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of Analysis
Article at a Glance
흔히 현대를 정보화시대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정보는 결국 숫자로 요약되므로 현대는 숫자정보사회 혹은 숫자화사회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숫자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필수적인 능력을 갖추기는커녕 수만 나오면 자신 없어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상대가 수치를 제시하면서 주장을 펼치면 그 수치가 정말 타당성이 있는지 따져보지도 않고 주눅이 든다. 사람들이 자꾸 자신의 주장을 그럴 듯하게 포장하기 위해 숫자를 이용해 거짓말을 하거나 자신의 의도에 맞춰서 해석하기 때문에 함부로 숫자를 믿어서는 안 된다. 숫자에 대한 의심은 반드시 다음 세 가지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각각의 질문에 대한 답을 면밀히 검토한 후에야 그 숫자는 의미를 갖는다.
1) 관련성: 문제와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나? 2) 정확성: 누가, 언제, 어떻게 그 수치를 만들어냈나? 3) 올바른 해석: 같은 수치를 두고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한가? |
언젠가는 숫자를 올바로 이해하는 능력이 쓰기나 읽기처럼 유능한 시민이 되기 위해서 꼭 필요할 것이라고 영국의 비평가 H. G. 웰스(Wells)는 예언했다. 그때가 과연 언제일까? 그 ‘언젠가’가 바로 오늘이라고 해도 틀림이 없을 것이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는 숫자를 만들어 내느라 하루 종일 분주히 일하고 이렇게 생산된 수많은 숫자 속에 묻혀 그것들을 올바르게 이해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바야흐로 숫자를 위한, 숫자에 의한 행위들로 가득 차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숫자화의 경향 때문에 사회현상이나 추상적인 개념도 숫자로 표현돼 우리에게 주어진다. 예를 들면 사람의 지능은 IQ로, 경제현상은 GNP, 물가지수, 주가지수 등으로, 날씨의 변화에 따른 우리의 느낌은 불쾌지수로, 빨래가 마르기에 적당한 날씨인가는 빨래지수로 표현한다. 심지어 감상적으로 표현돼야 할 노래가사나 제목까지 ‘그대를 만나는 곳 100미터 전’ ‘99.9’ 등이 등장하고 책 제목도 <99%의 사랑> <120% Coool> 등으로 붙인 것이 있고 가장 시적(詩的)이어야 할 시(詩)에도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숫자가 등장하기도 한다.1
오늘 아침 버스를 타는데, 뒤에서 두 번째 오른쪽 좌석에 누군가 한 상 걸게 게워낸 자국이 질펀하게 깔려 있었다. 사람들은 거기에 서로 먼저 앉으려다 소스라치면서 달아났다. 거기에는, 밥알 55%, 김치찌꺼기 15%, 콩나물 대가리 10%, 두부 알갱이 7%, 달걀 후라이 노란자위 흰자위 5%, 고춧가루 5%, 기타 3% 順으로.2
사람들 간의 대화는 또 어떤가? ‘아파트는 몇 평짜리냐’ ‘자동차는 몇 cc냐’ ‘월급이 몇 퍼센트가 올랐는지’ 등등 모든 것을 숫자화해서 주고받고 있다. 생텍쥐페리가 <어린 왕자>에서 다음과 같이 한 말처럼 우리들은 이미 숫자에 길들여진 것이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네가 어른들에게 새로 사귄 친구들을 이야기하면 그들은 네게 진짜 알갱이가 되는 것을 묻는 일이 없다. 어른들은 네게 “그 애 목소리가 어떻든? 그 애는 어떤 놀이를 좋아하지? 그 애는 나비를 수집하고 있니?”라고 묻는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들은 “그 애가 몇 살이지? 형제는 몇이냐? 몸무게는 얼마지? 그 애 아버지는 돈을 얼마나 버니?”라고 묻는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그들은 그 애를 안다고 믿는다. 만일 네가 어른들에게 “난 지붕 위에 비둘기들이 놀고 창틀에는 장미꽃이 피어 있는 붉은 벽돌의 예쁜 집을 보았어”라고 말하면 그들은 그 집을 머릿속에 그려 보지 못한다. 어른들에게는 “난, 10만 프랑짜리 집을 보았어”라고 말하는 편이 좋다. 그제야 그들은 “야, 근사한 집이구나”라고 외친다.
가정도 예외가 되지 않아서 살림을 꾸려 가는 주부들은 실제로는 꽁치를 한 마리 사는 데부터 자동차를 사는 데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숫자로 꿰맞춰 간다고 할 수 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회사원이 야근까지 하면서 일한 결과는 종종 몇 개의 숫자로 요약돼 사장에게 보고되고 숫자로 회사를 경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장은 보고받은 숫자에 대한 판단을 바탕으로 새로운 숫자로 지시를 내린다. 따라서 회사원의 능력 평가와 승진은 개인이 달성한 숫자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흔히 현대를 정보화시대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정보는 결국 숫자로 요약되므로 현대는 숫자정보사회 혹은 숫자화사회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더욱이 모바일 디바이스, 센서, 소셜미디어에서 데이터가 폭증하고 있는 지금, 웰스가 말한 대로 숫자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은 읽고 쓰는 능력 못지않게 빅데이터 시대에 효과적으로 적응하며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이미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능력이 됐다. 그러나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필수적인 능력을 갖추기는커녕 숫자를 대하는 데 자신 없어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서 공부한 것이 바로 수에 관한 것인데 사람들과의 대화나 신문, 방송 등에서 매일매일 마주하게 되는 숫자에 대해서 자신 없어 한다는 사실은 상당한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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