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를 위한 성격심리학

경영조직의 유토피아 ‘유사이키아’에선 ‘긍정적 중독’에 빠진 리더가 지배한다

188호 (2015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경영심리학계의 거장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단순한결핍욕구를 넘어서는메타욕구를 제시했는데, 특히 가장 대표적인 메타욕구로자아(자기)실현의 욕구를 꼽았다. 여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긍정적 중독으로, 자기실현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조직과의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 만든 조직을 매슬로는유사이키아(eupsychia)’라고 불렀다. 또한경영조직의 유토피아와 같은 유사이키아에는애그리던트(aggrident)’라고 부를 수 있는우월한 리더가 필요하다.

이 조합을 통해깨어 있는 경영이 가능해진다. 몇 가지 원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시너지가 높은 조직을 구성하고, 이를 위해 직원의 메타욕구에 초점을 맞춰라.

2)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심리적으로 건강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검진하라.

3) 민주적이고 자발적인 참여의유사이키아조직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진단하라.

 

편집자주

심리학은 현재 경영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가장 고독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경영 현장에서 글로벌 경쟁을 치르고 있는 CEO들은 정작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임상심리학자이면서 각종 이론심리학에도 정통한 고영건 교수가 경영자들이 심리학 이론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도록 ‘CEO를 위한 성격심리학을 연재합니다.

 

최근 <한국인은 미쳤다!>라는 제목의 책이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요 내용은 국내 한 전자 회사의 프랑스 법인장을 지낸 에리크 시르데주(Eric Surdej)가 지난 10년간 한국의 대기업에서 경험했던 한국식 기업 문화와 경영 방식을 파헤친 것이다. 그 책에는 인간성이 거세된 성과제일주의 문화가 빚어낸 블랙코미디 같은 우리의 기업 문화의 한 단면이 담겨 있다. 비록 저자인 에리크 시르데주가 여러 한국 기업에서 근무했던 것은 아닐지라도 그가 지적했던 문제는 비단 그가 몸담았던 어느 한 대기업만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포럼(WEF) 2015년에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 평가에서 조사대상 140개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효율성은 83위로 매우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노사 간 협력 부문에 대한 평가에서는 132위로 세계 최하위권을 나타냈다. 이러한 결과는 기업 문화의 측면에서 볼 때 한국 사회는 대대적인 개혁이 요구되는 절박한 상황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볼 때 경영심리학의 거장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가 제안한 ‘깨어 있는 경영(enlightened management)’을 위한 심리학적 조언은 한국의 기업문화를 개선하는 데 필요한 처방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영심리학의 거장, 에이브러햄 매슬로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기업을영리를 추구하는 조직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현대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Peter Druker)는 이러한 견해가 기업을 정의내리는 데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기업의 존재 이유는영리가 아니라 바로고객에게 있으며 고객의 욕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봉사할 수 있는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기업의 목적이 된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경영은 인간에 관한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드러커는 기업이 노동자를 비용의 관점이 아니라 자산(資産)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드러커 스스로 고백한 적이 있듯이 그의 이러한 견해는 매슬로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이었다.

 

매슬로가 <유사이키안 매니지먼트(Eupsychian Management: 심리적으로 건강한 경영)>라는 저서를 출간했을 때 드러커는 매슬로가 자신과 같은 현대 경영학자들이 놓치고 있는 현실의 심리적인 면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심리학자 앤서니 수티치(Anthony Sutich)에 따르면, 매슬로는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이래로 가장 위대한 심리학자로 손꼽힌다. 그는 기업이 인간 존재에게 이상적인 생태학적 조건이 어떤 것인지를 실험해 볼 수 있는 일종의 실험실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 선구자 중 한 명이다.

 

매슬로가 1943년에 제안한 욕구의 위계 혹은 단계(hierarchy of needs)이론은 훗날 MIT의 경영학과 교수 더글러스 맥그리거(Douglas McGregor) 1960년에 발표한 기업 조직에서의 X·Y이론의 토대가 된다. 맥그리거는 채찍과 당근으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관리방식(X이론)을 비판하면서 동기부여와 자기통제를 바탕으로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관리이론(Y이론)을 제안했다. 아마 여기까지는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라면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일 것이다. 그러나 실천은 다른 문제다.

 

경영 컨설턴트인 짐 콜린스(Jim Collins)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아직도 X이론식 경영이 지배적이다. X이론의 신봉자들은 전통적으로 경영에서 생산성과 이윤 창출의 원칙을 강조한다.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직원들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일이기 때문에 직원들을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관리하는 것이 경영자의 책무가 된다. 하지만 매슬로는 기업 경영에서 특정 시점에서의 이윤보다는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인간적인 요소를 더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경영에서의 핵심적 요소는 인간을 경영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경영은 인간의 자아실현 과정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매슬로에 따르면, 비록 기업 경영에서 이윤이 중요한 핵심요소 중 하나일지라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내다볼 경우 경영의 성패에서 이윤보다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자아실현과 같은 인간적인 요소다. 기업 경영에서 핵심적인 과제 중 하나는동종 업체와의 경쟁구도하에서 고객들로부터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문제는 고객이 동종업체 중 어떤 기업을 더 사랑하게 될 것인지를 판단하는 과정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비록 단기적으로는 X이론식의 철권통치가 지배하는 조직이 승리할 것처럼 보일지라도, 결국은 인간적으로 매력적인 방식으로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 즉 자아실현을 기반으로 깨어 있는 경영을 하는 기업이 고객과 시장으로부터 더 큰 사랑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결핍욕구와 한계효용체감

 

매슬로의 경영심리학에서 핵심은 바로욕구의 위계(hierarchy of needs)’라는 개념이다. 그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두 가지 욕구가 존재한다. 그중 하나는 결핍욕구(deficiency needs). 결핍욕구에서는 주로 개인이 외부로부터 욕구충족을 얻으며 일단 욕구가 충족되고 나면 한동안 욕구대상의 유인 기능이 크게 감소하거나 거의 소멸돼 버린다. 예컨대, 결핍욕구의 하나인 식욕의 경우, 우리는 욕구의 대상이 되는 음식물을 주로 외부에서 얻으며 일단 굶주린 배를 채우고 나면 한동안 맛있는 요리를 봐도 별로 식욕이 동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외견상 일부 결핍욕구는 어느 정도 욕구가 충족된 이후에도 여전히 욕구대상의 유인 기능이 감소하거나 소멸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금전욕이나 소유욕 같은 것들이다. 인간의 삶에서 욕심은 끝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돈을 벌고자 하는 욕구도 한없이 지속되는 것 같은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금전욕이나 소유욕 같은 욕구들도 명백히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의 지배를 받는 욕구들에 해당된다. 한계효용은 소비하는 재화의 마지막 단위가 가지는 효용을 말한다. , 1만 원을 벌면 1만 원의 효용이 한계효용이고, 그 후 다시 1만 원을 더 벌게 되면 추가된 1만 원의 심리적 가치가 바로 한계효용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소득과정이 오랫동안 되풀이되면 1만 원을 손에 쥐게 될 때마다 얻게 되는 만족감이 점점 감소하게 되는데 이것을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라 부른다.

 

OECD 국가들의 1인당 GDP와 행복도 간 관계를 조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인당 GDP가 일정 수준 이상 증가하게 되면 더 이상 삶의 만족도는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2>는 국민의 경제력 수준이 행복에 미치는 효과가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의 영향력하에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점은 가계소득과 행복도 간 관계를 조사했을 때도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매슬로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의 지배를 받는 대표적인 결핍욕구를 4가지 유형으로 제시했다. 결핍욕구 중 가장 기본적인 욕구는 바로생물학적 욕구(biological needs)’로서 배고픔, 갈증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두 번째 결핍욕구는안전의 욕구(safety and security needs)’. 개인이 장기적인 안정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세 번째 결핍욕구는소속과 애정의 욕구(belongingness and love needs)’. 위험에 대한 걱정이 사라지면 우리는 사회적 관계를 맺고 사랑하는 동시에 사랑받기를 간절히 원하게 된다. 네 번째 결핍욕구는자아존중의 욕구(esteem needs)’. 개인은 타인으로부터 존중받는 동시에 스스로에 대해 유능하다고 믿고 싶어 하며, 또한 자신감을 가지고 싶어 한다.

 

매슬로가 제시한 결핍욕구들은 그 의미가 기계적으로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상징적인 표현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빈곤한 국가들의 국민들이 경험하는 의식주 문제와 관련된 금전욕은 생물학적인 욕구의 일종일 수 있다. 대조적으로 산업화된 사회에서 ‘VVIP’ 멤버십에 가입하고자 할 때 문제가 되는 금전욕은 자아존중의 욕구에 해당될 수 있다. 결핍욕구들은 공통적으로 우리가 외부 현실을 올바르게 인식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이러한 동기들은 사람들로 하여금먹여줘! 사랑해줘! 존중해줘!”라는 식의 요구적 태도를 나타내도록 만든다. 이러한 내적 요구의 압력이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당사자가 현실을 왜곡하게 될 가능성도 커진다. 결핍욕구에 기초해 발현되는 행동을 비유적으로 표현한다면 마치 세상을 흐릿한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메타욕구와 탈()한계효용체감

 

매슬로는 결핍욕구와는 대비되는 개념으로 메타욕구(meta needs)를 제안했다. 그가 제시한 가장 대표적인 메타욕구는 바로 자기실현의 욕구(need for self-actualization). 이것은 잠재력을 충족시키고 의미 있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욕구를 의미한다.

 

메타욕구는 개인이 주로 내부로부터 욕구충족을 얻으며 욕구충족이 이뤄진 후에도 마치 샘물이 솟아나듯 계속해서 동기유발이 이뤄진다. 결핍욕구와는 달리 메타욕구가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의 예외가 될 수 있는 비결은 긍정적 중독(positive addiction) 기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정신과 의사인 윌리엄 글래서(William Glasser)는 일상생활에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약물 중독과 같은 부정적 중독과는 달리 운동이나 취미활동에서 체험하게 되는 긍정적 중독은 우리가 삶에서 엔도르핀을 매개로 한 중독 현상을 온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고 주장했다. 긍정적 중독의 대표적인 예로는러너스 하이(Runners’ High)’ 현상을 들 수 있다. 러너스 하이는 보통 30분 이상 달린 후에 마치 날아갈 것처럼 몸이 가볍게 느껴질 때 경험하게 되는 도취감을 말한다.

 

 

글래서에 따르면, 알콜 중독 같은 부정적인 중독은 건강에 해로울 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불쾌감을 유발하는 반면에 긍정적 중독은 정신력과 자기통제감이 강해지도록 해줌으로써 성취감과 충만감 등의 정서적 만족감을 제공해 준다. 특히 긍정적 중독은 우리에게놀듯이 일하고 일하듯이 놀 줄 아는 노하우를 선사해 줄 수 있다. 이러한 노하우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긍정적 중독 과정을 통해 생계 수단으로서의 일과 즐거움의 원천으로서의 여가활동이 하나로 통합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우리가 일을 하면서 동시에 러너스 하이의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매슬로가 주장한 자아실현을 한 사람들의 행복한 삶의 모습에 해당된다. 자기실현의 욕구에 기초해 표현되는 행동은 흐릿한 렌즈가 아니라 선명한 렌즈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자아실현을 하고자 하는 메타욕구로 충만한 사람은 더 이상 결핍을 충족시키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요구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람들은 더 이상 결핍으로 인한 두려움과 자기의심에 허우적거리지 않을 수 있게 된다. 그들은 보다 수용적인 방식으로 외부 세계와 안정적인 관계를 맺으며 즐겁고 보람찬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매슬로는 메타욕구에 기초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바로 건강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이 4가지 결핍동기들을 완전하게 충족하더라도 여전히 메타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동기는 남는다. 그는 4가지 결핍욕구와 하나의 메타욕구가 <그림 3>처럼 위계적으로 구성돼 있다고 주장했다.

 

 

 

매슬로가 제시한 욕구의 위계 이론과 관련해서 결핍욕구들이 중요하지 않다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그의 주장의 요지는 제아무리 네 가지 결핍욕구들이 잘 충족되더라도 인간 본성상 메타욕구인 자아실현의 욕구는 언제나 남아 있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형태의 기업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금전욕 혹은 소유욕과 같은 결핍욕구가 아니라 메타욕구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유사이키안 매니지먼트

 

매슬로는 경영심리학을 연구하는 과정에서유사이키아(Eupsychia)’라는 신조어를 고안해냈다. ‘eu’는 그리스어로좋은또는훌륭한이라는 뜻이고 ‘psyche’영혼또는정신을 의미한다. 그에 따르면, 유사이키아는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들, 즉 자기실현한 사람들 1000명이 속세와 단절된 외딴 섬에서 고유하게 만들어낸 문화적 공동체를 말한다. 이런 점에서 유사이키아는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회 또는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한번 머릿속으로 떠올려보라!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들 1000명이 생활하는 사회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겠는가? 그러한 사회는 보통 사람들 1000명이 사는 사회와 무엇이 또 어떻게 다르겠는가? 여기서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은먹여줘! 사랑해줘! 존중해줘!”라고 요구하는 결핍욕구에 휘둘리는 삶을 살지 않고, 자아실현이라는 메타욕구에 충실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말한다. 매슬로에 따르면, 심리학적으로 깨어 있는 경영을 하고자 하는 CEO라면 이러한 가상의 정신적 공동체의 모습에 대해서 생생하게 떠올려 본 후 현재 자신이 속한 조직과 비교해 봄으로써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매슬로는 유사이키아가 갖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를시너지(synergy)’라고 명명했다. 시너지는 한 개인에게 이득이 되는 것이 곧 조직이나 기관에 속한 모든 구성원에게도 도움이 되는 문화를 말한다. 1955년에 GM 회장이었던 찰스 윌슨(Charles E. Wilson)이 한 말, “제너럴모터스에 좋은 것이 미국에도 좋은 것이다는 이러한 시너지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시너지가 높은 조직은 안정적이고 자비로운 분위기 속에서 조직원들의 사기가 높고 팀워크가 잘 발휘되는 반면 시너지가 낮은 조직은 불안정하고 끊임없는 갈등 속에서 조직원들의 의욕이 저하돼 있고 팀워크가 잘 발휘되지 않는다. 시너지가 높은 조직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만족을 얻고자 노력하는 것이 곧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이 되는 동시에 개인의 이타적인 노력이 곧 자기 자신을 만족시키는 일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삶에서 이타심과 이기심 간의 이분법이 사라지는 동시에 그 둘이 하나로 통합되도록 하기 위해서, 다시 말해 유사이키아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자아실현의 개념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삶에서 스스로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자신의 가능한 삶의 모습들 중에서

‘최선의 삶혹은최상의 삶을 살고자 노력하면 된다.

 

자아실현과 절정경험, 그리고 Z이론

 

매슬로는 역사적인 인물들, 예를 들면 링컨과 같은 위대한 인물들에 대한 사례연구 및 경험적 연구를 통해 개인적인 성장을 지속시키는 건강한 성격의 특징을 밝히고자 했다. 심리학의 제3세력이라고도 불리는 매슬로의 인본주의(humanism) 이론은 정신역동적 접근과 행동주의적 접근이 인간을 지나치게 부정적이고 수동적인 존재로 인식한다고 비판하면서 근본적으로 인간의 긍정적인을 면을 강조한다. 인본주의에 따르면, 인간은 자유의지와 통합성, 성장을 향한 잠재력을 갖춘 존재다. 즉 인간은 환경이나 과거에 의해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기결정(self-determination)이 가능하며 자아실현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그는 프로이트가 심리학의 병든 반쪽을 우리에게 줬기 때문에 나머지 건강한 반쪽을 채워야 하는 것이 의무로 남겨져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매슬로는 자아실현을 하는 순간에 개인이 심리적으로 극도의 행복감을 느끼는 것을절정경험(peak experience)’이라고 정의했다. 절정경험은 자신이 우주의 중심이 되고, 또 세계가 자신과 합일되는 것 같은 신비적인 체험을 동반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절정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극도의 쾌감 속에서 동서남북을 분간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시간에 대한 감각도 잃어버리게 된다고 주장했다. 절정경험이 주는 쾌감이 그 어떤 결핍동기에 의한 만족감보다도 더 크고 강렬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누군가가 절정경험을 맛볼 수 있는 순간을 눈앞에 둔 상태에서 포기하기로 결정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매슬로는 한번이라도 진정한 절정 경험을 맛본 적이 있는 사람은 절대로 이러한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매슬로에 따르면, 인간의 잠재력이 온전히 실현됨으로써 사람들이 내면의 평화를 누리기 위해서는음악가는 음악을 할 수밖에 없고, 화가는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으며, 시인은 시를 쓸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인간은 자신이 될 수 있는 것 바로 그것이 돼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자기실현의 욕구다.”

 

매슬로는 우리 모두가 링컨과 같은 위대한 영웅이 되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대신 우리는 각자 자신의 삶에서 스스로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자신의 가능한 삶의 모습들 중에서최선의 삶혹은최상의 삶을 살고자 노력하면 된다. 삶에서 필요한 노력은 오직 이것뿐이다. 그리고 삶에서 우리가 최선을 다해서 할 수 있는 일 역시 이것뿐이다. 이런 점에서홍길동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홍길동이 돼야 한다. 또 그는 사람들이 결핍욕구가 충족되고 나면 자아실현에 특별한 관심을 나타내게 된다고 봤다. 그는 이러한 관점을 스스로 Z이론이라고 명명한다. Z이론에서는 인간의 삶에는 금전적인 보상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보상이 존재한다. 그는 사회가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질 경우 외견상 여전히 돈이 중요한 가치인 것처럼 보일지라도 실제로 돈은 수단적인 가치로 변하게 된다. 이러한 사회에서 돈은 그 자체로서 중요해지기보다는 사회적 지위와 성공을 나타내주는 동시에 자아실현의 수단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골드칼라(gold collar) 노동자들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로서 적성에 맞는 분야에서 창의성을 발휘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지식창조형 전문가들을 말한다. 그리고 직원의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직원들에게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해 주는 구글 같은 회사를골드회사라고 부른다.

 

리더를 위한 스쿨버스 테스트

 

매슬로에 따르면, 경영자가 직원들에게 내재한 인간적 본성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비일비재한 일이다. 만약 CEO직원들의 창의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그것은 핵심을 비껴나간 질문에 해당된다. 그보다는도대체 직원들의 창의성을 가로 막고 있는 장벽은 무엇인가라고 묻는 것이 올바른 질문이 된다.

 

드러커는 임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던 중에 불쑥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당신 회사에 쓸모없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손을 한번 들어보세요.” 그러자 상당수의 임원들이 손을 들었다. 그때 드러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렇다면, 그들은 당신 회사에서 입사 면접을 치를 때부터 쓸모가 없었던 사람들이었습니까, 아니면 회사에 들어오고 난 다음부터 쓸모없게 된 것입니까?”

 

만약 전자가 사실이라면 그러한 임원들이 일하는 회사는 당장 신입사원 선발기준부터 바꿔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후자가 사실이라면, 그러한 임원들은 매슬로가 제안한 깨어 있는 경영을 위한 심리학적 조언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경영 컨설턴트 사이먼 사이넥(Simon Sinek)이 소개한스쿨버스(school bus) 테스트를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사이먼 사이넥은 조직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해당 조직의 리더가 스쿨 버스 테스트를 무사히 통과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조금 슬픈 상상이긴 하지만 사고 실험의 차원에서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보기 바란다. 만약 당신이 리더라면 어느 날 당신이 예기치 않게 스쿨버스에 치여 세상을 떠나게 됐다고 가정해보라. 그렇다면, 그러한 사건이 일어난 후에 당신이 속한 조직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

 

아마 권위적인 리더가 활동하는 조직에서는 모든 업무가 사실상 마비될 것이다. 매슬로가 비록 단기적으로는 X이론식의 철권통치가 지배하는 조직이 승리할 것처럼 보일지라도 결국은 깨어 있는 경영을 실천하는 조직, 즉 자아실현을 기반으로 조직화된 기업이 궁극적으로는 승리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권위적인 리더의 힘에 의지해 성장하던 기업은 결국은 권위적인 리더의 퇴장과 더불어 성장엔진이 멈출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스쿨버스 테스트를 통과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다음에 소개되는 존슨앤존슨(Johnson & Johnson)사 이야기는 매슬로가 제안한 깨어 있는 경영의 모범사례라고 할 수 있다.

 

 

유사이키아 조직, 존슨앤존슨

 

유사이키아 조직의 대표적인 예로는 랄프 라르센(Ralph S. Larsen) CEO로 재직하던 시기(1989년에서 2002)의 존슨앤존슨을 들 수 있다. 존슨앤존슨은 세계적인 종합제약업체로 의약품, 의료기구, 및 건강관리제품 등을 생산한다. 존슨앤존슨은 미국의 다우지수를 구성하는 30개 우량기업 중 하나다. 라르센이 CEO로 재임하던 시기인 1999년과 2000년에 존슨앤존슨은 연속해서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하는미국의 존경 받는 기업 1를 차지했다.

 

 

 

라르센이 CEO가 됐을 때, 존슨앤존슨은 변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당시 GDP 대비 적정 수준의 헬스케어 비용을 고려해 볼 때, 헬스케어 비용의 상승 가능성이 이미 한계에 다다른 시점이었고 따라서 존슨앤존슨은 상당한 수준의 비용절감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었다.1

 

헬스케어의 과도한 사회적 비용이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일반적인 집행비용을 비교했을 때, 경쟁사에 비해 존슨앤존슨 내부의 집행비용에는 약 30% 수준의 거품이 끼어 있다는 자체 평가가 내려졌다. 이것은 존슨앤존슨 내부 조직에 심각한 비효율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뜻하는 것이었다. 라르센은 존슨앤존슨이 미래에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비용절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라르센은 마치 레몬에서 즙을 짜내듯이 직원들에게 정교하게 조직화된 재정목표를 제시하고 따르라고 요구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접근은 직원들이 문제를 생산적으로 해결하도록 이끌기보다는 방어적이고 비효율적으로 대응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그는 기업 경영진이 흔히 선택하는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기보다는 존슨앤존슨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데 구성원 모두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는명령은 효과가 없다. 일반적으로 직원들은 명령한 사람이 지쳐버릴 때까지 명령을 그냥 흘려버리기 일쑤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때 라르센은 헬스케어 비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문제를 존슨앤존슨 내부의 문제로 한정짓기보다는 세계적인 차원의 합리적인 헬스케어 체계를 정립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규정지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헬스케어 시스템을 창출함으로써 인명을 구하는 데 기여하자는 핵심가치를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도록 한 후 기업의 최하 단위까지 자치적 경영권을 부여했다. 그 결과 존슨앤존슨의 직원들은 위기 상황에서 방어적으로 행동하기보다는 마치 북극성처럼 작동하는 핵심가치를 중심으로 밤하늘에 별자리가 펼쳐지듯이 조직적이고 조화된 방식으로 활동했다. 결국 라르센의 리더십하에 존슨앤존슨은 5년에 걸쳐 연간 무려 20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성공적으로 절감할 수 있었다. 더 놀라운 점은 이러한 성과를 내고도 존슨앤존슨의 직원들은 아무도 성과급을 지급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놀라운 일이 가능했던 비결은 라르센이 존슨앤존슨을 유사이키아 조직으로 이끌었던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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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이키아 조직 진단검사: 나는 유사이키아에서 생활하고 있는가?

사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 평가에서 한국이 노사 간 협력 부문에서 132위를 기록한 것은 한국의 기업이 시너지가 낮은 조직에 해당된다는 점을 뜻한다. 자신이 속한 조직의 특징을 진단해보고 싶다면 다음에 제시된 체크리스트를 직접 작성해보기 바란다. 비록 단축형 검사일지라도 아래의 체크리스트는 현재 당신이 속한 조직이 유사이키아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음의 각 문항에서 자신이 속해 있는 조직의 모습이 일치하는 정도를 아래의 보기 항목에서 골라 번호를 기입하시오. 비록 완벽하게 들어맞지 않더라도 당신이 속한 조직의 현재 모습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항목을 선택하시오.

 

 

 

유사이키아 조직 진단검사의 채점

본 유사이키아 조직 진단검사의 총점은 10문항 각각에 대해 응답한 점수를 모두 합산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유사이키아 검사 총점의 분포는 최소 10, 그리고 최대 50점이 된다. 자신이 현재 유사이키아 조직에서 생활하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 점수는 40점이다. 유사이키아 조직 진단검사의 해석 기준은 다음과 같다.

 

40점 이상: 유사이키아 조직

35∼39: 평균수준의 안정된 조직

25∼34: 일반적인 조직(평범한 조직) 20∼24: 억압적인 조직(불안정한 조직)

19점 이하: 갈등 조직 (불행한 조직)

 

 

                                     

 

매슬로는 열등한 사람들이 우월한 사람들을 존중해주지 않는

조직은 결코 발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능력자, 애그리던트

 

매슬로는 생물학적으로 우월한 사람을애그리던트(aggridant)’라고 불렀다. 그는 생물학자 윌리암 도브(William F. Dove)우월한 닭 실험이 리더십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도브는 생물학적으로 우월한 닭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우월한 닭들은 깃털과 볏이 더 건강하고, 건강한 알을 더 많이 낳았으며, 무게도 많이 나가고, 힘도 좋았고, 모이도 더 잘 먹었다. 특히 우월한 닭들은 보통 닭들보다 스스로 몸에 더 좋은 모이를 골라 먹는 경향을 나타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우월한 닭들이 선택했던 모이를 열등한 닭들에게 강제로 먹이면 열등한 닭들도 우월한 닭처럼 여러 가지 신체적 조건과 행동들이 일부 개선되는 효과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유전적으로 우월한 닭들만큼 체구가 커지거나 건강해지지는 못했다. 인간의 경우에도 생물학적으로 우월한 사람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매슬로는 이러한 애그리던트들은 자연스럽게 리더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애그리던트들은 도브의 우월한 닭들처럼 바람직한 대부분의 행동특성들에서 우수한 수행을 나타낼 것이기 때문이다. 매슬로는 깨어 있는 경영을 위해서는 애그리던트들과 관련해서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W. Nietzsche)가 지적한약자의 원한문제가 조직의 성장을 방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봤다. 니체는 사회적 약자들이 강자에 대해서 갖는 패배주의적 분노를르상티망(원한·ressentiment)’이라고 정의했다. 니체에 따르면, 약자들은 자신들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공포에 사로잡혀 무리 짓는 경향이 있다. 그 후 이들은 자신의 무리 바깥에 있는 사람들을 비난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니체의 관점에서 보면 이들은 조직을 퇴보하도록 만드는 위험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매슬로도 이러한 점에서는 니체의 견해에 동의한다. 매슬로는 열등한 사람들이 우월한 사람들을 존중해주지 않는 조직은 결코 발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적어도 조직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열등한 사람들이 우월한 사람들을 증오하거나 공격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매슬로는 정신병 환자, 편집증 환자, 지적 장애인, 알코올 또는 약물 중독자들은 깨어 있는 경영의 대상에서 반드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매슬로는 애그리던트들이 조직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그들이 심리적으로 건강한지 여부가 반드시 사전에 검증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심리적인 건강과 관련된 전문적인 평가 과정을 거쳐 애그리던트들이 조직의 리더가 되면 조직은 그들에게 최대한 자유로운 기회를 보장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애그리던트들은 자신의 의지대로 밀고나가려는 의지가 강하며 그러한 활동들에서 특별한 즐거움을 얻는다. 매슬로는 심리적으로 건강한 애그리던트들에게 기회가 주어질 경우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최선의 방법들을 그들이 몸소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 애그리던트가 생물학적으로 완벽한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 태어난다고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애그리던트는 단지 기질적으로 우월한 유전인자를 타고 나는 것뿐이며, 그러한 유전인자가 개화하고 또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심리적인 성숙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메피스토펠레스(Mephistopheles)의 말처럼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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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를 위한 애그리던트 검사

다음의 체크리스트가 비록 단축형 검사일지라도 자신이 애그리던트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음의 각 문항에 대해서 자신의 현재 모습 혹은 현재 생각과 일치하는 정도를 아래의 보기 항목에서 골라 번호를 기입하시오.

 

 

 

애그리던트 검사의 채점

본 애그리던트 검사의 총점은 15문항 각각에 대해 응답한 점수를 모두 합산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애그리던트 검사 총점의 분포는 최소 15, 그리고 최대 75점이 된다. 한국인의 경우, 성인의 평균 점수는 50점이며 자신이 애그리던트에 속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준 합계점수는 60점이다. 애그리던트 검사의 해석 기준은 다음과 같다.

 

60점 이상 : 애그리던트 (능력자 집단)

55 ∼ 59 : 평균 상 수준의 집단

44 ∼ 54 : 일반 성인 집단

39 ∼ 43 : 취약 집단

38점 이하 : 열등 집단

 

애그리던트의 전형, 테드 터너

 

CNN의 창립자인 테드 터너(Ted Turner)의 삶은 애그리던트의 전형적인 모습을 잘 보여준다. CNN의 창설자 테드 터너에게 가장 커다란 영향을 준 사람은 아버지였다. 터너 일가는 미시시피 주에서 면화를 재배하는 농민이었는데 그의 가족들은 터너가 태어나기 전에 재산을 처분하고 신시내티로 이사했다. 그의 아버지는 그곳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다가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해군에 입대했다. 터너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내와 딸(테드 터너의 여동생)은 미국 내 여러 근무지로 데리고 다녔지만 테드는 신시내티의 할머니집에 맡겼다. 그리고 여섯 살 때 테드 터너는 기숙사가 있는 학교로 보내졌다. 부모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친 아이들이 흔히 그러는 것처럼 터너도 아버지의 관심을 끌려고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말썽을 일으키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러자 그의 아버지는 터너가 아홉 살 때 정을 주기보다는 더 엄한 훈련을 시키기로 결정한다. 터너를 군대식으로 훈련시키는 사립학교에 보낸 것이다.

 

그곳에서 터너는양키자식이라고 놀림 받고 또 따돌림 당했지만 결코 기가 꺾이는 법이 없었다. 실제로 터너는 자기보다 모두 나이가 많은 기숙사 친구들에게 자기소개를 하면서 누구든지 자기 앞에 걸리적거리는 사람이 있으면 모두 패주겠다고 협박했다. 당연히 친구와 선배들로부터 돌아온 것은 뭇매였다. 하지만 터너는 맞으면서도 자신의 뜻을 조금도 꺾지 않았다. 아버지한테 매 맞는 데 이골이 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이틀마다 새 책을 한 권씩 읽으라는 지시를 어겼다는 등의 이유로 철사로 만든 옷걸이 같은 것으로 그를 때렸는데 혹시라도 터너가 울면 체벌은 더 혹독해지고는 했다.

 

 

미 해병대 출신이었던 터너의 아버지는 터너가 11살 때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을 방세로 내라고 요구할 정도로 경영수업을 철저하게 시켰다. 터너는 아이비리그인 브라운대에 진학해 아버지를 흐뭇하게 만든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고대사에 나오는 영웅들에게 병적인 애착을 갖게 되고 전공으로 경영학 대신 고전을 선택하자 터너의 아버지는 아들에 대한 적개심으로 불타올랐다. 아버지는 아들을 질책하는 장황한 편지를 썼다. “네가 고전학을 전공으로 택했다니 어이가 없어 소름이 끼치기까지 한다는 내용이었다. 또 그 편지에는고전을 공부하면 고립된 일부 비현실적 몽상가들이나 선택된 대학교수 집단과 어울리게 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빠른 속도로 멍청이가 돼 갈 테니 그 더러운 환경에서 하루 속히 벗어나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아버지의 편지에 대해서 터너는 매우 고전적인 방식으로 대응했다. 터너는 아버지의 편지를 전교생이 읽도록 대학신문에 실었다. 터너의 아버지는 지인을 통해 전해 받은 그 신문을 읽고서 아들에 대해 극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우여곡절 끝에 터너는 전공을 경영학으로 바꿨지만 그는 경영학 학위를 받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그는 대학시절 내내 술잔치를 벌이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대학 2학년 때 인근 대학의 여학생 기숙사에서 소동을 벌여 정학처분을 받기도 했다. 3학년 때는 학칙을 어기고 기숙사에 여학생을 데리고 들어갔다가 두 번째로 정학을 당한 후 복학하지 않았다.

 

이러한 그의 행동을 심리학적으로는행동화라고 한다. 행동화는 내부의 갈등을 마음속에 담아 두지 못하고 행동으로 곧바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화가 난 상태에서 주먹을 휘두르거나 폭언을 내뱉는 것, 그리고 애인과 헤어진 후 슬픔을 견디다 못해 폭음을 하거나 자살을 시도하게 되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행동화를 통해 내부의 충동이 행동으로 옮기면 적어도 내부의 긴장이 주는 고통스러운 압박감으로부터는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행동화는 사회적으로 수용되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기제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낙오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신경쇠약으로 고통을 받던 터너의 아버지가 경영난 속에서 권총으로 자살을 한 후부터 터너는 마치 햄릿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햄릿에서 늘 아들에게 은밀하게 말하는 무대 뒤의 목소리 같은 존재인 아버지를 기쁘게 하기 위해 터너는 위기에 처한 아버지의 회사를 극적으로 구해냈다. 하지만 터너는 고전 속의 햄릿과는 달리행동하는 햄릿이었다. 그는 사업을 할 때 마치 유년 시절에 기숙사에서 동료들을 위협할 때처럼 파트너들을 협박해 가면서 거침없이 일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의 이러한 추진력 덕분에 사업은 탄탄대로에 올라섰다.

 

행동파였던 그에게는 어려서부터따분한 것이 가장 큰 죄악이었다. 그래서 그는 뉴스 프로그램을증오했으며, 심지어는 뉴스가 사람들을 기분 나쁘게 만드는이라고 공언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는 내면의 창조적인 힘으로 행동화와 승화를 결합해 역사상 가장 독창적인 뉴스 채널을 설립한다. 24시간 내내 방송되는 뉴스 채널인 CNN을 전 세계의 전쟁터를 누비는 가장 활동적인 뉴스채널로 육성해낸 것이다. CNN 1990 1차 걸프전사막의 폭풍작전을 독점 보도하게 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1991년에 <타임>지는 터너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터너의 삶은 수많은 기행들로 가득 차 있었고 그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그는 늘 뉴스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생애에서 그가 가장 세간의 주목을 많이 받도록 만든 사건은 그가 유엔에 무려 1조 원을 기부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그것은 단일 기부금으로는 그 당시까지 그 어떤 단체가 받은 것보다 많은 금액이었다. 행동파답게 그는 유엔 협회가 수여하는 상을 받으러 뉴욕으로 가는 길에 비행기 안에서 자신의 개인 재무제표를 훑어보다가 이러한 결심을 했다. 1996년에 그가 소유한 타임워너 주식의 가치는 22억 달러였는데 1년 후 주식 가액이 10억 달러 늘어났고 그는 이러한 내용의 보고서를 보고는 그 자리에서 그 차액을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터너는 자신의 아버지가 자살한 원인 중 한 가지가 오로지 돈을 버는 데만 인생의 가치를 뒀던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믿었다. 최고의 부자만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게 되는 순간 인간은 불행의 늪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러한 조건 속에서는 세상에 행복해 질 수 있는 사람은 최고의 부자 오직 한 명밖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복은 경제적인 부()가 아니라 마음의 부에 의해 결정된다.

 

정서적 지혜로서의 이타주의는 마음의 부를 일구는 최고의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이타주의는 단순히 선행을 베푸는 것과는 다르다. 이타주의는 자신이 받고자 원하는 것을 바로 다른 사람에게 주는 방식으로 선행을 베푸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에게 적선을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만약 그 사람이 수중에 1만 원이 있었는데 별 생각 없이 그중 1000원을 구걸하는 사람에게 줬다면 그러한 행동은 선행을 베푼 것에 해당되는 것이지 이타주의적인 행동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반면에 어떤 사람이 수중에 차비 600원밖에 없었는데 처지가 딱한 사람에게 그 돈을 건네주고 나서 정작 자신은 집까지 걸어갔다면 그 사람의 행동은 바로 이타주의적인 행동에 속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외형상의 액수보다는 자신이 얼마나 필요로 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줬느냐 하는 점이다. 제아무리 외형상 좋은 일을 많이 했다 하더라도 자신에게 필요 없는 것을 타인에게 줬다면 의미 없는 것을 준 이상 그 사람 자신의 삶에서도 그다지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반면에 자신이 절실하게 원하는 것을 타인에게 주는 경우에는 의미 있는 것을 남에게 준 것만큼이나 그 사람의 삶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터너는 48억 달러의 재산을 지닌 부자였으면서도 자기 차(포드사의 토러스: 일종의 미국의 국민차)를 스스로 운전하고, 또 집에서는 에어컨을 틀지 않았으며, 회전문 밑에 떨어진 동전을 줍다가 다칠 뻔한 적이 있을 정도로 돈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소중한 1조 원을 기부하는 이타주의를 통해서 당시에 세계 최고의 부자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마음의 부를 일궈낼 수 있었다.

 

 

깨어 있는 경영을 위한 심리학적 조언

 

지금까지 소개한 깨어 있는 경영을 위한 심리학적 조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시너지가 높은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 이때 시너지가 높은 조직을 구성하기 위한 심리학적인 비결은 바로 직원의 자아실현이라는 메타욕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존슨앤존슨의 CEO 랄프 라르센 사례를 떠올려보라. 그는 기업의 위기를 직감한 상황에서 세계적인 차원의 합리적인 헬스케어 체계를 정립해야 할 필요성이라는 대의를 핵심가치의 형태로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도록 함으로써 조직의 시너지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둘째, 깨어 있는 경영을 위해서는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애그리던트이건, 아니건 간에 반드시 심리적으로 건강해야 한다. 따라서 마치 신체적인 건강을 위해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듯이 심리적인 건강검진도 정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셋째, 구성원이 민주적으로 참여하고, 또 민주적으로 의사결정하는 유사이키아 조직을 건설해야 한다. 현재의 조직이 유사이키아에 부합되는지 확인해 보고 싶다면 리더의 경우에는 스쿨버스 테스트를 진행하고, 조직원의 경우에는 유사이키아 조직 진단검사를 진행해보라. 만약 두 가지 기준을 동시에 충족시킨다면 당신의 회사는 성장가도를 달리게 될 것이다.

 

고영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elip@korea.ac.kr

 

필자는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삼성병원 정신과 임상심리레지던트를 지냈고 한국임상심리학회 임상심리전문가와 한국건강심리학회 건강심리전문가 자격을 따기도 했다.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에서 박사 후 과정을 했으며 현재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51호 Diversity in Talent Management 2022년 08월 Issue 2 목차보기