 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남성(5점 척도 기준 평균 2.80±0.67)이 여성(평균 2.55±0.58)보다 언어폭력을 자주 사용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한 남녀를 가리지 않고 손가락 비율이 낮으면 낮을수록 언어폭력을 자주 사용했다(상관계수 r=-.0.21). (그림1)

 

 

말싸움을 하는 법정은 호르몬의 대리전장이다. 법정에서 말싸움을 하는 변호사는 여전히 여성보다는 남성, 남성 가운데서도 테스토스테론이 높은 사람이다. 1998년 조지아주립대 댑스(Dabbs) 교수팀은 테스토스테론의 양과 변호사, 특히 법정에서 논쟁하는 법정변호사(trial lawyer) 간의 관계를 조사했다. 우선 변호사와 다른 화이트칼라 직업군의 호르몬 분비량은 비슷했지만 블루칼라 직업군보다는 낮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같은 변호사라도 법정 변호사가 서류작업을 하는 비법정 변호사(nontrial lawyer)보다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많았으며 남성 변호사의 경우 거의 30%가량 더 많았다.

 

여성은 저비용 공격, 남성은 고비용 공격

 

남성과 여성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다르다. 폭력이나 공격성은직접 vs. 간접폭력’, 그리고언어 vs. 신체폭력으로 구분된다. 과학자들은 남성은 신체폭력, 여성은 언어폭력을 주로 활용한다고 주장한다. 같은 언어폭력이라도 남성은 직접적 언어폭력, 여성은 간접적 언어폭력, 즉 가십을 주로 활용한다. 남성이 주로 사용하는 신체폭력과 직접적인 언어폭력은 상대방을 자극해 보복을 불러오는고비용 공격이지만 여성이 의지하는 가십은 상대방을 뒷담화하는저비용 공격이다. 언어의 공격성(verbal aggressiveness)은 호르몬이 좌우하며따지기 좋아하는 성향(argumentativeness)’과 상관관계가 높다. 남성은 여성보다 경쟁의식, 즉 적대감이 높아 언어나 신체폭력을 많이 사용하는 것도 호르몬의 영향이다. (그림 2)

 

 

 

소통의 유형은 동성 간 소통과 이성 간 소통이 있다. 동성 간 소통은 남성-남성, 여성-여성의 소통이지만 이성 간 소통은 남성-여성 간 소통을 말한다. 남녀 차이는 언어에서 성별어(genderlects)로 표현된다. 이성 간 커뮤니케이션이 복잡해진 것은 남녀라는 성별과 사회적 지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부터다. 구체적으로 남성이 다수의 여성 상사나 동료와 커뮤니케이션하면서 벌어지는 새로운 현상인 셈이다. 사회적 지위와 성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내용이나 방식은 달라지며, 이에 대한 이해가 갈등 예방의 첫걸음이다.

 

남성과 여성은진실과 관계의 갈림길에서 각기 다른 길을 선택한다. 남성은 관계보다는진실(report talk)’, 여성은 진실보다는관계(rapport talk)’를 우선한다. 구체적으로 진실과 관계(우정이나 사랑) 사이에서 남성은 진실을 선택하지만 여성은 관계를 선택한다. 백화점에서 옷을 입어본 여성이 옷이 어울리는지를 남녀에게 묻는다고 하자. 옷이 어울리지 않을 경우 남성은어울리지 않는다고 진실을 밝히지만 여성은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으려괜찮다고 답함으로써 관계를 우선시한다. 이러한 진실과 관계의 갈림길은 말투, 어휘, 반응성, 비밀 공유, 커뮤니케이션 방식 등 다양한 면에서 남녀 차이를 보인다. (그림 3)

 

 

관계를 중시하는 여성은 대화하면서 대화 상대를 지지하고 상대의 편을 들어준다. 이에 반해 진실을 우선시하는 남성은 대화하면서 상대 주장의 진실성을 따지려 한다. 이런 남녀 차로 여성은 수다를 떨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지만 남성은 잘못하면 말다툼으로 이어진다. 남성은 사회생활에서 지위를 확보하는 게 최대 목표지만 여성은 지위보다는 관계가 중요하다. 같은 대화라도 남성은 투쟁적으로, 여성은 협조적으로 접근한다. 이는 남성이 상대적으로 자기 주도적이고, 여성은 공동체 지향적인데다 상호의존적인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남성은 대화를 통해 자신의 지위를 확인하고, 여성은 대화를 통해 교제하려 한다.

 

남성은 상호작용에서 권력에 민감하고, 자신을 우월한 존재로 과시하려 하며,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에게 강하게 반발한다. 따라서 남성은 자신의 지위를 과장하려 허세를 부리는 성향을 보인다. 남성이 유달리완장으로 표현되는 사회적 지위에 집착하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남성에게 대화는 자존감을 유지하고, 사회적 지위를 협상하거나 유지하는 주요 수단이다. 남성은 자신의 지식과 숙련도를 보여주거나 스토리텔링, 농담, 정보 전달을 통해 대화를 주도하면서 이를 성취한다. 어린 시절부터 남성은 대화를 활용해 주목을 받고 유지하는 방식을 배운다. 반면 여성에게 대화란 주로 관계를 맺고 이를 조율하는 활동이다. 이에 따라 여성은 서로의 유사성을 보여주고 서로 비슷한 경험을 공유했다는 걸 강조한다. 어린 시절부터 여성들은 튀거나 잘난 체하는 여성을 흠집 낸다. 관계가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또한 여성은 관계에 민감하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자신도 배려받는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한다. 남성은 튀어야 살고, 여성은 튀면 죽는 셈이다.

 

2013 텍사스 오스틴대 광(Kwang) 교수팀은 남녀가 대인관계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대인관계가 자존감을 좌우한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여성이 남성보다 높았다. 그러나 사회적 지위가 대인관계를 맺는 데 유리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남성이 여성보다 높았다. 추가로 연인과 이별한 남성은 다른 남성보다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단어(earn, achieve, win)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연인과 헤어진 여성은 사회적 지위보다는 대인관계를 암시하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즉 어떤 상황에서도 남성은 사회적 지위, 여성은 관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자아의식이 강한 남성과 관계 지향적인 여성 간에는 사용하는 어휘나 말하는 방식이 다르다. 남성의 대화방식은 자기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assertive) 경쟁적인(competitive) 데 비해 여성은 상대방을 지지하고(supportive) 관계 지향적(relational)인 특성을 보인다. 또한, 여성은 회피어(hedge: might have, I think)나 부가의문문(tag questions)을 많이 사용해 겸손한 면을 보인다. 대화할 때 사용하는 어휘나 말하는 방식도 여성은 의미 없는 허사(nonessentials)나 감탄사(excitability markers)를 더 많이 사용한다. 여성은 반응성으로 관계를 강화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셈이다.

 

 

투쟁 유전자는 남성에게 여전하다.

중세 서양의 결투, 서부영화의 총잡이 결투는 힘을 과시하는 몸 싸움이었다면

이제는 글쓰기나 말하기로 경쟁하는 뇌 싸움으로 변화하고 있다.

 

남녀 차이는 말투에서도 드러난다. 우선 남성은 여성보다 상대방이 말하는 도중 잘 끼어들고, 명령·위협·자랑을 많이 하는 편이다. 여기에 상대방의 요구를 잘 거절하고, 상대방에게 야유하거나 모욕하는 성향이 강하다. 또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박진감 있게 이야기를 하며 농담을 좋아하는 등 대화를 주도하기를 원한다. 이에 비해 여성은 상대방에 더 동조하고 협조하며, 말하는 것도 양보하고 상대방이 제기한 것을 인정하는 등 겸손한 성향을 보인다.

 

남성과 여성은 대화 주제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1993년 미시간대 비쇼핑(Bischoping) 교수팀은 과거 70여 년간(1922∼1990) 대화 주제의 변화 추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남성의 대화 소재는 주로 돈·비즈니스·오락이었지만, 여성은 관계·사람·남성··장신구·장식품에 대한 것이었다. 또한 남성은 스포츠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지만 이를 제외하면 여가활동에 대한 대화는 남녀가 비슷했다. 하지만 돈과 비즈니스는 물론 다른 대화 소재에서 나타난 남녀 차이는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여성의 사회 진출로 남녀 간의 대화 주제도 점차 유사해지고 있는 셈이다.

 

대화 주제에 있어서 남녀 차는 세 가지 요인 때문으로 해석된다. 우선 생물학적으로 여성은 자녀양육을 맡고, 남성은 가족부양을 분업으로 하기에 여성은 자연스레 관계, 남성은 생계를 주제로 대화한다는 시각이다. 둘째, 남성은 물건, 여성은 주로 옷과 장식에 관심 있는 것도 이와 관련된다. 다음으로 환경, 즉 교육이 이 같은 남녀 차를 가져왔다는 이론이다. 성장 과정에서 남성은 자동차 장난감, 여성은 인형 장난감을 갖고 놀도록 프레이밍화돼 왔고, 자연스레 대화 소재도 달라졌다는 것이다.

 

남녀, 결투(Duels)와 이중주(Duets)

 

진화심리학에선 남성은 재원과 사회적 지위를 놓고 경쟁해야 하지만 여성은 양육을 위해 협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남성과 여성의 대화는결투(duel)’듀엣(duet)’으로 규정된다. 남녀의 커뮤니케이션 패턴을 분석하면 남성은 싸우고 여성은 남성의 싸움을 뒤에서 조종한다. 남성과 여성은 다른 차원의 경쟁을 한다. 1992년 핀란드 터쿠대(Turku) 비요르키스트(Bjorkqvist) 교수팀은 여성은 간접적인 싸움방식을 선호하는 반면 남성은 직접적인 폭력을 선호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구체적으로 여성은 언어, 남성은 신체 폭력을 선호한다.

 

투쟁 유전자는 남성에게 여전하다. 중세 서양의 결투, 서부영화의 총잡이 결투는 힘을 과시하는몸 싸움이었다면 이제는 글쓰기나 말하기로 경쟁하는뇌 싸움으로 변화하고 있다. 실제 칼과 총을 무기로 한 싸움은 이제 체육관에서나 볼 수 있고, 현실에서는 글이나 말싸움이 지배한다. 글이나 말을 활용해 상대방을 인신공격하거나 모욕하는 방식으로 경쟁하는 것이다. 이 싸움에서 상대방을 이기면 자신의 사회적 지위가 우월하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우월적 지위를 차지한다. 동물의 세계에서 몸집이 크게 보이도록 해 상대방이 겁먹고 물러서도록 하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다.

 

글이나 말을 통한 머리 싸움은 이성과 논리에 근거한 뇌 싸움이다. 최근에는 말이나 글 싸움이 대세가 되고 있다. 변호사는 말이나 글로 하는 논리 싸움, 정당은 대변인이 성명서를 통해 설전을 벌인다. 방송 패널의 논쟁이나 칼럼니스트의 글도 역시 말이나 글을 활용해 대중에게 자신이 강자임을 과시하기 위한 의식인 셈이다. 랩 배틀(rap battle)도 사회적 지위를 두고 벌이는 남성 간의 경쟁으로 그 기원은 5세기 중세의 플라이팅(Flyting- ()의 형태로 상대방을 교대로 모욕하는 경쟁)에서 비롯된다. 이성이 보고 있으면 배틀이 더욱 치열해지는 것은 배틀의 목적이 사회적 지위의 확보도 있지만 이성에게 보내는 구애 신호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남성은 말하기와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과시한다. 더 나아가 단어나 유머로 자신의뇌력을 자랑하려 한다. 글쓰기나 말하기에 능숙할 경우 이성을 유혹하거나 경쟁자를 압도하는 효과가 있다. 더욱이 남성보다 여성이 유머를 좋아하고, 이성이 재미있어야 한다고 하는 쪽도 남성보다는 여성이 강하다. 군대나 감옥, 청소년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욕설 문화도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말 자랑이며, 특히 자기자랑과 뻐기기인 셈이다. (그림 4)

 

 

 

2014년 독일 프랑크푸르트대 랑게(Lange) 교수팀은 언어 능력이 이성의 호감을 어떻게 사는지를 실험했다. 연구결과 언어 능력은 이성에게 매력적인 존재로 보이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언어 능력을 기준으로 상위 그룹, 중간 그룹, 하위 그룹으로 구분해 매력을 평가(7점 척도)했다. 그 결과 상위 그룹(평균 5.04), 중간 그룹(평균 3.54), 하위 그룹(평균 2.59)순으로 나타나 언어 능력이 호감도를 좌우한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 능력은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더 강한 무기였다.

 

대화를 거듭할수록 남녀는 일정한 패턴을 보여준다. 남성은 더 많이 말하고, 길게 말하며, 상대방에 대한 질문을 잘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여성은 반응을 최소화하고, 말하는 양을 줄이는 한편, 질문을 더 자주 한다. 콘퍼런스에서도 남녀는 대화의 양에 차이를 보인다. 콘퍼런스 미팅에서 남성이 대화 시간의 75%를 독차지하기 때문에 여성은 남성의 잘난 체하기를 그냥 앉아 구경하면서 있을 뿐이다. 남성이 여성에게 기회를 주지 않으려 하는 것은 여성 앞에서 전문성을 무기로 자신을 마케팅해야 하기 때문이다.

 

2004년 레스터대 콜리(Colley) 교수팀은 낯선 사람과 주고받는 e메일도 남녀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은 e메일을 통해 주로 친구나 쇼핑, 밤 문화, 비용을 다루지만 남성은 물건, 장소, 여행, 다른 사람을 주로 언급했다. 특히 여성의 e메일은 남성보다 관계 유지와 친밀도와 관련된 특성을 자주 언급했다. 남성은 말이나 글 싸움을 통해 상대방과 결투해 자신이 강자임을 뽐내며 만천하에 드러내려 하지만 여성은 상대방과 듀엣을 통해 화음을 만들어내려고 한다.

 

커뮤니케이션 차이는 남녀의 대화에 대한 손익계산을 다르게 한다. 우선 남녀는 소통에 대한 자신감과 자랑하는 정도가 다르다. 인간은 행동이나 말과 글 같은 언어를 통해 자신감을 판단할 수 있다. 이 점에서 남성보다는 여성이 불리하다. 남성은 떠벌리거나 자랑하기를 좋아하지만 여성은 관계를 우선시하기에 나서지 않아 자신감이 없어 보이는 인상을 준다. 이러한 여성의 타고난 겸손함이 승진이나 실적 평가에서 남성보다 불리하게 작용한다.

 

여성은 겸손, 남성은 자기자랑

 

1993년 윌리엄스 칼리지의 헤더링톤(Heathe-rington) 교수팀은 대학 신입생에게 1학년 때 자신이 받을 수 있는 학교 성적을 예측하도록 했다. 예측 방식을 둘로 나눠 하나는 예측한 성적을 기재한 뒤 편지 봉투에 넣어 제출하도록 했고, 다른 하나는 연구자 앞에서 공개적으로 성적을 예측하도록 했다. 공개적으로 성적을 예측할 때는 여성이 남성보다 자신의 성적을 낮게 예측하는 겸손함을 보였다. 하지만 예측한 성적을 기재해 봉투 속에 넣을 경우 남녀 간에 차이가 없었다. 이는 여성이 자신감이 없어서가 아니라 떠벌리거나 자랑하고자 하는 속성이 약하고, 겸손한 경향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여성의 타고난 겸손은 직장생활에서 남녀 간의 손익계산을 다르게 한다.

 

둘째, 질문도 손익계산을 다르게 한다. 적절한 질문은 당사자의 능력과 파워를 말해주는 좋은 지표다. 한편 질문을 많이 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무지하다는 시그널을 보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될 수 있으면 질문을 하지 않으려 한다. 개인적·문화적 차이는 물론 성별도 질문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그리고 질문을 언제 할 것인지에 대해 관여한다. 길을 찾을 때 남성은 주변 사람에게 될 수 있으면 묻지 않고 혼자 찾으려 한다. 질문하면 남들이 자신을 무능하게 볼 것이니 차라리침묵 모드로 중간이라도 하자며 다른 사람에게 질문하지 않는 다. 남성은 체면을 무엇보다 중시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여성은 질문을 회피하지 않아 무능하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사과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미안하다’ ‘죄송하다라는 한마디 말도 다양한 평가를 받는다. 사과하는 사람은 유약하고, 자신감도 없고, 책잡힐 일을 한 것이라는 인상을 준다. 이 때문에 사회적 지위를 우선하는 남성은 사과를 굴복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관계를 최우선하는 여성은 사과에 후한 편이다. 권력이라는 관점에서 상사가 아랫사람에게 사과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는 것도 좋은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다. 무엇은 선택하느냐는 자신의 성격과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칭찬과 피드백도 마찬가지다. 여성들 사이에 칭찬하는 것은 의례적인 일이다. 오늘 프레젠테이션이 어떠했느냐는 여성의 상투적인 질문에진실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남성은 보고서 내용을 장황하게 비판하는 경향이 있다. 여성은 자신의 말투나 패션 등과 같은 것이 어떠했느냐는 것을 겉치레로 물으면서좋았다는 말을 듣고 싶었을 뿐인데, 이를 알아채지 못한 남성은 역시 진실을 선택한다. 직장 상사는 보고서를 평가할 때다 좋은데 이런 점을 수정하라고 의례적으로 말한다. 문제는 개인별로 차이가 있지만 실제 마음에 들지 않아도 보고서가 좋다고 체면치레용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말을 믿고 보고서를 수정하면 또다시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커뮤니케이션에서 최상의 방법은 없다. 상황, 상대방, 문화, 언어 스타일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적절한 답을 찾아야 한다. 말이나 글과 같은 언어는 아이디어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대화 당사자 간 상대적 지위와 관계의 수준을 드러내준다. 또한 커뮤니케이션에서 남녀 차이와 언어 스타일은 대화는 물론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적이나 성장환경이 다양한 인재와 함께 살아야 하는 글로벌 시대에 상대방을 더욱 유연하게 해석하고, 이에 근거해 소통해야 할 필요성은 더 강해지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지식과 이에 근거한 다양한 레퍼토리는 무형재(intangible goods)로 개인과 조직, 나아가 사회적 만족도를 높이는 투자다.

 

편집자주

Shaw, A. Z. (2012). The effect of prenatal sex hormones on the development of verbal aggression. Journal of Communication, 62, 778-793.

Dabbs, J. M et al. (1998). Trial lawyers and testosterone: blue-collar talent in a white-collar world. Journal of Applied Social Psychology, 28-1, 84-94.

Kwang. T. (2013). Men seek social standing, women seek companionship: sex differences in deriving self-worth from relationships. Psychological Science, 24-7, 1142-1150.

Bischoping, K. (1993). Gender differences in conversation topics, 1922-1990. Sex Roles, 28-1/2, 1-18.

Bjorkqvist, K. (1992). Do girls manipulate and boys fight? Developmental trends in regard to direct and indirect aggression. Aggressive Behavior, 18, 117-127.

Lange, B. P. (2014). Words won’t fail: experimental evidence on the role of verbal proficiency in mate choice. Journal of Language and Social Psychology, 33-5, 482-499.

Colley, A. (2004). Style and content in E-mails and letters to male and female friends. Journal of Language and Social Psychology, 23-3, 369-378.

Heatherington, L. (1993). Two investigations of “Female Modesty” in achievement situations. Sex Roles, 29-11/12, 739-754.

 

허행량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hsignal@gmail.com

 

필자는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했고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매체경제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SSCI급 저널에 손가락 비율과 얼굴 넓이-높이 비율과 관련된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 매일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일했으며 저서로 <스타마케팅> <한국의 엘리트와 미디어> <당신의 본능은 안녕하십니까?> 등이 있다.

 

  • 허행량 허행량 | - (현)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매일경제신문> 기자
    - <스타마케팅>, <한국의 엘리트와 미디어>, <당신의 본능은 안녕하십니가?>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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